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의 ‘희망놀이터’ 현장을 찾았을 때, 놀이터는 태극모양의 형태를 갖추고 있을 뿐, 메콩강변의 바람이 몰아치는 텅 빈 공간이었다. 이 빈 터에 어린이 놀이시설물을 설치했던 과정은 지난 11월호에 자세히 전달했기 때문에, 이번 12월호에서는 현장체험을 통한 개인적인 견해와 앞으로 우리가 나눔과 기부를 통해 수행할 수 있는 과제는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내용을 기초로 하여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라오스 희망놀이터 기부사업의 성과
보람으로 다가온 일: 희망놀이터 기부사업
라오스는 미지의 국가였다. 어린이 놀이터 기부사업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 막연하게 그려지는 제3세계, 빈곤국이었고, 그 곳에서 행할 우리들의 일과 그 결과를 구체적으로 그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일이 아닌, 어린이들을 위한 일이기에 변금옥 여성분과위원장이 추진한 놀이터조성 기부사업에 동참하게 되었다. 올해 초부터 모 신문사에서 ‘희망나누기 대행진’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었다. 그 기사를 대하면서 흔히 알고 있는 물질적인 기부만이 아닌 자신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일 또는 재능 등에 대하여 숙고를 하곤 했었다. 우리 주변의 환경, 물리환경(physical environment)의 조성과 개선을 위한 일이 조경분야의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지닌 능력으로 또 다른 형태의 기부사업에 동참하는 것은 삶에 보람을 안겨 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한 생각과 함께 올해 참여했었던 일이 도시연대에서 이끄는 ‘한평공원 만들기 사업’이다. 크게 기여를 하지는 못했으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뜻을 같이 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기에 희망놀이터 기부사업에도 긍정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
조경사회 여성분과위원회에서 주관하는 ‘희망놀이터 기부사업’은 놀이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어린이들의 놀이환경과 접하는 것은 내게 고향어귀에 들어서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순수함과 열정으로 학업에 임했던 대학원시절을 떠올리며 환경의 나눔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 당시 졸업논문 주제를 정하는 데는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그들의 해맑음이 더욱 환하게 비쳐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밝고 건강하게 자란 아이들이 건전한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함께 했었다. 놀이환경은 단순한 놀이시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창의력과 잠재력을 키워낼 수 있는 공간이고 내가 그러한 공간을 만드는데 작은 모퉁이돌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부심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지만 순수하고 진솔한 자세로 학문의 세계에 접했던 시간을 떠올리면서 어린이놀이공간을 조성하는 현장에 함께 하는 일은 보람된 일이 되리라 생각했다. 더욱이 놀이환경이 열악한 제 3세계에서 우리 전공분야와 접목된 일을 하는 것, 조경인의 힘이 모아져 지속적으로 기부사업이 이어지기를 희망하는 글을 써서 다른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으면 했다. 기부사업에 대한 나의 이러한 기대와 바람은 라오스의 희망놀이터 조성 현장을 지켜보면서 증폭되었다. 현장학습의 결과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