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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조경(無爲造景)-빼기 조경
  • 환경과조경 2008년 10월
최근 조경분야에서 크고 작은 설계공모전이 많아지면서 과잉설계 논란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당선되기 위하여는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어야 되므로 과장된 표현과 과도한 설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심사위원도 제한된 시간 내에 여러 개의 작품을 검토하다보면 우선 눈에 띄는 작품을 더 자세히 보게 마련이고, 수상작 전시회에서도 무언가 일반인의 관심을 끌만큼 화려한 도판이 있어야 성공적 공모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화려한 도면이 작품성과 시공성에서 우수한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오히려 사람의 손길을 느낄 수 없는 자연스런 설계가 작품성과 시공성에서 더욱 뛰어날 수 있다. 요란한 시설물 중심의 인위(人爲)적 설계보다는 자연을 도입하는 무위(無爲)적 설계가 시대적 요구에 더욱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 도시화와 인공화가 심화되면 될 수록 자연과 더욱 멀어지게 되므로 무위적인 설계가 더욱더 필요하게 된다. 서울시의 디자인 전략 중의 하나로서 ‘더하기’가 아니고 ‘빼기’전략을 채택하고 있음은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과도한 크기와 원색의 광고판, 그리고 요란한 색깔의 눈부신 야간조명을 개선하기 위하여는 좋은 디자인을 논하기 전에 우선 ‘빼기’ 즉, 없애기 혹은 단순화 작업부터 시작해야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인위적 디자인을 본래의 무위적 상황으로 복원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만 좋은 디자인을 구현시킬 수 있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디자인 환경이다. 말초신경 자극적인 인위적 조경보다는 구수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자연적 조경이 21세기에 부합되는 조경이다. 최근 환경설계의 보편적 목표로 되어가고 있는 지속가능한 환경조성 및 생태계 복원은 현대의 심화되는 인위적, 비인간적 정주환경에 대한 반작용이라 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면상승과 기상이변은 인간이 더 이상 인위적 환경조작을 계속해서는 안되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아야함을 가르치고 있다. 화장품을 잔뜩 발라 인위적 미인보다는 자연스런 피부와 자태를 보여주는 내면적 미인이 21세기가 요구하는 진정한 미인이다. 인간이 시작하되 자연이 완성하는 설계철학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최소한의 인위적 손길을 가미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 스스로 완성되도록 하는 설계전략을 이시대가 필요로 하고 있다. 인간이 장소를 만들거나 창조하기 보다는 자연이 스스로 장소를 만들어가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하여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하다. 조급한 마음으로 당장 눈에 띄도록 하는 조경, 임기 내에 무언가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야하는 ‘더하기 조경’을 지양하고 ‘빼기 조경’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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