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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신드롬’에서 배워야 할 공공성의 중요성
  • 환경과조경 2008년 7월

동서양을 불문하고 산업화 시대의 도시하천은 온갖 생활·공장폐수로 오염되었고, 개발논리가 절대명제였던 당시에는 오염된 하천의 정비보다는 복개 후 물류운송을 위한 도로를 하나라도 더 만드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청계천을 복개한 청계천 고가도로나 한강의 모래사장을 없애고 만든 강변도로가 그러한 예다. 그러나 산업화를 거쳐 국민소득이 증대하고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면서 시민들은 경제적 욕구를 넘어서 문화적, 심미적 욕구에 대한 충족을 갈망하게 되었다. 콘크리트 밑으로 사라졌었던 청계천을 복원하고, 한강의 콘크리트 제방을 걷어내어 녹지를 조성하겠다는 한강르네상스 플랜 등 최근의 수변개발계획들은 바로 이러한 욕구의 발로다.

산업화 시대의 ‘회색’과 대조되는 ‘녹색’, ‘생태’, ‘웰빙’ 등의 수사들이 전면에 배치된 수변개발은 시민들에게 거부감 없이 긍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이미지 뒤에는 수변개발에 따른 문제점들이 상존한다. 이 글에서는 수변개발과 시민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토목수단의 기술조치를 통해 수변공간으로의 접근성을 높이는 가시적 접근성뿐만 아니라 수변개발에 따른 사회경제적 접근성의 차별화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명박 前서울시장이 추진한 청계천 복원사업의 정치적 성공을 ‘모범답안’으로 삼고서 이후 전국의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자기 고장의 수변개발을 촉발시켰지만 사실 청계천 복원사업의 ‘원조’는 서울시가 아니다. 이미 반세기 앞서 산업화의 성숙과 쇠퇴를 경험했던 구미, 유럽도시에서 추진됐었던 성공사례들을 서울시가 벤치마킹 한 것이었다.

특히 ‘볼티모어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공한 미국 볼티모어 항구의 수변개발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간주되고 있는데, 볼티모어는 1950년대 이전까지 해양수송이 발달한 물류운송의 관문이었지만 다른 수송수단의 발달로 경쟁우위를 상실하면서 급격히 슬럼화가 진행되어 실업, 범죄 등의 사회문제의 온상이 되었다. 이러한 경제침체와 사회문제를 일소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볼티모어시는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수변공간 정비와 세계무역센터, 하버플레이스, 하얏트 호텔 등의 기업 및 문화상업시설 유치로 재개발에 성공하게 되어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 도시에서 수변개발의 모범답안으로 간주되기에 이른다.

현재 국내 지자체에서 진행 중인 수변개발은 바로 이러한 ‘수변공간 정비와 문화위락시설 그리고 기업의 유치’라는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수변개발에서 공공성은 맹점으로 남아있다. 여기서 말하는 공공성이란 시민들의 접근성을 의미한다. 청계천 복원을 통하여 시민들의 수변공간으로의 가시적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은 일면 공공성의 증대로 해석될 수 있으나 복원 이전의 노점상들과 기존 거주민들은 개발에 따른 지가상승과 신자유주의적 도시계획조치 등의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하여 도리어 청계천에서 멀어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공공성의 상실로 볼 수 있다. 즉, 가시적 접근성과 더불어 사회경제적 접근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것이다.
최근의 한 연구(김영훈, 2007)에서도 밝히듯이 청계천 복원은 주변 지가를 상승시키고, 현재 청계천을 따라서 건설 중인 초고층주상복합아파트는 이러한 지가상승을 더욱 부추겨, 노점상과 기존 거주민들을 주변화 하여,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시각화한 이중도시(dual city)경관이 형성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 플랜에서 강변도로로 인한 물리적 접근성의 어려움에 대한 토목적 대책을 강구하여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강조하지만 현재 한강에 인접한 주거지역 비율이 90%에 달하는 토지이용 실태는 한강의 수변개발이 한강 인근에 거주하는 특정 계층의 지가를 상승시키고,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공공시설 부지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요컨대 이러한 청계천 복원과 한강 르네상스플랜의 수변개발은 녹색, 친수공간의 확대라는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는 자칫 ‘부자들의 안마당’으로 전락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차별화가 잠재되어 있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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