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과 꽃을 테마로 한 세계 최고의 축제인 영국 첼시 플라워 쇼가 올해도 변함없이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개최되었다. 올해로 첼시에서 개최되기 시작한 이후 87회를 맞이한 첼시 플라워 쇼1는 예년과 같이 올해에도 쇼 가든(Show garden), 어반 가든(Urban garden) 그리고 코트야드 가든(Courtyard garden) 범주에 속하는 42개의 모델정원과 대형천막, 여러 꽃꽂이 작품과 6백여 관련업체의 부스 등 다양한 전시공간을 보여주었다. 올해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도 세계 경제의 불황 여파가 첼시 플라워 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작년과 비교해보아도 큰 차이가 나타나는데, 우선 총 15만7천장의 입장권이 행사 시작 이전에 매진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표를 팔기 위해 별도의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행사 시작 이전에 모든 입장권이 매진되곤 했었지만, 올해는 경제 위기로 인해 근래에는 찾아 볼 수 없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또한 2007년에는 20개, 작년에는 22개에 달하였던 쇼 가든이 올해에는 그 수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어, 단지 13개의 정원만이 전시되었다. 쇼 가든 조성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했던 후원기업 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금융 관련 기업들이 올해는 경제 위기로 인하여 쇼 가든 조성에 대한 후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첼시 플라워 쇼의 하이라이트라고도 불리는 쇼 가든이 이러한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영향을 받음으로써 앞으로 쇼 가든을 운영하는 방법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경기불황에 따른 영향에도 불구하고 첼시 플라워 쇼의 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문을 제기하기 힘들어 보인다. 전시된 작품들은 여전히 최고의 디자인과 다양함을 보여주고 있고, 행사 기간 내내 부지의 안팎에 몰려든 군중의 인파 역시 대단했기 때문이다. 비록 13개의 쇼 가든만이 전시되었지만 절제된 디자인을 선보이며 경제위기로 발생한 새로운 시대정신이 정원 디자인에 발 빠르게 반영된 점도 긍정적으로 보였다. 전체적으로 쇼 가든 범주에 출품된 정원들은 예년에 비하여 심플한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특히 올해 최고의 정원으로 뽑힌 데일리 텔레그래프 정원에서 이와 같은 특징을 잘 엿볼 수 있다. 지난 2007년 처녀 출전 이후 두 번째 도전 만에 최고의 정원을 수상한 스웨덴 조경가 울프는 미니멀한 현대적 디자인으로 영국의 환경에 스웨덴의 미를 결합한 작품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의 정원은 2000년대에 3번의 최고의 정원을 디자인한 톰 스튜어트 스미스나 2004년에 최고의 정원을 디자인한 크리스토퍼 브래들리 홀과 같이 모더니즘적인 디자인과 식재를 보여주지만 ‘아이코닉 모던’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며 그들과는 또 다른 스칸디나비아 지방의 색채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니멀한 레이아웃 위에 식재 또한 간소하게 처리되었다. 무채색 위주로 억제된 색채를 가진 식물이 선별되었는데 주로 옅은 색과 회색 계열의 식물을 식재하였다. 또한 여러 줄기를 가진 구주 소나무, 페일 애스트란시어스, 아이리스, 구리빛의 장미 등을 식재하여 부분부분 강조하였다. 화강석, 강철, 목재 그리고 유리가 주된 재료로 사용되었고 화강석으로 테라스를 조성하였으며 혼빔을 사용하여 전체적인 틀을 형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