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분야에서의 MA - 보이지 않는 손설계분야에서 언제부터 MA (Master Architect; 총괄설계자 또는 책임설계자라 번역할 수 있겠다)제도가 활용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게 도시계획에서 시작되었는지 아니면 건축에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토목에서인지 알 수 없지만 MA의 역할과 성격으로 볼 때 그리고 그 명칭에서 유추해 볼 때 아마도 건축분야에서 시작되었지 않았을까 싶다.작년에 있었던 세운상가 4구역 국제지명현상설계는 1등을 한 쾨터 (Koetter) 컨셔시움이 전체 단지의 단지계획을 총괄하는 MA를 맡고 총 4개동의 건물을 쾨터를 포함한 수상 건축가들이 각각 쪼개 갖는 수순을 밟았다. 이때 건물의 위치, 단지 주출입구와 부출입구의 위치, 주차 및 접근 차량동선의 폭원과 위치, 보행로와 광장의 위치와 규모 등 개개 건물을 들여다보는 건축가들로서는 해결할 수 없고 단지전체를 바라보는 시야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단지계획적인 사항들을 쾨터컨셔시움이 맡았다. 아직 나머지 건축가들이 MA팀의 전체 건축개념을 어느 정도 따를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가급적 따르지 싶다.서울 1차 뉴타운 사업시 뉴타운 MA들이 제일 많이 관심 있게 들여다보았던 일본 지바 현의 마쿠하리 주거단지도 MA제도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마쿠하리의 경우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우리의 공동주택단지와는 아주 다른 것, 즉 아파트 동 건물이 각각 다른 외형적 특징을 갖고 있고 그러면서도 마쿠하리 주거단지 특유의 통일감을 보여준다는 것인데, 이건 MA팀의 단지전체계획의 디자인가이드라인과 세부 건축가그룹의 개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예로 볼 수 있다.
MA는 상위직제가 아니다삼성미술관 리움은 장 누벨, 램 쿨하스, 그리고 마리오 보타 등 세 건축가가 철저하게 따로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뷰시 그들은 작업 내내 한 번도 서로 만나 설계안을 토의한 적이 없다고 마라오 보타는 털어놨다. 하지만 리움은 단지의 성격을 갖지 않은 미술관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큰 면적에 그리고 다양한 건축물이나 많은 건축물이 들어가야 하는 단지의 경우 MA제도는 세운상가 4구역의 경우처럼 꼭 필요한 제도일 수 있다. 이때 MA와 공동아키텍트의 관계는 상하의 구조가 아니다. 단지 일의 업무범위와 성격이 다른 것이다. MA제도의 경우 다른 공동 설계가들과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차라리 없는 것보다 훨씬 못하다. MA제도의 성공여부는 어디까지나 MA와 다른 설계가들과의 수평적인 그러나 상호협조적인 관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제도다.청계천의 MA 의 시작3공구 기본설계 턴키에 우리 팀(당시 토문엔지니어링 소속)은 현대건설 컨셔시움으로 참여했고 동명기술공단과 함께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이 됐었다. 경기빌딩에 청계천복원실시설계 팀이 꾸려질 무렵 그러니까 2003년 6월 말 무렵 서울시로부터 연락이 왔다. MA제도를 가동할 예정이니 MA를 우리 팀이 맡아달라는 거였다. 고민이 많이 됐다. 동명의 조경팀과 함께 3공구의 실시설계를 하는 게 나은지 아니면 서울시의 부탁을 듣는 게 나은지 사실 가늠이 잘 안 섰다. 당시 팀원들은 실시설계에 참여하는 것을 더 선호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우리 자신도 MA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는데다가 청계천설계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당시에는 모호했다. 실시설계는 자신의 작품을 구체화하고 확실히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고생은 되지만 결국 무언가를 남기는 반면 당시에도 잘은 모르지만 MA을 하게 되면 공정회의나 발표준비 그리고 협의에 시간만 뺏기고 결국 자신의 설계는 남기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우려는 매우 들어맞은 셈이 됐다.(주) CA조경기술사사무소 진양교 김재환 조용준(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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