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대현 · 한국수자원공사 환경생태팀장
조경영역 확장에 앞장서고 대내외 적극적인 활동으로 분야 내실 다져
조경을 너무 사랑하기에 과감히 조경을 넘어 새로운 영역을 헤쳐나간 흥을 알고 멋을 아는 조경인. 제8회 정책분야 올해의 조경인으로 선정된 한국수자원공사 환경생태팀의 차대현 팀장이 바로 그이다.
그의 이력은 의외로 단순하다. 영남대 조경학과 75학번, 1983년 한국수자원공사(당시 산업기지개발공사) 입사, 현 환경생태팀 팀장, 영남대 조경학과 총동문회장.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그의 이력에서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변화를 위한 도전
차대현 팀장이 1983년 입사할 당시만 해도 건축과의 하위부서로 있던 조경팀의 직원은 총 4명이었고, 건축과에서 주어지는 자투리땅이나 조금씩 설계하는 정도의 업무가 전부였다. 조경분야에 대한 열정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고작 토목, 건축의 허드렛일뿐 인데다 독자적인 업무는 전혀 없었으니. 조경설계사무소로 이직해 조경에 대한 한없는 열정을 펼치고 싶기도 했고, 다른 분야에 비해 힘도 없고 제대로 자리잡고 있는 선배도 없는 조경의 한계를 느끼며 조경을 왜 선택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후회까지 모두 방황의 이유가 되었다. 그러던 중 평소 관심이 많았던 국악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 그때 대전시립연정국악연구원에서 배우게 된 단소는 그의 흐트러진 마음을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잠시 조경에 대한 열정을 국악에 쏟아 부었다고 할까(그는 현재 한국수자원공사의 국악부를 이끌고 있을뿐더러 대전지역의 국악예술제 참가제의를 받을 정도로 수준급 실력의 소유자다. 이번 (사)한국조경학회 추계심포지엄 리셉션장에서 조경인들에게 사물놀이를 선사하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 첫 현장인 충주댐 공사현장에 발령받게 되었다. 몸은 좀 더 힘들어 졌지만 실무를 몸소 체험하고 공사를 마쳤을 때는 제법 보람도 느껴졌고, ‘조경! 해볼만한 일이다’는 생각이 확고해질 수 있었다고. 결국 방황하는 시간에 조경을 알리는 행위에 주력해 힘을 키워보자는 생각으로 ‘조경알리기’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자 타 부서에서 버려진 일, 외면하는 일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들도 조금씩 다루기 귀찮은 작은 업무들을 조경부서로 내어주기 시작했다.
부서장으로 승진한 후에는 업무영역 확대를 위해 “못하겠다 하지 말고, 무슨 일이든 내가 먼저 하겠다는 자세로 임하며, 일하고 싶으면 빼앗아라”는 다소 도전적인 원칙을 팀의 절대강령으로 정하고 다른 분야에서꺼리는 일, 안하려는 일을 도맡아 하기 시작했다. 뿐만아니라 직원들에게 물과 관련된 자연생태계 전반적인 부분에 관심을 갖고 미리미리 준비할 것을 강조해왔던 터라 다른 부서에 견주어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서 회사가 환경친화적 설계에 관심을 가질 무렵 조경부서의 업무임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차대현 팀장은 업무영역이 확장된 데에 부서원들의 노고가 컸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직원들은 시간에 쫓기며 일해야 했고, 밀리지 않도록 다양한 실력을 갖춰야 하는 부담도 컸기 때문이다).
타 분야에서 귀찮아 하는 업무를 하나둘 가져오면서 조경분야의 영역을 확고히 한 후 자연생태 분야 등 보다 다양한 분야로 넓혀나가겠다는 그의 의지는 결국 2001년에 댐 건설처 조경부에서 2급부서인 조경부로 독립·신설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2002년에는 조경의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시대적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환경생태팀’이라는 타이틀로 과감한 변신을 꾀해 ‘환경과 생태복원’이라는 업무영역의 대폭 확대를 기할 수 있는 틀을 갖추었다. 팀 명칭이 바뀌자 환경과 하천부문에 대한 더 많은 업무들을 맡을 수 있었고, 막연히 부서 명칭만을 보고 할 수 있느냐고 문의해오는 업무까지 생길 정도였다. 결국 업무량은 부쩍 증가되었고, 직원은 43명으로 늘어났지만 더욱 바빠져야 했다. 물론 그만큼 팀의 위상도 많이 달라져 이제는 마무리 계획의 전체그림을 그려내는 중요한 부서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국수자원공사 환경생태팀은 댐사업, 수도사업, 단지사업 등 한국수자원공사가 수행하는 모든 조경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그를 일컬어 한국수자원공사 조경사장이라고 할 정도로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업무만도 90여개가 넘으니 그의 분야에 대한, 영역확장에 대한 욕심은 어디까지인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
차대현 팀장을 위시한 환경생태팀은 자연환경 훼손의 최소화와 생태적 복원을 위한 기술 축적, 자연생태적 복원기술을 통한 이용기술의 완성 등에 역점을 두고 ‘신규댐의 환경친화적 계획수립?시행, 기존 댐 및 수도시설 환경정비계획 수립?시행, 다양한 형태의 도심조경의 환경친화적 계획수립, 국내 최초의 조경설계기준 및 시방서표준안 제정, 댐 경관평가 및 경관설계 기준 제정, 어류서식처 보전 및 관리방안 수립, 댐 저수지 비탈면 수위변동구간 생태복원연구, 야생동물 서식환경 설계지침 수립, 자연친화적인 하천정비방안 수립, 댐?호수 주변 식물생태계 변화 모니터링’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활발한 노력은 2005년 제5회 생태조경녹화대상 공모전 대상(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분야 위상을 높이기 위한 대내외 활동 적극 참여
“젊은 시절 겪었던 많은 설움과 고민들이 되물림되지 않고 후배들이 큰소리 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각각의 위치에서 모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의 위치에서 학계와 업계의 중간적 역할을 충실히 해 분야 발전을 이루는 데에 일조하고 싶다.”
국내 조경학과 1세대라는 의무와 책임감으로 앞으로도 후배들을 위해 할 일이 많다는 차대현 팀장. 그래서인지 ‘조경알리기’가 생활화 된 듯 관련시민단체에서도, 동문회에서도, 조경단체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의 분야에 대한 열정 덕분에 환경생태팀은 대전지역 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하천해설사를 대상으로 ‘하천의 물관리 및 이용에 관한 Water-tour’를 시행했고, ‘2005 낙동강생명찾기 POST70((사)낙동강공동체)’, ‘2005 청년숲 워크캠프(생명의 숲)’, ‘제4회 강의 날 대회, 시민에 의한 금강대탐사’ 등 여러 시민단체의 환경관련 행사에 참가하기도 했으며, 산림청과 공동으로 ‘전국의 댐 유역 산림에 대한 숲가꾸기사업’을 추진하는 등 대외적으로 유난히 분주한 2005년을 보냈다.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우고 알릴 수 있는 부분은 알리기 위한 win-win전략이랄까. 뿐만아니라 그는 제1회 정부투자기관 조경인 친선체육대회와 한국조경학회와 환경복원녹화기술학회의 정기총회 및 학술발표회를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개최하는 등 분야에 대한 관심도 늦추지 않았다.
“조경은 지구상 학문 중 생명을 도면에 옮길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을 가진 매력적인 학문이다. 생명체를 연구하고 생태계를 자연스럽게 창출해내는 역할도 조경가의 몫이며, 모든 환경·생태 관련 프로젝트, 환경영향평가 등도 우리의 업무이다. 조경분야도 자금만 있으면 경쟁이 가능한 학문이라는 것을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하지만 말이 일반건설업이지 현실적으로 토목부대공사로 발주해도 이상이 없어 보일 정도로 아직까지도 지위가 약하다. 조경업이 건실히 커줘야 분야에 힘이 실리고, 업계가 힘이 있어야 후배들의 미래가 보장된다. 관공서나 공기업, 건설사 등의 조경담당들은 감독을 까다롭게 하더라도 예산은 최대한 확보해줘야 한다”.
차대현 팀장은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분야발전을 위해 업계가 반드시 성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뿐만 아니라 학계가 나설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 주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바로 앞에 있는 이익을 위해 여러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분야발전에 해가 될 뿐”이라며 분야를 키우는데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연말에 얻게 된 큰 행운들이 2006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그는 장흥댐 주변 생태복원은 친환경 건설분야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팀 구성원들과 함께 친환경건설과 관련한 많은 일을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는데, “올해의 조경인 수상도 개인적으로 무척 영광스럽지만 팀원들이 받아야 할 상을 대표로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며 수줍은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다른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삶을 살고, 분야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 조경을 너무도 사랑하고, 국악을 즐기며, 막걸리를 좋아하고, 추억을 되새기며 환하게 웃는 그.
‘흥겹게 조경하기’를 몸소 실천하는 멋진 선배조경인으로 기억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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