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있는 곳에서부터 문명이 시작되었고, 현재까지도 수계를 따라 휴양지나 관광지가 개발되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경관에서의 물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동적인 흐름으로 경관에 미세한 변화를 주는 시각적인 요인뿐 아니라 흐르는 강을 보며 바쁜 일상을 잠시 흘러 보내기도, 강바람을 맞으며 지친 심신을 달래볼 수도 있는 정신적인 무언가를 제공한다는 핑계를 더할 수도 있겠지만.
수경관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 중 도심지내에 흐르는 강, 참 매력적이다. 그 주변지역의 흥망성쇠와 역사, 문화를 안고 흐르기 때문이 아닐까.
경남 진주시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는 남강 역시 시원스러운 경관에 논개라는 애국충절 역사를 담은 채 말없이 흐르고 있는데, 촉석루, 서장대, 망진산 등이 한 눈에 조망되는 남강변에 위치한 갑을가든이 진주의 역사와 더불어 향토음식을 계승하며 정원문화를 담아낸 지역의 명소로, 하나의 지역문화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며 남강에 이야기를 더하고 있다.
진주 갑을가든의 건축물은 진주시 건축대상(1998년), 경상남도 건축대전 금상(1999년)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지나는 이의 시선을 붙잡는데, 강변을 굽어보고 있는 노출콘크리트 건축물, 그 회색빛 벽에 담쟁이 넝쿨이 그려낸 자연의 그림을 즐기며 정겨운 돌담을 따라 마삭줄의 인도를 받으며 한걸음 한걸음 거닐다 보면 열린 담장 사이로 만나게 되는 정원에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전정(前庭)
주진입부에서부터 마주보이는 정원의 끝까지 한 부분이라도 빈틈이 보일세라 빼곡하게 채워진 식물들이 방문객을 영접한다. 시원스런 장송이 도열하고 인사를 하는듯한 수형의 조형소나무가 반기는 정원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지피식물들이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고 향기를 내며, 정원 전체를 휘감아 돌며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가 정겹다.
전정은 크게 진입부 화단, 데크쉼터, 돌담쉼터로 구분할 수 있다.
진입부 화단에는 장송이 식재되었으며, 장송의 하부에는 장송과 함께 도심지로 나들이 한 듯한 큰 바위가 놓여져 있으며 그 주변에 할미꽃, 붓꽃, 비비추 등 다양한 초화류가 자연스럽게 식재되어 어디에 어떤 식물이 숨어 있는지를 찾아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실내와 연결된 데크쉼터에는 건물을 따라 놓여진 둥근 바위들과 둥글게 조형된 관목들이 독특하게 마주하고 있어 정형적이면서도 자유로운 모습을 연출하며 발길을 끌고, 주변 화단에는 마치 빛에 따라 색이 변하는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이끼가 시선을 모은다.
데크쉼터를 지나 판석으로 울퉁불퉁하고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놓은 돌담사이 산책로를 따라 거닐다 보면 정겨운 장독대와 돌감나무 쉼터가 있다. 도심 속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돌감나무를 심기로 하고, 머릿속에 그려진 수형을 찾아 전국을 누벼 지리산 구석에서 발견해 새 식구가 되었다는 이 돌감나무는 자신의 가치를 아는지 모르는지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여유로이 잎을 피우고 있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