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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유적 보전과 사적공간조경 정비
  • 환경과조경 2004년 4월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 및 보전되어야할 조경유적

고증되지 않거나 왜곡된 조경유적의 복원
1997년 창덕궁이 건축물뿐만 아니라 정원설계가 뛰어난 사례로서 또한 원형의 모습이 비교적 잘 보전된 것이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실은 매우 반가운 사실이다. 하지만 사적으로 지정된 전통원림들이 과연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보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삼국사기> 백제 무왕 25년(634)의 기록에 등장하는 궁남지(宮南池)는 신선사상에 영향받은 우리나라 최초의 연못으로 그 학술적·역사적 가치가 인정되어 현재 사적 135호로 지정·복원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부여문화재연구소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발굴조사를 시행하였지만 아쉽게도 궁남지의 정확한 위치를 발견하지는 못하였다. 그런데 현재의 궁남지는 확인되지도 않은 위치에 원래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형태로 복원되어 있다. 연못 가운데의 섬에 난데없는 정자(포룡정)하며, 신선사상에 영향받은 연못에는 있어서는 안될 다리까지 하여튼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혼란함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는 비단 궁남지의 경우 뿐만 아니라 조선조 별서정원의 백미로 손꼽히는 담양 소쇄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소쇄원사실>, <소쇄원사십팔영>, 양씨 가문 후손들의 증언 등 을 토대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광풍각과 제월당쪽으로 직접 연결되어야 할 진입로는 도 로와 주변의 주택으로 차단된채 막혀 있어 지금의 엉뚱한 진입로로 들어가야 하는 실정이 다. 또한 위태로운 나무다리로 복원되어야 할 ‘투죽위교’는 원래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굳건 한 다리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조경유적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궁극적인 목표가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보전되어야 한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료(史料)에 근거한 철저한 고증만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김영모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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