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대학교 조경학과 졸업, 1990년 조경설계 서안(주) 입사, 현재 서안 근무 중........
이상은 이력서에 기재 될 내 이력의 전부이다. 환경과 조경의 원고 청탁을 받고 잠깐 망설였다. 다름 아닌, 보다시피 조촐한 나의 이력 때문이기도 하고, 나 자신이 아직 다른 이들에게 나설 만큼 빼어난 조경가라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허나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편집부에서 분명 나에게 청탁을 한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에 미치자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지금까지의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혼잣말처럼 글을 써 보기로 했다.
자신의 생각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려하는 위선과 후배들에게 무지한 충고를 범하는 오만함이 스며들지 않기를 바라면서.
조경 설계를 하게 된 동기에 있어 극적인 상황이나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조경학과라는 학과에 대해 알게 된 후 공립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조경에 대한 지극히 상식적인 지식을 접하게 되었고, 그렇게해서 자연스럽게 진로를 잡았으며 학력고사 성적에 맞추어 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재학시절에는 그냥 설계 과목이 좋았고, 설계만이 조경을 제대로 하는 것 같은 즐거운 착각 속에 살았다. 학교 스튜디오에서 수많은 밤을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리며,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설계에 대한 욕망을 술과 독설로 대신 그득 채우고 나면, 아침 해는 나의 뇌처럼 텅빈 하늘 중천을 떠다니곤 했던, 참으로 욕심과 의욕만 충만했던 학창시절 이었다. 다행히 졸업설계 전시장에서의 아직 깨지 않은 술과 독설로 무장한, 버얼건 얼굴의 필자를 가상히(?) 여기신 소장님 덕분에 실습생 신분으로 서안이라는 회사에 첫 발을 디딜 수 있게 되었다.
서안에서의 첫 요구는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것은 모두 잊으라는 것이었다. 언뜻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아마도, 업(業)과 학(學)을 혼돈하지 말라는 충고와 이제는 프로의 세계에 들어 왔다는 절대적 적자생존의 법칙에 대한 예언과도 같았다. 또한, 그것은 전혀 새로운 도전이었고 새로운 세계로의 시작이었다.
공간에 대한 분석 과정과 공간성격의 도출과정 그리고, 공간을 만들어 가는 아름다운 선, 정말로 도면이 꿈틀거리고 있었고, 저마다의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프로세계에서 첫 대면했던 도면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나를 당시의 흥분으로 돌려놓기에 충분하다. 그 때 작은 믿음을 갖게 되었다. 도면이 아름다우면 그 공간도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샤프나 홀더를 갈고 제도판에 앉아 땀방울 떨어질까, 선 비뚤어질까 호흡마저 조절하며 도면을 치던(그리던) 시절, 얇은 트레이싱지를 뚫어지기 직전까지 힘주어 그어댔던 수많은 도면들, 그 안에 불어넣은 선들의 섬세함은 곧 설계자의 마음가짐이었으며, 삼각자는 나를 태우고 떠다니는 조각배요, 트레이싱지는 노 저으며 떠나는 0.3평의 무한한 꿈의 바다였다.
그렇게 조경업계에 입문하여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단순히 뒤에서 버팀목으로 포진하고 있는 선배들을 믿으며 쫓아 다녔던 타 업종과의 협의며 회의는 늘 가슴 들뜨는 일이었고, 스스로 이미 조경업에 취해 있었으며, 건축, 토목 또는 그 밖의 모든 설계에서 조경이 똑바로 인정 되어야 한다는 조경의 확신에 대한 젊은 날의 빛나는 광기에 가득 차 있었다.
이 재 연 Lee, Jae Yeon
조경설계 서안(주) 실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