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공간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부쩍 높아진 요즘 짙은 회색의 콘크리트 옹벽으로 만들어져 삭막함 일색인 도심 거리가 지역주민들과 아이들, 예술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상상이 어우러져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디자인 거리로 변신해 호응을 얻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청은 선부동 정지 제2공원 옹벽을 기존의 획일적인 페인트 벽화의 형식을 뛰어 넘어,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문화갤러리 예술 공간으로 재구성하기로 하고 도시공간 리모델링 조성사업 공모를 통해 “아름다운 나의 느티나무 길”을 조성하였다.
단순한 페인트 벽화는 가라
현대인들의 삶의 터전인 도시의 주요 구성물들이 대부분 콘크리트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회색빛 콘크리트에 대한 친근감 보다는 거부감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강도가 높아 오랜 내구연한의 특징이 있으며 빠른 기간 안에 구조물을 건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음에도 회색빛 삭막함과 차가움이 느껴지는 재질감 때문일까, 도시경관을 단조롭게 하는 주범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재료이기도 하다.
이번에 새롭게 조성된 안산시 선부동의 “아름다운 나의 느티나무 길” 역시 높이 3.15m, 길이 300m의 콘크리트 옹벽으로 마감된 길로 우리 눈에 익숙한 일상의 재질감이 주는 평범함으로 인해 특별히 관심이 가지 않는 거리였으나, 주민참여와 공공미술가들의 도움을 받아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한 특별한 거리로 변신하였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을 맡아 진행한 공공미술 프리즘은 콘크리트 옹벽에 벽화만 그려오던 기존 방법에서 벗어나 예술적이면서도 이용가능한 조형물 위주의 조성을 통해 아이들에게는 놀면서 생각하고 배우는 공간이자 지역주민들에게는 커뮤니티 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넌 아직도 놀이터에서만 노니? 난 벽에서 논다!
공공미술 프리즘이 “아름다운 나의 느티나무 길”을 조성하면서 주안점으로 생각한 것은 바로 ‘벽 놀이터’개념이다. 획일적이고 틀에 맞춰진 놀이터로 창의적이고 개성이 있는 놀이터가 많이 부족한 현실에서 아이들과 주민들이 매일 지나다니는 거리의 벽에 놀이가 가능한 조형물을 설치함으로써 통로로서의 길의 역할 뿐만 아니라 재미와 웃음, 여유가 넘치는 길이 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자연물의 순수함과 아이들의 동화적 상상을 소재로 한 조형물들을 단순한 미적효과를 넘어 놀이와 연주, 자연과학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적 차원으로 발전시켰다. 바람이 불면 돌아가는 조형물, 낮에는 태양열을 축전하였다가 밤이 되면 빛나는 조형물, 시원한 숲속을 연상시키는 나무 숲, 친구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파이프 조형물, 빙글빙글 돌아가는 막대사탕 조형물, 연주가 가능한 실로폰 조형물, 긴 오르막길 속에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벤치 조형물들은 놀이와 기능의 두 가지 역할을 충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과 과학의 만남이라는 미학적 주제를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