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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설계언어 프랑스 ; 이브 라코스트, 경관과 미
  • 환경과조경 2000년 10월
 아름다운 경관을 발견할 수 있는 전망 지점은 거의 대부분 전투에서 전술적으로 이용가치가 높은 지점과 일치한다. 물론 엽서나 관광책자 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경관들이 모두 전술적 가치를 지닌 경관이란 말은 아니다.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한 장소의 전술적 잠재성은 우선 한 눈에 들어오거나 또는 쌍안경의 시야범위 안에 있는 영역 중 감춰진 부분의 비중이 미미하고 드러난 부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활한 영역에 있다. 이처럼 전술적으로 유리한 관측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지점과 경관이 가장 잘 눈에 들어오는 지점의 일치는 경관 해석에 있어 군사적 해석과 미학적 해석간에 분명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일치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가 무엇인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지리학적으로 쉽게 설명할 수 없다. 아무리 전술학적 연구에 밝은 지리학자라고 하더라도 또한 지리학자가 아무리 신중하게 경관론적 가설에 접근한다 하더라도 경관의 미학적 문제까지 섭렵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미학적 문제는 지리학이나 공간 인식의 문제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미학의 문제는 감정의 표현과 관계되는 문제이다. 왜 경관과 아름다움은 거의 항상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일까? 전술적으로 유리한 어느 지점을 차지하여 경관을 바라볼 때 왜 동시에 그 경관의 아름다움이 우리를 사로잡을까? 경관에 아름다움을 결부시키는 태도, 즉 경관에 대해 미학적 관점을 들이대는 것은 거의 모든 관측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단, 산악 등반의 경우는 예외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등산 경로의 묘사는 언제나 전투 용어와 결합되어 미학적 관점을 배제한다. 예를 들면 접근, 시도, 위험, 죽음의 위험, 공략, 정복, 승리 등등의 등산 용어는 철저하게 전투적이다. 이 점은 산꼭대기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경우가 거의 드문 일이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주목을 끌만한 사실이다. 산꼭대기의 절경을 생각할 때 분명히 아름다움과 결부되어 나타나야 할 등산 용어들이 이상하게도 비현실적인 전투와 관련하여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 이 특별한 스포츠가 오로지 정복자 또는 전사(戰士)의 태도로만 진행되기 때문일 것이다. 등산이 유행하게 된 19세기 이전 계곡 저 멀리 창공에 떠있는 산꼭대기는 결코 아름답다고 인식되지 않았다. 오히려 무서운 산으로 인식되었을 뿐이다. 경관을 바라보는 것이 무엇에 쓸모가 있는가? 물론 당연히 우리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경관을 바라보는 것은 지도를 보는 법을 익히는 것과도 통한다. 드러난 경관과 감춰진 경관을 구별하고 찾아내며 지도상에서 경관의 요소들을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한꺼번에 파악하는 것, 이것은 그리 쉬운 게임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공간에 대해 생각 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예전에는 전쟁을 위한 장교들의 기술이었던 지도 보기는 이제 경관을 수호하기 위한 운동가들을 위한 필수 교과목이 되어야 할 것이다.


※ 키워드 : 이브 라코스트, 경관과 미, 프랑스
※ 페이지 : p48~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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