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국토 및 도시계획에 관한 연구 가운데 주목해야 할 분야가 바로 혁명사적지 및 혁명전적지 건설에 관한 것이다. 혁명사적지 및 혁명전적지는 북한사회에서 가장 중시되는 장소로서 항일무장투쟁 이래의 혁명전통을 대중들에게 교양시키는 공간이 되고 있으며, 이들 공간의 육성 및 보호를 국토 건설 총 계획에 포함해야 할 9가지 사항 가운데 제일 우선 항목으로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대외선전을 북한체제의 연장수단으로 이용하여 김일성 우상화를 위한 상징물 및 날조된 혁명사적지 및 혁명전적지를 관광대상으로 삼는데 목표를 두고 있으며, 도시개발의 기본방침으로서 김일성의 혁명업적을 과시할 수 있는 혁명 도시의 육성을 위한 사적지 및 유적지 개발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 전역에 걸친 이러한 기념비적 시설 및 우상화 시설에 대한 투자 및 개발은 역사·문화적 자원개발이라 할 수 없고 순수한 의미의 관광자원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혁명사적지와 혁명전적지는 이들 공간이 지닌 정치사상 및 혁명업적을 장소화 하는데 따르는 조경 및 건축행위로 인하여 조경학적 관심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들 장소에는 해당 유물 및 유적이 보존되어 있고 혁명사적 및 혁명전적 내용에 따라 각종 동상, 건물, 기념탑,
기념비, 녹지공간 등이 조성되어 있어 이들 공간에 대한 조경학적 연구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필자는 장차 남북한이 우리가 원하는 자유민주주의 방식으로 통일될 때에 대비하여 북한의 혁명사적지와 혁명전적지 공간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기본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는 바이다.
· 먼저 혁명사적지 및 혁명전적지 가운데 일부는 원상대로 보존하여, 한민족의 현대역사 전개과정에서 발생한 북한의 민족문화 및 역사 왜곡의 실상을 국민들이 직접 체험케 하고 후손에게도 보여주는 역사·문화·교육의 장으로 활용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부 혁명사적지 및 혁명전적지는 테마공원의 성격을 지닌 공간으로 활용하여, 사회주의 정치이념을 상징하고 주체사상을 선전하기 위해 북한 전역에 설치된 주요 상징 기념물과 우상화동상을 한곳에 모아 한정된 공간에서 전시하는 동상(銅像)공원의 개발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 북한의 혁명사적지와 혁명전적지는 대개의 경우 장소가 지닌 역사적 기념성과 상징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녹지공간을 수반하고 있다. 이러한 녹지공간은 자연환경을 제공하는 오픈스페이스로서 보존·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남한은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부작용으로 심각한 환경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인한 녹지공간의 부족현상은 자연 속에서 삶의 질을 추구하려는 현대인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현대생활에 필요한 녹지공간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은 도시화의 진전이 느리고 혁명사적지나 혁명전적지와 같은 오픈스페이스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므로 남한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여겨진다.
·통일이 되면 혁명사적지와 혁명전적지의 녹지공간을 국유지로 묶어두어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자연자원의 파괴를 미연에 방지하고 점진적으로 보존·개발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들 녹지공간은 환경의 질과 생활의 질을 개선하며 경관의 질을 고양하는 공원 및 녹지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북한지역의 이러한 공간들을 휴식 및 여가활동의 장소인 공원 및 녹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산발적이고 자족적인 공원녹지의 한계를 극복하여 보다 조직적인 오픈스페이스 체계의 조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두만강, 압록강, 백두산 등지의 혁명사 적지와 혁명전적지처럼 주변에 풍부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장소들은 자연생태계의 경이와 구조, 동·식물 보호의 필요성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생태공원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혁명역사와 투쟁업적을 내용으로 하는 혁명사적지와 혁명전적지는 현재 북한주민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방문 및 답사를 유도하고 있는 관광코스이다. 현재로서는 이들 장소가 참관목적 및 수단, 답사행태, 배치시설의 성격 및 내용 등으로 인하여 진정한 의미의
관광자원이라고 할 수 없으나, 통일 후 이들 공간을 적극 이용한다는 관점에서 이들 장소 가운데 일부를 보존·활용한 참된 관광지로서의 개발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여행지의 고유문화를 접하고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자 하는 현대 및 미래의 관광자들에게 이들 공간은 북한의 지방색을 살린 개성 있는 관광지로서 그들의 관광욕구를 충족시키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이들 장소와 연관된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살린 향토음식, 특산물, 현지인들의 생활사(史) 등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는 등의 적극적인 관광자원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키워드 : 북한의 조경, 혁명사적지, 혁명전적지
※ 페이지 : p134~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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