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우리나라의 대표적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부하는 이곳이 안타까운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시민들의 문화 축제공간을 꿈꾸며 밤새워 도면을 그렸던 설계가를 반기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한 호텔에서 만들어놓은 어색한 가건물만이 오페라하우스 앞을 떡 버티며 ‘예술의전당’이라는 이름조차 무색하게 할 뿐. 설계자는 돌아보기 싫다 한다. 수많은 나날을 고민하며 마치 산고의 고통으로 출산하는 자식과도 같았을 터인데. 국가적 프로젝트라는 미명은 차치하고라도 북한 피바다 공연팀의 탱크가 들어와야 한다는, 그래서 무엇보다 탄탄한(?) 포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건축에 몽땅 쏟아부은 예산 때문에 외부공간이라고는 쳐다볼 여유조차도 갖지 못했던 시절이 설계가의 숨통을 조인 것이다. 무엇보다 조성후 보류되었던 모든 조경설계가 정부와 전문가들의 무책임한 망각 속에 묻혀버렸다는 사실, 그리고 설계가는 그것으로 그에 대한 모든 열정을 접어야만 했던 아쉬움이 지금까지도 많은 시민들의 여유로운 공간을 향한 열망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 키워드: 조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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