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나는 부산 기장군 좌천리의 할아버지댁에서 1남 2녀중 마갠로 태어났다. 태어난지 5개월만에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로 급작스레 돌아가셨기에 내가 태어난 이후로는 집안형편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어머니의 일광초등학교 교사 부임으로 우리 가족은 모두 일광으로 이사를 했고 나는 바다경치가 그리도 아름다운 그곳에서 지금 이 나이에 소중하다고 떠올릴 수 있는 그 옛날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하나하나 일구기 시작했다. 놀이터 하나 마땅히 없던 그 시절 일광 앞바다는 그야말로 어촌 아이들의 천국이었다. 갯지렁이를 미끼로 낚시도 하고 조개도 잡았으며‘앙장구’라고 불렀던 성게도 잡아 구워먹곤 했다.
일광 앞바다는 내가 고등학교 시절 대형 유리공장이 들어서면서 부터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소금냄새가 묻어나던 동네 자갈길은 시커먼 아스팔크로 덮였고 아파트가 불쑥불쑥 올라서면서 수평선을 잠식해 나갔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물이 변했다는 것이다. 그 깨끗하던 바닷물이 예전같지 않고 천지로 널려있던 해산물도 이젠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동네 개울엔 은어가 굉장히 많아 그야말로 물반 고기반이었으나 그것도 이젠 옛말이 되어 버렸다.
찾아가고 싶을 때면 언제나 그 곳에 있어 나를 쉬게 하는 곳 일광 앞바다. 그 곳엔 아직도 고향친구들이 남아있기에 고향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그래서 고향의 바다만큼 내 인생에 커다란 안식으로 기억되는 곳도 없을 것이다. 부산 부둣가를 거닐며 ‘내마음 갈 곳을 잃어’란 노래를 만들었고 영일만에서 소주를 나누며 친구와 않아 ‘영일만 친구’를 만들었기에 바다는 그렇게 내 삶, 내 노래에 잊을 수 없는 고향이 모습으로 살아있다.
※ 키워드 : 일광 앞바다, 최백호 고향, 영일만 친구
※ 페이지 : 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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