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도정(雙島亭) 그림은 실제로 있었던 정원을 묘사한 점에서 우리의 전통적 조경 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 희귀한 자료의 하나이다. 그림의 윗편 원경으로 보이는 산들은 겸재가 즐겨 그린 서울의 북악산을 먼 위치에서 간략하게 옮긴 것으로, 아마 쌍도정은 서울의 남쪽에 존재하였던 모양이나 오늘날 확실한 고증을 세울만한 실물을 찾을 길이 없다. 그림에 보이는 정원은 어느 사대부 집안의 별장으로 네모진 긴 담장을 둘러치고 쌍도정의 위치가 중앙을 거의 차지한 반면에 두어 채 별장의 기와집과 출입문이 아랫편 구석에 몰려있어 일상적 생활 주택의 공간설계라기 보다도 풍월을 즐기기 위하여 마련된 별장의 정원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큰 연못의 형태도 거의 네모지게 파고 석축으로 둘러 쌓은 쌍도 역시 네모에 가깝다. 이같은 균형의 구조 속에 오른편 섬에는 초정(草亭)을 세우고 왼편 섬에는 솔과 버드나무를 심어 대비를 이루면서, 별장으로부터 가까운 외길의 나무다리를 건너서 두 섬을 잇고 돌아오게 하는 산책로가 순환적 율동감을 이루고 있어 전통의 멋을 간직한 파조(破調)의 정원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키워드: 쌍도정, 겸재 정선
※ 페이지 : 6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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