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천천히 걷다보면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하는 도시 경관들이 눈에 밟힌다. ‘서울100’은 사소하고 소소한 부분이지만 조금 더 걷기 편하고 정돈된 거리로 마주하게 하는 보도 환경 개선부터, 도시를 생동감 있게 만드는 작은 아이디어까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의 공간을 관찰하고 작은 변화를 상상하는 작은 연구다. 소수의 전문가가 그려내는 마스터플랜이 아닌,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를 지향하며 ‘누구나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공공디자인’을 목표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시작 - RTM100
‘서울100’ 프로젝트는 한 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네덜란드에서 도시와 건축을 공부하던 중 『RTM100』이란 미스터리한 책을 만났다. 표지를 넘기면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한 쌍의 도시 경관 이미지가 전과 후 Before & After 형식으로 보인다. 마치 틀린 그림 찾기같은 100쌍의 이미지는 보도 환경·도시 경관 개선에서 유휴 공간 활용에 이르기까지 작은 개입(변화)으로 공공 공간을 변화시키는 아이디어들을 담고 있다. 이는 2010년 벨기에의 URA와 네덜란드의 토포트로닉Topotronic이라는 두 건축 집단에 의해 진행된 스터디의 결과물로AIRarchitecture center of Rotterdam의 후원을 통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공공 건물, 카페 등 로테르담 시민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소에 배포되어 공공 공간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작은 기제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항공사진 위에서 선을 그려가며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설계를 해오던 나에게 이는 신선한 물음으로 다가왔다.
서울100
‘서울100’ 프로젝트는 ‘작은 공간을 자세히 관찰해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작은 연구’라는 의미로 한국에 돌아온 이듬해(2014년)부터 시작했다. 10년 넘게 매 수요일마다 서울의 마을들을 답사하는 건축가 조정구처럼, 공간을 다루는 디자이너로서 눈의 화소 수를 높이는 연습이자 작은 실천들을 긴 호흡으로 이뤄보자는 소박한 마음가짐으로 출발했다. 유명무실하게 놓인 노란색 점자블록부터 도시 속 유휴 공간에 이르기까지, 날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풍경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니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던 도시의 일상이 새롭게 다가왔다. 작은 변화로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과 무채색의 도시 공간에 활기를 줄 수 있는 상상들을 더해 갔다. 매일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와 사무실에 도착하기까지 통과하는 무수한 도시 공간부터 시작한 ‘서울100’ 프로젝트는 두 명의 동료를 만나면서 박차를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