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미디어의 등장으로 매체의 수가 늘어나고 그 결도 다양해졌지만, 오히려 저널리즘은 풍요 속의 빈곤을 겪고 있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검색어와 자극적 헤드라인, 이미지의 향연 속에서 독자들을 사유와 반성, 새로운 시각의 길로 이끌던 저널리즘의 철학은 설곳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매체 생태계 속에서 종이 잡지는 존폐의 위기마저 겪고 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인터넷 뉴스와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의 포화 속에서 독자들의 시선을 모니터와 스마트 폰에 빼앗긴 탓이다.
하지만, 조경이나 건축 매체의 환경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종이 매체가 몹시도 고전하고 있다는 점은 동일 하지만, 최근 2~3년 동안 종다양성 측면에서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첫 건축비평지를 표방하며 창간된 『건축평단』(2015년 3월 창간), 건축 과정을 이미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기록하는 『다큐멘텀』(2014년 5월 창간), 건축 밖의 사람들과 연대를 모색하며 하나의 주제에 대한 다각도의 논의를 담아내고 있는 『건축신문』(2012년 4월 창간) 등이 연이어 등장한 것이다. 또한 2008년 1월에 창간된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 역시 그 색깔을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다. 이도저한 온라인의 시대에 종이를 기반으로 해서 말이다. 이는 2000년대 중반 이전과도 미묘하게 다른 상황이다. 당시 『SPACE』, 『건축과환경』, 『건축문화』, 『건축인 포아』, 『이상건축』, 『플러스』 등의 건축 전문지들은 각기 다른 색깔로 이슈와 담론을 생산해냈지만, 그 내용과 형식이 지금처럼 크게 갈리진 않았다. 실험적이라는 (혹은 무모하다는) 느낌이 드는 잡지도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가 (지나치게) 잘 만들어졌지만, 변별력이 커 보이지 않았다. 이후 그 잡지들 중에서 몇몇은 기존의 색깔이 점차 희미해지면서 해외 작품 위주의 화보집으로 바뀌거나 폐간의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확연히 구분되는 포맷과 지향점을 내세운 색다른 종이 매체들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조경 매체는 이와는 사정이 또 다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라펜트’, 주간으로 발행되는 『한국조경신문』, 해외 작품 위주의 『조경세계』 등이 하나둘 새롭게 생겨났지만, 조경 포털이나 주간신문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실험적이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환경과조경』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2000년대 초반에 두 차례 발간된 조경 무크지 『로커스』가 가장 실험적인 조경 매체였다.
물론 모든 매체가 실험적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종이 잡지를 만드는 이들과 그 (잠재적) 독자들에게 색다른 매체의 등장과 그들의 도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그 매체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환경과조경』만의 색깔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번호에는 그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대폭적인 리뉴얼을 단행한 2014년부터 잡지 제작 전반에 걸쳐 도움을 주고 있는 편집위원 다섯 분과 함께 ‘편집회의’를 진행하여 그 내용을 지면에 옮긴다(김진오 편집위원(경희대학교 교수)은 당일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가장 열성적인 독자이기도 한 편집위원들은 잡지 전반에 대한 평가부터 조경 매체의 역할과 비평의 활성화 방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아이디어와 의견을 보태주었다. 먼저, 박승진 소장이 들려준 이야기를 맛보기로 전하며 ‘편집회의’를 시작한다. 그는 요즘 『징비록』을 읽고 있다는데,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난중일기』가 재미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전쟁이 모두 끝난 후 과거를 회고조로 기술한 『징비록』보다는 전쟁터의 한 가운데에서 그 긴박한 순간을 생생하고 치밀하게 묘사한 『난중일기』가 독자 입장에서 단연 재미있고 박진감 넘친다는 것. 한국 조경의 오늘을 기록하고 있는 『환경과조경』은 징비록일까, 난중일기일까? 아니면 손자병법이 되어야 하는 걸까?
김세훈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도시설계전공 교수
김영민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남기준 편집장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국장, 「건축신문」 편집인
박승진 디자인 스튜디오 loci 소장
배정한 편집주간,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서영애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