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흔하다. 조금만 나서면 숲이 있고 가로수가 있다. 우리가 거주하는 집에서도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소재가 나무다. 또한 나무는 시간을 거슬러 석기 시대 이전부터 인류에게 중요한 생활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그만큼 잠재의식과 유전적 기질에서부터 친근한관계에 있는 소재다. 이러한 목재로 만든 시설물은 내가 일하는 설계사무실의 모니터 화면 속에서도 늘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아마도 우리가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소재라는 점에 그 이유가 있는 듯하다. 물가를 따라 흐르는 수변 데크, 산길을 따라 설치되는 산책 데크와 산 정상의 전망 데크, 그리고 그 옆에 자리한 목재로 만든 방갈로 등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으로 조합된다. 결국 사람들이 가장 편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어 쉽게 설득할 수 있다는 장점에 계획안 이곳저곳에 그려 넣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다분히 감성적인 면을 강조한 결과인 듯하다.
그러나 실시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그렇게 열심히 예쁜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고 설득한 뒤 가장 먼저 ‘검열’되는 소재가 바로 이 목재다. 절대 안 된다고 못을 박는 곳도 있고 필요한 곳에 최소한으로만 사용토록 압박하고 다른 고강도의 재료로 바꾸기 일쑤다. 고가의 재료라는 점에서 초기 투자비에 부담을 주기도 하거니와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한 소재라는 점이 이러한 상황을 낳는 경우를 자주 경험했다. 감성적으로 친환경 소재임을 강조하며 클라이언트를 설득하지만 결국 시공할 땐 목재보다 덜 친환경적이고 강도 높은 재료를 사용하게 되는 이유가 뭘까. 친환경에 대한 계량화된 데이터 구축, 목재의 부패를 지연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찰, 경비 절감 방안의 정량적 설득이 필요하다. 잠시 목재가 친환경적이지 않은 소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친환경이라는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텐데, 목재는 숲의 나무를 베어야 만들 수 있는 자재이므로 결국 숲의 파괴를 가져오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된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대영은 여기저기 살피고 유심히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작고 검소하며 평범한 조경설계를 추구하고 있다. 영남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우대기술단과 씨토포스(CTOPOS)에서 조경의 기초를 배웠다. 조경설계사무소 스튜디오 엘(STUDIO L)을 시작하고 작은 작업들을 하고 있다. www.studio8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