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의 가능성, 메사에 불어올 구릿빛 바람
메사The City of Mesa는 애리조나 주의 최대 도시인 피닉스Phoenix에서 약 3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인구 45만 규모의 위성 도시다. 소노라 사막Sonoran Desert의 영향권에 위치한 메사는 ‘평평하고 건조한 대지’라는 도시의 이름처럼 7월에는 평균 41°C(최고 기록 48°C)까지 온도가 상승하는 무더위를 자랑하며, 연중 강수량이 250mm가 채 되지 않는(235.6mm, 2012년 기준) 매우 건조한 기후를 보인다.
메사는 1883년에서야 인구 300명에 도달한 작은 농업도시였다. 이후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발발을 계기로 팔콘 공군 기지Falcon Field와 윌리엄스 공군 기지Williams Field가 들어서면서 도시 발전의 전환기를 겪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인구 증가, 도시 기반 시설 확장 등 급격한 도시 개발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주정부는 전쟁이 끝난 후 군사적 활용도가 낮아진 팔콘 공군 기지에 민간 공항의 기능을 추가하게 되었고, 이후 메사는 애리조나 항공 교통의 중심지로 발달하게 된다. 한편, 같은 시기 공군 기지 주변으로 우주항공산업 관련 사업체가 유치되고,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에서 관련 학과에 많은 지원을 하면서 항공 산업 중심지로서의 성격이 더욱 강화된다. 이러한 흐름은 1990년대까지 이어졌고, 증가하는 인구에 대한 보건 관련 시설과 사업체가 들어서기 시작한다. 꾸준히 증가하는 인구와 인구 구성의 다변화와 더불어 메사의 도시 기반 산업이 다변화하기 시작했고 애리조나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진행된 도시쇠퇴 현황조사에 따르면 인구성장률이 34%(1990)에서 10%(2010)까지 줄어들었으며, 주택 및 상가 공실률이 늘어나고 경제 관련 지수가 모두 하락하는 등, 메사는 도시쇠퇴기에 접어든 도시에 속하게 된다. 이에 2010년 말, 시정부에서는 상권 활성화와 외부 자본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메사 종합 발전 계획Mesa Central Main Plan(2010)’을 발표했고, 2012년 11월에 이르러 이러한 도시 발전 계획의 중심이 될 ‘메사 시티 센터 디자인 컴피티션Mesa City Center Design Competition’을 개최하게 된다. 발전위원회는 “뉴욕의 하이라인, 휴스턴의 디스커버리 그린Discovery Green이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 효과를 냈던 것처럼, 좋은 공공 공간이 메사의 도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공모 배경을 설명했다.
설계지침과 설계공모 진행 과정
이번 설계공모의 당선 팀에는 10만 달러의 상금과 5천만 달러 규모의 실시설계권이 주어진다. 시정부는 이번 공모를 메사 시티 센터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콘셉트 디자인’ 성격이라고 설명하며, 각 설계팀이 제시하는 설계안은 전체 개발 과정의 15%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즉, 당선될 설계안의 디자인 발전, 펀딩funding, 실시 설계 및 시공 등을 포함하는 나머지 85%의 과정에 시정부와 시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듬해 10월, 최종 결선에 진출할 팀을 선정하기 위한 사업수행능력평가서Statements of Qualifications(SOQ) 평가를 진행했는데, 총 18개 컨소시엄이 이 과정에 참여했다. 시에서 요구한 것은 컨소시엄 별 포트폴리오와 더불어 대상지 조사·분석 리포트와 간략한 프로젝트 개요였지만 각 팀은 총 9개로 구성된 설계 원칙―‘상징적인 공원(signature park)의 제시’, ‘도시 맥락과의 연계’, ‘사막 기후에 대한 대응’, 그리고 ‘메사 종합 발전 계획과의 연계’ 등―을 준수해야 했다. 2013년 11월에 이르러, ‘코웰 쉘러 + West 8 + 웨들 길모어’ 팀, ‘오텍 + 메이어/리드’ 팀, 그리고 ‘우드 베곳 + 서피스디자인’ 팀이 최종 결선에 참여할 권한을 얻게 되었다. 심사위원은 ‘상징성’과 ‘기후에 대한 대응’이 3개 팀을 선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다고 밝혔다.
각 팀은 이후 1차 설계안을 제출하고 5월 21일과 6월 12일 양일에 걸쳐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각 컨소시엄은 1차 설계안에 대한 시민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2014년 8월 28일 메사 아트 센터에서 최종 설계안 발표가 진행되었고, 공모 기간 전체에 걸쳐 온오프라인으로 수렴된 의견과 시민·전문가 심사단의 평가를 종합하여 코웰 쉘러 팀의 설계안 ‘메사 시티 센터’가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메사 시티 센터에 대한 세 가지 계획안
최종 결선에 진출한 오텍 팀은 18에이커에 달하는 대상지 전체를 활성화(개발)하기에 앞서, 이 중 4에이커에 주요 공간 프로그램을 집중시키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리빙 룸 플라자Living Room Plaza’는 마치 주택에서 거실living room이 가족 구성원 모두가 모여 소통하는 공간으로 기능하는 것처럼 메사 시티 센터 개발 대상지 안에서도 활동의 중심이 되는 공간에 집중적인 투자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이는 대상지에 접한 외부 블록들과의 연계가 미진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메사 센트럴Mesa Central’은 세 팀 중 가장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한 설계안으로 각 공간별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우드 베곳 팀은 메사의 지형에서 모티브를 얻어 ‘행어Hanger’, ‘광장Square’, ‘계곡Valley’을 테마로 각기 다른 세 가지 설계안을 제시했는데, 최종 설계안에는 ‘하이드로 룸’, ‘클라우드’, 그리고 ‘워시’ 등, 워크숍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세 안의 요소들이 모두 혼합되어 있다. 시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은 긍정적이나, 완성된 설계안은 좀 더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당선작인 코웰 쉘러 팀의 ‘메사 시티 센터’의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이 설계안에는 애리조나 토착종을 도입한 다양한 성격의 ‘정원’과 겨울에는 아이스 링크로 사용될 수 있는 얕은 웅덩이인 ‘반사 연못’, 그리고 구릿빛의 거대한 패시브 냉각 증발탑passive cooling evaporation tower인 ‘윈드 댄서’가 포함되어 있다. 강렬한 조형성을 가진 ‘윈드 댄서’는 폴크로리코folklórico라는 스페인 민속춤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춤의 형상뿐만 아니라, 패시브 냉각 증발 기술을 도입하여 펄럭이는 치맛자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효과까지 살려내고자 했다. ‘윈드 댄서’는 공모 과정과 최종 평가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어 온 ‘상징성’과 ‘사막 기후에 대한 대응’을 하나의 강력한 디자인 요소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지난 3월 20일에는 메사 시티 센터 디자인의 경제적 측면에 대한 전문가 공청회가 열렸다. 경제 효과 분석에 대한 발표를 진행한 HR&A 어드바이저스HR&A Advisors의 캔디스 데이먼Candace Damon은 “메사 시티 센터가 하이라인이나 디스커버리 그린처럼 완성도 있게 마무리 된다면, 향후 지역 경제 부흥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몇몇 시민들은 여전히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향후 사업비 5천만 달러(한화 542억원)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하는 재정적 우려도 있었으며, 디자인을 두고 “멋지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기괴한 UFO가 될 수도 있다”며 윈드 댄서의 과도한(?) 형태와 기능에 대한 의문도 줄을 이었다. 물론 앞으로 주민과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디자인을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을 거치겠지만, 한 메사 시민의 말처럼 “예쁜 그림 이상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으로 메사의 중심에서 이 구릿빛 무용수가 일으킬 바람이 어디까지 퍼져나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Winnig Proposal Mesa City Center
Colwell Shelor + West 8 + Weddle Gilmore
Finalist Living Room Plaza
Otak + Mayer/Reed
Finalist Mesa Central
Woods Bagot + SURFACEDESIG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