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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ive
밀라노의 꿀벌과 생태적 상상력
  • 양다빈
  • 환경과조경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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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TI

 

지난 5월 1일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라는 주제로 ‘2015 밀라노 엑스포Milano Expo 2015’가 열리고 있다. 140여 개국이 참여한 이번 박람회는 건강한 삶을 보장하고, 안전한 음식을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히 제공하며, 그와 동시에 보다 회복탄력적인 지구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방식을 찾고자 기획되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전 세계적 공통 담론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박람회장 한 편에 이러한 주제와는 맞지 않아 보이는 공간이 하나 있다. 이 공간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내부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와 예고 없이 꺼지고 켜지기를 반복하는 불빛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 이례적 공간은 지속가능성, 구체적으로는 식량과 자원을 주제로 한 이번 박람회와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벌통, 그 이상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국가 중 상당수가 기술적·공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 지속가능한 식량 및 자원 공급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에 반해, 영국 팀은 노팅험Nottingham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볼프강 버트리스Wolfgang Buttress의 주도하에 ‘하이브The Hive’라 불리는 거대한 ‘벌통beehive’을 선보였다. 우리가 먹는 곡물과 과일의 3분의 1은 꿀벌의 수분에 의존한다.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만 보더라도 무려 71%가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다. 그 중 사과, 딸기, 양파, 호박, 당근은 90%를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며, 아몬드의 꿀벌 수분률은 무려 100%에 달한다. 그린피스Greenpeace는 전 세계 꿀벌의 노동 가치를 373조 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꿀벌이 수분 작용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가 6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즉, 꿀벌이 사라진 세상에서는 우리 먹거리의 상당수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중요성이 하이브의 모티브가 되었다. 생산자(식물)의 생산자(꿀벌)를 살려야 한다는 아주 간단한 계산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박람회장에서 이와 같은 수치적 내용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버트리스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꿀벌의 수에 대한 위기의식이 대두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경험이 생태계의 상호 관계성과 꿀벌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며 디자인 의도를 설명했다. 하이브에는 숫자와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다. 단지 사람들이 꿀벌의 하루를 체험하도록 할 뿐이다. 


꿀벌의 일상을 경험하다 

벌통으로의 여행은 과수원에서 시작된다. 과일향이 가득한 과수원을 지나고 나면, 야생화로 가득한 초지를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눈높이만큼 높게 자란 야생화가 가득한 길을 따라 걸으면, 마치 꽃 속에서 꿀을 채취하는 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직선 구역을 지나면 ‘벌들의 춤’ 구역이 나온다. 사람들은 직선으로 날지 않는 벌꿀처럼 잠시나마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지그재그로 이동하며 벌통(하이브)에 도달하게 된다. 32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하이브에는 총 169,300개의 부품이 사용되었다. 대부분의 부품이 철골 구조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철골 구조의 거대함에 이끌려 내부로 들어온다. 그러나 버트리스는 이런 물리적 요소보다 내부에서 들을 수 있는 청각 신호와 볼 수 있는 시각적 신호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고 밝혔다. 내부를 향해 소리와 진동을 전달하는 다수의 스피커는 노팅험의 한 벌통에 설치된 센서와 연결되어 있다. 실제 꿀벌들의 신호 체계에 대한 분석과 진동 정보가 혼합된 정보가 밀라노의 하이브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변환되어 전달된다. 내부는 물론 외부를 밝히는 수천 개의 LED 전구 또한 노팅험의 벌통에서 꿀벌들이 만들어 내는 작은 진동에 반응한다. 전구 하나하나가 꿀벌 수백 마리의 움직임을 시시각각 전달하여 발광하는 것이다. 사실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것과는 전혀 다르기에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정말 꿀벌과 대화하는 것이냐”며 신기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귀가 간지럽다며 서둘러 빠져나가는 사람도 있다. 자꾸 깜빡거리는 전등을 보고 “고장난 것 아니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많다. 버트리스는 “이렇게 생물의 생명력을 과학과 예술을 통해 인간에게 전달하려는 시도가 잘 전달되지 않을 수도, 무의미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지금 저 멀리 수천 마일 떨어진 노팅험의 벌꿀이 모두 멸종된다면, 이곳 밀라노(의 하이브)에도 아무런 생명의 흔적이 없을 것”이라며 하이브가 꿀벌의 존재가 갖는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길 바랐다. 


아인슈타인은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도 멸종하게 될 것이다”라며 꿀벌이 전 지구적 환경과 인류를 존속시키기 위해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꿀벌의 수가 20~40% 감소하고 등 세계 도처에서 벌꿀의 밀도가 갑자기 감소하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관련분야의 과학자들은 해결책을 품종 개발 등의 기술 개발에서 찾고 있지만, 여러 환경 단체는 기후 변화, 농약 중독, 밀집 사육 등 꿀벌의 생장 및 활력에 영향을 주는 원인을 먼저 해결하지 않는 이상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분명 원인은 복잡하고 해결책은 불분명하다. 영국 팀은 하이브를 통해 공기알만한 크기에 불과한 꿀벌이 전 지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6개월이 지난 시점에 하이브를 경험한 수많은 ‘인간 꿀벌’들의 크고 작은 생태적 상상력이 전 지구적인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 이번 박람회는 10월 31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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