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경기사 국가기술자격시험의 필기 합격률이 역대 최저 기록인 6.1%로 집계돼 조경계에서 조경기사자격제도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조경기사 시험의 저조한 합격률에 대한 우려와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지난 6월 18일 한국조경사회(회장 황용득)는 코엑스에서 열린 ‘2015 대한민국 조경박람회’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조경기사 국가기술자격시험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시험의 난이도뿐만 아니라 자격증의 실효성, 교육과 시험 문제 간의 괴리, 자격 인증 방식 등 자격시험과 관련해 산업과 교육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제기하며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개진된 내용은 한국조경사회에서 취합·정리해 조경기사 국가기술자격시험을 운영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제출할 예정이다. 본지는 문제의식을 폭넓게 공유하기 위해 이번 공청회에서 다뤄진 내용을 지면에 옮긴다.
기사 제도의 현황과 문제점
발제 김태경 강릉원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한국조경사회 부회장
자격증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자격을 인정하여 주는 증서’다. 현재 조경기사 국가자격시험 제도는 맨 밑에 기능사, 그 위에 (산업)기사, 기술사 순으로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세 자격을 갖춘 전문가들이 직능을 상호 보완하는 구조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기능사와 기술사 중간에 위치하는 조경기사의 자격시험 접수 및 응시자 현황을 살펴보면, 응시자 수가 2010년을 정점으로 해서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2014년의 응시자 수는 2008년도의 수준이다. 지금 추세로 보면 앞으로 조경기사 자격시험의 응시자 수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경기사 자격시험 합격률도 마찬가지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된 작년도 필기 합격률 6.1%에 실기합격률(최대 40%)을 적용하면, 2014년 조경기사 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자의 약 2.44%만 최종적으로 조경기사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107개의 국가기술자격시험 평균 필기 합격률이 36.4%인 것과 비교하면 조경기사 자격시험의 필기 합격률은 현저하게 낮다. 게다가 2014년도 조경기사 응시자의 최종 합격률은 사법고시 합격률(2.74%, 총 7,428명 지원, 205명 합격, 출처: 법무부), 외교관후보자 합격률(5.90%, 총 559명 지원, 33명 임용, 출처: 정책브리핑), 행정고시 합격률(3.13%, 총 13,700명 지원, 430명 합격, 출처: 안전행정부)과 비교해도 가장 저조하다.
이 현상을 종합해서 보면, 응시자가 자격증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다보니 합격률이 낮아지고, 이로인해 또 다시 조경기사 자격시험에 대한 관심이 저조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타 분야의 국가기술자격시험에 비해 유독 조경기사 자격시험의 합격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크게 시험의 난이도와 시험의 출제범위 두 가지를 검토해 볼 수 있다. 자격시험의 난이도는 조경 내부의 문제이므로 다른 분야와 비교할 수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반면 시험 출제 범위는 인접 분야와 비교해 형평성을 가려볼 수 있다. 자연생태복원기사, 산림기사 등을 포함해 조경과 인접한 38개 분야는 필기시험으로 대부분 5개 과목을 보고 있다. 조경처럼 필기시험에 6과목을 치르고 있는 분야는 전체 107개의 국가기술자격 중 6개 밖에 없는데다가 조경기사의 필기 합격률 또한 평균(36.4%)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조경사회는 학생, 실무 종사자, 교수 등 총 403명을 대상으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조경기사 시험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필기과목 조정 필요성, 적정 필기과목수, 필기과목의 실무적합도 등을 질문한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가 필기과목수를 줄여야 한다는데 동의했고, 조경 계획, 조경 설계, 조경 식재 등의 과목이 실무와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조경사, 조경 관리 등의 과목이 실무와 관련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기타 의견으로는 ‘필기시험의 난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실무와 관련성이 높은 과목 위주로 필기과목을 선정해야 한다’, ‘유사 과목과 통합할 필요가 있다’, ‘시험 출제 범위가 넓은 것에 비해 너무 세분화된 문제가 나오고 있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국가기술자격에 대한 이해와 발전 방안
발표 김규섭 한국산업인력공단 선임연구원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실무에서 요구하는 업무 능력은 차이가 많다. 국가기술자격 시험은 교육과 현장, 양쪽의 요구를 모두 반영할 수밖에 없는데 교육과 현장의 극심한 괴리 때문에 국가기술자격의 의미와 필요성이 퇴색하고 있다. 최근 조경기사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에게 기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이유를 물어보면, 80% 이상의 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에서 가산점을 받기위해서라고 응답했다. 자격제도의 취지와 실제 활용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만약 국가기술자격시험이 출제자가 한자리에 모여서 다함께 출제하는 방식으로 치뤄진다면 출제자들이 실무와 관련성이 적거나 지엽적이라고 공감하는 문제는 필기시험에서 제외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자격시험은 문제 은행 방식이기 때문에 문제가 임의로 추출되어 출제된다. 기본적으로 모든 필기 문제의 난이도나 출제 경향을 제어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처럼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인증하고 있는 국가자격 제도는 기본적으로 공급자(수험자) 위주의 형태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이하 NCS(산업현장에서 직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 기술, 소양 등의 내용을 국가가 산업부문별·수준별로 체계화·표준화한 것)1과 신자격 제도(과정평과형 자격제도2, 일학습병행제도3)가 도입되면서 국가기술자격은 최근 4~5년 전부터 수요자(현장 활용자)의 요구 사항에 맞추어 현장성 및 통용성을 갖춘 인력을 선별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검정형 자격은 실무 능력을 실제로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처럼 산업 현장에서 개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려는 것이다. 물론 어느 날 갑자기 검정형 시험을 전면 폐지하고 NCS에 따른 신자격 제도를 바로 적용할 수는 없고, 유예 기간을 두고 공지가 될 것이다. 이렇게 실무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에 따라 앞으로 5년 안에 실무 능력과 관련성이 부족한 검정형 시험 문제는 점점 퇴출되고 모든 실무 현장에서 표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문제로 구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