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잘 됐네요.” 올 여름 대중적 성공을 거둔 영화 ‘암살’에서 우리의 아름다운 주인공 안옥윤(전지현 분)은 경성 암살 작전을 듣고 이렇게 말한다. 이 대사에서 경성은 커피라는 것을 마실 수 있는 곳, 즉 근대화된 도시를 의미한다. 그녀는 아기 때 유모의 품에 안긴 채 만주에 온 후 간도 학살을 목격하고 독립군의 명사수가 되었다. 그녀가 처음 접하게 될 경성의 낯선 근대 풍경은 영화에서 어떤모습일까.
1930년대의 경성은 일본이 식민지 조선을 통치하기 위해 정치, 경제, 종교, 군사, 교육의 중추 기능을 집중시킨 도시다. 1940년 조선총독부의 외주로 만든 영화 ‘경성’은 경성의 하루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당시의 실제 풍경을 볼 수 있다. 새벽에 기차가 경성역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다큐멘터리에는 활기찬 일상과 화려한 본정의 밤거리가 담겨 있지만, 지배자의 시선으로 대상화한 경성 풍경이 주를 이룬다. 최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몇 편 발표되었지만 당시의 풍경을 엿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영화 ‘암살’은 1910년대의 손탁 호텔부터 영화 속 주요 배경인 1933년의 경성역, 미쓰코시 백화점과 선은전 광장, 명치정과 아네모네 카페, 서소문거리와 주유소를 비교적 세심하게 재현하고 있다. 남산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추격신사이로는 만리재와 경성역의 원경까지 볼 수 있다. 선전용 영화가 아니면 엽서나 사진 같이 박제된 이미지로만 접했던 근대 태동기의 풍경이 담겨 있다.
서영애는 ‘영화 속 경관’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겨레 영화 평론 전문 과정을 수료했다. 조경을 제목으로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영화를 삶의 또 다른 챕터로 여긴다. 영화는 경관과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계 맺는지 보여주며 인문학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텍스트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