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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스케이프] 더 랍스터
기묘하거나 현실적이거나
  • 환경과조경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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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랍스터 한 장 주세요.” “네? 더 셰프 아닌가요” “아뇨, 랍스터요, 랍스터!” “다시 확인해주세요.” 셰프와 랍스터, 연관 단어이긴 하다. 어제 퇴근길, 며칠째 유난히 지치고 힘든 이유를 가을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언가 다른 처방이 필요할 것 같아 극장으로 향했다. ‘보고 싶은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내 뜻대로 안 되는구나’하고 좌절하는 순간 주변의 다른 극장과 헷갈린 것을 깨달았다. 나라 구하는 심정으로 서둘러 달려가 보니 관객석에는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이 너덧 명 드문드문 앉아 있었다. 고백건대 ‘더 랍스터’를 선택한 건 순전히 포스터 때문이다. 어떤 영화인지 아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접한 포스터는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다웠다. 황량한 갈대밭 사이로 다급하게 어디론가 달려가는 두 사람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여자는 남자의 손을 두손으로 꼭 붙잡고 있다. ‘사랑에 관한 가장 기묘한 상상’이라니, 대체 어떤 영화일까. 극장에서 그다지 오래 상영할 것 같지 않고 이 원고가 실린 후에도 일부러 영화를 찾아보는 이가 열 명이 채 안 될 것을 확신하므로 그 내용을 낱낱이 소개할까 한다. 혹시 나처럼 포스터에 순간적으로 영혼을 뺏겨 영화를 보게 될지 모를 아홉 명은 여기서 멈추시기 바란다.

 

 

서영애는 ‘영화 속 경관’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겨레 영화 평론 전문 과정을 수료했다. 조경을 제목으로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영화를 삶의 또 다른 챕터로 여긴다. 영화는 경관과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계 맺는지 보여주며 인문학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텍스트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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