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끝나지 않은 논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은 물리적 공간으로는 광주에 머물지만 과업의 범위는 광주를 넘어 대한민국, 아시아와 전 세계를 포괄하는 거대 사업이다. 시간적으로는 일차적으로 2004년부터 2023년까지 20년간,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질 장기 프로젝트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광주 문화수도’, ‘충청도 행정수도’란 선거 공약을 내놓았다. 이때 건국 이래 국가가 주도하는 가장 큰 문화 프로젝트로 광주사회에 던져진 소위 ‘문화도시’라는 거대 담론은 다양한 형태로 논란을 야기했다. 그동안 중앙이냐 지방이냐, 순수(문예)냐 현실(산업)이냐, 운동적 선명성이냐 관제 기관이냐, 포섭/편승이냐 배제냐, 부처 현안 사업이냐 국가 균형 발전 사업이냐, 외부적으로 주어진 것이냐 자생적인 것이냐, 지상이냐 지하냐, 랜드마크가 되는가, 문화 향유 시설을 늘려야 한다, 그래도 기대해 볼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등 정말 말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으로 당선된 노무현은 국정의 총책임자로서 광주의 아픔과 도시가 지닌 문제점들을 총괄한 조성 사업의 종합계획을 대국민보고회를 통해서 확정함으로써 이 논란은 일단은 종결된 듯했다.1
그러나 이후에도 도시적 랜드마크에 대한 기대, 공연장의 필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sia Culture Centre(이하 ACC)의 운영 체계, ACC 설계 당선작, 주차장, 정권 교체에 따른 관심의 향배, 구 도청 건물의 존치, 주차장문제, 콘텐츠의 미비, 정부 예산의 삭감과 집행 지연, 특별법과 법인화, 계획의 축소와 지연 등 끊임없는 이슈를 낳고 있다. 특히 ‘5월 현장 보존’이라는 명제는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의 수행 방식에 대한 큰 교훈을 남겼다.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선택과 집중인가, 지역 사업인가 문화도시는 참여정부의 정책 목표였던 국가 균형 발전차원으로 자리매김 되면서 질적으로 비약한다. 수도권 집중의 비정상적인 구도를 재편하기 위해 행정수도를 충청도로 옮기고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산업을 선택해 발전 방향을 집중 모색한다는 국가적 차원의 밑그림이 그려지면서, 광주를 비롯한 호남은 21세기형 지식기반 산업인 문화를 매개로 미래 활로를 찾는다는 구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광주 문화수도는 호남의 미래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즉 전국 유일의 문화수도, 일종의 ‘only one' 정책이었다. 그러나 벌써 규모 축소와 독립법인화가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 균형 발전과 호남의 웅도 광주를 살리고자한 원래의 정책적 배려와 의도와는 달리 ‘잘하는지 두고 보자’, ‘돈 먹는 하마’, ‘예고된 재앙’이라는 비아냥이 고개를 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부산에 ‘아시아문화원’을 개설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구체화되어 광주 문화수도가 국가 사업이 아닌 지역의 사업으로 전락해 유일한 사업이 아닌 국가의 여러 문화 사업 중의 하나one of them로 의미가 축소되어 가고 있다.
천득염은 전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문화재위원과 한국건축 역사학회장을 맡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한국의 명원 소쇄원』, 『백제계석탑 연구』, 『한국의 건축문화재』, 『광주건축사』, 『삶의 공간과 흔적 우리의 건축문화』, 『인도 불탑의 의미와 형식』, 『전남의 석탑』 등이 있다. 그간 대통령직속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 등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과 관련한 일을 많이 했으며, 100여 편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