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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숲,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꿈꾸는 광주
  • 김정은
  • 환경과조경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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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청오

  

10년 만에 완성된 ‘빛의 숲’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11월 25일 공식 개관했다. 2005년 12월, 8개월간의 국제 공모를 거쳐 우규승의 설계안 ‘빛의 숲’이 선정된 이후 10년 만이다. 낮추고 비워 도시의 경관을 끌어안은 획기적인 설계 개념 때문에 떠들썩하게 화제가 되었지만, 지난 10년간 광주에서 드문드문 들려오는 소식은 랜드마크 논란이나 도청 별관 존치 여부, 읍성 유허 보존 등 그 개념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었다. ACC를 둘러싼 내홍을 접할 때면 국내에서 진행되는 많은 설계공모 당선작의 운명이 그러하듯 ‘빛의 숲’이 온전히 구현될 수 있을지 우려스럽기도 했다.

ACC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이 본부로 사용한 옛 전남도청과 경찰청 일대에 자리잡고 있다. 2005년 국제 공모에서 가장 중요했던 요청은 이러한 역사적 현장의 중요성을 공간적으로 드러내고, 바로 그 희생의 자리에서 광주가 과거의 상처를 씻고 아시아의 문화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당선작인 우규승의 ‘빛의 숲Forest of Light’은 광주의 역사를 기리기 위해 채우는 대신 비우는 전략을 취한다.


공간들(건물)은 지하로 들어가고 그 결과 비워진 땅과 건물의 지붕은 시민들의 공원이 되는 것이다. 우규승은 설계설명서에서 “기존의 보행자 가로체계가 연장되어 역사적인 현장과 만나면서 광주 도심에 대규모 시민공원이 조성된다”고 기술했다. ‘빛의 숲’이란 개념은 빛고을 광주光州를 상징하면서 유리 파사드와 천창을 통해 빛을 품고 발산하는 형태로 구현된다. 우규승1은 우리에게는 88서울올림픽선수촌 아파트, 환기미술관의 설계자로 알려진 재미 건축가다. 그는 설계설명서 첫머리부터 시민공원을 ACC의 핵심으로 제시해 건축과 조경의 경계가 없음을 강조한 셈인데, ACC의 조경은 우규승이 평소 함께 작업해왔으며 공모 당시부터 깊게 관여했던 반 발켄버그Michael Van Valkenburgh(MVVA)가 기본설계를 진행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우규승은 88서울올림픽선수촌 아파트에서 인연을 맺었던 정영선(조경설계 서안)에게 조경 설계의 로컬을 제의했다. 서안은 기본설계 단계에서 건축의 로컬인 삼우건축과 희림건축 컨소시엄에 합류했고, MVVA와 서안의 설계팀은 광주와 보스턴을 오가며 설계를 현실화했다.


공간 배치

광주역에서 차로 20여 분쯤 달리면 작은 건물들 사이에 낮지만 눈으로 더듬어 입구를 찾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ACC가 모습을 드러낸다.2 옛 관청 일대 필지를 합쳐 조성된 이곳에는 금남로와 만나는 5.18민주광장과 보존 건물(민주평화교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표면 아래에는 중앙의 아시아문화광장을 중심으로 주요시설(어린이문화원, 아시아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아시아예술극장)이 부지의 생김새대로 자리를 잡았다.

5.18민주광장과 옛 전남도청 한국 민주화 운동의 성지로 불리는 옛 전남도청 앞 광장은 1980년 5월 시민군이 최후의 항전을 준비한 곳이다. 광장 한가운데 남아있는 분수대는 당시 각종 집회의 연단이 되기도 했고 그 주변에서 많은 광주 시민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교통광장이었던 이곳은 5.18민주광장으로 탈바꿈하여 보행자들에게 열린 공간이자 ACC의 주 관문이 되었다. 우규승은 새로운 공간들은 땅 아래에 배치하고 역사의 증인들은 땅 위의 주인공으로 남겼다. 밝은 회색 석재가 깔린 이 광장에는 어찌 보면 촌스러운 파란색 페인트에 회양목으로 둘러싸인 분수대가 옛 모습 그대로 남아 그날의 기억을 소환한다. 반 발켄버그 역시 5월 당시 총격을 당했던 다섯 그루의 나무를 목격자 나무witness tree라고 부르며 광장과 이어지는 보존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조경 요소로 삼았다. 이 살아있는 역사의 상징 외의 부차적인 요소들은 모두 제거하고 나무들이 잘 생장할 수 있도록 토양 조건을 개선했다. 당시 희생자들의 시신을 안치했던 상무관 주변에는 상록수를 많이 심어 차분한 기념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옛 전남도청은 광주의 역사적 기억을 민주와 인권, 평화의 가치로 승화시킨 콘텐츠를 담게 될 민주평화교류원으로 리모델링되었다. 도청 옆 별관 건물은 5.18민주광장과 아시아문화광장을 시각적으로 이어주고 ACC 안팎에서 무등산을 조망할 수 있도록 철거될 예정이었으나, 설계공모 이후 5월 관련 단체 측의 요청으로 남게 되었다.

 

기념과 추념이 늘 엄숙한 것은 아닌 법. 평범한 일상에서 5.18민주광장은 크고 작은 행사가 펼쳐질 수 있는 유연한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돌아왔다. 새로 설치된 바닥 분수는 더운 여름날의 열기를 가라앉히고 그 안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이 공간을 미래를 향한 희망의 공간으로 만든다.

 

 

조경기본설계 MVVA(Michael Van Valkenburgh Associates) + 조경설계 서안

조경실시설계 조경설계 서안 + MVVA, 씨엔조경

건축설계 KyuSungWoo Architects +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발주 문화체육관광부

위치 광주광역시 동구 관산동 등 구 전남도청 일원

대지면적 96,036m2

조경면적 15,091.79m2

건축면적 20,938.67m2

연면적 139,178.87m2

건폐율 21.80%

용적율 11.11%

규모 지하4층, 지상4층

 

최고높이 20.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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