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사사무소 리옹+LOKALDESIGN+신혜원(모나시대학교)+ studio Vulkan Landschaftsarchitektur
긴 세월 동안 한강은 수많은 층위를 남겼다. 각각의 층위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다가도 하나의 공간을 이루는 요소가 된다. 한강에서 한강공원, 올림픽대로, 반포주공1단지까지 연결되는 다양한 층위는 한강과 주거지 사이의 독특한 흐름을 만들었다. 새로 생기는 덮개공원과 공공 문화시설이라는 층위, 그리고 재개발될 아파트의 새로운 단층은 기존의 흐름을 연결하고 확장한다. 우리는 한강에 새로 생겨날 ‘다층의 땅을 바라보는 시선’에 집중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기후 위기에 전면적으로 대응하는 도시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지각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 시대에 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그 의미와 역할은 무엇인지, 현시점에서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계획하고 대응해야 할지 자문하며 다섯 가지 지향점을 제안한다.
다섯 가지 지향점
도시와 자연의 복합: 반포지구는 다양한 자연 요소와 인공 사물이 어우러진 곳이다. 사유지와 공유지라는 성격이 다른 영역이 공존하고 있고, 한강공원 같은 열린 시민 공간이 존재한다. 반포지구의 다양한 요소들을 공존하게 한다면 이곳을 자생력과 공존의 힘을 갖는 복합 서식지로 조성할 수 있다. 새로운 한강공원은 인간의 문화와 자연의 다양한 생물체를 연결하는 유연한 공간이 될 것이다.
다층적 땅, 생태: 땅의 본질인 자연 지반을 최대한 보존해 다양한 생명체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게 한다. 한강공원~들:판~내리:정원 108~수풀원~사이:정원으로 이어지는 자연 지반의 층위는 길과 자연 요소, 경관을 하나로 이어준다. 다층의 땅 위에서 자연 지반과 인공 지반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생하고 공생하게 될 것이다.
통합: 덮개공원은 휴식과 레저 공간이자 새로운 한강의 경관을 제공해 준다. 빗물이 스며드는 정원과 더불어 자연 환기가 가능한 덮개공원과 완충 녹지는 도시와 자연을 매개하고 미세 먼지 저감을 위한 도시 숲이며 도시 열섬 완화를 위한 기반 시설로 기능한다.
협력하는 시민: 다양한 전문가가 협력하는 프로젝트의 설계자는 계획뿐 아니라 조력자와 중재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의 디자인 윤리는 사람과 자연 사이의 깊은 연결을 촉진하며 두 존재의 웰빙을 향상시키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단단한 구조물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이의 공생 관계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디자인에 접근했다. 땅을 존중하고 자연이 번성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시각적 흥미와 더불어 자연에 잠재된 회복력을 이끌어내 지속가능한 생태계, 생물 다양성을 품은 경관을 만들고자 한다.
기억을 담은 복합 문화 공간: 반포주공1단지의 108동은 수많은 사람의 기억을 담고 있다. 홀로 남은 108동은 서울 미래 유산으로서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될 것이다. 108동은 반포지구의 정체성으로서 미래와 현재가 상호작용하는 시민의 장소가 되어 문화와 자연을 연결시킨다.
사이:정원
높이가 다른 아크로리버파크(동쪽)와 디에이치클래스트(서쪽) 사이에 사이:정원을 만들어 두 단지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공원 경계부 양쪽에 밀도 높은 숲을 조성해 외부로부터 시야를 차단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한다. 정원 중심부는 주민 텃밭으로 활용되는 작은 텃밭을 품고 있는데, 이곳은 만남의 장소이자 소통 장소 역할을 한다. 빗물을 모으는 빗물 저금통은 마을 텃밭 이용자와 시민정원사들이 사용할 수 있다. 농막의 역할을하는 파빌리온은 휴식 공간이자 농기구를 저장하는 공간이다. 사이:정원을 지나 신반포로에서 시작해 한강으로 향하는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각 단지의 진입구와 이어진 주요 산책로는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올라가며 숲 라운지를 만들어낸다. 오솔길은 포켓 녹지와 텃밭, 주변 공공 단지를 연결한다.
사이:텃밭
기존 근린공원A의 일부분을 텃밭 정원으로 활용한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다층의 자연 친화적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한다. 빗물을 담는 물 그릇인 텃밭 정원은 생명력 있는 토양 환경을 되살려 미생물과 농작물이 자라나는 건강한 땅을 만들어낸다.
숲:정원
숲:정원은 올림픽대로변에 있는 기존 완충 녹지 흐름을 이어간다. 공원 동쪽에 위치한 숲:정원은 가장자리에 식재가 밀집되어 있고 중앙으로 갈수록 나무의 밀도가 낮아져 분위기가 밝아진다. 빽빽하게 나무가 심긴 이곳은 도심의 피난처다. 정원에는 숲속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작은 산책로가 있다. 황토길은 맨발로 걸으며 주민들이 편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으며, 산책로는 주변에 흩어져 있는 다른 정원들과 연결된다.
신반포로에서 사이:정원으로 이어지는 주요 공원 산책로는 숲속으로 스며들며, 장애인도 다닐 수 있는 완만한 경사의 곡선 길은 아크로리버파크 단지로 이어진다. 나무가 우거진 숲:정원은 물리적인 개입이 아닌 친환경적 요소로, 언덕과 나무를 통해 올림픽대로의 소음과 먼지를 차단한다. 숲:정원의 중심부이자 가장 높은 곳에는 108동 건물과 내리:정원의 입구가 위치하며, 한강으로 향하는 산책로의 진입 역할을 한다.
내리:정원 108
뼈대만 남은 108동을 공원 일부로 활용한다. 부분적으로 남겨진 108동은 3개의 서로 다른 층을 이어주는 수직 축의 중심이 된다. 신반포로에서 이어지는 공원 산책로는 완만한 경사를 통해 1층에 도달하며, 이는 아파트 단지의 진출입로와 같은 높이다. 산책로와 단지 출입로가 만나는 위치에 숲 광장을 조성한다.
108동 둘레의 폭을 3m 더 넓혀 선큰 정원을 조성한다. 정원은 문화시설이 위치한 지하층에 채광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지하층에는 주거 역사 전시장과 108 카페, 화장실 등 이용객을 위한 문화시설을 만든다. 108동의 기존 계단을 이용해 지하층과 연결하고, 동쪽에는 108동 외벽 입면과 5층까지의 주요 구조를 존치해 엘리베이터를 통해 공원 이용객들이 자유롭게 지하층과 덮개공원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108동 수직 동선인 엘리베이터와 브리지는 한강으로 접근하는 최단 거리를 만든다.
덮개공원, 들:판
올림픽대로 상부에는 덮개공원, 들:판을 조성한다. 한강 전망을 가리지 않도록 낮은 높이의 그라스 정원을 계획했다. 들:판의 가장자리에는 안전을 위해 나무를 식재하고 이를 위해 토심을 상대적으로 깊게 확보했다. 들판의 중심부는 목초지로 구성하고, 나무와 바위로 그늘이 드리우는 쉼터로 조성한다.
덮개공원은 건조 지역과 습한 지역, 탁 트인 초지와 조밀한 관목 등 대비되는 특성을 가진다. 공원 산책로는 들:판 위 브리지로 연결되며, 들:판을 거쳐 한강으로 이어지는 동선이다. 보조 동선으로 마련된 자갈길은 목초지 중심을 지난다. 비가 올 때 오목한 지형을 따라 가운데로 빗물이 모이면서 건천을 만들어 낸다. 이 지점에 북쪽의 한강과 남쪽의 공원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쉼터와 휴식 플랫폼들을 배치한다. 엘리베이터, 계단, 경사로의 세 가지 방법으로 덮개공원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덮개공원과 한강공원을 엮는다.
들:판 나들목
반포한강공원과 사래섬, 들:판의 교차점에 위치한 들:판 나들목은 들:판의 주요 수직 동선과 연결되고 한강과의 높이 차를 극복한다. 한강 진입 공간이자 한강변, 서래섬, 들:판 세 녹지대의 중간 지점인 나들목은 다양한 이용자와 프로그램을 수용한다.
한강변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 차량 통행로에 접한 개방형 광장은 바닥 포장으로 주변과 구분하고, 들:판의 도착 지점이 자연스럽게 반포한강공원의 일부로 편입되도록 한다. 기존 올림픽대로 하부를 통과하는 반포안내센터 나들목, 서래섬 나들목 사이에 위치한 들:판 나들목은 녹지를 통해 한강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나들목 유형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