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혼탑 일대는 청주 도심 생활권을 관통하는 문화벨트의 주요 지점에 있으며, 명심산과 운천공원을 연결하는 남서 녹지축과 무심천의 접점에 위치한다. 청주는 산과 강, 청남대 등 오픈스페이스 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보이지만 공원 등 녹지 비율은 낮다. 도심 외곽은 산업화와 환경오염의 여파로 숲이 감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민의 여가를 위한 공간뿐 아니라 생태적으로 건강한 녹지가 필요하다.
설계 방향
충혼탑 일대는 도심 속에 숨어 있는 추모 공간으로만 존재하기보다는 도시민과 더불어 호흡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공원 기능을 함께 해야 한다. 추모 공간과 공원이 서로 분리된 형태는 일상의 공원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넓은 추모 공간 한편에 공원을 마련하거나 공원 한쪽에 추모 공간을 만드는 방식은 추모와 일상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발상이다. 하나의 공간이 추모의 장소인 동시에 일상적 공원으로 기능할 수 있는 ‘더블메모리얼’을 제안한다.
콘셉트
이 공간에서 추모 대상과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대상은 위패로 모신 희생자 개개인과 한국 전쟁 등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이다. 방식은 특정한 날에 진행되는 공식적 추모와 시민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상적 추모다. 공식적 추모는 충혼탑과 파크 센터를 중심으로 추진되도록, 일상적 추모는 공원 전반에서 물, 벽, 수로, 길 등을 통해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충혼탑이 일상 공원의 기능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모든 순간을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도록 공원 경계부에 열린 공간을 배치했다. 풍치가 단정하고 울창한 숲 속에 자리한 열린 공간은 가족들이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잔디밭,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얕은 물, 홀로 앉아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사색에 빠질 수 있는 잔디 언덕, 천천히 산책하며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는 산책로로 구성했다.
* 환경과조경 420호(2023년 4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