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의 여의도공원, 고건의 월드컵공원, 이명박의 서울숲과 청계천, 오세훈의 DDP, 박원순의 서울역고가에 이르기까지, 민선으로 자치 단체장이 선출되기 시작한 이후 ‘대형 공원’ 조성은 단체장의 대표적 치적 사업이 되었다. 당연히 임기 내 완공이 필수적이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중도 사퇴하여 ‘서울시장 = 대형 공원 임기 내 완공’의 공식이 깨졌을 뿐이다. 그러나 최초의 국가공원의 지위를 부여받은 용산공원은 공원화 구상이 발표된 지 10여 년이 흘렀건만 (한미연합사 잔류 문제 등으로 인해) 아직 정확한 부지 면적조차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규모라면 여느 대형 공원 못지않은데 말이다. 물론 대상지가 안고 있는 난제가 여타의 공원과는 비교 불가능한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미군이 여전히 남아 있다. 불도저식 빠른 개발이 아니니 다행이라고 여길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확고하고 체계적인 큰 그림에 따라 여유 있게 진행되고 있다기보다는 돌발 변수때문에 일정이 늘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쉽지 않은 길이다.
그럼에도 ‘용산기지 공원화 구상’(2005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2007년), ‘용산공원 아이디어 공모’(2009년), ‘용산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2011년 고시),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2012년) 등을 거치며 용산공원 프로젝트가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2016년에는 종합기본계획에 이어 두 번째 법정 계획인 ‘공원조성계획’의 수립이 예정되어 있고, 이는 2017년에 최종 승인 및 고시된다. 정부가 공원 완공 시기로 발표한 2027년까지 어떤 다른 변수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특별법까지 제정된 만큼 사업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다.
더딘 진행이 호재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시민 참여와 운영·관리 방안이 바로 그중 하나다. 어쨌거나 시간적 여유가 생겼으니 말이다. 2012년 국제공모 이후 열린 ‘용산공원 시민사회 대토론회’(1차: 2012년 10월 30일, 2차: 2013년 3월 15일)에서 시민 참여와 운영 방안에 대한논의가 있었지만, 조성 계획은 여전히 중앙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시민 사회와의 소통도 그리 원만해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정보가 공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계획 변경―한미연합사 잔류 및 지하철역위치 이전 등―이 이루어지는 중이며 공원의 기능과 면적도 축소될 가능성이 잔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