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외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는 수평이 맞는 평평한 상태의 공간이다. 물론 약간의 경사가 있는 환경이 더 흥미로울 때도 있지만. 경사가 있는 외부 공간을 수평으로 만들어 사용 가능한 땅을 더 확보하는 방법은 옹벽을 세워서 그 앞의 공간을 늘리는 것이다. 이때 옹벽이라는 구조물이 쓰인다.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만들기 위해 일정 깊이로 땅을 파고 콘크리트 등의 견고한 구조물을 땅 속에 단단히 고정시킨 후, 그 위에 벽을 세워서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 주는 방법이다. 옹벽은 공정이 복잡하므로 공사에 사용할 수 있는 땅이 충분할 때 가능하기 때문에 장소가 협소하거나 토압으로 인한 구조적인 위험이 있는 공간에서는 사용하기가 번거롭다. 그래서 조경 분야에서 소규모 경사를 처리할 때는 자체의 중량만으로 토양의 압력을 받아내는 자연석 쌓기를 많이 사용한다. 시내 어디에서든 경사가 조금이라도 있는 곳이면 이 기법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돌과 돌 사이에 석간수라고 불리는 나무를 식재하기 때문에 회색의 콘크리트 옹벽보다 사랑받는 듯하다. 왜 그런 것일까 생각해보면 아마 자연스럽다는 게 그 이유일 것이다. 인공의 대명사인 콘크리트와 대척점에 서 있는 자연의 상징인 돌이라는 소재에 초록의 나무까지 곁들일 수 있으니 그 자연스러움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자연 소재의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자연 소재의 나열이 자연스러움에 대한 미학적인 정당성을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