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폐기물 처리 시설이다. 향후 공원화 사업이 완료되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초대형 오픈스페이스가 탄생하게 된다. 매립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최초의 사례로는 대구수목원이 있지만, 수도권매립지는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선다. 청라, 영종, 김포 신도시에 둘러싸인 이 어마어마한 땅은 오픈스페이스를 통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차를 타고 돌아본 수도권매립지의 얼굴은 참 다양했다. 느긋한 오후를 즐기는 골퍼, 산책 나온 시민, 수영장 주차장의 차, 분주하게 식물을 다듬고 있는 정원사, 황량한 황톳빛 차폐막을 뚫고 선 가스 배출관, 아스라이 보이는 청라 신도시의 초고층 건물, 드문드문 흩어진 서해의 섬들. 무엇보다도 문명과 물질과 욕망의 역사가 농축된 이곳이 생태적으로 가장 온전한 보석이라는 아이러니가 초현실주의적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었다. 인간의 역사를 되돌려가는 자연의 힘이 느껴졌다.
강성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감사실장(전 문화조경사업처장)은 자연의 힘을 실험하고 있는 조경가다. “수도권매립지 간척 후 생태계 변화 및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관리 방안 연구”라는 조경학 박사 논문을 쓰기도 했다. 조경을 단순히 흉물을 가리고 치장하는 녹화 업무로 한정하지 않고, 문화의 축이자 생태계의 프로세스로 전망하는 전문가가 수도권매립지의 재생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대부분의 조경인에게 수도권매립지는 아직 낯선 땅이다. 그가 바친 젊음, 프런티어로서의 모험심과 기술인으로서의 경륜, 미래지향적 비전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커다란 녹색의 감흥과 곧 다가올 창조적 재생의 기회를 영영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6호(2018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와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했으며,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