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는 세상은 실제 세상과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프레임으로 주변이 모두 가려져 제한된 대상만 보게 되어 생기는 현상이겠지요. 아주 잘 만든 가상 현실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아니면 여행객이 되어 우리가 사는 모습을 구경한다는 착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한발 물러서서 세상을 보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세계를 객체화된 대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작년 늦가을이었습니다. 회의가 있어 안산시에 갔다가 경기도미술관에 잠깐 들렀습니다. 미술관에 도착하니 막 문을 닫을 시간이었습니다. 겨우 입장을 해서 작품들을 서둘러 둘러봤습니다. 좀 일찍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생각하며 출구 쪽으로 향하는 바로 그때, 창밖으로 아주 멋진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하늘을 품은 얕은 수반과 세로로 줄긋기를 한 듯한 검은 기둥들의 실루엣, 거기에 이런 풍경을 배경으로 걸어가는 사람들까지. 마치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 페이지를 펼칠 때 배경 음악이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얼른 카메라를 꺼내 들었습니다. 뭔가 새로운 느낌이 들 때마다 자동으로 나오는 반응이지요. 그리고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저쪽 끝에서 어떤 분이 걸어오시네요. 조형물과 겹칠 때를 기다렸다 셔터를 살짝 눌렀습니다. 이번 사진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사진을 찍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또 사람마다 그 이유가 조금씩 다를 겁니다. 그럼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기록이 목적이지만, 다른 이유를 찾자면 사진을 통해 세상을 좀 다르게 보고 싶어서인 것 같습니다. 익숙한 모습을 다르게 볼 때가 참 흥미롭거든요. 세상을 뭔가 다르게 찍는 게 재미있습니다. 뷰파인더로 보는 세상, 그래서 즐겁습니다.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실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