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이 계단식 앉음벽의 층계를 뚫고 나온 듯한 모습이다. 계단식 앉음벽의 형태를 최대한 연속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수목 보호대를 계단의 형태 그대로 만들어 덮었다. 즉, 계단식 앉음면의 세 면을 파내고 그 공간에 수목을 식재한 후, 계단 모양의 뚜껑을 덮은 디테일이다. 일반적인 경우, 나무가 식재된 주변의 단을 들어올려 플랜터 벽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진의 장소에서는 계단의 조형적 형태를 부각하기 위해 독특한 플랜터 디테일을 만들었다. 계단과 같은 재질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수목 보호대에는 통기구들이 가늘게 뚫려 있고, 업라이트 효과를 위한 조명 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계단의 형태 변형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목이 위치한 구멍을 작게 만들었지만, 그 구멍의 중심은 계단 디딤면이 아닌 수직면에 정렬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수직면과 이에 인접한 위아래 디딤면을 관통한 듯한 형태가 되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재미있는 제안이지만, 한편으로는 계단 수직면의 구멍으로 전기 배선이나 콘센트 등 숨겨 놓은 설비와 구조 내부의 모습이 눈높이에서 보여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로 보이기도 한다.
장소를 조금 이동하자 약간 다른 모습의 계단식 수목 보호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원리는 동일하지만 수목 보호대가 놓인 위치가 계단식 앉음벽이 아닌 일반 계단이기 때문에 보호대의 형태도 이에 동화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디딤면과 수직면의 크기가 앞의 사례보다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에 계단 수직면에 위치한 구멍 또한 작아져, 계단의 형태를 유지하려는 본래의 디자인 의도를 보다 잘 전달하고 있다.
안동혁은 뉴욕에 위치한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활동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 등록 미국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현재 회사에 8년째 근무하면서 Philadelphia Race Street Pier, 부산시민공원, London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Hong Kong Tsim Sha Tsui Waterfront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1호(2017년 7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