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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탐독] 문화로 식물을 읽을 때
  • 환경과조경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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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300년 즈음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 테베 지역 센네젬 가문의 묘에서 발견된 벽화에는 밀과 아마를 키우고 수확하는 장면이 나온다.

 

식물을 그리지 않은 구석기 시대

구석기 시대의 선조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가 있다. 벽화 속에는 소와 산양 등 주로 사냥감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실적 표현이라기보다는 간결한 선과 색으로 표현된 일종의 상징 예술이다. 고고학자들은 아마도 구석기 시대부터 동굴의 벽이나 동물의 뿔과 뼈에 이렇게 전문적으로 그림을 새겨 넣는 작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이상할 정도로 식물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은 2013년 대영박물관에서 전시된 질 쿡Jill Cook의 ‘빙하시대의 예술: 현대적 감성의 출발Ice Age Art: Arrival of the Modern Mind’에서도 증명됐다. 구석기 시대의 여인상을 비롯한 수많은 조각물에서도 식물을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여기에 대해 전문가마다 주장이 다르다. 하지만 구석기인에게 식물은 지금과 다른 의미였을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즉 동물이 식량이며 잡아야 할 어려운 대상이었다면, 식물은 이런 목적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산, 돌, 구름과 같은 자연의 현상으로 여겨졌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들이 하늘, 태양, 구름, 산을 그리지 않았던 것처럼 식물도 환경이었을 뿐, 먹고 살아감의 대상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런 관점에 엄청난 변화가 찾아온 건 그로부터 5천 년이 지나서다. 이 시기는 인류가 수렵에서 농경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었던 때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기원전 2,500년 경, 이때부터 식물은 인류에게 풍요와 부활의 상징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그림과 조각은 물론 신화의 세계로까지 깊숙이 파고든다. 기원전 1,300년 즈음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 테베 지역 센네젬Sennedjem 가문의 묘에서 발견된 벽화에는 밀과 아마를 키우고 수확하는 장면이 나온다. 벽화는 씨를 뿌리고 잎과 꽃을 틔우는 식물의 일생을 파노라마처럼 상세하게 보여준다. 그만큼 식물을 키우는 일이 중요했다는 증거다. ...(중략)...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리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시골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 환경과조경 351호(2017년 7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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