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시작된 ‘공간 공감’이 총 36회에 걸친 연재를 마무리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이미 작년 겨울에 ‘좋은 공간감은 무엇인가’란 주제로 한 차례 좌담회를 개최(본지 2015년 12월호 수록)했기에, 이번 좌담회는 의도적으로 묵직한 주제에서 좀 벗어나 보고자 했다. 그래서 선택한 방식은 두 가지 질문 던지기.
지난 11월 11일, 본지 사무실에 모인 필자들은 테이블 위에 놓인 지금까지의 연재물을 살펴보며 편집진이 준비한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지난 답사를 반추하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첫 회의 프롤로그 이후 필자들이 함께 둘러 본 ‘이태원(상업 시설 건축물 외부 공간), 무교공원, 성곡미술관, 대학로, 서울시립대학교 캠퍼스, 연남교 교차로, 메리츠타워, 책테마파크, 백남준아트센터, 지앤아트스페이스, 웅진싱크빅 옥상정원, 파주 환경과조경 사옥(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서초동 삼성출판사 공개공지, 합천영상테마파크, 서울대학교 미술관, 양재동 꽃시장, 석파정, 알토사옥 옥상정원, 창덕궁 후원, 박수근미술관, 명동성당, 홍익대학교 중앙광장, 알뜨르비행장, 제주 주택, 제주도립미술관, 부르델 정원, 국회의사당 사랑재, 커먼그라운드, 아파트 외부 공간, 정독도서관, 서석지, 연남동 골목길, 화담숲’ 등 서른 세 곳의 답사지가 때로는 주연으로, 때론 조연으로 등장했다.
프롤로그와 작년 겨울의 좌담회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총 서른 세 곳을 둘러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과 마무리하는 소회를 들려준다면?
정욱주:서른 세 곳을 답사하며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 모임은 ‘작은 공간 연구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도시를 빛내주는 보석 같은 공간을 답사하고 다섯 명의 조경가가 토론을 벌여 발전의 기회로 삼자는 구상이었다. 절묘한 시점에 『환경과조경』에 꼭지가 만들어져서 ‘공간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매번 답사 장소를 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우리 도시에 보석 같은 공간이 넘칠 정도로 많지 않다는 방증일 수 있고, 무엇이 좋은 장소인가에 대한 물음에 쉽게 대답하지 못한 이유일 수도 있겠다. 합의를 통해 선정한 장소들은 소위 대중이 ‘조경이 잘 되었다’라고 인식하는 공간과 일치하지는 않았다. 연남교 교차로나 양재동 꽃시장은 조경이라는 단어와 연결 짓기 힘든, 다른 룰에 의해 발생한 곳이었고, 홍익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창덕궁은 시간의 힘을 빌려 자연이 연출을 맡은 공간이었다. 때로는 커먼그라운드나 합천영상테마파크처럼 비일상적인 장소도 선정되었다.
공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에 남는다. 그중 다양한 생각을 일으키는 차원에서는 제주의 알뜨르비행장을 꼽을 수 있다. 경관의 독특함, 거칠지만 매력 있는 질감, 다음 세대가 다듬어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 등 장소와 설계자가 교감할 수 있는 것들이 풍부한 공간이라 생각됐다.
박승진:무엇인가를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때때로 힘든 일이다. 시간도 흐르고 나도 흐르고. 그래서인지 세월의 속도를 체감하는 것은 정작 어떤 시점이 한참 지나서야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토론의 질문이 무엇이었던가. 개인 사정으로 답사를 함께 하지 못한 몇몇 곳들을 제외하더라도 대략 서른 곳쯤? 그중에서 어느 한둘을 골라 무언가를 반추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개별 장소에 대한 공동 필자들의 리뷰는 그간의 글에서 충분히 피력되었을 터. 다만 연재를 종료하면서 아쉬운 점을 들자면, 독자들의 리뷰를 답사 현장에서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는 점이다. 먼 곳에 있거나 특별한 허락을 받아야 방문이 가능한 소수의 장소는 빼더라도 홍익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 서울대학교 같은 대학 캠퍼스를 비롯해 명동성당, 연남동 골목길 같은 곳들 말이다. 나중에라도 특별 이벤트로 기획을 추진해 볼 것을 제안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44호(2016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이 연재를 위해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대학교 정욱주 교수와 서울시립대학교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하여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이들은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며, 2014년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유쾌한 답사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