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과 인연을 맺은 건, 5년 전 사무실을 연남동으로 이전하며 살던 집도 함께 옮기면서부터다. 평소 좁은 골목길을 다니며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연남동은 너무 좋은 ‘나만의 놀이터’ 같은 곳이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골목을 누비고 숨어 놀던 기억이 떠오른다. 다른 동네의 아이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연탄재 싸움을 하던 장면도 생각난다. 나뿐만 아니라 골목길은 많은 사람에게 추억거리일 것이다. 골목길은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성과 다변성을 지니고 있고, 이는 궁금증을 유발해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실제로 골목길은 공간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기도 한다.
연희동에서 분리된 연남동(延南洞)은 1970년대에 연희동의 남쪽에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도시 정비 계획이 잘 이루어져 주택과 주택 사이에 그리 좁지 않은 골목길들이 있다. 연남동 골목길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계기는 ‘경의선숲길’ 조성이었다. 이전엔 경의선 철길로 인해 동네가 단절됐을 뿐만 아니라 소음과 공해도 발생해 좋지 않은 요소로 여겨졌다. 하지만 경의선숲길이 조성된 후 동네는 서로 연결되어 사람들을 소통하게 만들었고, 소음과 공해 대신 좋은 공기를 마시며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게 됐다. 연남동에 오아시스가 생긴 것이다(이곳은 현재 연트럴파크라 불리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주변 주택가도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하거나 건물을 새로 짓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압구정 가로수길, 혜화동 거리, 성수동, 이태원 경리단길처럼 연남동에도 예쁜 카페와 외국의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음식점이 들어섰고, 그 사이사이에 작은 책방과 꽃집이 자리 잡았다. 친구나 가족 혹은 연인이 함께 즐기고 싶은 오감이 즐거운 거리는 금세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특히 지하철 홍대입구역 3번 출구 부근은 공항철도와도 연결되어 있어 외국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3번 출구에서 이어지는 연남동 골목길 주변의 주택가에는 게스트하우스가 많아 외국에 온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42호(2016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이 연재를 위해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대학교 정욱주 교수와 서울시립대학교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하여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이들은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며, 2014년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유쾌한 답사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