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기술을 이용해 원격으로 식물을 키울 수 있을 까? 자신의 바로 앞 책상머리에 놓아 둔 조그만 식물도 잘 키우기가 쉽지 않은 바쁜 현대인들이 과연 관심을 가지고 식물을 키워내게 할 수 있을까? ‘더 팜the Farm’을 시작하기 위해 만난 질문이다.
사실 이런 질문은 이미 오래 전부터 기술과 예술을 결합하려고 했던 미디어 아트 작가들을 통해 제기되었다. 1995년에서 2004년까지 진행되었던 텔레가든TeleGarden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켄 골드버그Ken Goldburg와 조셉 산타로마나Joseph Santarromana에 의해 진행된 이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는 얼마 안가서 식물을 다 죽이게 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세계 각지의 10만여 인터넷 유저들이 등록하였고, 하루 평균 15,000회 이상 텔레가든 사이트에 방문하여 식물을 심고 가꾸면서 성공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였다. 일 년 후 세계적인 미디어 아트 공간인 아르스 일렉트로닉Ars Electronic 센터로 옮겨졌으며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이미 1994년 같은 대학에서 텔레로보틱을 실험한 머큐리Mercury 프로젝트의 후속 프로젝트였으며, 월드와이드웹을 통해 사용자들이 원격으로 로봇을 제어하고 작동하게 하는 가장 최초의 미디어 아트작업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더 깊은 질문이 남는다. 수많은 원격 제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주제 가운데 왜 정원이었을 까 하는 것이다. 텔레가든의 디렉터였던 켄 골드버그는 “정원이 인간적이고 가깝고 촉각적이기 때문이며, 또한 무엇보다도 정원을 통해 기술로 인해 소외된 사람들이 쉽게 소통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어느덧 더 빠르고 더 대용량의 정보기술 시대를 맞아 분주함에 쫓기는 사용자들의 모습에서, 삶의 속도를 느끼고 정원에 눈을 돌려 주변의 생명들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돌보는 모바일 기술의 전유가 필요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모바일 중심의 창의적 생각과 기술을 접목하여 세상과 따뜻한 포옹과 소통, 그리고 변화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HUG라는 브랜드 가치로 삼는 SK플래닛이 ‘더 플래닛’ 사옥 로비 공간에 새롭고 스마트한 브랜드 스페이스 ‘더 팜the Farm’을 조성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로그 정보들은 마치 씨앗이 심어지고 자라듯이 생성되어 모이고 성장한다. 이렇듯 ‘더 팜’은 로보틱 텔레가든과 소셜 미디어가 융합하여 데이터 정보가 순환되고 소비되는 과정속에서, 식물을 돌보는 사용자들의 유의미한 의미화를 통해 창발적인 생태계의 모습을 갖게 된다. ‘심고 가꾸고 거두고 나누는’ 현실 속의 자연 생태계를 만들어가려는 ‘더 팜’은 상생과 순환을 통한 IT 생태계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더 팜’은 크게 벤딩 머신Vending Machine, 로봇 가든Robot Garden, 크릭Creek과 팜 앱Farm App의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자체로 ‘심고 가꾸고 거두고 나누는 생태계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따르고 있다. 우선 사용자는 첫 단계로 벤딩 머신을 만나게 된다. 벤딩 머신은 사용자 자신이 가진 가상의 재화인 팜 포인트를 이용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토대로 씨앗을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다. 벤딩 머신에서는 씨앗과 포트를 개인 정보와 연결시켜 주는 바코드 라벨과 함께 수령하게 되는데, 이때 입력 창을 통해 팜 메시지를 입력할 수 있다. 식물을 키우는 목적을 구체화하여 재배와 돌봄의 동기를 부여하고 목적의 대상인 또 다른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로써 가상의 정보가 물리적인 실재의 씨앗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고 사용자는 자신의 가치를 씨앗에 심어 넣게 된다. 씨앗은 청경채, 수레국화, 적상추, 곱슬겨자의 4종류로, 재배가 쉽고 까다로운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종으로 우선 선택되어 구성되었다.
브랜드 스페이스 기획 SK플래닛 마케팅앤커뮤니케이션부문 공간마케팅팀
브랜드 스페이스 ‘더 팜’ 설계 및 시공 버드핸드
건축 설계 및 시공 SK건설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면적 344.72m2
완공 2014
버드핸드는 공간 미디어 디자인 전문 회사로 SK플래닛 ‘더 플래닛(the Planet)’ 사옥 미디어콘텐츠디자인, SK텔레콤홍보관 티움(T.um), SK차이나 Happiness 플랫폼, 한국고등교육재단(KFAS) 명예의 전당 등의 구축 사업을 수행했다. 공간을 바탕으로 한 미디어 콘텐츠와 하드웨어 시스템을 통합하는 디자인 기획과 설계·실행을 해오고 있으며, 디지털 아트와 키네틱 설치 등 폭넓은 분야의 다양한 미디어 작가 및 집단들과 전문화된 협업 시스템과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