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0일부터 이틀간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에서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와 익산시가 주최한 ‘동아시아 고대 도성과 익산 왕궁리 유적 국제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왕궁리 유적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09년에는 발굴 20주년을 기념한 국제심포지엄이 열린 바 있는데, 그동안 고고학 분야에 치중해 학제적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를 보완하기위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연구를 진행했고, 이번 심포지엄에서 ‘백제의 도성과 사료로 살펴본 금마의 백제 유적’, ‘지리학 관점에서 본 백제 도성’, ‘백제 후기 익산 왕궁리 유적의 도성 계획사적 의미’, ‘익산 왕궁성과 백제 건축’ 등의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익산 왕궁리 유적은 현존하는 남한 최고最古 유적(639년)으로서 지난 1989년부터 25년에 걸쳐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발굴 조사 결과 백제 궁궐의 모습, 건축물, 유물들이 출토되어 백제 왕실의 모습을 엿볼 수 있고, 궁궐 화장실 유적이 최초로 발견되기도 해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백제는 삼국 시대 융성한 문화를 자랑했는데, 현재 그 흔적이 대부분 소실되고 내용이 기록으로만 전해지고 있어 고증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까닭에 발굴된 매장문화재로서 비교적 보존이 잘 된 익산 왕궁리 유적이 백제 유산의 탁월성을 증명하는 사료로 그 존재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왕궁리 유적의 조경적 가치를 고증한 연구로 노재현 교수(우석대학교 조경도시디자인학과)가 “익산 왕궁리 궁원 후원의 괴석과 유수시설”을 논제로 발표했다. 노 교수에 따르면 익산에 조성된 왕궁의 수 체계는 단순히 치수治水나 이수利水를 위한 수로의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로가 이어지는 중간 중간괴석과 경석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고, 가까운 능선 정점에 있는 건물터의 초석을 통해 곡수연曲水宴 등의 제의적 성격이나 유락의 기능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왕궁리 수 체계水體系를 후원의 기능 측면에서 보다 포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의 주장 중 또 다른 핵심은 괴석의 활용이 정원 내 폭포 석조石組 구성을 위한 첩석疊石, 돌 자체의 아름다움과 기괴함을 완상하기 위한 치석置石의 두 가지 쓰임새로 혼용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폭포 석조에 활용된 괴석은 여러 형태와 재질의 돌을 혼합 배치시켜 축경식縮景式 산수 경관을 입체적으로 연출했는데, 이는 한국 전통 조경의 여타 유구에서도 확인된 바 없는 매우 파격적인 사례라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