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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조경 문화 발전소를 꿈꾸는 환경과조경
Editorial: laK , Cultural Generator of Landscape Architecture
  • 환경과조경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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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로운 한 해의 문을 연다. 새해 첫 표지의 시안 다섯 개를 놓고 벌인 편집부와 디자인부의 토론은 아주 간단히 끝났다. 강렬한 빨간색 솔리드 바탕에 힘찬 검은색 활자를 간결하게 새긴 디자인을 거의 만장일치로 선정했는데, 정작 모두의 눈길을 멈추게 한 건 상징적인 숫자 333이었다. 2016년 1월호가 333호임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환경과조경』은 한국 현대 조경의 살아있는 역사다. 1982년 7월, 계간 『조경』으로 창간되었고, 1987년 1월(통권 15호)부터는 격월간으로 간행되었다. 1992년 1월을 기점으로 『환경과조경』이라는 제호를 쓰며 월간으로 탈바꿈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333권을 내는 동안 한 차례의 결호도 내지 않은 『환경과 조경』은 한국 조경의 성장사를 기록해 왔을 뿐만 아니라 동시대 조경의 쟁점을 조명하고 그 경계를 확장해 왔다.

2013년 10월(통권 306호), 박명권 발행인 체제로 옷을 갈아입은 『환경과조경』은 리뉴얼 프로젝트를 거쳐 2014년 1월(통권 309호), ‘landscape architecture korea’라는 영문 제호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선언했다. 새로운 『환경과조경』은 조경언론으로서의 분명한 정체성과 건강한 독립성을 바탕으로 ‘조경 문화 발전소’를 꿈꾸며 지난 2년간 매진해 왔다. 진노란색 솔리드 표지의 309호를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리뉴얼 호의 첫 쪽에 밝힌 세 가지 비전, 즉 ‘한국 조경의 문화적 성숙을 이끄는 공론장’, ‘조경 담론과 비평을 생산하고 나누는 사회적 소통장’, ‘세계적 동시대성과 지역성을 수용하고 발굴하는 전진기지’라는 비전을 스물 네 권의 내용과 형식을 통해 얼마나 충실히 실천했는지 자성하며, 그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격려와 따끔한 충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2016년에는 세 가지 비전을 한층 더 정제된 콘텐츠로, 한결 더 섬세한 디자인으로 구현하고자 한다. ‘매달 첫날을 기다리게 하는 잡지, 받자마자 소중한 두 시간을 빼앗는 잡지, 한 달에 세 번은 다시 펼쳐보는 잡지, 과월호도 다시 뒤적이게 하는 잡지’가 되기 위해, 늘, 새로운 출발점에 설 것을 약속드린다.


333호의 특집 기획으로 용산공원 프로젝트의 현재 상황을 짚어본다. 30년에 가까운 기지 이전 논의와 공원화 과정의 정점이었던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2012년) 이후, 오히려 용산공원 조성 사업에는 브레이크가 걸렸다. 관심도 사라지고 쟁점도 실종되었다. 정부는 진행 과정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국회는 기본설계비로 책정된 예산을 몇 년째 삭감해왔다. 조경·건축·도시설계 등 전문가 사회도 침묵했다. 시민이 참여할 여지가 없었음은 물론이고 참여할 시민의 존재 자체도 없었다. 그 사이 ‘전작권전환계획’이 변경되어 2020년대 중반까지 한미연합사가 기지 내에 잔류하게 되었고, 미군의 이전 일정도 계속 연기되고 있다. 이런 사정을 놓고 볼 때 사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본설계안대로 공원이 실현될 수 있을지, 계속 축소되고 있는 공원 계획 면적이 더 잠식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적지 않다. 이번 특집은 지난 해 11월 말에 용산공원 시민포럼 준비위원회가 개최한 한 심포지엄을 계기로 기획되었다.

이 심포지엄은 국가 주도의 프로세스 속에서 수면아래로 가라앉아버린 용산공원에 대한 민간과 시민의 관심을 다시 촉구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장기적인 용산공원 조성 프로젝트에서 지금 우선 중요한 것은 다시 이 땅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환기시키고 여러 쟁점에 대해 토론하는 일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특집의 내용과 그 행간이 읽혀지기를 바란다. 용산공원에 얽혀있는 이슈가 원체 다양하고 복잡하다보니 모든 측면을 다 짚어 내지는 못했지만 이번 특집이 다각적인 후속 논의를 낳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색적인 공모 방식으로 주목을 끌었던 노들섬 공모의 2단계―운영계획과 시설구상― 결과를 싣는다. 일반적인 설계공모와는 다르게 기획과 운영에 대한 제안을 먼저 공모에 부친 이번 공모의 당선자는 추후 노들섬을 운영하게 된다. 서울 한가운데에 고립된 섬 노들섬이 3단계―공간과 시설조성―까지 이어질 후속 공모를 통해 시민의 참여와 경험이 축적된 ‘꿈의 섬’을 꿈꿀 수 있을지 계속 주시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 호에 담은 West 8의 근작에도 시선을 집중할 만하다. 19세기 후반 네덜란드 새 수면선waterline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비 베흐텐 요새를 창조적으로 복원한 이 프로젝트는 폐허, 문화유산, 박물관, 대지미술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쟁점들을 조경 설계를 통해 하나의 언어로 엮어내고 있다.

새해를 여는 333호, 새로운 연재 세 편의 막이 열린다. 민성훈(수원대학교 도시부동산개발학과 교수)은 문화 현상이자 산업 분야이자 학문 분과인 조경을 경제학의 눈으로 읽어낼 1년 예정의 연재 ‘조경의 경제학’을 시작한다. ‘신지도제작자’와 ‘모바일홈 프로젝트’를 비롯한 다수의 전시 기획으로 주목받은 심소미(독립 큐레이터)의 연재 ‘떠도는 시선들, 큐레이터 뷰’는 타이페이의 도시재생과 문화적 풍경을 첫 소재로 다루며 우리의 시선을 초대한다. 장기 연재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두 필자의 결심에 감사드리며, 독자 여러분의 많은 피드백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의 아홉 번째 주자는 시애틀올림픽 조각 공원의 설계 실무자로 잘 알려진 서예례(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오피스 오브 어반 터레인즈 디렉터)다. 독자 여러분의 큰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표지 시안의 숫자 333이 남긴 흥분감(?)을 애써 누르며 새해를, 새롭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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