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만날 수 없는 과거와의 만남
지난해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건축학개론’과 드라마 ‘응답하라 1997t(vN 방영)’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30~40대에게는 향수를, 10~20대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자연스러운 유대감을 형성했다. 복고열풍을 불러온 이 두 매체는 다시 볼 수 없는 과거를 재조명함으로써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올해 2월 16일까지 제주시의 대동호텔 아트센터 비아아트에서도 만날 수 없는 과거의 것들과 만남을 주선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제주 초가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전시회가 열렸다. ‘초가는 바로 제주의 아이콘입니다’라는 주제를 통해 네 명의 예술가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번 전시회는 제주 출신으로 고집스럽게 제주 초가를 그린 화가 김택화와 사진가 임석제, 임인식, 임정의 삼대三代가 바라본 제주의 모습을 소개했다.
매체가 다른 회화와 사진이라는 작품들이 하나의 전시로 만나게 된 것은 김택화 작가의 초가 그림에서 시작됐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박은희 관장은 제주의 풍경을 보면서 자랐다. 때문에 어릴 때부터 김택화 작가의 그림을 접할 수 있었고, 제주의 초가를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했다. 하지만 그림만으로는 시간성과 공간성을 담아내기엔 부족함을 느꼈고, 이 두 가지를 담기 위해 고민하던 차에 제주 초가에 대해 연구하는 건축가 김석윤에게 사진가 임정의 가족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때마침 임정의 작가가 제주 해안가를 찍은 사진이 실린 달력을 보게 되었고, 거기서 박 관장이 찾던 이미지를 발견하면서 전시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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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가 열리는 동안 많은 관람객이 다녀갔는데, 박은희 관장은 어느 일요일 오후에 다녀간 중년 부부를 가장 잊지 못할 관람객으로 꼽았다. 그 부부는 일요일인데도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고 전시회를 방문했다. 그런데 작품을 다 보기까지 채 몇 분이 걸리지 않았다. 박 관장은 그 이유가 궁금해 부부에게 말을 건넸는데, 전시에 온 이유가 본인들이 살던 집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예전에 초가에서 살 당시 화가들이 많이 와 집을 그려가곤 해서 초가 전시 작품 중에 혹시 본인들의 집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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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희 관장은 자신이 사는 곳 주변의 공간과 사회를 어떻게 건강하게 변화시킬까를 고민했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통해서 해보자는 생각으로 제주시 구도심에 갤러리를 열었다. 이번 전시회는 그런 그녀의 생각이 가장 잘 반영되었는데, 초가라는 의미를 되새겨봄으로써 난개발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사람들이 한 번쯤 고민하는 기회가 되길 바랐다.
박 관장은 제주의 환경 변화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데 초가만큼 좋은 매개체가 없다고 말한다. 가옥의 배치나 문화 같은 것이 제주의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이 하나로 응축돼 있고, 가장 제주다움이 묻어나기 때문이라는 것. 건축을 전공하고 스위스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 여학생은 제주도 초가만큼 친환경적인 것이 없다고도 말했는데, 돌, 흙, 새끼로 만들어진 초가는 자연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제주의 환경을 생각해보고 주거문화에 반영되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참여작가
화가 김택화
사진가 임석제
사진가 임인식
사진가 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