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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에서 그리는 약속의 공원] 문경원 인터뷰
Interview with Moon Kyung Won
  • 조한결
  • 환경과조경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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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청오

 

회칠이 벗겨지고 뼈대만 남은 폐허의 잔해 사이로 원시적인 자연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미디어 아티스트 문경원(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교수)이 그리는 미래의 공원은 생경하면서도 문득 익숙했고, 음울하다가도 생명력이 넘쳤다. ‘템플 앤 템포Temple & Tempo’, ‘사물화 된 풍경’, ‘도시 풍경’ 시리즈, ‘공동의 진술’ 등 도시, 공간, 풍경, 인간의 소통, 미술의 미래 등의 주제를 탐구해온 문경원이 이번에는 우리 시대의 공원의 의미와 미래 공원의 역할에 대해 묻는다.

2015년 11월, 일본 야마구치 정보예술센터(YCAM)에서 열린 문경원의 개인전 ‘프라미스 파크Promise Park’가 지난 2월 막을 내렸다. 문경원은 국내외에서 뜨거운 이슈를 몰고 다니는 주목받는 미디어 아티스트다. 지난해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 한국관에서 전준호 작가와 함께 영상 설치 작품 ‘축지법과 비행술’을 선보였으며, 2012년에는 공동 작업 ‘뉴스 프롬 노웨어News From Nowhere’로 독일의 국제현대미술전 ‘제13회 카셀도쿠멘타Kassel Documenta’에 초청되어 한국 미술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력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3년간의 준비 끝에 YCAM에서 선보인 개인전 ‘프라미스 파크’ 였다. ‘프라미스 파크’는 재난으로 인해 붕괴된 사회 시스템을 재건하고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미래의 공원을 상상하며 영상, 설치, 사운드, 조명 등의 매체를 복합적으로 활용한 미디어 아트로 풀어낸 전시다. 1회성의 축제로 끝나는 일반적인 기획전과 달리 문경원은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초기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며 공원에 대한 예술가적 시각을 넓혀왔다. 그리고 이번 전시를 통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10년 동안 진행될 ‘프라미스 파크’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을 대중에게 소개했다. 미술가 문경원이 상상하는 미래 도시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미래 도시에서 공원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공원에 대한 예술가적 상상을 바탕으로 우리 시대의 공원의 의미와 미래를 위한 조경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_ 편집자 주


Q. 해외와 국내를 오가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지난 3년간 일본의 야마구치 정보예술센터(YCAM)에서 개인전 ‘프라미스 파크’ 전을 준비했다. 얼마 전 전시가 막을 내렸는데 YCAM에서 전시를 준비하고 작업한 소감을 듣고 싶다.


A. 이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소재로 YCAM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되어 굉장히 재밌었다. YCAM미술관은 특별한 기관이다. 처음부터 미래 지향적인 예술에 대한 비전을 갖고 개관했고, 뉴미디어나 테크놀로 지 작업을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은 보통 일반적인 미술관들은 컬렉션을 중요시하는데 YCAM은 프로덕션에 예산을 전부 투자한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구입하기보다는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 프로덕션에 투자하고 미술관 내부에 랩lab을 운영하면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가들을 장기간에 걸쳐 지원한다. 일례로 지난 2013년 YCAM으로부터 초대를 받아 10주년 전시에 참여했을 당시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반 이상이 YCAM에서 10년동안 프로젝트를 함께 한 사람들이었다. YCAM의 랩에는 목공, 프로그램, 조명, 사운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는데 장기간에 걸쳐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기술적인 면이나 작업의 깊이가 발전하게 된다. 또한 랩의 작가들끼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데 그런 시스템이나 분위기가 참 좋았다.


Q. 영상, 사운드, 텍스트, 컴퓨터 그래픽 등 다양한 매체와 테크놀로지를 이용하고 있다. 작업 영역이 매우 넓은 것 같은데 여러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당신의 포괄적인 뉴미디어 아트 작업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A. 미술 분야에서는 새로운 매체가 나오면 그 매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나 형식 자체가 내용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물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뉴미디어 아트는 물성에 구애 받지 않으니 미술사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뤄졌다. 비물질이 어떠한 방식과 형태로 예술적 가치를 획득하느냐에 대한 논쟁도 치열했다. 

처음에 미디어 아트가 도입된 때는 그렇게 형식이나 패러다임 위주로 회자되다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현대 미술의 툴 중 하나로 녹아든 것 같다. YCAM도 처음 3년 동안은 미디어 아트의 기술력이나 프로그래밍 등 새로운 작업에 초점을 맞췄는데 최근에는 결국 그러한 기술을 다루는 인간적인 해석과 시각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10주년 전시 이후에 YCAM 큐레이터와 테크놀로지가 우리의 시각과 감각을 얼마만큼 변화, 확장시키고 또 그것이 다시 예술 작품 안으로 들어올 때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이런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앞으로도 미디어 아트의 도구적인 특성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미디어 아트를 도구로 하여 어떤 내용을 담느냐’다.


‘공간’에 대한 관심

Q. ‘템플 앤 템포’, ‘사물화된 풍경’, ‘도시 풍경’ 시리즈 등에서는 현재, 혹은 과거의 공간과 공간 속의 인간을 ‘관찰’하고 ‘관조’했다면, 전준호 작가와 공동으로 작업한 ‘뉴스 프롬노웨어’와 같은 최근작에서는 건축가, 작가, 과학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미래의 도시 풍경을 ‘제시’하고 ‘그려’내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프라미스 파크’ 전도 새로운 미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공간’이라는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이 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고 자연스럽게 바뀐 것 같다. 처음 미술을 접했을 때는 주로 ‘그려보는 것’에서 시작했는데 내가 그리는 풍경에 어떤 내용을 담을 까 항상 고민했다. 단순히 어떤 대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그 대상이 기억하는 풍경을 그려보고 싶었다. 나와 대상이 맺는 관계나 역사 같은 것을 내가 어떻게 시각화하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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