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의 폭증으로 야기되는 주차난,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 오염, 관광객의 편의에 따른 지역 주민의 불편 등 남산의 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 도시재생본부는 남산 내 지하 주차장 확보와 친환경 대체 교통수단(곤돌라)을 계획하고 그 적정 부지를 예장 자락으로 결정하였다.
서울 남산의 북사면北斜面, 중구 예장동 TBS 교통방송국 일대를 아우르는 이 계획부지는 도심보다 지대가 높아 시각적으로는 열려 있지만 사방이 도로로 둘러싸여 있어 사람이 접근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한 지역이다. 그렇지만 배경에는 남산의 숲이, 전방에는 쇼핑의 메카인 명동이 있어 공원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장소다. 게다가 세운상가와 남산 한옥마을이 있는 충무로 일대와도 연계가 가능하며 서울시에서 별도로 추진 중인 남산 애니메이션센터 재건축 사업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청계천 이남의 관광 거점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공모의 설계 지침은 예장 자락이 풀어야 할 과제를 크게 지상부와 지하부, 도로와 교통의 항목으로 구분하고 각각에 대하여 공원 계획, 주차장 및 부대시설 계획, 차량과 보행의 동선 계획을 요구했다. 그리고 각 항목에는 앞으로 예장 자락이 감당해야 할 도시적 기능을 비교적 정확히 제시했다. 다만 지상부 공원에는 ‘남산 능선의 회복’, ‘숲의 생태성 복원’의 요구가 덧붙여졌는데 이로써 지상부 공원은 자연, 생태, 문화, 휴식을 모두 아우르는 목적성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자연과 생태라는 지향점이 보통명사 산이 아닌 ‘남산’에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남산은 다른 어떤 산보다 도시적 해법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대상지다. 그러나 남산은 산이라는 이유로 ‘고유한 장소성과 역사성 발현’이라는 공모 목적 외에도 공원의 자연·생태적 기능에 더 무게감이 실렸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모 지침에 언급된 ‘창의성’도 산의 자연과 생태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쉽지 않았다.
남산으로의 회귀, 숲의 재현
숲을 설계의 전면에 내세운 것은 강정은(에브리아키텍츠), 김현대(이화여자대학교), 근보양앤 파트너스의 ‘예장자락 생태역사공원’이다. 대상지 전면에 지붕을 덮은 지하 주차장 플랫폼을 동서 방향으로 길게 세우고 인권센터(현 서울시청 남산2청사)를 중심으로 한 지상층을 중층으로 걸친다. 플랫폼 지붕층은 여러 선으로 반복 구획하고 선을 따라 대규모 식재를 하여 남산에서 예장 자락으로 흐르는 녹지축을 새롭게 제안한다. ‘남산=예장자락=숲’은 설계가가 이 공간에서 보여주려 한 메시지이고 플랫폼은 그 숙제를 풀어준 훌륭한 도구다.
하지만 플랫폼이 만들어 낸 인공 지반에 남산과 같은 건강한 숲이 조성될지는 의문이다. 도로변에서 5~7m 높이로 서 있는 육중한 구조체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사람들은 과연 플랫폼 위에 떠 있는 나무를 보고 숲이라 느낄지도 역시 생각해볼 문제다. 한편 여기서 제안한 식재 설계과정은 매우 독특한데, 식생에 역사가 표현된다고 보고 남산의 식생을 연대기로 파악하여 그 비율을 팔레트처럼 펼쳐 놓았다. 그러나 이식종, 외래종, 토종 할 것 없이 조사한 식생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나 시대별 식생 비율을 식재 설계로 그대로 반영하는 방식이 생소하다(그림 1).
박희성은 서울대학교에서 ‘당·송대 산수원림’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원림, 경계 없는 자연』이 있으며, 전근대 동아시아 도성과 원림, 근대기 동아시아 각국 조경의 영향 관계를 관심 있게 살피고 있다. 현재는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동아시아의 수도를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