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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계약서, 혹은 나쁜 계약서
설계 환경을 진단하다
  • 환경과조경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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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라는 법적 문서에 서명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이 수립되어야 하고

이 전략은 상호 배려라는 상식적 토대에서 출발해야 한다.

좋은 계약서가 좋은 설계안을 만드는 기반이 된다고

우리 스스로가 확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설계사무소 소장들의 일상 업무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설계안을 구상하고 발전시키고 완성해나가는 본연의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설계’라는 현실적 경제 활동을 작동하게 하는 여타의 행정 행위들이다.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계약을 성사시키며 그것이 잘 진행되도록 관리하는 후자의 작업은 설계 작업이라는 본업에 밀려 부수적인 업무로 방치하기 쉽지만, 그 결과 어느 순간 너무도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계약서’라는 법적 문서에 서명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이 수립되어야 하고 이 전략은 상호 배려라는 상식적 토대에서 출발해야 한다. 좋은 계약서가 좋은 설계안을 만드는 기반이 된다고 우리 스스로가 확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작이 중요하다, 제안서를 잘 만들자

모든 설계 계약은 반드시 ‘제안’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니까 계약의 출발은 제안에서 시작된다. 어설픈 시작은 어설픈 결과를 맺기 십상이므로 제안서proposal를 잘 쓰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설계 작업은 아무리 고급스럽고 멋진 성과물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보고서나 도면집, 모형물 따위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설계안이라는 창작물에 대한 평가, 좀 더 정확하게는 그 창작물을 만들기까지 투입된 전문 인력의 인건비와 기술력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인 듯싶지만 많은 경우에 제안 과정이 대단히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을 살펴보자. 우선 모든 가격 제안에는 반드시 인력 투입에 대한 내용이 명기되어야 한다. 공사예가가 정해진 때에는 통상 공사비의 요율에 따라 설계비를 산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 하더라도, 이는 공사비에 대한 설계비가 통상적인 범위보다 과다 혹은 과소로 책정되었는지를 살펴보는 참고로만 삼을 뿐, 설계비의 제안은 최종적으로 투입 인건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이 제안을 통해 건축주(혹은 의뢰인)에게 이 작업을 위해 몇 명의 인원이 얼마 동안의 시간을 사용하는지를 알려 주고 설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전체 과업기간을 월 단위가 아닌 주 단위로 환산하고, 주당 몇 명의 인원이 투입되는지를 표로 정리하는 방법이 유용하다. 그다음으로 구체적인 인력 투입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대부분의 민간 건축주들은 전문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므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과업의 기간과 투입되는 총인원만으로는 건축주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왜 그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를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박승진은 아직까지 조경설계라는 마당을 떠난 적이 없으며, 이 마당에 맞닿아 살고 있는 다양한 이웃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고 있다. 조경이라는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가치 있고 정교한 작업을 늘 꿈꾸지만 그것도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읽고, 쓰고, 가르치며, 배우는 일상에 감사하고 있다. 1965년 서울 생으로, 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 디자인을 공부했고,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조경설계 서안에서의 설계 실무를 거쳐, 2007년 디자인 스튜디오 loci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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