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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시선들, 큐레이터 뷰] 진행 중인 붕괴에 대한 접근
컬랩스, 6. 3 ~ 6. 25, 합정지구
  • 환경과조경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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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컬랩스’ 전시 전경, 합정지구, 2016

 

최근 세상은 더 흉흉한 분위기다. 시대의 불안은 동시대 여러 예술가들의 작업에서도 예민하게 감지된다. 필자가 얼마 전 기획한 전시 ‘컬랩스Collapse’는 ‘무방비적인 붕괴가 일상이 되어버린 현시대’에 대한 질문을 시각적 구조로 다뤄보고자 했다. 본고에서는 전시 소개와 더불어 참여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 붕괴에 접근하는 동시대 예술 현상을 다루고자 한다.

 

붕괴를 공모하는 사회 구조

작년 영국 신문 「가디언guardian」에서는 세계적으로 명망이 높은 건물을 50개 선정해, 50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시리아의 시타델 등 도시 역사에서 주요한 건물들이 등장한 가운데 한국의 한 건물도 선정되었다. 놀랍게도 최대의 붕괴 참사로 전 세계인을 경악시킨 삼풍백화점이다. “삼풍백화점 참사로부터의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기사는 한국의 개발 중심 성장이 불러일으킨 연쇄적 붕괴를 언급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안전 불감증을 전 세계인에게 경고한다. 위기 속에서도 개개인이 견디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은 시스템의 오작동 속에서 무너져 내렸다.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붕괴의 이미지는 흔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전 세계에 충격을 준파리 총기 난사 사건, 우리 사회의 부패된 시스템을 보여준 세월호, 중국의 고도성장을 증명하는 도시 심천에서 쓰레기더미에 매몰되어 죽은 사람들, 그리고 증시 파동으로 인한 세계 경제 공황… 무너지고 전복되고 좌초되고 휘감기고 난장판으로 흩어지고 쓰나미처럼 몰아쳐 파괴되고 싱크홀처럼 순식간에 매몰되는 참혹한 사건, 사고, 재해는 각종 미디어를 장악하며 충격과 혼란의 이미지로 드러난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화려하게 시선을 장악하던 파국 이미지는 더 이상 스펙터클하지 않다. 순식간에 배가 침몰하고 건물이 무너지고 다리가 붕괴되고 도로가 함몰되고 수백 명 수천 명의 사람들이 급작스런 재난에 떠밀린 상황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보이지 않는 개개인의 자아 붕괴, 공황 상태는 극한의 살인이나 범죄로 이어진다. 최근 더 빈번해진 가족 간의 살인 사건, 더 잔혹하고 극악해진 범죄의 이미지. 일상 속에서 시체가 유기되는 비인류적 사건은 비단 한 개인의 인간성, 윤리적 붕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순식간에 무너져버린 사회적 윤리, 도덕 안에서 개개인의 인간성은 그 충격을 더 병리적, 더 파괴적으로 감지한다. 컬랩스된 사회ㆍ정치적 구조, 전 지구적 재난 등 그 힘에 밀려 세상은 마치 끝을 향해가고 있는 듯하다. 개인을 무력화하는 이 급작스런 붕괴로부터, 그리고 붕괴의 충격으로부터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를 바로 세울 수 있을까? 이번 전시는 무방비적으로 노출되어 온 붕괴 이미지가 일상이 되어버린 현시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 사회적 붕괴를 시각적으로 다루고 있는 6명의 참여 작가는 오늘날 붕괴 현상과 그 배후의 구조에 대해 각각 신문 매체, 슬럼 이미지, 자연재해, 버섯구름, 가족 제도를 통해 접근한다.

 

 

심소미는 독립 큐레이터이며 미술과 건축 관련 글을 쓰고 있다. ‘신지도제작자’(송원아트센터, 2015), ‘모바일홈 프로젝트’(송원아트센터, 2014), ‘Hidden Dimension’(갤러리 스케이프, 2013)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갤러리 스케이프 책임큐레이터, 갤러리킹 공동디렉터,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2015년 동북아시아 도시 리서치(예술경영지원센터 후원)를 진행했으며, 2016년 난지창작스튜디오 연구자 레지던시에 입주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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