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복지를 위한 조경의 역할
지난 10월 16일 제11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이하 ‘환경조경대전’)의 최종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번 공모전에는 총 98개의 작품이 출품되었고 그 중에서 37개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수상작 전시는 10월 28일 공식 시상식을 시작으로 8일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되었다.
올해 환경조경대전의 주제는 ‘공공복지를 위한 조경의 역할’이었다.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작은 규모의 대상지, 큰 생각Small Scale, Big Idea’(이하 ‘작은 규모, 큰 생각’)과 ‘대규모 대상지, 미시적 접근Big Scale, Micro View or Micro Analysis’ (이하 ‘큰 규모, 미시적 접근’)의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작품을 접수했다. 학생들은 사회·문화뿐만 아니라 정치적 성격도 내포하고 있는 ‘공공복지’라는 주제를 공간 속에 풀어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공모요강에서 언급되듯이, “지금의 조경가들은 소외 계층의 주거 환경 문제나 공동체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과 가치 창출”에 더 많은 관심과 실천을 요청받고 있다. 이번 환경조경대전 주최 측에서는 조경가가 “전문가로서 어떤 자세로 시민들이 원하는 가치와 지역의 가능성을 발견해내고, 조경적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검증”해보려는 의도로 ‘공공복지’라는 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작은 규모, 큰 생각’ 부문에서는 심사위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며 작품 선정 기준을 세우기 어려웠다고 전한다. “공공복지! 어렵다”는 말로 시작한 최정민 교수(순천대학교 조경학과)의 심사평에서 느낄 수 있듯이, 참가자들 역시 이번 주제에 어려움을 느꼈으리라 짐작된다. “복지라는 개념을 풀어 공간에 투사하려다보니 대상지가 잘 읽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공간의 모양을 구상하고 개성을 불어넣는 것에는 소홀해져 용두사미식의 작품이 많았다”와 같은 평가에서 이번 공모전에 제출된 작품들의 형태적 완성도와 디테일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결국, 복지와 관련된 좋은 이슈를 찾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설계의 “표현이 좋은 작품”,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 작품, 공간을 “설계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 입상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작은 규모, 큰 생각’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School Town’은 부천시 원미구에 소재한 4개의 학교와 2개의 공원(심원초, 심원중, 원미고, 중앙초, 꿈마을 공원, 연꽃어린이 공원)을 융합해 새로운 공공복지의 가능성을 실험한 작품이다. 분리되고, 단절되어 있는 운동장과 공원을 통합하겠다는 시도는 “우리 시대 학교가 품고 있는 무수한 문제들의 복합성을 다소 기계적인 계획가의 시선으로 해결했다는 점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학교와 지역 사회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드러난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더불어 기존의 복지 혜택을 누리기 어려웠던 “학생들에게 그들만의 작은 복지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모의 의도를 잘 이해했다는 평을 들었다.
같은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옥인동 녹색권(력) 누리기’의 경우, 주거 환경과 소득의 격차에서 느낄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 ‘비교 대상’ 등의 민감한 문제를 다루었다. 역사적 흐름에 대한 고찰과 지형 및 거주 환경 분석을 ‘형태적 설계’로 이어간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고, 최소한의 물리적 환경변화를 통해, 다양한 경관적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유도하고자 한 점에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주민간의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지역 활성화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카페와 공동 텃밭을 이용한 방식은 기존의 ‘마을 만들기’ 방식과 비교해 차별점을 찾기 어려웠다.
‘큰 규모, 미시적 접근’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구들장 저장소’는 대부분의 작품이 도시의 복지에 집중한 반면, 본토에서 19km나 떨어져 있는 ‘청산도’를 대상지로 제시했다. 상하수도 시설이 잘 갖추어진 도시 속에서는 느끼기 힘든 물 부족 문제에 집중했고, “(구들장 논이라는) 농업 유산의 보전을 통해 주민들의 복지를 추구한다는 매우 신선한 접근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았으며, 여타 작품에 비해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우수상을 수상한 ‘SELFARE’팀은 ‘재개발 지역 내의 열악한 주거 환경’과 ‘노인’이라는 주제를 선정했다. 상대적으로 일반적 주제를 선정했지만, ‘자립적 복지selfwelfare’를 설계 개념으로 내세우고, 조경가에게 ‘복지환경설계가’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는 등 접근법에서 차이를 두려고 했다. 이 작품은 통계 및 설문 조사방식을 통해 설계 의도와 이슈를 찾아내고, 조사 과정에서 축적된 자료에 근거해 기획적 설계(마스터플랜 식이아닌)를 시도했다. 개개인이 복지의 주체가 되어야 사회전체에 대한 복지가 가능하다는 의미의 ‘SELFARE’는, 주민과의 실질적인 소통과 더불어 충분한 리서치를 통해 도출된 설계 프로세스를 대상지 곳곳에 섬세하게 적용했다.
환경조경대전은 해마다 시의성 있는 주제를 통해 국토 환경에 대한 관심을 고양하고, 조경의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며, 동시에 미래 조경인을 양성하는 장이 되어왔다. ‘공공복지로서의 조경’이란 주제로 진행된 이번 공모전은 조경이 환경 설계 분야로서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했다. 제출된 작품 수에 비해 복지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고자 했던 작품은 극소수”에 그쳤다는 점은 이번 응모작의 한계로 지적된다. 이런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녹지와 공원을 뛰어 넘어 문화와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조경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모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Small Scale, Big Idea or Big Issue
작은 규모의 대상지, 큰 생각
최우수상 School Town
곽은비, 배가희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우수상 옥인동 녹색권(력) 누리기
구혜민 서울대학교 대학원 생태조경학과
가작 1+4=365
강혜지, 김은비, 정소리 순천대학교 조경학과
가작 A Home at the End of the World
금성철, 김경동, 박상우, 차주연, 최대운 청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
장려상 치유의 경관
김지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장려상 Urban-Aid Platform
김민지, 박연수, 송소향, 이현아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과
송민원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
장려상 trans“Pole”mation
김나영, 김재중, 박진선, 이인엽, 최형주 영남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
Big Scale, Micro View or Micro Analysis
대규모 대상지, 미시적 접근
최우수상 구들장 저장소: 모으고 베풀다
김건, 박성경, 정혜림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우수상 SELFARE
이효진, 장국화, 정동규 경북대학교 조경학과
가작 Oil Defense Destination
복형선, 윤수진, 주향연 순천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
가작 밥 짓는 마음으로 마을공원을 짓다
용서현, 위지선, 윤수민 전남대학교 조경학과
장려상 Radius of Happiness
강지혜, 김도연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장려상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김지인, 함연경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장려상 문래아이피타-임(IPTIME)
김상윤, 김현근, 박근우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