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모습과 사람들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그런 모습들을 프레임 안에 담는 작업을 해오고 있고요. 제가 경험하면서 느낀 것이나, 제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들을 사진에 담아내고 있습니다.”(각주 1) 도시 관찰자이자 일상을 하나의 패턴으로 포착하는 창작자 이경준의 시선으로 살펴본 뉴욕과 서울의 일상 속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의 개관작인 ‘이경준 사진전: 원 스텝 어웨이(One Step Away)’에서 그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익숙한 도시 풍경을 멀찍이 포착해 낯설고도 아름다운 장면들로 담아내는 이경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전시는 작가가 주로 생활해 온 서울과 뉴욕을 배경으로 곳곳의 일상을 담은 250여 점으로 구성된다. 회색 도시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순간부터 사람들이 점, 선, 면으로 연결되는 순간, 싱그러운 녹음과 함께 휴식하는 순간까지. 네 개 챕터를 통해 누구에게나 익숙한 도시의 공간들이 이어진다. 바쁘게 혹은 단조롭게 반복되는 도시 풍경이지만,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본 불완전하지만 아름다운 우리의 삶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이자 패턴으로 포착하다
물리치료사이자 프리랜서 포토그래퍼인 이경준은 2018년부터 뉴욕에서 살아왔다. 그가 처음 사진기를 든 건 고등학생 때다.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가족, 친구, 일상을 담기 시작하다가 대학생이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공부했다. 새로운 환경과 학업에 지쳐 힘든 시기를 보내던 그는 우연한 기회로 사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높은 곳에서 바라본 도심 속 풍경에 위로를 받았다. 위에서 바라본 도시 모습에서 새로움을 느끼면서 작업의 영감을 얻기 시작했다. 건물의 기하학적 구도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색감, 사람들의 섬세한 움직임.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본 세상은 거대한 유기체 같았다. 이러한 시선의 전환은 청년 이경준의 단조롭던 삶에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이경준은 높은 곳에서 그리고 멀리서 바라본 도시 속 풍경을 담아내는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만들었다. 도로 위 차선, 건널목, 표지판, 신호등 그리고 그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패턴을 포착하는 이경준의 스타일은 세계적 기업과 브랜드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뮤지션 구원찬, 죠지와의 앨범 표지 작업,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헬무트 랭(Helmut Lang)과의 컬래버레이션 등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437호(2024년 9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