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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감각] 늦은 밤, 지하철 4호선 노선도 앞에서
  • 환경과조경 2024년 6월

[크기변환]2024 6월호 풍경감각.jpg

 

이번 역은 길음, 길음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길음역이 마음에 들어. 짧아서 불만인 게 많았거든. 봐, 나는 키가 작고, 손가락도 짧아. 근데 이 역에서는 딴청을 부릴 수 있지. 키? 길음. 손가락? 길음. 무엇을 물어도 ‘나는 길음이야’ 한다고. 꽃비 날리는 봄도, 손 살랑 흔들고 돌아서는 가을도. 짧아서 아쉬운 것 모두가 여기서는 길음이야.”

 

“뭐야, 취했어?”

 

“어쩐지 이상한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 마장역에서는 네가 그냥 ‘마장’하고 맞장구를 쳐줬으면 해. 가능역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까? 방학은 언제나 방학이니 좋겠다. 미아에 가면 경찰서 의자에 앉아 엄마를 기다리던 어린 내가 있을 것 같아. 수유에는 노란 산수유 꽃이 피면 좋겠다. 길동은 고길동과 홍길동 중 누구일까. 고길동은 둘리랑 쌍문동에 살 테니까 역시 홍길동이려나. 그리고 있지, 사당행. 4호선 하행 열차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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