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화 사업 진행 경과와 설계경기 심사평
서울시 마포구 매봉산 자락에는 131만 배럴의 석유를 비축했던 5개의 탱크가 자리 잡고 있다. 1970년대 두차례 석유 파동을 겪으며 정부는 10만1,510m2(서울광장면적의 약 8배)에 달하는 비축기지를 구축하고 석유를 저장해왔는데, 2000년 상암월드컵경기장이 건설되면서 용도 폐기되어 14년 동안 기억 속에서 잊힌 채 그 흔적만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던 차에 박원순 시장 취임이후 마포석유비축기지 활용 방안 연구가 시작되었고, 아이디어 공모 및 공개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지난 1월 ‘친환경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기본구상안이 발표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지난 5월 20일부터 8월 12일까지 ‘마포석유비축기지 재생 및 공원화 사업을 위한 국제설계경기’를 진행했고, 8월 25일 당선작을 발표했다. 공모전에는 95개 작품이 제출되었으며, 16개국 53인의 외국인 건축사를 포함해 총 227명의 건축사가 참여했다. 그 결과 알오에이 건축사사무소 팀이 제출한 ‘Petro: Reading the Story of the Site(땅으로부터 읽어낸 시간)’가 1등작으로 선정되어 실시설계권을 획득했다. 2등작에는 건축사사무소 아크바디 팀이 제출한 ‘Park T6’가 선정되었으며, 시스템랩 그룹 건축사사무소가 제출한 ‘Culture Casting Tank’가 3등작으로 뽑혔다.
마포석유비축기지는 당선작을 바탕으로 기본 및 실시설계를 진행하고 공사 과정을 거쳐 2016년 말 개장할 예정이다. 이번 설계공모의 대상지는 서울시가 발표한 기본구상 1단계에 해당하며, 1단계 안을 바탕으로 추후 2단계 주차장 부지 일대를 개발할 계획이다.
다음은 마포석유비축기지 국제설계경기의 심사평 전문이다.
“마포석유비축기지에 흩어져있는 기름 탱크를 한번이라도 찾아본 건축가라면, 그 공간이 선사하는 매력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 강렬한 이끌림 때문에 국내외의 많은 건축가들이 이번 설계경기에 참여했을 것이다. 심사위원들 모두 현장을 가보고는 남아있는 기름 탱크를 설계의 주제로 삼은 설계경기의 취지에 크게 공감하고, 마포석유비축기지가 내포하는 미래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심사위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염두에 두었던 사항은 참여한 건축가들이 기름 탱크를 포함한 기존의 상황을 얼마나 주목하며 설계안을 전개했는 가였다. 그 상황에 주목한다는 것은 단지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보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난 역사와 현재의 상태 그리고 미래의 재생 사이에서 역동적인 사유를 건축을 통해 전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사위원 사이에서 이번 설계안이 지녀야할 미덕으로 논의되었던 것으로는, 건축적 물리적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미래의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 단지 탱크를 이용한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환경에 대한 이해 속에서 장소를 만들어내는 것, 철골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탱크의 구조물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찾아내는 것, 표현에 있어서는 설계한 공간에 대한 생생한 이미지가 아니라, 생각과 논리, 구법과 기술을 충실히 담은 도면과 드로잉이 갖추어져 있는 것 등을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1등작은 마포석유비축기지의 역사에 주목하고 있다. 1970년대 다섯 개의 탱크가 언덕에 지어지는 과정과 오랜 세월 버려져 있는 현재 상태의 간격을 새로운 설계안을 통해 새롭게 채우고 있다. 공간의 기억에 주목한 이 설계안은 ‘건축의 고고학’을 전개하고 있다. 건축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고자 하는 ‘시간의 건축’, 동시에 이 땅의 잠재력을 가장 단순한 방식을 통해 되살리는 ‘장소의 건축’을 제안하고 있다. 탱크와 풍경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탱크와 풍경이 하나가 된 유일한 작업으로 평가받았다. 과도한 설계를 자제하면서 이 땅이 지닌 고유한 지형의 잠재력을 최대로 이끌어 낸 작품이다. 2등작은 공원으로서의 석유비축기지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물의 순환, 자연의 식생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질 시민들의 구체적인 행위를 잘 짜인 시나리오를 통해 구현하고 있다. 탱크가 갖고 있는 공간의 가능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콘텐츠와 이미지를 제안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공간이 갖고 있는 ‘다른 가능성’, 즉 비어있는 공간이 지닌 가치를 지속시키는 데에는 한계를 갖는 안이 되었다. 3등작은 절제되고 아름다운 표현으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주조(캐스팅)라는 개념을 통해 탱크를 새로운 건축으로 변환시키려는 강력한 건축가의 의지를 매력적인 공간의 형상을 통해 충분히 드러냈다. 그 과정에서 건축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 장소를 만들어 내는 방식을 압도하고 말았다. 결국 비어있던 탱크가 지녔던 잠재력은 캐스팅된 공간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아홉 개의 가작은 장소를 만드는 방식에 있어서 다양한 관점을 보여준다. 주요 시설을 탱크의 외부에 배치하고 탱크의 빈 공간에 들어오는 빛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안, 단순한 표현으로 탱크의 보강 방식을 간결하게 보여주는 안, 탱크가 지닌 유적으로서의 의미를 강조한 안, 생태적 관점에서 탱크와 구조물을 제안한 안 등, 각각의 안들은 우리가 되새기고 싶은 건축의 중요한 관점을 내포하고 있다.”
1등작 Petro: Reading the Story of the Site
알오에이 건축사사무소
백상진, 김경도(알오에이 건축사사무소) + 이재삼(팀텐 건축사사무소) + 허서구 + 홍찬기,
박정현, 이일성, 김태형, 윤성원, 조현만
2등작 Park T6
건축사사무소 아크바디
김성한, 김형연, 이주호, 김성욱, 우형민, 남창우, 김현준, 최명수, 최은별(건축사사무소 아크바디)
+ 김필수(오픈플러스) + 성주은, 이진진(연세대학교) + 김아연, 이세희, 허재희, 최진호,
신희정(서울시립대학교)
3등작 Culture Casting Tank
시스템랩 그룹 건축사사무소
홍택, 손을식, 박현수, 임병식, 홍서진, 황성연, 김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