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PREV 2022 Year NEXT           PREV 09 September NEXT

환경과조경 2022년 9월

정보
출간일
이매거진 가격 9,000
잡지 가격 10,000

기사리스트

[에디토리얼] 50×15,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
2년 가까이 매달렸던 책 한 권의 편집을 마무리하고 조금 전 인쇄소로 최종본 파일을 넘겼다. 이번 달 잡지가 독자 여러분에게 도착할 때쯤 신간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도서출판 한숲, 2022)도 펼쳐볼 수 있다. 1972년 한국조경학회 창립을 기점으로 잡는다면, 한국 현대 조경은 이제 50년의 역사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은 역동하는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도시와 경관, 지역과 환경, 삶과 문화의 틀과 꼴을 직조해온 조경 50년사의 주요 담론과 작품을 ‘기록’하고 ‘해석’한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 여름, 한국조경학회는 ‘한국조경50 편집위원회’를 구성해 책의 방향과 구성을 기획하기 시작했다.1 필자 섭외와 원고 집필, 편집 과정에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의 이름으로 ‘다시, 조경의 공공성’을 소환해 토론의 장을 펼치는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IFLA World Congress 2022)’ 개막에 맞춰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 출간의 목적은 한국 조경의 ‘다음 50년’을 설계하는발판을 마련하는 데 있다. 미래를 전망하고 예비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의 성과와 한계를 다각도로 되짚고 다시 촘촘히 읽어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지점에 한국 조경 50년의 이야기와 성과를 ‘기록’하고 ‘해석’하고자 하는 책의 의도가 자리한다. 열다섯 가지 서로 다른 시선으로 지난 50년을 탐사하는 이 책은 중성적 아카이브나 백서보다는 해석적 비평서에 가깝다. 책의 1부와 2부는 한국 조경 50년이 남긴 지형과 풍경에 대한 해석이자 비평이다. 이명준(이론과 미학), 최영준(설계공모), 임한솔(전통의 재현), 고정희(식재 디자인), 최정민(시대성과 정체성), 박희성(개발 시대)의 글 여섯 편으로 구성한 1부는 50년을 가로지르는 큰 흐름과 이슈를 조감의 형식으로 해석한다. 2부는 주요 단면에 대한 클로즈업이다. 김아연(생태 공원), 이유직(선형 공원), 서영애(이전적지 공원화), 김영민(아파트 조경), 김정은(사이와 경계), 김연금(맥락), 김한배(사회적 예술), 박승진(시민 사회), 남기준(텍스트)의 글 아홉 편을 엮은 2부는 한국 조경의 궤적 위에 펼쳐진 주요 주제를 포착하고 해석한다. 책의 3부는 한국 조경 50년이 낳은 주요 작품을 기록하는 데 방점을 둔 기획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선정한 ‘한국 현대 조경 50’ 작품의 정보를 정리해 싣는다. 2021년 4월 19일부터 5월 21일까지 한국조경학회 회원,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원, 조경 설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303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2 지난 50년의 작품 경향과 시대상이 담긴 대표작 50선에서 한국 조경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다. 한국 조경 50년사의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과제는 해석적 비평에 무게중심을 둔 이번 책의 범위를 벗어난다. 그동안 『현대한국조경작품집 1963-1992』(도서출판 조경, 1992), 『한국의 조경 1972-2002: 한국조경학회 창립 30주년 기념집』(한국조경학회 편, 2002), 『Park_Scape: 한국의 공원』(도서출판 조경, 2006), 『한국조경의 도입과 발전 그리고 비전: 한국조경백서 1972-2008』(환경조경발전재단 편, 2008), 『한국조경학회 창립 40주년 기념집』(한국조경학회 편, 2012), 『환경과조경』 통권 400호(2021년 8월호)를 비롯한 여러 기록물이 백서, 자료집, 작품집 등의 형식으로 출간되었지만, 종합과 체계라는 기준에서 보자면 아쉬운 면이 적지 않다. 여기저기 흩어져 소실되고 있는 방대한 자료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하는 범 조경계 차원의 기획 프로젝트가 절실한 시점이다[email protected] 각주 1.편집고문 조경진, 편집위원장 배정한, 편집위원 김아연·남기준·박희성, 편집간사 임한솔 각주 2.50개 선정작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정보는 『환경과조경』 통권 404호(2021년 12월호)에서 볼 수 있다.
[풍경 감각] 때론 잊는 일도 도움이 된다
2022년 5월 24일, 미국의 롭 초등학교에서 학생 19명과 교사 2명이 사망한 총기 참사가 일어났다. 참사 이후 미국 정부는 사건이 일어난 학교 건물을 부수기로 결정했다. 건물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비단 롭 초등학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총격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당한 학교를 부수거나, 이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개조하는 것이 보통이다.911 메모리얼 파크,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을 떠올렸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부수고 지우는 게 아니라, 기억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추모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마치 이미 결론이 난 것처럼 생각을 하다가 조금 놀랐다. 이런 딱딱한 생각이 돌보지 못하는 귀퉁이들이 떠올라서. 총성이 울리던 교실과 괴한을 피해 달아나던 복도에서, 그리고 빈 책상과 총탄 자국이 남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예전과 같은 날들을 보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때론 부수고, 지워버리고, 그래서 잊어버리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조현진은 조경학을 전공한 일러스트레이터다. 2017년과 2018년 서울정원박람회, 국립수목원 연구 간행물 『고택과 어우러진 삶이 담긴 정원』, 정동극장 공연 ‘궁:장녹수전’ 등의 일러스트를 작업했고, 식물학 그림책 『식물 문답』을 출판했다. 홍릉 근처 작은 방에서 식물을 키우고 그림을 그린다.
포스코 파크1538
포항의 시간 가을과 겨울 사이 어느 날, 포항을 방문했다. 우중충한 날씨 탓에 모든 것이 채도가 떨어진 채로 눈에 들어왔다. 가동 중인 제철소 시설이 내뿜는 압도적인 심상들도 한몫 했다. 곳곳에 산개된 수많은 기념식수들은 이곳에 축적된 깊은 시간을 암시했다. 버려졌다 싶을 정도로 방치된 연못과 숲의 우거짐은 심리적 감상을 더 가라앉혔다. 프로젝트를 대하는 마음에 무게감이 더해지는 하루였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설계의 단계들은 복잡했으며 시공의 과정 역시 녹록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완성이 됐다. 스치는 공기에 차가움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깨끗한 하늘 아래 벚꽃은 이미 만개해 있었다. 초봄이라는 계절과 공사 직후의 현장 특성상 아직 성긴 구석이 있었지만 신생 공원이 움틀 준비는 되어 있었다. 주변의 거친 산업 단지 경관과 묘하게 중첩되어 보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끝났다’는 안도감이 크지 않았을까. 더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파크Park1538과 그곳을 있게 한 네 가지의 방향성을 다시보자. 선형의 공원,시퀀스 파크1538은 총 연장 600m가량의 선형 공원이다. 즉 사람들의 행위와 동선을 강제할 수 없는 유형이다. 마련한 모든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설계적 장치가 관건이었다. 방문자들의 경험이 하나의 장면에서 종결되지 않도록 하고 싶었으며, 유유히 다음 공간으로 향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다행히 각 구간이 놓인 상황과 맥락이 각기 달랐다. 방치된 수준이긴 했으나 연못 주변에는 물이라는 소재가 발하는 특유의 감상이 잔존하고 있었고, 그 너머로는 낮은 경사지와 깊은 숲이 이어졌다. 새로운 홍보관이 들어설 언덕 정상부에서는 오랜 시간 기업을 알려온 기존의 건축물 위로 트인 하늘을 시야에 담을 수 있었다. 다시 발길을 돌리면 또 한 번 두터운 숲이 우리를 맞이했고,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웅장한 조형물과 임직원을 위한 휴게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지형과 식생의 양상, 지배적 분위기 모두 열림과 닫힘이 교차로 반복되는 흐름이었다. 주어진 리듬에 기대고 이를 더욱 더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열린 곳을 더 트고 닫힘을 더욱 깊게 하며 그들 사이의 전이감을 통해 공원 전체로의 걸음을 이끌고자 했다. 매개체는 식재 설계다. 운영 계획의 동선상 첫 번째 공간에 해당되는 수변공원에는 수생 식물과 초화류, 그래스류 위주의 수종으로 방문객을 환영하는 개방적 제스처를 연출했다. 또한 물이 가진 물성과 매력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능수버들을 식재해 서정적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했다. 길을 건넌 후 신축 홍보관을 바라보며 오르는 사면 진입부의 경우, 곧게 서 있던 장송을 다른 곳으로 옮겨 다음 공간으로의 시야와 이어질 방향에 대한 지시성을 확보했다. 테라스형 잔디구간을 정비해 단정하면서도 우아한 입구를 연출하고차오름길로 이어지는 전이감을 부여했다.차오름길은 기존의 숲 사이에 마련된 언덕길이다. 다시닫히는 전이감을 위해 기존 숲의 훼손을 최소화하고,길과 맞닿은 곳에는 다간형의 소교목을 도입해 아늑한위요감을 지닌 산책길을 조성했다. 다시 열 차례다. 홍보관의 옥상정원에서는 하늘로 트여 있는 공간 자체의물리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었다. 다채로운 수종을 조합한 혼합 식재를 적용해 공원 전체 경험중 하이라이트가 되는 순간을 제공하고자 했다. 홍보관 옥상정원의 중정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작품의 배경이 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홍보관을 빠져나와구름다리로 진입하면 또 다시 깊은 숲을 마주하게 된다. 기존 소나무 숲을 존치해 오랜 시간을 머금은 자연의 풍성함을 유지하되 대왕참나무로 보강하여 이후에도 수직적인 숲에 대한 새로운 시점의 매력이 도드라질 수 있도록 계획했다. 공원의 마지막은 명예의 전당이다. 구름다리 종단부와 일체화된 구조물에 포스코의상징적 인물들을 기억하는 전시적 장치가 구성되어 있다.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이 담긴 중정처럼, 설계 요소를 최대한 자제해 전시 내용물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또한 현장에 있던 팽나무를 남겨 명예의 전당이라는 공간에 부합하는 웅장함과 무게감을 싣고, 수종을간소화해 차분한 감정 속에서 공원의 여정을 마무리하도록 했다. 기업의 공간,브랜딩 공원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지시하듯 파크1538은 포스코라는 기업이 내어 준 공공의 가치다. 더군다나 법적으로 강요된 기부 채납이나 공개 공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공성을 창출하겠다는 기업 스스로의 자발적 판단으로 발로한 공간이다. 기업 홍보관을 신축하는 프로젝트로 시작했으나 홍보관을 중심으로 한 복합 문화 공간 조성으로 사업이 확대됐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나 조경을 하는 설계가의 입장에서나 매우 감사한 땅인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담보된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실재의 공간으로 구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 공원의 가치를 어떻게 다시 기업에게 돌려줄 것인가. 항상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공간은 그 기업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특정 기업 특유의 정체성이 조경과 자연이라는 선한 가치와 맞물렸을 때, 그 순간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방식을 고민한다. 당장의 경제적 보상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서라도 기업 자체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방법에 역량을 투여한다. 브랜딩 전략으로서의 조경에 대한 설득 과정을 필히 수반하는 편이다. 그럼 철을 다루는 기업이니 철 소재를 써보자. 일차원적 판단이었다기보다는 직설적인 방식을 통해 명료함을 구축하자는 판단이었고 과정 속 발주처의 창의적 의지도 큰 역할을 했다. 물론 ‘포스코니까 스틸이야’라는 단선의 논리가 지나치게 지배적이거나 과하게 소비되지 않도록 많은 토의가 있었다. 외부 공간의 시설물 설계를 이끈 씨에이플랜CA plan과 함께 공원 전반의 배치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그들이 가진 삼차원적 조형의 힘이 발휘될 수 있도록 조율했다. 진행 과정 중 내후성 강판(코르텐 스틸)에 대한 제안이 있었고 여러 논의 끝에 주요 시설물의 최종 소재로 결정됐다. 자연적 소재와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색채를 지니고 있어 방문객이 인상적인 순간을 경험케 할 수 있고, 누가 보아도 철 소재이기에 단숨에 포스코라는 기업을 인식시킨다. 식재나 자연 소재와의 대비에 의한 조화가 연출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식재와 더불어 시간을 타면서 더욱 더 성숙해 가는 공원을 만들어 가길 의도했다. 시민의 경험,퍼블릭 결국 파크1538은 공원이다. 홍보관 내부의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예약 절차를 밟지 않고서도 누구든 자유롭게 만끽할 수 있는 오픈스페이스다. 모든 공원 설계자가 꿈꾸는 바겠지만, 이 공원 역시 사람들의 일상 속에 녹아들고 그들 삶의 아름다운 순간이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공원 문화’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어 왔으며, 공원이라는 유형이 태생적으로 서양의 것이기에 우리의 체질에 녹아드는 시간이 쌓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조경의 양적, 질적 성장에 의해 이 같은 문화적 양상은 많이 자리 잡았다. 음식을 포장해 공원으로 가서 먹는 피크닉 문화가 소위 ‘힙’한 활동 중 하나가 되었다. 유명 맛집은 돗자리까지 포함한 피크닉 세트를 판매할 정도다. 하고자 하는 말은, 오픈스페이스의 지역적 불균형 측면에서 이 프로젝트의 가치를 짚고 싶다는 것이다.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설계 요소나 방법론을 논하기보다 그 존재 자체의 의미에 대한 언급이다. 조경가의 입장에서 양질의 공간을 제공해야 하는 책무와 동시에, 개별 시민들의 입장에서 공원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문화적 자세를 겸비함은 거의 등가의 중요도로 필수적이다. 그리고 공원에 대한 자연스러운 태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비슷한 유형의 공간에 대한 반복적인 경험과 지속적인 노출이 효과적이다. 이 사업을 통해 탄생한 포항의 새로운 공원이 해야 할 문화적 그릇으로서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공원은 2021년 3월 개장 후 2주간의 시범 운영을 거친 뒤 일반 시민들에게 개장되었다. ‘철과 자연이 어우러진 친환경 힐링 공간을 포항 시민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는 발주처의 굳은 취지가 실현된 날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에서도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했다. 하늘거리는 수변공원의 풍경과 차오름길이라는 여유로운 걸음의 언덕 산책로, 하늘과 맞닿은 옥상정원의 다채로운 계절감, 숲을 감상하는 새로운 시선의 구름다리와 단정한 감상의 명예의 전당. 제철소의 산업 단지 경관이 지배적인 포항이라는 도시 한편에 기다란 녹색의 선이 생겼다.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을 엮어내는 선이 되길 바란다. 다자간 작업,컬래버레이션 대부분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그러하듯 파크1538도 다양한 주체의 힘이 모인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유독 이 프로젝트에서의 협업을 유효하게 한 첫째 요소는 발주처와의 관계다. 안목과 취향을 공유할 수 있고, 설계사의 의도를 최대한 이해해주고자 하는 지지를 얻어 진행 과정이 매끄러웠다. 무엇보다도 주요 설계 요소인 소재에 대한 발주처의 이해도가 높았기에 실시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의지가 됐다. 철이라는 소재를 가장 오래 다뤄왔던 그들의 노하우는 공사의 효율성과 공간의 완성도를 높인 결정적 요인 중 하나다. 또 다른 관계는 하나의 외부 공간 설계를 함께 진행한 두 개의 설계사다. 얼라이브어스와 씨에이플랜은 전체 공원의 배치와 구성을 다듬는 마스터플랜 작업이 마무리된 시점부터 각자의 특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로 분업했다. 조경 설계의 큰 세 덩어리인 식재, 포장, 시설물 설계 사이에서 서로의 전문성을 신뢰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시설물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식재 방식을 결정하기도 하고, 좀 더 안정적이고 다채로운 식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시설물의 위치나 방향성을 조정하기도 했다. 조건과 상황마다 주도권을 가져오기도 내어주기도 하는 영리함이 필요했다. 시공사와의 협업 역시 이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지점이었다. 사실, 공사 기간과 공사 시점 측면에서 꽤나 불리한 조건이었다. 시공할 수 있는 개월 수가 한정적이었고 개장 시점이 3월로 확정되어 있어 겨울 공사가 불가피했다. 유독 혹독한 겨울이었다. 특히 차오름길은 시공 중간에 전면 재검토가 이루어지면서 모두에게 비상 사태가 도래했었다. 해당 구간의 공사는 한동안 멈춰 섰고 사면을 오르는 산책로의 선형과 골격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다. 우리 역시 가능한 가장 빠른 속도로 새로운 대안들을 마련했지만 현장의 시간은 더욱 더 촉박했기에 애가 타는 며칠이 지나갔다. 최종안에 대한 발주처와의 협의가 끝났지만 앞서 말한 공사의 기간과 기상 조건으로 다시 어려움을 겪었다.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시공사와 강구했고 설계와 시공이 동시에 움직여 마무리했다. 현장의 도움을 받아가며 급박한 과정 속에서 긴 설계의 여정이 끝났다. 그렇게 훈훈한 봄을 맞이했다. 강한솔·김태경 인터뷰 작은 스케일의 완성도와 큰 스케일의 계획성을 가로지르다 글 김모아 기자 사진 유청오 공간의 이름 ‘파크park1538’에서 이곳이 공원이라는 점이 엿보인다. 초기 단계부터 홍보관을 둘러싼 외부 공간이 공원으로 기획되었나. 강한솔(이하 솔) 사실 사업의 초반부터 참여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홍보관과 건물 주변으로 전시 콘텐츠를 지원하는 간략한 조경 설계 정도가 되어 있었다고들었다. 그런데 포스코의 최종 결정권자가 막상 마스터플랜을 보니 대상지가 지닌 자원이 아까웠던 모양이다. 홍보관 주변으로 낙후됐지만 잠재력이 큰 수변공원이있었고, 울창한 소나무 숲도 있었다. 이참에 전체를 리노베이션해 시민에게 공원으로서 이곳을 열어주자는판단을 했던 것 같다. 그때부터 공원 마스터플랜 수립이 시작됐고,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연락이 닿았다. 작업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공원의 선형적 느낌만이 표현된, 개념적인 그림만이 있는 상태였다. 이를 공간화하고 다듬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씨에이플랜CA plan이 외부 공간 설계를 진행하고 있던 상황에서 참여하게 된프로젝트라 그만큼 설계사 사이의 구도가 굉장히 복잡하다. 일반 시민이 찾아오기에는 도심에서 꽤 거리가 있는곳에 공원이 있다. 실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누가될 것이라 예상했나. 그들에게 이곳이 어떤 공간으로다가가기를 바랐나. 솔 파크1538은 포항 시내에서 떨어진 포스코 포항제철소 단지 옆에 있다.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점은 발주처와 설계사 모두 알고 있는 사항이었다. 주요 이용자는 일반인과 학생이 될 것이다. 웰컴 센터에서 공원에대한 설명을 듣고 셔틀버스를 타고 홍보관으로 이동하는 프로그램도 다수 계획되어 있다. 이러한 학생들이홍보관의 주 타깃이겠지만, 공원 자체는 일반 시민에게모두 열린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발주처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공원을 원했다. 발주처가 강조했던 가치 중 하나가 포스코의 이념인 위드코스코with POSCO였다.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 시민을 뜻하는 말인데, 이처럼 시민과 함께 하는 공간을목표로 설계를 진행했다. 포스코를 홍보하는 공간인 만큼 기업 정체성을 드러내달라는 요구는 없었나. 사람들에게 쾌적한 쉼과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하는 동시에 포스코의 특성을 보여주는 전략이 궁금하다. 솔 포스코가 철을 만들어내는 기업이니 소재를 통해그 정체성을 표현한 부분이 있다. 내후성 강판이 그 예인데, 직설적인 소재라 너무 돋보이거나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는 데 공을 들였다. 식재를 통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할 것인지, 강렬한 느낌의 소재를 들였으니 차라리 자연과 인공의 대비를 통해 조화를 이루게 할지 등을 고민했다. 김태경(이하 태) 포스코는 생산한 상품을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다 보니 브랜딩 방식이 일반기업과 다를 수밖에 없다. 발주처는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홍보를 통해 포스코 철의 인지도나 가치를 보여주고자 하지 않았다. 그보다 포스코가 한국의 중요한 기업이자 자산으로 자리 잡기까지 오랜 역사를 함께 해온 만큼 시민들에게 좋은 공간을 내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했다. 기업 홍보 공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래머블 포토존도 요구하지 않았다. 시민들이 편안하게 들러 물을 감상하고 식물을 보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 게 전부였다. 철이라는 소재의 사용에 있어서도, 방문객이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있다면 사용하지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우리도 사람들이 공간 안에서하게 될 경험이 단계적으로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하는데 더 집중했다. 콘셉트가 강한 공간이 아니다 보니 내러티브가 적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오랜 시간이 흐르면 공공성이 파크1538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공간이지만, 여유가 있을 때 편안하게 들러 도시공원처럼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마스터플랜을 보니 공간이 열리고 닫히는 모습이 또렷하게 보인다. 일종의 시퀀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구름다리가 통과하는 구간은 본래 숲이었는데 길고큰 구조물을 설치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솔 처음에 현장에 방문했을 때 숲은 관리가 되지 않아잡목만 자라고 있는 산이었다. 수변공원도 오래 방치되어 자연적으로 발생한 수생 식물이 자라고 있었고, 수질 관리도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공원 전체를 리노베이션 하기로 결정된 만큼 발주처는 과감하게숲을 들어내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기를 요청했지만, 우리는 오히려 수변공원이나 언덕, 숲을 살리며 변신을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본래의 경관이 나쁘지 않기도 했다. 태 구름다리 아래에 본래 길고 가파른 계단이 있었다.대상지 내의 급한 경사를 극복하는 동선인데, 홍보관에서 빠져나와 명예의 전당으로 향하는 방문객에게 좋은 경험을 주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씨에이플랜이이 계단의 대안으로 구름다리를 제안했고, 우리는 구름다리를 걸으며 보게 될 숲의 경관을 만드는 작업을했다. 나무 사이를 떠다니며 통과한 구름다리는 명예의전당을 감고 내려오며 포스코의 상징적 인물을 전시해놓은 구조물 자체가 된다. 사실 숲뿐만 아니라 수변공원에서 홍보관으로 향하는 길을 비롯해 대상지 내에레벨 차이가 큰 곳이 많다. 이러한 경사를 해결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과제 중 하나였고, 구름다리는 문제를해결하는 방식 중 하나다. 솔 구름다리를 걷는 경험이 마냥 허공을 떠도는 데서그치지 않기를 바랐다. 숲이라는 공간을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제대로 만들어주기 위해 어떤 수목을 존치하고 제거할지 결정하고, 계단을 철거한 자리에 수직적으로 잘 자라는 나무를 심었다. 물론 단기간에 나무들이 자라 구름다리 위로 잎과 나뭇가지를드리우지는 못할 테지만,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다시숲의 경관이 만들어질 것이다. 공원은 언뜻 보면 면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구부터 명예의 전당까지 하나의 긴 동선으로 연결된 선형 공원이다. 동선이 하나라는 점에서 자칫 오고 가는 이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극복했나. 솔 투어 코스 자체는 길을 따라갔다가 돌아오도록 짜여있지만, 원한다면 명예의 전당에서 공원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하나의 동선이 주는 경험에 대해서 김태경 소장과 프로젝트 중간 단계에서 심도 있는 대화를나눴는데, 경험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도록 시퀀스를 잘조직해 보자는 결론을 내렸었다. 수변공원에서 출발해구릉지를 올라 정상에 머물렀다가 내려와야 하는 주어진 조건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최대한 극대화하는게 중요했다. 더불어 길을 걷는 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으려면 다른 공간이 계속해서 나타나야 한다. 씨에이플랜은 그 전략으로 구조물을 택했고, 우리는 식재 설계를 통해 공간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공간이열리는 곳에는 화사한 식재를 통해 사람들을 환영하는분위기를, 조금 닫아주는 경관에서는 차분한 느낌의식재로 고요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차오름길을 지나 홍보관의 옥상에 다다르면 다채로운 관목과 초화로 분위기가 정점에 치닫게 하고, 다시 구름다리를 단일 수종으로 잔잔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마지막 공간인 명예의 전당에는 조금은 무겁고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는식재 설계를 했다. 사람들은 무언가가 보이면 흥미를 갖게 되기 마련이다.수변공원에 머무르던 사람들이 홍보관을 볼 수 있도록건물을 가리고 있던 언덕 위의 오래된 나무를 제거했다. 홍보관에 오르면 빛나는 소재로 만든 구름다리가 햇빛에 반짝이며 시선을 끌어 사람들이 다음 행선지로이동하도록 유도한다. 태 얼라이브어스의 장점 중 하나는 개인 주택부터 큰공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하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디자인을 발전시킨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마스터플랜이라 불리는 최종 결과물을 만드는데, 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계획안은 실제로 사람이 마주하는 경험을 담아내지 못하기도 한다. 마스터플랜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하나의수종만을 사용해 형태적인 식재 설계를 한 곳이 있고,혼합 식재를 한 부분이 있다. 모든 공간의 분위기가 다다를 필요는 없지만, 파크1538의 경우 경험이 선적으로 이어지다보니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어 각 공간마다 식재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다. 공간을 크게 사용하는 조경(수변공원, 잔디테라스, 차오름길)과 바라보는 조경(홍보관 옥상정원, 명예의 전당)으로 나눌수 있다. 조경 공간의 성격에 따라 식재 설계 전략이바뀌기도 하나. 솔 공간의 특성을 잘 설정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작업이다. 상업 시설, 기업의 사옥, 리조트 등은 성격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 공간의 성격을 설정하기에도 좋다. 하지만 파크1538은 공원이고, 공원은 불특정 다수가 방문하는 곳이다. 누가 이용할지 특정할 수 없기에유연하게 열린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안정한 방식이다. 잔디테라스는 이용하는 공간보다는 바라보는 경관에가깝다. 물론 누군가 앉아 휴식하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더욱 좋겠지만, 공간의 맥락상 이용성이 큰 공간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잔디테라스는 사람들의 시선을열어주는 조형적 공간으로 계획한 곳이다. 잔디테라스아래에 서면 포스코역사관이 보이고, 잔디테라스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눈길이 홍보관을 향하게 된다. 태 콘셉트에 따라 바라만 보도록 계획된 공간이 있긴하지만, 사용하는 조경과 바라보는 조경을 분명히 나눠 계획하진 않았다. 예를 들어 수변공원의 경우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용하는 공간이지만, 멀리서 바라봤을때는 바라보는 경관이 된다. 멀찍이서 바라볼 때는 큰공간을 눈으로 인지하지만, 수변공원으로 들어서면 감각할 수 있는 공간 스케일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곳에 심기에 8m 높이의 소나무가 큰지 작은지 따질 때,나무 아래에서의 경험이 기준인지 전체적으로 바라봤을 때의 경험이 기준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둘중 하나만을 추구할 수는 없으니, 전체적인 경관과의조화와 그 안에서의 경험 모두를 고려해 식재 설계를했다. 대교목의 수종과 높이는 수변공원 전체의 스케일을 고려해 결정했다. 물을 따라 걷는 사람들을 위해길 주변에는 관목과 지피 식물을 심었다.파크1538에서 가장 화사한 공간이 이곳이다. 공간 경험에 따라 식재 설계 패턴의 크기도 달라진다. 이곳을 바로 앞에서바라볼지 10m 뒤에서 바라볼지에 따라 크기를 조절해야 한다. 명예의 전당과 홍보관 옥상정원에서 조경 공간이 기념비적 조형물의 배경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장식적녹지와 잔디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기후위기 문제로 인해 잔디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잔디를 대체할 수 있는 조경 공간에는 무엇이있을까. 태 미국 서부에서 일할 때 대가뭄으로 인해 서부의 상징과 같은 정원과 잔디밭을 사용하는 프로젝트가 직격탄을 맞은 적이 있다. 이때 많은 정책적 변화가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식재 설계 인허가에서 상록 비율, 종의 개수, 면적 당 몇 주의 식물을 심느냐 등을 따진다.서부에는 그런 기준이 없다. 대신 서부에 심을 수 있는모든 수종이 생육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을 기준으로상, 중, 하로 나뉘어 구분되어 있다. 이 자료는 관이 주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경가의 집단 지성 체제를통해 구축된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는 형식이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된 공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이 과하다고 판단되면, 일부 식물을 물을 덜 필요로 하는 수종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현재 미국 각 주는앞마당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게 했던과거와 달리 물을 많이 먹는 잔디를 수자원 낭비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잔디 퇴출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있다. 개인적으로 그라스가 잔디와는 다른 미학을 갖고 있고, 잔디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소재라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특히 공공 기관은 아직 잔디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의 잘 정돈된 잔디밭이 지닌 상징성이 여전하고, 이를 잘 관리된 조경 공간의 기본으로 여기는 분위기다.거칠게 자란 식물, 야생적 아름다움이 돋보여 관리를덜 해도 되는 정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대는 아직오지 않은 것 같다. 제도적 뒷받침 없이 조경가만의 노력으로 개선하기 힘든 부분이다. 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메모리얼 설계 패러다임이 상징적 오브제를 바라보는 장소에서 공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치유하는 장소로 한 번 변화했다. 이처럼 기념공간도 전시 공간에서 경험하는 공간으로의 변화를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입구 공간의 자연석과 군데군데 군락으로 심은 그라스, 키가 작은 수목은 조금 이질적이고 거친 느낌을자아낸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잔디스탠드와 분위기가사뭇 다른데 의도한 것인가. 솔 입구 공간은 가장 큰 난점을 겪으며 완성한 곳이다.공사 중 갑작스럽게 설계안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발생했다. 발주처에게 새로운 설계안의 최종 확정은 받았으나, 공사 현장에서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게문제가 됐다. 본래 설계는 조형적 옹벽으로 최대한 깔끔한 경관을 만들고, 그 벽체가 보이지 않도록 그라스를 심는 것이었다. 하지만 설계 변경에 시간이 소요되는 바람에 옹벽을 양생하고 마감재를 붙일 공기가 충분하지 않았다. 결국 현장에서는 마감 기한을 맞추기위해 큰 자연석을 배치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택했다. 반대했지만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자연석이 쌓이고 있었다. 아마 시공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밑바탕이 되는 공간이 달라졌는데 식재는 그대로라서 조금 어긋나는 부분이 생겼다. 태 재미 요소를 주고 분위기를 반전시켜주면 사람들이좀 더 경험을 길게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각 공간의 식재 전략을 다르게 세웠다. 단 여러 가지 전략을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공통적인 느낌이 있어야 했고,의도적으로 굉장히 다듬어진 식재 형태와 굉장히 와일드한 식재 형태를 섞어 사용했다. 입구 공간은 이 두가지 식재 형태가 함께 사용된 곳이다. 파크1538과 한동리 주택 정원(『환경과조경』 2018년 8월호)을 비교하니, 식재 전략이 사뭇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대상지 스케일에 따라 식재 계획의 순서 등에 차이를 두는지 궁금하다. 솔 스케일도 영향을 미치지만 설계 공간의 유형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진다. 식재 설계에 국한된 이야기는아니다. 주택 정원의 경우 상업 공간이나 리조트, 공원과 달리 소유인이 매일 보는 공간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를 고려해 훨씬 세심한 배려를 녹인 설계를 해야 한다. 상업 공간의 경우, 콘텐츠를 드러내는 것은 물론 즉각적이지는 않더라도 방문자 수의 증가 등 장기적인 측면에서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요소, 기업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조형 요소 등을 고려해야 한다. 파크1538의 경우, 기업 소유의 공간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공간이기에 범용성에 주목했고, 그에 맞춰 공간 설계와 식재 설계 계획을 세웠다. 태 강한솔 소장의 말처럼 공간 유형의 차이, 스케일의차이, 사용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다름이 있다. 주택정원의 경우 365일 내내 보는 경관이기에 질릴 가능성이 높아서 튀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게 할지에 대해 고민한다. 주택 정원 식재 설계를 할 때도 공원 식재 설계를 할때만큼이나 나무의 종류가 왜 그것이어야 하는지, 한주 한 주 위치가 왜 그곳이어야만 하는지, 공간 구조는왜 그래야 하는지 모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공원식재 설계를 할 때도 전체적인 구성도 중요하지만 실제 사람이 경험하는 스케일에서 어떤 좋은 경험을 주거나 공간을 연출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 공간 유형에 따라 하나의 방향성만을 취하기보다 작은 스케일에서의 완성도와 큰 스케일에서의 계획성 모두를 성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형성된 공감대가강 소장과 내가 함께 일을 해올 수 있었던 근간이기도하다. 한국에서는 정원과 공원의 식재 설계를 조금 다르게다루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작은 정원에도 설계와 도면이 필요하다. 물론 적당한 이미지를 상상하고 그에맞는 식물을 구매해 현장에서의 감각에 따라 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눈에 담을수 있는 시야와 손이 닿을 수 있는 공간에는 한계가 있다. 계획 없이 정원을 만들면 내 눈과 두 팔 안에 담기는 공간 안에서 완성도를 높이게 되기 쉽다. 정원이 아니라 화단 같은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어떤 경험을 주고 싶은지, 어떤 행동이 일어났으면 하는지 고민해 공간 구조를 계획하면, 식물을 심을 때는 느껴지지 않더라도 다 심고 공간을 멀찍이 떨어져 바라볼 때 머릿속에 그렸던 공간이 완성된 걸 확인할 수 있다. 개인 주택 정원과 큰 공원은 맥락이 매우 다른 공간이지만 동선 체계, 공간 구조 등의 가치를같은 무게로 다루며 완성해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상호 보완 가능한 탤런트의 조합이 새로운 스타 건축가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지금 시대에 더 어울리는 대응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따로 또 같이’ 특집(『환경과조경』 2018년 5월호)에서 얼라이브어스가 지금의 구성원들과 함께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내어놓은 답이다. 그로부터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그간 변화한 점은 없는가. 태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다. 건축 팀과 조경 팀이 함께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물론 처음에 생각했던 건 더다양한 팀이 함께하는 공동체였지만, 일감이 풍족하지않다 보니 현실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1년에 서너 건 정도는 조경과 건축이 함께 계약을 해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발주처에서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먼저 공간 브랜딩을 제안해스스로 일거리를 만들고 있다. 공간을 다루는 사무소의 브랜딩 전략이 일반적인 브랜딩 회사의 방식과 달라클라이언트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으로 보인다. 건축 팀과 조경 팀이 같은 회사에 있어 서로에게 배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캐노피를 설계할 때 도면을 그리는 방법과 사용하는 용어가 전혀 다르다. 조경이 캐노피를 시설물로 다룬다면 건축은 캐노피를 구조로 다룬다. 아직 새로운 변화를 꾀하기 보다는 조용히 작품 하나하나를 쌓아가며 기다리는 상황이다. 솔 처음에는 일거리가 많지 않아 작은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전 직원이 모두 뛰어들어 건축과 조경의 경계없이 일을 했었다. 이제는 규모도 좀 커졌고 일도 늘어난 편이라 건축과 조경이 독립적으로 일하는 프로젝트도 많아지고 있다. 다만 얼라이브어스 본연의 색을 잃지 않고 새로운 직원도 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1년에일정 개수의 프로젝트는 건축과 조경이 팀을 이뤄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배려하고 있다. ‘상호보완 가능한 탤런트의 조합’은 우리의 가장 큰 정체성이다. 독립적으로 모든 개인이 내부적인 양적, 질적인성장기를 가진 뒤 안정화가 되면 본격적으로 새로운것들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 시기가언제 올지가 문제다(웃음). 조경 설계 얼라이브어스, 씨에이플랜 건축 설계 종합건축사사무소경암 발주 포스코 시공 포스코건설 위치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동해안로 6213번길 14 면적 20,026.8m2 완공 2021. 3. 얼라이브어스(ALIVEUS)는 현대 도시를 만들어가는 건축, 조경,도시재생, 문화 기획에 기반을 둔 디자이너 그룹이다. 평등한 커뮤니케이션과 유연한 관계를 바탕으로 이상적인 학제간 디자인을 추구하며, 이러한 방식이 도시의 다양한 문맥에 더 좋은 디자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강한솔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미국과 한국에서 실무를 수행한 후 2017년 얼라이브어스(ALIVEUS)를 설립했다. 도시 내 공적인 공간에 초점을 두며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설계를 추구한다. 김태경은 고려대학교에서 생태공학을, 하버드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미국과 한국에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2017년부터 얼라이브어스를 운영하고 있다. 디테일과 식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섬세하게 다듬어진 공간의 미감에 주목한다.
더 링
온라인 쇼핑 문화의 확산과 팬데믹의 영향으로 최근몇 년간 소매업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 이에 홍콩 랜드(Hongkong Land)는 새로운 경험으로 기반으로 한 쇼핑몰더 링(The Ring)을 선보였다. 홍콩 충칭(Chongqing)의 중심에 위치한 이 쇼핑몰은 거래에 맞춰진 상업 공간의 패러다임을 사회적 교류, 자연과의 연결에 초점을 맞춘공간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접근성 높은 공공 공간, 다채로운 시설, 독특한 실내외 경험을 다양한 공동체 구성원이 즐길 수 있도록 맞춤식으로 구성했다. 이러한과정을 통해 완성된 쇼핑몰은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환상적 경험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더 링은 전통적 상업 환경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충칭처럼 밀집도가 높고 거대한 도심에 자연의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상상력 넘치는 해결책이 필요했다. 자연환경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내러티브를 더 링에 녹여냈고 덕분에 방문객들은 쇼핑몰에 도착하자마자 다차원적 모험 속으로 발을 내딛게 된다. 이 모험의여정은 해류의 물결을 형상화한 진입 공원에서 시작된다. 해양의 특성과 해류의 움직임을 나타내기 위해 인근 지역에서 수급한 재료를 사용했다. 지역 커뮤니티의 아이디어를 수용해 공간의 형태와 시설물, 전망대,경험, 좌석 겸 플랜터의 묶음으로 충칭 해안에서 볼 수있는 ‘열대산 큰가오리(manta rays)’의 모습을 은유하기도했다. 테라스와 계단의 높이, 색조의 변화를 통해 빛이바다 속 심연으로 사라지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는데,이를 통해 부지 내의 레벨차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있었다. 이외에도 예술 활동, 전시회, 커뮤니티 모임, 그늘 속 휴식, 활발한 물놀이를 위한 공간이 곳곳에 마련됐다. 광장의 북쪽 가장자리에는 테라스 밖으로 뻗어나와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사람들에게 피난처 역할을 하는 수목을 자세히 탐구할 수 있다. 진입 공원을 통과한 방문객들은 커뮤니티 광장에 들어서게 된다. 다양한 이벤트와 모임이 일어나는 광장은전망대와 예술 조각품, 테라스 좌석으로 둘러싸여 있다. 조개껍데기를 닮은 조각은 방문객이 동굴 같은 공간을 가로질러 낮은 층에 도달해 20m 높이의 물줄기를 내뿜는 분수가 연출하는 유쾌한 경관을 감상하도록이끈다. 여정의 끝에 자리한 공원은 5만 명이 넘는 지역 커뮤니티가 휴일과 축제를 위한 행사를 열 수 있는공간이다. *환경과조경413호(2022년 9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ASPECT Studios Principle Landscape Architect Stephen Buckle ASPECT Design Team Xu Sam, Lei Cherry, Ren Jenny, Chase Qiu,Chen Chiachi, Qian Eric, Yang Jay Hongkong Land Team Qian Ashley, Liu Qiuqi, Zheng Yu Architect PHA Client Hongkong Land Location Intersection of Hu Cai Road and Jin Zhou Avenue, YubeiDistrict, Chongqing, China Site Area 62,863m2 Landscape Area 50,000m2 Commencement 2017 Completion 2021 Photograph Wang Wenjie, xf Photography, Stephen Buckle,Hongkong Land ASPECT 스튜디오(ASPECT Studios)는 조경가, 도시 디자이너, 전략가,도시계획가로 구성된 팀으로, 전 세계 곳곳에 새로운 공공 공간을 창조해왔다. 사람들이 공공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 공간의 완성도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외부 요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억에 남을만한 공공 공간의경험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호주 시드니, 멜버른, 애들레이드, 브리즈번, 퍼스,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 베트남 호치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스튜디오를 두고 있다.
차오양 백주년 공원
콘셉트와 목표 대상지는 전루(Zhenru) 화물 철도가 지나던 곳이다. 철도가 사라진 뒤 차오양 파머스 마켓(Caoyang Farmers’Market)이 들어섰지만, 2019년 그 시장마저 문을 닫았다. 20여 년간 철도와 시장으로 역할해온 선형 부지는거대 도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전형적인 잉여 공간이다. 도시 재개발이 이루어질 때 이러한 유휴 부지를 어떻게 재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오랜 시간 방치됐던 너비 10~15m, 길이 1km 규모의부지는 새롭고 다층적이며 복합적인 용도의 차오양 백주년 공원(Caoyang Centennial Park)으로 새롭게 태어났다.걷기 좋으며 커뮤니티 중심적인 이 선형 공원은 2021SUSAS(Shanghai Urban Space Art Season, 상하이도시공간예술시즌)의 주제에 따라 커뮤니티 생활과 예술을 하나로 잇는 것을 목표로 계획됐다. 이를 위해 대상지의 맥락을새롭게 읽어내고 경관을 재구성했다. 덩굴을 닮은 보행 벨트를 설계해 북쪽과 남쪽을 잇고, 거리의 초지 시스템을 다시 구성해 차오양 커뮤니티의 유기적 재생을위한 기반을 만들고자 했다. 대상지의 역사와 잠재력 차오양 신춘(Caoyang Xincun)은 중국 정부가 최초로 계획한 노동자 커뮤니티다. 이곳에는 시대상이 반영된 집단적 기억과 역사가 녹아 있다. 노동자 거주지 근처에는 버려진 철도를 따라 지어진 시장 가옥들이 있었다.차오양의 생활 수준과 공간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지방 정부와 구청은 이곳을 미래의 여가, 문화, 일상생활을 품을 수 있는 도시공원으로 변모시키기로 결정했다. 디자인 전략과 시나리오 복층화 전략을 통해 좁은 부지의 규모를 세 배 확장시켰다. 이를 통해 인근 거주지의 주민과 학교와 사무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반지하층의 경우, 지하 터널 기반 시설과 주변건축물과의 거리를 고려해 1m 깊이로 굴착했다. 이곳에 전시회, 커뮤니티 활동, 마켓 등의 프로그램을 담는사회적 컨테이너를 놓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1층은1.4m 높이까지 돋웠다. 또한 공원에서 일어나는 활동이 주변 주거지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고가의 높이를3.8m로 제한했다. 남북으로 나뉜 선형 공원을 위한 10개의 시나리오를구상해 모임, 활동, 여가, 스포츠 등의 공공 기능을 제공하고자 했다. 중앙에서 북단과 남단을 향해 뻗어나가는 코리더(corridor)는 사회적 에너지를 하나로 연결하고, 분리되어 있지만 밀접하게 연계되는 복층 공간을형성한다. 주 출입구는 북쪽에 배치했다. 인근의 롄웅빌딩(Lianong Building)과 중차오 타워(Zhongqiao Tower)의 벽면 디자인을 통합해 1층과 고가도로가 함께 출입구를규정하게 했다. 이곳에서 방문자들은 산책이나 주변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중앙 지점에서 란시 로드(Lanxi Road) 위를 가로지르는 2차선 고속도로는 공원의 보행 경험을 하나로 통합하고, 걷는 주민과 달리는 자동차가 공유하는 거리의 일상을 경관의 일부로 자리 잡게 한다. 원형 회랑은 남쪽지역의 고가 두 개를 연결하고, 구조물 사이의 빈 공간에는 팽나무가 자란다. 방문자들은 고가도로를 거닐며하늘을 향해 뻗은 팽나무의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직접만져볼 수 있다. 공원에 최대한 많은 녹지를 두고자 했다. 몇 그루의 나무, 약간의 초화를 심음으로써 이 고가도로를 강철의 담쟁이덩굴로 변모시키려 했다. 공간의 성격은 다르지만 쑤저우 강(Suzhou Creek) 연안의아이터 강변 공원(Aite Riverfront Park), 푸둥 민성(PudongMinsheng) 부두 연결 프로젝트, 양푸(Yangpu) 강변 연결등 선형 공공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설계에큰 도움이 되었다. 푸둥 민성 부두 연결 프로젝트와 양푸 강변 연결 프로젝트는 2017년과 2019년 SUSAS의전시장으로 사용된 곳이기도 하다. *환경과조경413호(2022년 9월호)수록본 일부 Architect Atelier Liu Yuyang Architects Landscape Architect Shanghai Landscape-Architecture Designand Research Institute Contractor Municipal Environmental Construction of CREC Client Caoyang Xincun Sub-district Office of Putuo DistrictMunicipal Government Location 875 Caoyang Road, Caoyang Xincun Sub-district, PutuoDistrict, Shanghai, China Site Area 10,165m2 Building Area 2,892m2 Design 2020 Completion 2021 Photograph Runzi Zhu 아뜰리에 류 위양 아키텍츠(Atelier Liu Yuyang Architects)는 상하이에 설립한 건축사무소다. 사회적 혁신과 공동체적 행동주의를 바탕으로 포용적인 주거 환경 건설을 추구하고, 공유 경제 모델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어바니즘을 구축해왔다. 대표작으로 상하이 현대미술관, 베이징 츠디 메모아이타운, 상하이 민성 부두 조경 및 재연결, 상하이 양푸 워터프런트 조경등이 있다.
셰르토르프스 센트룸
셰르토르프스 센트룸(Kärrtorps Centrum)은 중앙 광장과 이어진 통로, 계단과 연결된 버스 광장 등을 리모델링한 광장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셰르토르프스(Kärrtorps)의 중심부에 활기찬 중앙 광장을 마련하고, 주민들에게 필요한 공공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광장의 성격 1950년대부터 이어져 온 광장의 고유한 특성과 공공 공간 및 사회적 허브로서 광장이 가진 여러 성격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설계를 진행했다. 지하철은 고가 다리를 건너 광장을 가로지르며 대상지 특유의 교외 느낌을 자아낸다. 분수와 화강암 벽 등 역사적 요소들을 보존하고 증폭시킴으로써 1950년대 감성을 한층 강화했다. *환경과조경413호(2022년 9월호)수록본 일부 Project Leader Bengt Isling Office Team Emma Jonasson, Madelaine From Björk, Hannes Kuortti, Lisa Berglind, Andreu Taberner(Visualization), Britta Kjellgren, Daniel Ericsson, Ellen Landén, Olle Lenngren, Hanne Nilsson, Elin Samuelsson, Andreas Säfwenberg, Amanda Vestberg Product and Material Furniture: Nola Collaboration Constructor: Looström Street Constructor: Tyréns Light Fixture: Bjerking Client City of Stockholm Location Kärrtorp Centrum, Stockholm, Sweden Design 2005 Completion 2021 Photograph Åke E:son Lindman 뉘렌스 아르키텍트콘토르(Nyréns Arkitektkontor)는 1948년 카를 뉘렌이 설립한 스웨덴 건축사무소로, 클라이언트의 경제성과 기능에 관한 요구, 이용자 요구 간의 균형을 잡는 것에 관심을 둔다. 대상지의 잠재력과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결합해 인본주의적 가치를 지닌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지향한다.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조경가, 마스터플래너와 건축 보존 전문가가 함께 기술과 경험을 공유해 통합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스반담스 공원
2015년 스반담스 공원(Svandammsparken)의 개조 및 개선 작업이 시작됐다. 지난 세기에 지어진 스반담스 공원은 푸른 수목이 우거진 공원으로 스톡홀름의 미솜마르크란센(Midsommarkransen) 중심에 위치한다. 공원이들어서기 전 이곳은 점토 채취장이었다. 하지만 공원이 조성되며 대형 수목이 둘러싸고 있는 저지대 녹지공간으로 변모했고,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스반담스공원은 지역 주민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인기 있는 공원으로 거듭났다. 공원의 열린 잔디밭은 피크닉, 놀이와 다양한 행사에 활용된다. 여름이면 어린이들이 중앙 연못에서 물놀이를 즐기는데, 이 공간은 1940년대에 기존의 작은 호수를 대체한 것이다. 공원은 조성된 뒤 지난 수십 년간 시대별 성향에 맞춰변화되어 왔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공사는 1980년대에 진행됐고, 이후 수 년간 공원이 노후화됐다. 주변지역의 대규모 개발로 인해 방문객 수요는 계속해서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현재의 활용도및 관리 수요를 고려하여 공원을 세밀하게 개조하고보수하는 공사가 시작됐다. 이용자 참여와 과정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 이용자의 참여와 소통이 대규모로 진행됐다. 800개 이상의 의견을 수렴해 작업에 귀중한 자원으로 사용했다. 대상지가 가진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며, 지난 수십 년간 공원의 형태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과거와 역사를 조사함으로써 디자인의 영감을 얻고, 지금의 상황을 고려해 현대적 요구와 기준에 맞추는 것이 설계 목표였다. 연못의 크기를 키워 기존의 원 모양을 되찾게 했다. 단차가 있는 낮은 화강암 경계벽이 연못을 둘러싸 부드러운 그릇 형태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대규모 관목이 심긴 연못 주변 공간은 편안한 언덕으로 바꿔 부모들이 물놀이하는 아이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연못 옆에는 새로운 놀이터를 조성하고 새로운 진입로를 만들어 공원의 접근성을 높였다. 추 가된 기능과 개선된 활용도로 인해 공원은 이 지역에서 더욱 중요하고 사랑받는 만남의 장소로 거듭났다. Landscape Architect Nyréns Arkitektkontor Project Leader Emma Jonasson Office Team Emelie Brunge, Ulrika Lilliehöök, Kristina Dexner,Anna Birath(Restorer), Annika Lennman(Architect Pumphus),Andreu Taberner(Visualization) Product and Material Furniture: Vestre, Nola Artist: Aline Magnusson Collaboration Constructor: WSP Sverige AB Light Fixture: Rejlers Sverige AB Client Traffic Office Stockholm Location Stockholm, Sweden Design 2015 Completion 2020 Photograph Sten Jansin, Andreu Taberner 뉘렌스 아르키텍트콘토르(Nyréns Arkitektkontor)는 1948년 카를 뉘렌이 설립한 스웨덴 건축사무소로, 클라이언트의 경제성과 기능에 관한 요구, 이용자 요구 간의 균형을 잡는 것에 관심을 둔다. 대상지의 잠재력과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결합해 인본주의적 가치를 지닌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지향한다.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조경가, 마스터플래너와 건축 보존전문가가 함께 기술과 경험을 공유해 통합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텔도르 국립공원
텔도르 국립공원(Tel Dor National Park)은 7만m2 이상의 자연 부지가 펼쳐진 공원이다. 이 야생의 해양 경관에는 고대 항구 도시인 도르Dor의 유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공원에는 성서 시대, 헬레니즘 시대, 로마 시대, 비잔틴 시대의 고대 유적과 유물이 남아있으며, 텔도르 국립공원의 가장 높은 곳에 서면 파도 사이에서 엿보이는 항구의 유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두 가지 목표 이 프로젝트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진다. 첫째, ‘창’이 있는 산책로를 만들어 고대 도시를 가깝거나 먼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방문객은 다양한 역사 시대를 조망하고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둘째, 장애가 있는 방문객들을 위해 전망대로의 접근성을 높인다. 이를 위해 편안하면서 국제 접근성 기준(International Accessibility Standards)에 부합한 경사로를 설계하고, 곳곳에 벤치와 캐노피를 두었다. 세 가지 산책로 해안길, 바다길, 텔Tel 언덕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의 세 가지 산책로가 있다. 780m에 이르는 능선길은 이스라엘관광공사 산하의 자연공원관리국(Nature and Parks Authority)이 설계했으며, 텔 언덕 정상부에 위치한 남쪽 전망대와 연결된다. 발굴된 유물들을 설명하는 표지판을 고고학적으로 흥미를 끌 수 있는 곳곳에 설치하고, 그늘이 있는 곳에 벤치를 배치했다. *환경과조경413호(2022년 9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BO Landscape Architects(Beeri BenShalom, Orna Ben Zioni) Lead Architect Idit Israel Collaborator Nature and Parks Authority Client Nature and Parks Authority Location Dor, Israel Area 50,000m2 Completion 2021 Photograph and Video Yoav Peled BO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츠(BO Landscape Architects)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환경 설계에서 엔지니어링까지 다양한 조경 프로젝트를수행한다.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 공원, 자연 보호 구역, 국립공원에 이르기까지 지역과 도시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계획을 통해 대상지에 맞는 설계해법을 제공한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긍정적인 태도로 프로젝트에접근하고자 한다.
감일 수자인
하남감일 공공주택지구는 위례 신도시와 연계하여 서울 강남권의 주택 수요를 대체하고, 그린벨트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시설로 인해 훼손된 지역을 체계적으로개발하려는 목적으로 조성됐다. 감일 수자인은 13,797세대의 보금자리가 될 하남감일 공공주택지구 중심에위치해 있으며 공원 용지와 맞닿아 있다. 주변을 오가며 단지 내부를 보는 이들이 많기에 외부 공간에 있어서 차별화를 더 강하게 요구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한양은 2021년 7월에 기존 아파트 브랜드를 리뉴얼했고, ‘수자인’의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인 “밸런스 포유어 라이프(Balance for your Life)–더 나은 일상을 위한균형”을 콘셉트로 삼아 아파트 단지 외부 공간을 특화했다. 단지를 칸막이처럼 구획하고 있는 판상형 주거동은 각공간의 독립성을 강화하지만, 공간 간 응집력을 약화시켰다. 분리된 외부 공간을 하나의 주제로 이끌어줄일관된 맥락과 더불어 균형을 이루는 절제된 차별화방안을 찾아야 했다. 편리한 도시 인프라와 쾌적한 자연환경 등 많은 부분을 이웃과 공유하는 공공주택지구에서는 역설적으로이웃 단지와의 차별화를 미덕으로 삼아왔다. 그러나특색 있는 아이템의 도입, 개성 있는 공간의 조합만으로 이루어진 단지는 만국박람회 식의 산만함을 보이기쉽고, 경쟁적으로 도입한 화려한 시설들은 노후화로인해 단지 인상을 저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조경 공간을 통해 일관된 디자인 언어를 구사하는 단지가 주는조화와 특별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서로 다른 빛깔이 하나의 색깔로 조색되는 과정 지향적인 단지 콘셉트가 필요했다. 메인 콘셉트를 블렌딩더 휴즈(Blending the Hue)s로 설정하고 각 공간의 디자인언어를 포괄하는 숲을 단지 중앙 동선에 조성했다. 다른 소재, 용도, 분위기 간의 이질감을 희석하고 공간뉘앙스의 연결을 강화하는 숲은 시간이 흐를수록 울창해지며 공간에 풍성한 녹음을 불어넣을 것이다. 단지 중앙 동선 소나무와 팽나무를 중심 수종으로 배식하고 시종점에언덕과 조명을 배치해 입구성을 강조하여 온전한 숲경험을 제공하는 선형의 공원이 되도록 했다. 서로 다른 이미지와 쓰임을 가지고 있는 외부 공간들이 이곳으로 연결돼 숲이 단지 중앙에서 공간들 내부로 확산하는 구도가 된다. 단지로 들어서며 마주하는 초록의숲 경관을 이정표 삼아 진입한 공간들의 극적인 변화는 산책의 재미를 더한다. 블루 라운지 판상형 동 구조와 넓은 인동 간격은 고층의 건물 사이에서도 일조 조건이 좋은 외부 공간을 만들어 냈다. 공간으로 비치는 햇살을 고스란히 담고자 수경은 넓은수면을 우선 고려했으며 이용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 수변엔 스탠드를 조성했다. 하늘이 담긴 연못에발을 적시며 석가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집 앞에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 물길과 연못, 공작단풍을 두른공간에 마련된 카페테리아는 인근 주민 공동 시설의커뮤니티 활동을 광장으로 확장시키는 사회적 교차로역할을 한다 *환경과조경413호(2022년 9월호)수록본 일부 조경 기본설계 조경그룹 이작 조경 특화설계 아이엘오퍼레이션 시공 한양, 보성산업 조경 시공 케이지에코 놀이 시설 원앤티에스, 아르디온, 스페이스톡 휴게 시설 원앤티에스 운동 시설 그린프리즘, JK랜드 위치 경기도 하남시 감이동 134-2 대지 면적 29,420.50m2 조경 면적 10,387.21m2 완공 2022. 8 아이엘오퍼레이션(Iloperation)의 IL은 Interactive Landscape의 약자로, 자연과 인간이 상호 반응하는 경관에 작동하는 작은 움직임을 뜻한다.2013년 설립 이래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업을 이룰 수 있도록 작은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어떤 디자인 오피스] 안팎
맨땅에 헤딩을 해보자 독립하는 많은 디자이너는 “왜 잘 다니던 회사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하려 하는가?”에대한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금전, 업무 환경 및 범위, 나의 디자인 등 다양한 조건을 고민한 끝에 디자인 오피스를 연다. 안팎의 두 소장에게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운이 따라줘서 좋은 설계사무소를 다니면서 중요한 공공프로젝트에서 트렌디한 상업 시설까지 오랜 기간 좋은 공간을 만나왔다. 즉 독립한다는것은 양질의 프로젝트를 당분간 만나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안정적으로 나오던 월급,체계적인 업무 환경, 좋은 동료 등 많은 것을 포기하고 우리는 맨땅에 헤딩하기로 했다.하고 싶은 것을 다 해 보기 위해서. 이런 생각을 토대로 만든 안팎은 기획, 제안, 디자인, 설계, 공사, 프로젝트 운영, 소품 제작 등 디자이너로서 개입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수용한다. 이것은 안팎이 가진 색깔이자 앞으로 나아갈 길이다. 시공을 통해 안팎을 만난 사람들은 “안팎에서 설계도 하나요?”라고 묻고, 설계를 통해서 안팎을 만난 사람들은 “안팎에서 시공도 하고 있나요?”라고 묻는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두 소장도 안팎의정체성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디자인만 하다가, 디자인한 공간을 직접 공사하니 너무나 신나고 재미있다.나무를 자르고, 돌을 놓고, 레미콘을 타설하고, 용접을 하고, 직접 꽃과 나무를 심는다.꽃꽂이와 소품 제작을 통해 조금 더 색다른 공간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서서히 드러나는 우리의 디자인은 때로는 모자라고 때로는 과하기도 하다. 하지만설계와 시공의 연속된 프로세스 안에서 발생하는 빠른 피드백은 그 부족함과 넘침을신속하게 채워주고 덜어내 준다. 디자인-보고 자료-도면-내역-납품의 과정에 시공이 들어오니 지루했던 루틴에 활기와 재미가 생겼다. 대상지를 바라보는 방식과 디자인 방법에도 변화가 생겼다. 물론 직장인 시절 시공 경험이 전무했던 두 소장의 삶은 이전보다스펙터클해졌다. 이처럼 넓은 범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안팎은 디자인을 기본으로 하는 집단이라는 점이다. 모두가 바라는 그것이 우리의 설계 철학? 안팎의 두 소장인 반형진과 정주영은 서울대학교에서 처음 만났다. 조경설계 서안에서잠시 같이 일하다가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았고, 2019년에 함께 일을 시작했다. 둘의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 겹치기도 하지만, 이 둘은 삶, 디자인 등 많은 부분에서 취향이 다르다. 대부분의 디자인 오피스들이 디자인 지향점, 혹은 설계 철학을 가지는것처럼 우리 역시 지향하는 디자인이 있다. 두 소장이 선호하는 디자인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안팎이 지향하는 바가 한 지점으로 모인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좀 더 넓게 생각해보면 두 소장뿐 아니라안팎의 직원들, 또 모든 디자인 사무실의 취향은 산개되어 있지만 지향점은 한 곳을 향하지 않을까? 아마도 안팎이 바라보고 있는 그 지점을 모든 디자이너가 바라보고 있을것이라는 건방진 생각까지 하게 됐다. 물론 그곳으로 향하는 과정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아주 형태적인 디자인을 선호한다든지, 자연을 복제하는 수준의 경관 구성을 선호한다든지, 트렌드를 선도하거나 따르는 힙한 디자인을 추구한다든지.안팎은 그 과정과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고자 한다. 각각의 프로젝트에서 가장 적합한 과정을 따를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갖추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시공을 곁들이다보니 현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개인 클라이언트를 대하다 보니 우리는 작가와 디자이너 사이를 오가며 줄타기를 아주 훌륭하게 소화해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깨닫게 됐다. 그래서 대상지와 현장 상황과 클라이언트의 의도를 거스르지 않고 좋은과정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지향점으로 향해야 한다. 물론 어떨 때는 떼를 쓰거나 징징대기도 한다. 우리도 다른 모든 디자인 사무실들이 추구하는 그것을 함께 추구하기때문에. 개갑장터 순교성지의 마스터플래너 조경가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은 조경을 계획하거나 설계한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동안의 조경은 공공 프로젝트와 대형 상업 프로젝트, 아파트에 기생하였고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근래 일어난 정원 붐은 조경이 우리의 삶에 스며들 좋은 기회다. 보고 자료를 만들고 모델을 만들고 왕복 8시간이 걸리는 멀고 먼 고창에 세번을 방문해 건축주를 설득해냈다. 조경 설계라는 것을 처음 들어보고, 나무 몇 그루심으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신축 수도원 주변을 정원으로 만들고자 했던 건축주는조경 설계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외부 공간 전체를 안팎에 일임하였다.이미 부지 정지와 건축 공사가 진행된 상황이라 여러 문제점이 많았지만 마스터플래너로서 대상지전체를 다룰 수 있었다. 덕분에 부대 토목 공사까지 떠맡게 됐다. 많은 조경 공사는 건축 공사의 끝 무렵에 시작한다. 조경 공사는 전체 건설 공사의꽃이자 공사장의 문을 닫고 나오는 마지막 공종이다. 조경 공사가 마무리되면 먼지가가득하던 커다란 공사장은 아름다운 외부 공간을 가진 곳으로 변하고 준공 검사 절차를 밟아 공간 활용이 시작된다. 마지막에 있는 공정으로 인해 조경 공사가 시작되기 전만들어진 구조물들은 조경 공사의 큰 난관이 되고, 심할 경우 디자인 의도를 구현하지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건물 역시 외부 공간에 설치되는 큰 구조물이라고 생각한다면 결국 조경가는 대상지 전체의 마스터플래너로 적극 활동해야 한다. 개갑장터순교성지 수도원 정원 공사에 뒤늦게 참여해 대상지 레벨이나 건물의 위치, 형태 등에 대한 결정에는 의견을 내지 못했다. 다행히 부대 토목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함께 논의하면서 맨홀, 트렌치, 정화조, 수전 등 이설하기 힘든 구조물들의 위치를 조정하고 우리의 디자인 의도를 잘 구현할 수 있었다. 만약 조경 공사만 진행하게 되었다면 갑자기 만난 구조물들을 피하기 위한 방책을 세우느라 현장에서 골치 아팠을 것이다. 이는 공사에서만 해당하는 상황은 아니다. 낙선에 그쳐 매우 안타까운 프로젝트였지만 안면도 지방정원 및 가든 센터 현상설계공모에서 우리는 대상지 전체에 대한 계획과 함께 건축물의 위치와 규모, 외형까지 적극적으로 제안‧협력하여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안팎은 다양한 공종들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마스터플래너로서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것이 매우 즐겁다.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조경만의 영역에 한정된작업을 수행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박준서 안팎의 두 소장도 독립했다 우리는 조경설계사무소에 취업하는 대다수 친구의 최종 목표가 독립이라고 믿는다. 안팎을 거쳐 가는 직원들이 좋은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이름을 가졌으면 한다. 물론 독립하고 자신의 브랜드를 갖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성장이 필수다. 이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 안팎을 성장하게 할 것이다. 한 가지에 집중해서 그 분야의 숙련자가 되는 방법도 있지만 안팎의 욕심과 함께 이것저것 해보면서 여러 경험을 쌓고, 그중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안팎에서는 본인이 설계한 것은 직접 시공하는 것을 권장한다. 설계에서 시작하여 시공 현장을 넘나드는 넓은 업무범위는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일 수도, 업무의 질과 양 측면에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디자인한 공간을 자기 손으로 만들어 보는 과정은 본인의 디자인에자부심을 갖게 만들고, 일이 아닌 업으로의 조경 전반에 재미와 활력을 부여할 수 있다. 좋은 방향으로만 말하고 있지만 재미와 활력, 흥미 등 온갖 긍정적인 이야기들은 소장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어느새 직원들과의 세대 격차가 조금씩생기게 된 소장들이지만 안팎 구성원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현재의 안팎 구성원을 비롯해 앞으로 거쳐 갈 많은 사람이 업으로서, 또 너무가볍지만은 않은 재미로 조경을 대할 수 있는 밑바탕으로서의 안팎이 되었으면 한다. 어쨌든 안팎에서는 직원들의 최종 목표가 독립인 친구들도,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고 그 다이내믹한 과정을 실천할 친구들도 모두 소중하다.조경가로서 다룰 수 있는 공간의 영역을 한정하지 말자그동안 봤던 디자인 오피스들은 각자의 특화된 프로젝트 종류들이 있었다. 아파트만디자인하는 친구들, 대형 현상설계 위주인 친구들, 공원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친구들, 작은 정원을 디자인하는 친구 등 각자의 특화된 영역이 있다. 욕심이 많은두 소장이 함께 만든 안팎의 프로젝트는 작은 정원에서 대형 공공 공간, 개인 주택에서상업 시설까지 매우 다양하다. 사실 규모와 공간의 성격을 넘나드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요구 사항, 디자인 접근 방법, 발주처를 설득하는방법 등이 매우 다르므로 스위치를 이리저리 옮겨줘야 한다. 정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안팎은 더 많은 영역에 진출하고 싶다. 상업 시설의 공간 장식, 실내외를 포함한 토털공간 디자인 회사로 성장하는 것을 꿈꾸고 있으며, 조경이 가지는 공공성이라는 핵심성격 덕분인지 미래 도시 공간의 운영, 유지·관리 등에도 관심이 있다. 아직은 조심스레 관심을 가지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본격적인 발걸음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조경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은 학교에서 기획, 디자인, 설계, 운영 관리 등 폭넓은 커리큘럼을통해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연습해 왔다고 본다. 우리가 배웠던, 경험했던 모든 것들을안팎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도해 보고 싶다. 안팎의 소장들은 관성에 따른 삶을 살아가는 것은 매우 달콤하지만 금세 지루해진다고 굳건히 믿는다. 안팎(ANPARK)은 공간을 다루는 토털 디자인 오피스로 성장하는 것을 꿈꾼다. 디자인을 함에 있어 공간의 규모와 성격에 차등을두지 않으며, 디자인에서 시공까지 이어지는 연속적인 프로세스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덕분에 416 생명안전공원, 서울대공원동물원 정문 광장 등 규모 있고 공공성이 강한 공간부터 개인 정원, 수도원 정원 등 작고 사적인 공간까지 다양한 공간들을 다루며,현상설계와 실시설계, 시공 등 디자인 프로세스 곳곳에서 업무를 즐겁게 수행하고 있다.
[모던스케이프] 동물원의 탄생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 덕분에 난데없이 고래가 세간에소환됐다. 센 강에 흘러들어왔다가 고향과 영원히 이별한 벨루가 소식과 인간에게 끝까지 길들지 않고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태산이가 최근 죽음을맞이했다는 얘기까지, 이러저러한 고래들의 사연을 접하면서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이기적인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개나 고양이처럼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 살면서 가축으로 진화한 동물도 있지만, 대부분 동물은 야생에 있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그러나 인간은 애완이든 식용이든 동물을 끊임없이 곁에 두려 했는데, 이런 욕망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이 ‘정원’이고‘동물원(zoological garden)’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유囿라고 하여 금수를 키우는 곳을 아예 구별했다. 앵무새와 원앙등 진귀한 새를 기르는 것은 물론이고 거위나 사슴, 학 등을 곁에 두기도 했다. 학은고고한 생김새와 긴 수명 때문에 예부터 신선과 함께 사는 동물이라 여겼고 속세를떠난 은자隱者들이 특별히 사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옛 기록에서도 선비들이 학을 애완용으로 정원에서 길렀다는 사실이 종종 확인된다. 유럽으로 가면 그 양상이 좀 더 야만적이고 노골적이다. 우선 동물 수집은 동아시아와 마찬가지로 이른 시기부터 확인되는데, 이집트의 아시리아제국을 시작으로 바빌로니아, 그리스, 로마 등 고대 사회에서부터 있었다고 알려진다. 로마제국은 알렉산더 대왕이나 네로 황제는 물론 귀족들까지도 진귀한 동물을 모았으며, 트라야누스 황제는약 1만 1천여 마리의 동물을 수집했다. 8세기 프랑크 왕국의 카를 대제도 거대한 동물원을 소유하고 있었고, 13세기 영국의 헨리 1세도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레데릭 2세로부터 받은 표범 한 마리를 사자와 낙타 등과 함께 우드스톡에 있는 자신의 궁에 동물원을 만들어 관상했다. 우드스톡의 동물원은 이후에 런던탑을 거쳐 19세기 리젠트 공원에 조성된 런던 동물원으로 이어진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이 동물을 수집하는 일은 정치와 권력의 힘이 작동되는 인류의 도시 문명사와 궤를 같이할 만큼 오래된 일이다. 과거에는 동물원이 왕권과 부를상징하며 조공이나 전리품으로 획득한 동물을 정원에 모아 두고 보고 즐기는 데 쓰였다면, 제국주의가 팽배해진 19세기에 이르면 아프리카는 물론 남미 등 식민 국가의동물을 무작위로 포획해 동물원을 채우게 됨에 따라 동물원에는 식민지 정복에 대한상징이 두텁게 드리우기 시작한다. 근대적 시각으로 보면, 동물원은 자연을 정복한 인간의 우월감이 드러나는 공간이며미개한 동물과는 다른 문명화된 인간의 존재를 찬양하는 공간이었다. 또 세상에 대한인간의 호기심과 탐구심이 빛나는 장소이기도 했다. 한편, 동물원은 동물 분류와 서술방식의 발전을 견인했을 뿐만 아니라 동물의 해부학적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동물 보존 박물관을 만드는 계기 또한 마련했다. 세계의 유명한 자연사박물관들도 이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동물원은 방문객에게 자극적이고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진화했고 대중을 위한 공공의 오락 장소로 발전했다. 과거의 계획 공원에는 대부분 동물원이 설계됐고, 동물원은 점차 도시 근대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시설로 자리매김했다. *환경과조경413호(2022년 9월호)수록본 일부 참고문헌 김정은, “일제강점기 창경원의 이미지와 유원지 문화”, 『한국조경학회지』 43(6), 2015, pp.1~15. 김해경 외, “전통조경요소로써 도입된 학(鶴)과 원림문화”, 『한국전통조경학회지』 30(3), 2012,pp.57~67. 니겔 로스펠스, 『동물원의 탄생』, 이한중 역, 지호, 2003. 서태정, “대한제국기 일제의 동물원 설립과 그 성격”, 『한국근대사연구』 68, 2015, pp.7~42. 오창영, 『韓國動物園八十年史(昌慶苑編)』, 서울특별시, 1993. 우동선, “창경원과 우에노 공원, 그리고 메이지의 공간 지배”, 『궁궐의 눈물, 백 년의 침묵』, 효형출판,2009, pp.202~237. 한국전통조경학회 편, 『동양조경문화사』, 문운당, 2011. 박희성은 대구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중 문인정원과 자연미의 관계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역사 연구자들과 학제간 연구를 수행하면서 근현대 조경으로 연구의 범위를 확장했다. 대표 저서로 『원림, 경계없는 자연』이 있으며, 최근에는 도시 공원과 근대 정원 아카이빙, 세계유산 제도와 운영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제2회 더 라스트 뉴클리어 밤 메모리얼 공모
지난해 1월 유엔 핵무기금지조약(TPNW, 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이 50개국 이상의 비준을 받아 발효되었다. 2017년 7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후,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75주년을 맞이한 2020년부터 본격적인 비준 촉구를 통해 발효된 이 조약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달리 모든 핵무기의 개발과 실험뿐만 아니라 핵보유국의 핵우산 제공까지도 금지한다. 그러나 핵무장국과 핵우산에 의존하는 국가 대부분이 비준하지 않아, 이 조약이 실질적인 핵실험 및 핵무기 사용 근절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핵무기는 폭발의 규모가 엄청난 만큼, 그 여파 역시 파괴적이다. 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파괴는 단 몇 분 만에 일어나 기폭 지점 내 대부분의 것을 증발시키며 반경 10km가 넘는 구역까지 뻗는 열복사선은 사람을 산 채로 불태운다. 피폭된 생물들은 회복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고 살아가며 방사능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우리가 알던 세계를 더 이상 전과 같지 않은 위험한 곳으로 바꿔버린다. 미국과 러시아의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 폭발로 인한 ‘핵겨울’로 인해 지구의 기온이 내려가고 식량 생산량 감소로 인해 세계 인구의 최대 70%가 기근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우리는 이미 최근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전쟁과 무기 사용이 가져오는 전 세계적 영향을 확인한 바 있다. 국제적 건축공모기획사인 빌드너(Buildner)가 개최한 ‘더 라스트 뉴클리어 밤 메모리얼 공모(The Last Nuclear Bomb Memorial Competition)’는 국제 사회에 핵무기의 위험성을 알리고 핵실험 및 핵무기 사용을 근절하자는 목소리를 모으고자 추진되는 공모로, 올해 2회를 맞이했다. 참가자는 빌드너가 제공한 전 세계 핵실험 장소, 핵 관련 사건·사고 발생 장소 중 한 곳을 대상지로 삼아 추모 공간을 디자인해 A1 패널 한 장을 제출해야 한다. 핵무기의 위험성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실험과 핵무기 보유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국제 사회의 무심함을 비판하고자 제출물에서 문자 사용을 엄격히 금지해 참여자는 오로지 이미지로만 자신의 의도를 표현해야 했다. 전 세계에서 제출된 작품 중 40여 개가 최종 후보작 명단에 올랐고, 지난 7월 12일 수상작이 발표됐다. 각국 8명의 건축가로 구성된 심사위원의 심사 결과 안–타이 루(An-Tai Lu, 미국)의 ‘리멤버링(Remembering)’, 사비에르 로우레이로(Xavier Loureiro, 스페인)의 ‘알렌(Alén)’, 신영재·윤병두(대한민국)의 ‘더 시드(The Seeds)’가 1, 2, 3등을 차지했다. 공모 특성상 수상작에 대한 직접적 해설이 없기에 작품에 대한 해석은 오롯이 감상자에게 맡겨져 있다. 1등작 리멤버링은 핵실험 장소의 둘레를 따라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목재를 꽂아 공간적 범위를 표현했다. 목재 경계 안쪽으로는 차량이 진입할 수 없다. 방문객들은 안쪽까지 직접 걸어 들어가야 하며 내부에서는 침묵을 유지해야 한다. 경계 안으로 들어간 방문객들은미리 가져온 검은 돌을 안쪽에서부터 두고 간다. 시간이 흐르며 돌들은 점점 모이고 검은 표식은 점차 커져가 하얀 모래 빛깔 대지와 대조되는 명확한 흔적을 남긴다. 이러한 의식은 검은 돌이 목재 경계 안쪽을 완전히 검게 채울 때까지 계속된다. 심사위원은 리멤버링에“시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으며 방문객과 기념비 사이의 교류가 이 미니멀한 제안에 깊이와 정서를 더하고 있다. 오로지 빛뿐인 공백에서 시작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념비의 규모가 확장되는 아이디어가 아름답고 강력하다”고 평했으며, 죽은 자의 묘에 돌을 얹는 유대교의 전통과 이 제안의 유사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2등작 알렌은 핵실험 후 남겨진 움푹 팬 땅의 경계부를 가르는 선형의 길을 기념비의 입구로 삼는다. 내부와 외부를 잇는 강력한 축이기도 한 진입로는 내부의핵실험지를 물로 채운 호수로 곧장 이어진다. 계곡을지나 호수에 닿은 방문객들은 수면보다 낮은 곳에 서게 되어 마치 물에 잠기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폭발의 중심에 닿을 때 길은 끝나며 그 끝에는 계단이 있어 방문객들은 수면과 비슷한 높이에 올라 잔잔한 수면을 바라본다. 심사위원은 “시적인 이미지가 핵실험지의 규모를 드라마틱하게 전달하고 있으며 중심을 향해 뻗은 물에 잠긴 보행로가 부재의 감각을 자아낸다.이 제안은 ‘경관의 프레이밍’, ‘감정의 변화’를 활용한 일종의 대지·설치 예술과 같다. 본래 있던 자연의 언덕을가르는 좁다란 계곡 길과 물에 잠긴 보행로를 지나는행위는 정화와 같은 종교적 의식을 떠오르게 한다”고말했다. 3등작 더 시드는 미국 애리조나의 핵실험지를 대상지로 삼았다. 폭발의 중심을 향해 선 1,000여 개의 토우들은 시간에 지남에 따라 점차 분해되어 새로운 생명을 위한 보금자리가 된다. 어느 하나도 같은 토우는 없고, 각각의 토우는 어린이, 노인, 소방관, 산모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을 표현한다. 특히 가축과 야생동물 등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까지 포함해 핵무기로 인한 피해가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여지없이드러낸다. 대상지의 생물상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추모 공간이 추모를 위한 공간을 넘어 지역의 멸종 위기 자생 식물(Tiehm’s buck wheat)과 곤충(MonarchButterfly)을 위한 서식처가 될 수 있도록 토우 안에 자생 식물의 씨앗을 섞도록 제안했다. 비와 바람에 의해풍화되는 토우들은 생명의 무력함, 연약함을 드러냄과동시에, 죽음과 파괴가 곧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질 수있음을 암시한다. 심사위원은 “배치된 토우들이 시간이 흐르며 분해되고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 정원으로 돌아온다는 콘셉트는 매우 강력하다. 인간 이외에 다른 모든 생명까지도 품은 생태적 접근은 시간,변화, 그리고 순환을 디자인 어휘로 사용한다. 이 충격적이면서 극적인 대규모 설치 작업은 핵무기로 인한희생자가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을 포함한 생태계 전반임을 알림과 동시에, 우리가 모두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의 일부이며 인간의 행위가 이를 파괴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고 평가했다. 신영재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한 뒤 조경설계사무소HLD에서 4년 4개월 근무했다. 현재 생태적 정원 설계/조성/연구모임 ‘초신성’과 종합예술동인 ‘madswanattack(미친백조의공격)’의 일원으로 활동 중이다. 눈에는 잘 띄지 않는 아름답고 쓸쓸한것들에 관심이 많다.
오감으로 재조합한 귀틀집의 풍경
깊은 산골 속 작은 집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이미지들이 있다. 은근한 열기를 뿜는 아궁이, 밥때가 되면 피어오르는 굴뚝의 연기, 고구마가 익어가는 화로, 정겨운 할머니의 목소리. 이런 장면들을 막연히 낭만적이라 생각하며 자라왔지만, 사실 나는 도시에서 벗어난 삶을 경험한 적이 없다. 때로는 이런 상상이 나와 동떨어진 삶을 대상화하는 방식 중 하나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지난 7월 11일부터 8월 15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에서 열린 ‘가장 조용한 집’은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전시다. 식물로 일상을 어루만지는 조경 작업을 하는 ‘수무’가 기획한 전시는 ‘힙’한 음악과 영상, 설치 작품으로 무주 귀틀집을 재해석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삶을 나의 일상과 가까운 지점에서 상상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주 귀틀집 전시의 주인공인 무주 귀틀집은 70년 전 무주의 한 부부가 직접 지은 신혼집이다. 집터로 잡은 곳이 오지인 데다가 집을 지을 전문가도, 제대로 된 재료도 구할 수 없던 그들은 주변의 나무를 베어 우물 정丼 모양으로 배치해 틀을 만들고, 나무를 쌓아 올려 벽을 세우고, 틈 사이를 진흙으로 메꿔 집을 완성했다. 나무와 진흙처럼 한국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재료로 지은 집은 여름에는 수분을 흡수해 팽창하고, 겨울에는 수분이 적어져 수축한다. 숨 쉬듯 부풀었다 오그라들기를 반복하며 집의 구조는 더욱 견고하게 연결되고, 재료는 좀 더 단단해진다. 스스로 튼튼해지는 집의 특성에서 수무는 인류가 지향해야 할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성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했다. 약 이틀간 귀틀집에서 머무른 수무는 숨 죽인 채로 주변 환경을 둘러보고, 소리를 채취하고, 영상으로 그 주위를 기록했다. 그 과정에서 포착한 자연의 소리와 그 소리를 만들어내는 작은 주체들의 모습을 새로운 콘텐츠로 빚어냈다. 무주의 시공간을 담은 캔버스 전시장에 들어서면 하얀 모래에 반쯤 파묻힌 거대한 구조물, 그 위로 투사되는 영상과 음악으로 구성된 설치 작품 ‘가장 조용한 집’이 나타난다. 반사 소재로 만든 우물 정 형태의 구조물은 귀틀집을 상징하는데, 빔 프로젝트에서 투사되는 영상을 담아내거나 반사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구조물을 반쯤 덮은 흰 모래는 귀틀집이 자연에 묻혀 지내온 시간이자 스며든 자연으로, 무주에서 담아온 실제 자연 영상을 고스란히 담는 캔버스가 되어준다. 모래가 쌓여 생긴 자연스러운 굴곡은 새벽녘 희미하게 밝아지는 하늘의 영상이 비칠 땐 가파른 산세 같고, 경쾌하게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올 땐 계곡가의 바위처럼 느껴진다. 무주 귀틀집의 사계절, 24시간을 간결한 형태로 축소한 작품은 방문객을 자연의 내면으로 인도하며, 이전과 다른 감각으로 주위를 둘러보게 만든다. *환경과조경413호(2022년 9월호)수록본 일부
거리 위 사진가의 비밀
미스터리한 천재 사진가, 롤라이 플렉스의 장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15만 장의 필름. 많은 수식어로불리는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는 우연히 그의작품이 경매장에서 발견되기 전까지 지난 세기 동안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무명의 사진가였다. 숨겨진 명작은 한 남자의 안목과 우연에 의한 발견 덕분에 빛을 볼 수 있었다. 아마추어 역사학자 존 말루프(John Maloof)는 집필 중이던 시카고 역사책에 넣을 사진을 찾다가 우연히 경매장에서 380달러에 낙찰받은 필름이 담긴 상자에 흥미를 느낀다. 골동품 수집이 취미였던 그는 이제껏 세상에 공개된 적 없었던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이 가진 가치를 발견하고, 세상에 알리고자 마음먹는다. 플리커, 전시 등을 통해서 세상에 공개된 그의 사진에 대중은 열광했고, 이후 각종 서적과 다큐멘터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가 남긴 사진을 한국에서도 볼 기회가 생겼다. 지난8월 4일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이 열렸다. 직접 인화한 빈티지 작품과 미공개작을 포함한 270여 점의 사진과 그가 사용했던 카메라 및 소품, 영상, 오디오 자료 등을 선보였다. 특히 거울, 쇼윈도, 그림자 등을 통해 자신을 숨기듯 표현한 그의 감각적인 셀프 포트레이트는 요즘 SNS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셀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거리의 사진가 생전에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유지했던 비비안 마이어에 대해서 알려진 정보는 극히 적다. 뉴욕에서 태어난그는 어머니의 고향인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1950년대 미국으로 돌아와 뉴욕과 시카고를 오가며살았다. 어릴 때 부부간의 불화로 인해 부모가 이혼했고, 그들은 오랫동안 마이어를 돌보지 않고 방치했다. 유일한 혈육이었던 오빠는 마약 중독에 빠졌고, 감옥을 들락날락했다. 그는 가족과의 교류가 단절된 채로오랫동안 일정한 거처 없이 남의 집을 전전하며 유모, 가정부, 간병인으로 살았다. 이모할머니로부터 받은 유산으로 샀던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유일한 낙이자 취미였다. 카메라는 2009년에 사망하기 전까지 독신으로 살았던 마이어에게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 시카고와 뉴욕 일대를 누비며 거리의 사진을 찍었던마이어는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거장들과 비견된다.로버트 프랭크처럼 일상 속 찰나의 미학을 포착할 줄알았으며, 사회의 소수자에 주목했던 다이안 아버스처럼 흑인, 어린이, 노숙인 등 인종과 연령, 남녀의 구별없이 거리의 모든 이를 사진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사진 속의 거리는 마치 평범한 사람들이 출연하는 극장과도 같다. 사진에는 상냥함과 비극이 동시에 존재하는 거리의 아이러니가 한 편의 드라마로 펼쳐진다.그는 구체적인 테마를 정해 놓고 이미지를 찾지 않았다. 대신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 어떤 것이 눈에들어올 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의 이미지를 수집해야 하는 사명을 띤 사람처럼 셔터를 눌렀다. ‘센트럴파크 동물원’은 풍선이 절묘하게 한남성의 얼굴을 가린 순간을 기민하게 포착해 찍은 사진으로 일종의 유머를 엿볼 수 있다. ‘뉴욕공공도서관’에서는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우아한 한 여성의 옆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여러 가지 구도를 이용하면서도 재치, 사랑, 빈곤, 우울 등 다채로운 감정의 이미지와 피사체의 다양한 표정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환경과조경413호(2022년 9월호)수록본 일부
[기웃거리는 편집자] 반경 안의 아름다움
어린 시절 처음으로 마주한 서울의 아파트는 신기하면서도 조금 무서웠다. 최초의 영화라 불리는‘열차의 도착’에 나오는 증기 기관차 영상을 보고진짜 기차가 오는 줄 알고 도망갔다는 관객들처럼,초록의 시골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콘크리트 덩어리인 아파트의 위세에 기가 눌렸던 것 같다. 그러나서울 생활 십 년 차에 접어든 내게 이제 아파트는이정표나 다름없다. 행선지를 묻는 택시 기사에게주소지를 읊는 대신 집 근처 아파트 이름을 말하고, 고향집에 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동서울버스터미널을 둘러싸고 있는 아파트를 보며 서울을 실감하는 동시에 이상하게 안도감이 든다. 고향보다 서울이 익숙해진 것이다. 어느 때는 아파트를 보고 시간을 가늠해보기도한다. 옛날에 살던 동네를 우연히 지나다 한창 공사 중이던 재건축 아파트가 완공된 모습을 보면서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헤아리기도 하고, 집 앞아파트 벽면을 날마다 영롱한 연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을 보며 하루의 끝을 깨닫는다. 그 끝이아쉬워 연신 셔터를 눌렀는데 그럴 때마다 여의도진주아파트를 포함한 서울 아파트의 벽면을 사진으로 찍어서 남겼던 스웨덴 사진가 지넷 하글룬드(Jeanette Hagglund)의 심정을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오롯이 아파트를 관찰자 시점으로 보는 나와달리, 아파트 안의 주인공인 주민들의 삶에 주목한 영화와 잡지가 있다. 영화 ‘집의 시간들’은 입주민 시점으로 아파트의 삶을 다룬다. 재건축을 앞둔 둔촌주공아파트 주민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에게 아파트에서의 시간은 무엇이었는지 묻는다. 비온 다음 날 안개가 낀 오솔길, 정전을 알리는 오래된 등,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베란다에 비치는 햇살, 날마다 들리는 새소리와 계절마다 달라지는 우거진 숲의 풍경. 그들의 마음에 새겨진 장면과 추억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다시 이런 아파트에서 살 수 있을까’라는 대답이었다. 도시에서 보기 드문 우거진 숲이 만드는 녹지 공간의 매력과 오랫동안 같은 터전에 자리 잡고교류했던 이들과 함께했던 순간은 그곳의 삶을 지탱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실제로 오래된 아파트 특성상 잦은 단수와 정전, 녹물 등 크고 작은 불편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다른 하나는 한 대형 건설사의 웹매거진 ‘비욘드아파트먼트’다. 학군, 역세권, 공세권, 수세권 등 카탈로그에 등장하는 막연한 용어 대신 담백하게 해당 아파트 입주민의 일상을 인터뷰로 보여준다. 조깅은 어디로 가고, 단지의 영화관은 어떤지, 창밖의 소나무 정원을 보는 낙에 산다는 등 돈으로 환산되는 아파트의 경제적 가치보다 일상 속 아파트의 모습에서 생활의 가치가 읽힌다. 아울러 건축가와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설계 철학이나 지향했던가치, 완성되기 전까지 했던 고민의 과정을 보여주고 아파트 베이 변천사처럼 누구나 궁금해 하는 지식을 알려준다. 두 가지 콘텐츠에서 입주민이 공통적으로 꼽은좋은 순간은 안이 아니라 밖에 있었다. 물론 휴게공간, 주민 간의 유대, 편리한 공간 구조 등과 같은장점을 꼽는 이도 있었지만, 대개는 자연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만들어내는 장면을 최고의 순간으로꼽았다. 매일 조깅하는 산책로, 비 온 다음 날의 안개 낀 오솔길, 창밖의 소나무와 같이 일상에 깃든초록의 자연이 선사하는 장면이 그들의 삶에서 오래 기억되고 있었다. 최근 아파트 조경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실무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제주도에서 어렵게공수해 온 팽나무로 만든 숲에 애정이 깊다며, 지금보다 내일을 더 기다린다고 했다. 먼 훗날 지금보다 더 울창해진 팽나무 숲을 거닐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그리면서 한 주 한 주 심었다는 그의 선한표정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어쩌면 경치를 만든다는 뜻을 가진 조경의 본질은 인간의 가장 가까운 반경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만드는일 아닐까. 그 역할을 제대로 된 아파트 조경이 해낸다면 어떨까. 부의 증식이라고 여겨지는 아파트가 미의 증식이 되는 것은 너무 헛된 바람일까.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광장은 다수의 군중을 위해 존재하지만, 외로운 도시 산책자를 외면하지 않는다
어른 말 들어서 나쁠 것 하나 없다. 뒤이어 쏟아질잔소리를 예고하는 말이지만, 그래도 이만한 진리가 없다. 날 위한 조언을 귀찮은 간섭으로 받아들였다가 낭패를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요새는 선크림을 꼭 챙겨 바르라는 엄마의 말을 대충 넘겨들었던 걸 실컷 후회하고 있다. 쉽게 푸석푸석해지는피부를 보며 이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선크림을 바르고, 모자를 쓰고, 성가시다고 눈길도 주지 않던양산 좌판 앞에서 서성거리기까지 한다. 그런데 열심히 온몸을 꽁꽁 감싸도 뙤약볕의 위력을 피할 수없는 곳이 있다. 열기를 흡수해 신발 밑창에 쩍쩍달라붙는 아스팔트, 녹음을 찾아볼 수 없는 회색공간, 햇빛을 그대로 반사하는 석재 포장, 고층 빌딩에 둘러싸여 도로의 열기를 밖으로 방출하지 못하는 도시의 섬. 이 모든 조건이 교차하는 지점에광화문광장이 있다. 그리스의 아고라, 로마의 포럼에서 출발한 광장은 고대 민주 사회의 기틀을 만든 공간이다. 중세에는 종교 행사를 열고 권력가의 힘을 내뿜는 공간으로 쓰였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상업 시설이들어서기 마련이고, 유럽의 도시는 자연스럽게 광장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아직 유럽 땅 끄트머리도밟아보지 못한 내게 광장은 미디어가 만든 낭만적필터가 덧씌워진 곳이다. 분수대와 그 주변을 평화롭게 거니는 작은 새, 사이사이에서 제각각의 활동을 펼치는 예술가, 각기 다른 모양이지만 하나의결로 읽히는 차양을 단 카페와 레스토랑. 내부에는사람이 있고, 둘레에는 그들을 심심하지 않게 해줄 콘텐츠들이 가득했다. 친구들의 SNS를 보면 유럽 여행은 광장을 가로질러 광장으로 향하는 일처럼 읽혔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비롯한 모든 핫플레이스로 이어지는 여정에 으레 광장이 있었다. 그런데 광화문광장은 좀 다르다. 크기나 형태에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광장이 놓인 도시의 맥락이상이하다는 말이다. 유럽의 광장이 높지 않은 건축물이 내려준 적절한 그늘에서 바투 붙은 각종 상점에 오가는 사람과 소통한다면, 광화문광장은 높은 빌딩을 성벽처럼 두른 거대한 도로 한복판에서사방을 달리는 차량이 뿜는 열기, 매연, 소음과 다투고 있다. 그 혼잡함을 뚫고 6차선 도로를 기꺼이 건너기에 이순신과 세종대왕의 동상, 작은 잔디밭이 충분히 매력적인지는 늘 논쟁의 대상이 된다.시민의 일상과 밀접한 편의와 콘텐츠를 제공하지못하고, 정치 집회나 시위가 일어날 때만 그 존재를 느낄 수 있다는 광화문광장을 향한 지적은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달 새롭게 태어난 광화문광장은 장소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방향으로 확장되어 조성됐다. 넉넉하게 마련된 녹지는 사람들을끌어들이겠다는 듯 맞닿은 건물과 골목으로부터뻗어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바닥분수에서 실컷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은 도시공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한결 활기차진 광장을 보니 즐거운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 이곳이 짊어진 부담감이느껴져 안타깝기도 했다. 넓게 비운 터는 무엇이든담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곳이지만, 항상 모든것을 담고 있어야 하는 곳은 아니다. “광장의 공간감은 의외로 모든 활동들이 소거된 ‘빈 광장’일 때잘 드러난다. 나무의 아름다움도 모든 잎이 다 지고 난 겨울 나목裸木일 때 더욱 운치 있게 보이는 것처럼, 광장이라는 공간 또한 떠들썩한 행위들이 모조리 사라진 그때가 아름답다. …… 아무도 없는이른 새벽에 빈 광장을 홀로 걷는 일은 즐겁다. 광장은 다수의 군중을 위해 존재하지만, 외로운 도시산책자를 외면하지 않는다. 어쩌면 도시에 더 많은광장이 필요한 이유다.”1 길과 마당의 문화를 곁에 두고 자란 우리는 아직광장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충분히 영글지 못한문화를 바탕으로 모두의 요구를 담은 완벽한 광장을 만들 수 있을까. 계속해서 옮겨지고 뜯겨진 광장이 이번에는 오래 살아남아 새로운 시대의 다양성을 담는 실험 장소가 되고, 그 과정에서 도시 곳곳에 숨어 있는 새로운 광장이 발굴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광화문광장도 이곳에서만 펼칠 수 있는행위에 충실할 수 있을 테니까. 광화문광장 산책을 계획하고 있다면 나서기 전 『환경과조경』 2017년 3월호 ‘광장의 재발견’ 특집을 훑어보기를 권한다. 광장 한복판에서 일독하고 싶다면 나무 그늘과조각보 문양의 바닥 패턴을 즐길 수 있는 열린마당을 추천한다. 각주 1.박승진, “아고라포비아”, 『환경과조경』 2017년 3월호,p.19.
[COMPANY] 자인
조경 시설물 업체 ‘자인(ZAIN)’이 최근 발표한 홍보 동영상에는 조경 시설물이 없다. 산과 들, 바다, 광활한 초원과 따스한 햇살 뒤에 로고 ‘ZAIN’이 등장하며 끝난다. 멋지긴 한데 조경 시설물 홍보 영상이 맞나 싶다. 자인의 자매 브랜드인 놀이 시설물 ‘키젯’의 홍보 영상에도 놀이 시설물은 없다. 귀여운 캐릭터 ‘키젯보이’가 하늘을 날고 곤충을 채집하고 고래와 함께 바닷속을 여행하더니 ‘플레이 위드 아트(PLAY with ART)’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끝을 맺는다. 조경 시설물 시장은 대부분 B2C 거래가 아니라 기업과 기업 간에 거래되는 B2B 시장이다 보니 홍보 대상이 매우 명확하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지 않아서 보통 업체들은 홍보 영상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지금까지 시설물 광고는 잡지 지면이나 인터넷상에 제품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치중해 왔는데, 시설물을 뺀 광고 영상이라니 과감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홍보 영상을 제작한 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최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kizet_playground)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박주현 대표(자인)를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트렌드를 담다 박 대표는 최신 트렌드를 홍보 영상에 담아봤다고 말한다. 그가 주목한 최신 트렌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감성이고 다른 하나는 SNS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의 저변이 워낙 확장돼 있다 보니 이를 통해 감성적 교감이 이뤄진다. 카페에 가더라도 그냥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공간인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멋진 공간의 감성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제품’보다는 ‘공간’을 소비하는 SNS 트렌드에서 착안해 시설물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홍보 영상에서 ‘시설물’보다 ‘캐릭터’에 집중한 것이다. 조경 시설물 업체가 공유한캐릭터와 홍보 영상이 SNS에서 얼마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을까. 박 대표는 이번 시도로 SNS에서 적지 않은 반응을 확인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팔로우가 늘면서 캐릭터의 대중적인 확장성을 확인했고,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도 세우게 됐다. 새로운 홍보가 새로운 사업으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홍보 영상을 유튜브로 공개한 지 얼마 되지않아서, 아이들과 부모들이 많이 접속했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키젯을 통해 유치원이나 가게, 아니면 개인 집 마당에어린이와 부모를 위한 소품과 놀이터를 구상하고 있다.” 자인과 키젯, 숨겨두기 아까운 ‘콘셉트’와 ‘캐릭터’올해 자인의 디자인 콘셉트는 생명체(bio), 사랑(philia), 생각(idea)을 합성한 바이오필리디어(Bio-Philidea)로, 자연과 어우러지는 디자인을 의미한다. 자연과 인간을 위한 환경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물론 제품 하나하나에 열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키젯은 어린이 놀이 시설물 브랜드답게 탐험가를 꿈꾸는 키젯보이의 판타지 스토리를 콘셉트로 새로운 여행과 모험으로 즐거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모든 디자인은 예술적 영감에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아트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자인과 키젯의 창의적인 콘셉트를 아는 고객은 많지 않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 무한한 상상력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드는 데는 매년 꽤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지만, 조경 시설물 시장의 특성상 부각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제품보다 브랜드 이미지에 집중한 동영상을 선보인 것은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에 들인 정성이 그냥 사장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점도 한자리하고 있다. “특히 키젯은 자세히 보면 매우 재미있는 로고다. 어린이가 행성을 여행하는 콘셉트로 ‘키즈’와 ‘플라넷’을 합성해 이름을 지었는데, 주인공인 ‘키젯보이’가 기린과 부엉이 등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는 스토리로 매년 다른 장소에서 다양한 놀이를 진행하면서 많은 컬렉션이 생기고 있다.” 조경 시설물 너머 대중적인 브랜드 가능성을 보다지금까지 자인과 키젯은 조경적인 측면에서 B2B 형태의 큰 구조의 놀이 시설물만 구상해왔는데, 조경만이 아닌 어린이 가구, 소품, 놀이, 교구 등 B2C 시장으로 뛰어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본 것은 사업적으로 의미가 크다. 이러한 확장성을 고민할 수 있었던 데는 SNS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공간과 시간 제약 없이 매일 일기장 같이 쓸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은 소통과 홍보의 공간으로 펼쳐져 있다. 소통의 개념이 바뀐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 박 대표는 “옛날처럼 각본을 읽는 드라마나 예능보다는 오히려 각본 없이 일상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요즘 추세다.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좋으면 좋다고 하고 자랑하고 싶으면 자랑하고, 굳이 감추지 않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은 비단 연예인만 실천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기업이 고객들과 소통하는 방식에도 녹아 있다”고 말했다. 사실 자인이라는 이름은 애초부터 인ㆍ아웃도어 분야를 아우르는 대중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지어졌다. 현재는 생활환경 디자인 그룹으로 아웃도어 쪽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인도어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해서 본래의 가치를 완성해 나갈 계획이었다. 이것이 현재 자인과 키젯의 확장성을 고민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다. SNS의 시대, 감성의 시대가 조경 시설물 캐릭터의 확장성과 자인의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궁금해진다. 글 박광윤 자료제공 자인(www.dezain.co.kr), 키젯(www.thekizet.com)
[PRODUCT] 야외용 필라테스 운동 기구 BA시리즈
필라테스가 유연성과 근력을 기를 수 있고, 몸의 교정과 재활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큰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필라테스를 실내에서 하는 운동으로 생각하지만 적절한 기구만 있다면 야외에서도 즐길 수 있다. 디자인그룹 그린나래의 BA시리즈는 기존 야외용 운동 기구와 다른 특징을 갖는 야외용 필라테스 기구다. 기존 운동 기구는 기구에 의지하기보다는 본인의 근력과 몸의 에너지를 최대한 발휘할 때 신체를 강화시킬 수 있다. BA시리즈는 기구에 지지해 신체의 근육을 이완시키고 몸의 균형을 잡아줄수 있게 돕는다. 또한 다양한 지형 위에 설치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연령대의 폭이 넓다는 점이 장점이다. 레더 체결 구조를 통해 공간을 활용한 자유로운 배치가 가능하고, 모듈이 다양해 지형에 맞추어 20종 이상의 기구를 설치할 수 있다. 5~60kg 가량의 미세한 무게 조절로 실내용 헬스 기구처럼 체계적인 운동이 가능해 모든 나이대가 함께 즐길 수 있다. BA-PL01 전신 이완 운동 기구는 필라테스 실내 기구 중 하나인 레더 바렐을 야외에서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됐다. 레더 바렐은 몸의 유연성을 늘려주는 기구로서 필라테스의 바렐 동작 시 이용한다.레더 바렐과 마찬가지로 이 제품은 둥근 부분을 이용해 척추에서 코어까지 바른 자세를 만들어주는데 도움을 준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중심으로 동작을 할 수 있어 부상 방지는 물론 재활 필라테스기구로 활용할 수 있다. TEL. 031-721-5311 WEB. gna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