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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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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프레임
지면이 모자랄 지경인 최근의 정치면 기사에 유행어처럼 자주 등장하는 단어, 프레임frame. 사전을 펼쳐 보면 참 많은 뜻이 있다. 자동차ㆍ자전거 따위의 뼈대, 사람ㆍ동물의 골격, 창문이나 액자의 틀, 안경테, 영화나 TV 방송의 장면 한 컷, 신문과 잡지의 박스 기사 테두리 등 그 쓰임새가 다양한데, 요즘은 ‘생각의 틀’ 정도의 뜻으로도 통용된다. “정치에서 프레임은 곧 권력이다”, “언론이 프레임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그녀에 대한 허상을 키웠다”, “‘장미 대선’에서 프레임 전쟁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등 요즘 언론 매체가 흔히 쓰는 프레임의 용례를 이해하기 위해선 미디어 비평가 토드 기틀린의 정의가 유용하다. 프레임은 “현실에 대한 인식, 해석, 제시, 선택, 강조, 배제와 관련된 지속적인 패턴”(『무한 미디어』, 휴먼앤북스, 2006)이며, 프레임 자체가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갖는다. 언어학을 현실 정치에 적용한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라고 정의한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어떤 사람에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은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와이즈베리, 2015). 어떤 사고의 틀을 주면 사람들은 다른 중요하고 본질적인 일이 벌어져도 주어진 틀에서만 인지하고 판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레이코프는 “상대방의 프레임을 부정할수록 오히려 그 프레임은 강화된다”고 프레임의 효과를 설명한다. 한번 자리 잡은 프레임, 웬만해서는 내쫓기 힘들다는 것이다. 프레임이 정치와 언론에만 관련된 딱딱한 개념인 것만은 아니다. 사회 심리학자 최인철의 스테디셀러 『프레임』(개정증보판, 21세기북스, 2016)이 웅변하듯,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같은 풍경이더라도 둥근 창, 네모 창으로 볼 때 완전히 다른 경관이 되듯, 어떤 마음의 창으로 세계를 보는가에 따라 우리의 일상과 인생이 달라진다. 프레임은 애매함으로 가득 찬 세상에 질서를 부여해 준다. 그것은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도록 이끄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보는 세상을 제한하는 검열관의 역할도 한다”. 그래서 중요하고, 어렵다. 프레임은 독하게 마음먹는다고, 굳게 결심한다고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인철은 자신의 틀을 지혜롭게 깨는 것, 즉 프레임을 리프레이밍하는 과정의 끊임없는 반복을 강조한다. 조경계에도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프레임들이 있다. 조경 공부를 하거나 조경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연은 선이고 인공은 악이라는 ‘자연 프레임’에 익숙하다. 이 전형적 이원론의 우산 밑에 여러 갈래의 지류가 공존하는데, 그중 하나가 조경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구원자(이다 또는 이어야 한다)라는 식의 프레임이다. 조경과 건축을 대립항으로 놓(아야 한다)는 신념도 자연 프레임의 연장선상에 있다. 1970년대에 제도권 조경을 개척한 60대 조경가도, 구체제의 혁신을 갈망하는 30대 조경가도, 희망과 설렘을 가득 품은 대학 신입생도 대부분 이런 공허한 창을 통해 조경을 본다. 이 프레임의 물리적 산물은 곡선 신봉이나 녹색 맹신 정도로 귀결되곤 한다. 지극히 추상적인 데다 논리적이지도 않은 이런 고정 관념의 실익은 무엇일까. 물론 조경계를 지배하는 프레임이 늘 추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매우 현실적인 (것처럼 보이는) 프레임도 적지 않은데, 지난 수년간 가장 영향력이 컸던 것은 단연 ‘위기 프레임’이다. ‘조경이 위기를 맞았다’로 간명하게 요약할 수 있는 이 프레임은 위기의 원인을 대개 두 가지로 본다. 짧게 줄여 말하자면, 첫 번째 원인은 경제 전반의 불황으로 건설 시장이 침체했고 그 결과 조경 일거리가 고갈되어 간다는 것.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진단은 너무나 당연해서 공허하다. 문제의 원인을 조경계 외부의 조건에서만 찾는 환경결정론은 조경 자체에 대한 성찰적 반성과 대안적 지향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 두 번째 원인은 조경 고유의 업역을 건축이나 산림 등 사촌 분야가 빼앗고 있다는 것. 현실 상황을 이렇게 진단하며 조경계의 일부 리더나 언론은 잠식이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때로는 침탈이라는 무시무시한 말까지 동원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공유하는 것은 좋지만, 분노와 적의를 동반한 이런 프레임은 냉철한 상황 인식과 진단에 토대를 둔 대안으로 연결되지 못할 때가 많다. 과거 회귀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금도 간혹 다시 고개를 드는 1970년대식 국토 담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풍 단합 담론을 면밀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반복적으로 강화되는 위기 프레임은 이 프레임에 노출된 사람들로 하여금 조경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게 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회피하거나 조경을 포기하게 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학생들에게 조경 뉴스를 가급적 읽지 말라고 권한다. 그러나 레이코프가 말하듯 “프레임을 부정할수록 오히려 그 프레임은 강화된다”. 여러 심리학과 미디어 이론이 말하듯, 어떤 프레임으로 보는가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 어떤 프레임으로 조경과 그 주위의 조건을 읽는가에 따라 조경의 목적, 대상, 교육, 문화적 가치, 사회적 역할이 적지 않게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만들고 의존해 온 기성의 프레임을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유일한 단수의 프레임을 의심하고 다양한 복수의 프레임을 열어 놓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기성 프레임의 해체를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작지만 참신한 변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과조경』에 던져진 숙제 중 하나다. 이수학 소장(아뜰리에나무)에 이어 앞으로 세 달간 ‘그들이 설계하는 법’을 맡아줄 백종현 대표(세계수프로젝트)에게 감사드린다. 이번 4월호 지면에는 특집 기획물이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달에 실은 여러 프로젝트와 공모전의 공통분모가 주거 단지라는 점을 쉽게 알아차리셨을 것이다. 미국, 싱가포르, 한국의 최근 사례를 통해 ‘아파트 조경’ 설계의 현재를 점검해 볼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칼럼] 아파트 키드에게 재건축이란?
여기 새로운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아파트가 고향인 청년들, 재건축된다는 소식에 마음 아파하는 청년들이다. 고향이라는 ‘애틋한’ 말이 아파트라는 ‘딱딱한’ 단어와 연결된다니, 많은 사람들이 낯설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아파트의 모습을 기록하고 사람들의 사연을 수집해 책을 낼 정도로 고향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과천주공아파트 101동 102호』, 『고덕주공, 마지막 시간들』이란 책을 낸 아파트 키드들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단지의 재건축 움직임이 일어나던 2013년, 이인규 씨는 ‘고향이 사라지게 생겼다’는 위기감에 둔촌주공단지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사진과 사연을 수집해 잡지 형태로 발간하는 독립 출판물 『안녕, 둔촌주공아파트』를 발행했고, 2014년 서울역사박물관 ‘아파트 인생’ 전의 한 코너에서 전시도 하게 되었다. 단지 상가에 ‘마을에 숨어’라는 문화 공간을 열었고, 최근 발행된 4호는 둔촌에 거주하고 있는 열두 가구를 방문해 촬영하고 살아온 이야기를 담아 냈다. 이 작업은 둔촌의 재건축을 앞두고 ‘추억이 담긴 고향이 사라지면 다시 돌아올 수 없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작업을 하다 보니 둔촌은 물론 잠실, 개포, 반포, 고덕, 과천 등지에서 자라온 ‘아파트 키드’들에게서 공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둔촌 작업 덕분에 잠실에는 ‘안녕, 잠실주공5단지’ 페이스북 페이지가 개설되었고, 고덕에는 책 『고덕주공, 마지막 시간들』, 과천에서도 책 『과천주공아파트 101동 102호』가 발간되었다. 그는 “고향을 구성하는 것은 공간 그 자체라기보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관계인 것 같다”고 말한다. 과천에서도 ‘동네’와 ‘고향’이라는 말이 단순히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말에는 사람 사이의 관계망과 그들이 공유하는 상징이 내포되어 있다. 공동체는 상징적 구성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공동체는 경험을 공유하면서 그들만의 영역을 형성하는데, 그 과정에서 상징이 두드러지고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로 작동한다. 곳곳의 아파트 키드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 각 관계망을 묶을 수 있는 하나의 상징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과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상징은 과천에서 자란 청년들에게서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과천에서 가장 좋았던 점으로 청년들은 도시의 자연 환경을 꼽는다. 대공원 산책, 큰 가로수, 관악산이나 청계산에 대한 경험 때문에 “아 풀 냄새, 이게 과천이지”라고 하거나, “서울에서 남태령을 넘어올 때 창문을 열고 과천 공기를 맡는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할 정도다. 또 과천의 청년들은 “내가 놀던 아파트 단지가 그대로” 남아있거나, “내 나와바리이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대로 있어서”라고 말할 정도로 도시의 지속성을 장점으로 꼽는다. 과천의 주공단지 두 곳이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되었을 때, 청년들은 과천 같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잘 짜인 도시계획으로 관악산과 청계산 사이에 펼쳐진 나지막한 경관이 변하는 것을 낯설어 했다. 현재는 단지 다섯 곳이 동시에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어서 5천 가구가 한꺼번에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역 정체성은 기본적으로 정주성이라는 조건을 필요로 한다. 수도권에서는 임대료나 직장, 교육 때문에 지역을 자주 옮기는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그러면 사람들은 지역 정체성을 갖기 어려워지며 심리적 부유 상태의 누적이 안정감에 악영향을 끼친다. 재건축은 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의 관계를 파열시킨다. 수도권에서 한자리에 오래 산다는 건 자기 집이 있거나 돈이 많아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하지만 과천에 강한 지역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은 비싼 전월세를 부담하거나 집을 줄여서라도 과천에 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적 여건만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볼수밖에 없다. 아파트 단지는 만들어진 환경built environment이지만, 이 아파트 키드들은 그러한 환경에서 자라 왔고 그곳에 의미를 담아 왔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아파트가 고향이다. 또 이들은 장소의 고유한 경관이 유지되기를 원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맺어 온 관계를 지키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건축을 위해 이주한다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이다. 함께 공유하던 지역 정체성이 갑자기 흩어져 버린다면 쓸쓸하고 허무할 수밖에 없다. 사실 재건축은 부모 세대에게는 시세 차익으로 새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과천의 한 청년이 “여기에 계속 살고 싶은데, 왜 재건축, 재건축하시는 거예요?”라고 묻자, 어머니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얘, 너 신혼집 마련해 주려면 이 방법밖에 없어!” 재건축을 둘러싼 이 딜레마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집값이라는 고리가 사람들을 옭아매고 있다. 다음 세대의 신혼집을 마련해 주려면 집값이 더 올라야 하는 건가? 모두가 망하는 결과로 치달을 이 고리를 끊는 일이 절실하다. 이 모순된 사회 구조는 도시를 소유하는 공간으로 보고 그 공간을 자본 증식의 수단으로 여기는 관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관점은 숫자로 삶의 의미를 지워버린다. “사회의 뿌리가 사람이고, 사람의 뿌리가 청년 시절에 자라나는 것이라면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사회의 비극”이라는 쇠귀 신영복 선생의 말씀, 재건축의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송준규는 도시 공동체를 연구하는 인류학도이자 과천에서 활동하는 청년 활동가다. 논문 “부모됨·이웃됨·시민됨: 과천시 풀뿌리 시민운동의 형성과 도전”으로 인류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사람들이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형성하는 문화적·사회적·경제적 관계망이 국가와 부딪치는 지점에 관심이 있다.
블루밍 시티
1970년대 뇌베헤인Nieuwegein에 지어진 오래된 쇼핑센터가 새 단장을 마쳤다. 기존의 배치를 완전히 바꾸어 개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대지를 활용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상점의 면적이 두 배로 늘어났고, 아파트, 사무실, 시청사, 극장, 영화관, 공연장, 도서관이 추가로 조성됐다. 블루밍 파킹 데크 설계의 주된 콘셉트는 ‘블루밍 시티Blooming City’다. 이는 붐boom을 일으키는 장소라고 비유적으로 해석될 뿐만 아니라 문자 그대로 많은 꽃들이 피어있는 곳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대상지 중심부의 지하에 주차장parking deck이 있으므로 토심을 확보할 수 있도록 화단planting compartment을 위로 들어 올려 설치했다. 화단에는 어느 계절에나 다채로운 색상의 꽃을 감상할 수 있도록 개화 시기를 고려해 선정된 수종을 식재했다. 화단과 가로에 놓인 시설물은 포장면에 유연하게 녹아들어 일체화된다. 또한 꽃과 나뭇가지를 추상화한 패턴을 활용해 바닥을 천연석으로 포장했다. ...(중략)... Design team Bureau B+B in collaboration with UN Studio and Michael van Gessel Client Municipality of Nieuwegein Location Binnenstede, Nieuwegein, Netherlands Surface 67,000m2 Design 1997 ~ 2006 Construction 2007 ~ 2015 뷰로 B+B(Bureau B+B)는 수년간의 설계 경험과 참신한 재능을 접목한 네덜란드의 도시·조경·건축설계사무소다. 명쾌하고 기능적이면서 시적인 설계를 수행하며, 탐구적인 설계를 통해 문제의 답을 찾아 나가고 있다.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고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찾아나갈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고자 기본 스케치부터 마지막 완성 단계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의 전 과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과조경348호(2017년4월호)수록본 일부
리버마크
리버마크Rivermark는 웨스트 새크라멘토West Sacramento 브리지 디스트릭트Bridge District에 최초로 지어진 저렴 주택affordable housing이다. 188에이커에 이르는 주택 단지는 강기슭과 랠리 필드Raley Field를 비롯해 새크라멘토 강을 따라 아파트 70세대를 지불 가능한 가격에 제공한다. 모든 세대가 전망과 채광을 침해받지 않도록 단지 안쪽 뜰이나 바깥 도로를 향하도록 설계했다. 또한 뜰의 끝 부분을 열어 놓아 추후 개발되더라도 개방감 있고 조화로운 디자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독특한 형태의 입구 타워는 브리지 디스트릭트에 새로운 단지가 들어섰음을 알리는 신호등 역할을 한다. 구멍 난 코르텐 스틸 패널로 장식되어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오는 옥외 계단 타워open‑air stair tower는 과거 쇠퇴한 산업 단지였던 대상지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었다. 타워 주변에는 물이나 바람에 씻겨 표면이 반들반들해진 돌이 흩어져 있는 뜰을 조성했는데, 이는 시에라 Sierra 산기슭의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중략)... Official Entrant, Landscape Architect of Record/FirmFletcher Studio Building Architect David Baker Architects Civil Engineer Sandis General Contractor Sunseri Associates Soil, Hardscape American Soil and Stone Lighting Bega Drainage, Erosion Vespro and American Hydrotech Fence, Gate, Wall Wattle Fencing by The Willow Farm Irrigation Sweeney and Associates Furniture, Lumber, Decking, Edging, Park, Recreation Equipment Fletcher Studio Custom Designed Green Roof, Living Wall American Hydrotech Location West Sacramento, California, USA Size 188ac Completion 2015. 5. 플레처 스튜디오(Fletcher Studio)는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건축, 도시설계, 환경 계획 등 포괄적인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설계사무소다. 다양한 협업 방식과 맥락적인 접근을 통해 독특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경관, 도시 공간 그리고 생활 기반 시설을 만들고 있다. 또한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 역사, 정책, 경제, 생태 등 대상지의 특성에서 디자인과 계획의 해법을 도출해낸다. *환경과조경348호(2017년4월호)수록본 일부
래미안 신반포 팰리스
래미안 신반포 팰리스는 강남 명문 학군, 편리한 교통, 한강과 문화·편의 시설을 누릴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중대형 아파트 재건축 프로젝트다. 우리는 기존 주민인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50~60대와 30~40대 학부모를 주요 입주자로 설정하고 니즈needs를 분석했다. 이들은 고급 문화 공간과 최신 트렌드에 익숙하고, 건강에 관심이 많으며, 자기 계발과 친목 활동에 적극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지녔다. 이에 따라 고급스럽고 세련되며 편안한 모임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동별 정원 ‘어반부티크가든urban boutique garden’을 메인 콘셉트로 특화해 설계를 진행했다. ...(중략)... 설계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시공 삼성물산 조경 식재 주원조경 조경 시설물 청우개발 놀이 시설물 아르디온, 가이아글로벌 위치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면적 대지: 34,873m2 조경: 15,621m2 완공 2016 동심원은 순수함과 하나됨, 부드러운 확산의 상징이며, 조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뜻을 한 데 모아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다. 동심원조경은 땅에 대한 책임감, 진화하는 유연, 실용과 절제, 실천적 새로움을 지향한다. 현재 서울숲과 경의선숲길 등의 도시 오픈스페이스에서 곤지암화담숲과 제이드가든 같은 수목원, 서울시청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건축물의 외부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대표작을 만들어가고 있다. *환경과조경348호(2017년4월호)수록본 일부
텡아 포레스트 타운
* 본 자료는 싱가포르 공동주택개발공사(HDB), 도시개발국(URA), 녹지공원국(NParks)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되었으며, 싱가포르 국가개발부(Singapore Ministry of National Development)와 국립연구재단(National Research Foundation)의 연구 용역 ‘L2 NIC Award No. L2NICCFP1-2013-10’(연구 책임자 Tan P. Y.)의 연구 지원을 기반으로 한다. 이 내용은 한국의 『환경과조경』을 비롯해 싱가포르의 조경 전문지 『CITY GREEN』, 타이완 조경학회(Taiwan Institute ofLandscape Architects)에서 발간하는 『LANDSCAPE』에 공통으로 수록된다. 고밀도 아시아 도시 주거지 경관이 거주자들에게 보다 생태적이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이하 NUS) 연구팀이 조경 기본 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을 만들고 검증하는 단계에서 주거 단지 계획의 경험이 풍부한 한국, 대만, 그리고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팀들을 초청해 텡아 포레스트 타운 설계안을 의뢰했다. 각 디자인팀은 지침의 기본 방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도시계획 단계부터 주거 단지 설계까지 조경가의 관점에서 다양한 스케일의 설계안을 수립했다. 고밀도 도시의 주거 단지 조경을 위한 기본 지침 연구 2030년까지 아시아 인구의 6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시아 도심의 밀도 또한 세계 평균의 1.5배에 달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빠른 속도로 과밀해지는 아시아 도시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도시 중 하나로서, 경제 성장과 더불어 끝없는 도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고층 건물로 이루어진 주거 단지의 녹지 공간은 사회적·환경적 관점에서 중요한 공간이지만, 개발 과정에서 등한시되거나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NUS 연구팀은 싱가포르 공동주택개발공사HDB, 도시개발국URA, 녹지공원국NParks과 협업해 주거 단지 녹지 공간의 생태적 역할과, 사회문화적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본 지침을 마련하고자 본 연구를 시작했다. 고밀도 도시의 주거 단지 조경을 위한 기본 지침인 ‘바이오필릭 타운Biophilic Town’은 세 가지 개발 과정으로 구성된다. 조경 계획과 설계, 주거지 조경을 통한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s, 사회적ㆍ환경적 가치 창출이 그것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48호(2017년4월호)수록본 일부
아산탕정지구 택지개발사업 3단계 조경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 설계공모
설계공모 경과와 심사평 1998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신 도시기획단이 아산신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충남 천안시와 아산시의 역세권을 중심으로 중부권 거점 도시를 육성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1단계 배방지구, 2단계 탕정지구가 지정됐고,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개발을 맡았다. 조성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탕정지구 면적의 약 70%가 축소됐고, 잦은 계획 변경으로 초기 구상안이 많이 변경됐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배방지구가 완공됐지만, 터미널 용지 매입자의 용적률 상향 요구로 터미널을 조성하지 못한 채 아산시와 논의 중이다. 탕정지구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지난 2016년 12월 LH는 ‘아산탕정지구 택지개발사업3단계 조경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 설계공모’를 개최했다. 이번 공모 대상지는 아산시 동부 생활권 일부로 탕정 제1·2일반산업단지와 백석농공단지, 아산신도시 1단계 배방지구와 접하고 있다. 또한 매곡천이 북에서 남으로 흘러 대상지 남측의 곡교천과 만나고, 장재천의 일부가 대상지와 배방지구를 통과해 천안천과 합류하는 등 풍부한 하천 자원을 지닌 곳이다. 하천을 활용한 수변 공간을 조성하고, 이와 연계된 공원과 녹지를 계획하는 것이 공모의 목표다. 특히 매곡천 인근의 공원은 아산시가 수립할 예정인 하천정비기본계획을 참고해 하천과 연계되는 수변형 공원으로 조성해야 했다. 더불어 멸종 위기 동물인 금개구리가 발견된 근린공원8호에는 대체 서식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생태형 습지 공간을 만들도록 했다. 아산·천안시를 상징하는 특화 공원과 광장을 만드는 것 역시 설계 주안점 중 하나다. 대상지를 통과하는 철도 장한선의 신역사와 인근 상가 주변에 다양한 문화 행사를 할 수 있는 광장 계획이 요구됐다. 지난 3월 7일 LH 본사에서 진행된 심사는 총 2회에 걸쳐 이뤄졌는데, 1차 심사에서 네 개의 출품작 중 심사위원의 표를 20% 이상 얻지 못한 한 작품이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어진 2차 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그룹한과 건화의 ‘3원園 3류流’가 최우수작으로, 비욘드와 수성엔지니어링의 ‘쓰리 씨‑폴리스Three C‑Polis, 탕정’이 우수작으로, 평화엔지니어링의 ‘액트 온Act on’이 장려작으로 선정됐다. ‘3원 3류’는 세 개의 수변 공원과 세 개의 도시공원으로 전체 공간을 구성한 점이 강점으로 꼽혔으며, 지역 이미지를 활용해 시설물과 공간을 조성한 점이 참신하다고 평가됐다. 금개구리 대체 서식지를 전이, 완충, 핵심 지역으로 구분하여 계획을 수립한 점이 돋보인다는 평도 있었다. ‘쓰리 씨-폴리스, 탕정’은 하천, 농수로, 생산자를 콘셉트로 한 계획이 지역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는 평을 받았다. 금개구리의 생애 주기를 고려한 대체 서식지 조성 계획도 우수하다고 평가됐으나, 관찰 데크 도입이 서식 환경 조성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액트 온’에 대해서는 상위계획과의 연계성과 공원 전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탁월하다는 의견과 구체적인 계획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이 있었다. 앞으로 LH와 당선팀은 당선작을 바탕으로 2018년 6월까지 아산탕정지구 3단계의 기본 및 실시설계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우수작: 3원 3류
아산시는 힐링과 휴양을 위한 물의 도시다. 온천으로 유명할 뿐 아니라 삽교천 수계인 곡교천을 포함해 세 개의 하천이 흐르고, 분산형 빗물관리 계획을 도입한 최초의 물순환 그린도시로 물과 관련이 깊다. 설계 개념 우리는 대상지가 가진 고유의 경관 언어를 찾고자 했다. 격자형 경작지에 남아있는 삶의 흔적은 공원의 크고 작은 사방마당으로 이어져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오픈스페이스가 된다. 세 개의 하천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물결은 옛 물길의 향수와 추억을 되살리고, 여러 공원과 녹지를 잇는 네트워크로서 풍요로운 삶을 실어 나르는 걷고 싶은 길이 된다. 땅에서 솟아오른 분천은 온천 문화의 상징으로 ‘물’을 주제로 한 친수 공간인 우물광장이 되어 공원에 상징성을 부여하고 도시에 활력을 준다. ...(중략)... *환경과조경348호(2017년4월호)수록본 일부
역사도심 활성화를 위한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국제지명초청설계공모
설계공모 경과와 심사평 서울의 세운상가와 종로4가 네거리, 청계4가 네거리를 축으로 하는 세운4구역은 2023년 역사적 자산과 도심 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복합 단지로 다시 태어날 계획이다. 지난 3월 2일 서울시는 세운4구역 기본설계안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한 ‘역사도심 활성화를 위한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국제지명초청설계공모’의 당선작으로 KCAP Architects&Planners의 ‘서울 세운 그라운즈’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철거 재개발 계획으로 시행착오를 겪었던 세운4구역은 2004년 수립한 건축계획안(최고높이 122.3m)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종묘 등 인접한 역사 경관 훼손이 우려된다는 의견과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층으로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이로 인해 주민 갈등도 심화됐다(각주1). 그간 서울시는 주민면담과 문화재위원회 심의(종로변 55m 이하, 청계천변 71.9m 이하), 정책 자문 회의 등을 거쳐 설계안을 마련하도록 2016년 7월 계획을 확정했다. 세운4구역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유일한 통합 구역으로서, 서울시는 세운상가군 활성화 계획과 연계해 낙후된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국제지명초청으로 국내외 8개사가 참여한 이번 공모의 심사는 건축, 도시 분야 전문가 6인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역사적 가치의 존중, 보행 중심 계획, 경제성 극대화 등에 주안점을 두고 이뤄졌다. 다음은 심사평 전문이다. “세운4구역은 서울의 대표적 역사 유적인 종묘와 남산을 잇는 상징적 녹지축과 광화문에서 동대문으로 이어지는 도심 기능축이 교차하는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향후 세운상가를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세운구역 재정비 사업을 선도하는 사업 구역으로서의 의미도 작지 않다. 공모 지침은 세운4구역이 갖고 있는 이러한 잠재적 가능성에 주목하여 역사 도심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창의적인 설계안을 요구하고 있다. 지명 초청된 8개 팀은 높이 제한과 최대 용적 확보, 이용 활성화를 위한 용도간의 유기적 연계와 매각/관리 단위별 분리 배치, 보행 접근이 쉬운 지하/지상부의 밀도 있는 이용과 지하 유구의 보존 등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에도 불구하고 각각이 나름대로 개성 있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침이나 법규적 제한에 맞지 않거나 지침의 취지에 비추어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되는 다섯 개 안을 제외한 세 개 안을 당선작으로 선정, 그 장단점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을 거쳐 최종 순위를 정했다. 세 개 안 모두 공모의 취지와 세운4구역의 역사적, 도시적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지침에 명기된 요구 사항에 대해 해결책을 충실히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강조점에 있어서는 확연히 차별화된다. 1등 안은 땅이 갖는 역사와 도시의 조건에 대한 탁월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운4구역에 가장 적합한 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체 볼륨의 적절한 분절과 연결을 통해 주변과 부담감 없이 융화될 수 있는 형태를 제안한 점, 소단위 공간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미래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한 점, 과거의 흔적과 현존하는 건물 일부를 남겨 장소의 지속성을 유지한 점 등이 장점으로 꼽혔다. 특히 도심 산업을 수용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설정하고 그것을 저층부와 지하 공간에 배치한 점은 다른 안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강점으로 평가되었다. 세운상가 지붕과의 연결 통로, 일부 건물의 산만한 입면 구성 등 조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또 새로운 도심 산업을 정착,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민간 투자에만 의존할 수 없다. 그러므로 기부채납 공간의 적극적 활용, 지원 프로그램의 운영 등 공공 부문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므로 건물 설계와 병행하여 이를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2등 안은 확연히 다른 배치 개념에서 출발하고 있다. 청계천변에 높고 큰 건물을 배치한 다른 안과 달리 청계천과 세운상가 건물 쪽에 낮고 규모가 작은 건물(오피스텔)을 분산 배치하고 종로와 배오개길 쪽으로 높고 규모가 큰 건물을 L자형으로 밀집 배치하고 있다. 양자의 대비가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종묘 쪽에서의 시선에 노출되는 범위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종로와 배오개길에서의 시각적인 부담 문제가 지적되었다. 저층부와 지하 공간 구성은 역사적 흔적을 충실하게 살려내고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3등 안은 도시 역사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지침이 요구하는 사항에 충실하게 대응하고 있어 결함으로 지적할만한 것도 없지만 다른 안과 차별화될 수 있는 강점 또한 찾기 어렵다는 평가였다.” 서울시는 지난 3월 2일, 이번 공모 결과와 더불어 ‘다시ㆍ세운 프로젝트 창의제조산업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1,600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세운상가군 일대 총 44만m2를 기존 산업과 새로운 기술의 융합, 분야 간 협업을 통해 제조업 기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전략적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청년(스타트업)이 입주해서 장인들의 기술과 결합하고 IoT 등 4차 산업기술을 적용, 실험ㆍ개발부터 실제 제품 제작과 상품화까지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선도할 거점 공간은 올해 3단계에 걸쳐 문을 열 계획이다. 3월에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교육, 제작 활동을 지원하는 4대 전략 기관(서울시립대학교,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씨즈, 팹랩서울) 입주 공간, 5월에는 스타트업을 위한 창작ㆍ개발 공간(세운 메이커스 큐브), 8월엔 시민 문화 시설(세운광장~홀~전시관, 세운옥상)과 공중 보행교를 완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중 보행교는, 청계천 복원 당시 철거한 3층 높이 공중 보행교를 다시 연결해 보행 랜드마크로 조성할 예정인데, 서울시는 지난 3월 17일 삼풍상가에서 남산순환로 구간을 잇는 ‘세운상가군 재생사업 공공공간 국제지명현상설계공모’를 5월 24일까지 실시한다고 밝혔다. 1. 지난 2004년 7월 9일~9월 15일 서울시 종로구 주최로 ‘세운상가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국제지명초청 현상설계경기’가 진행됐다. 도시, 건축 설계 분야의 8개 해외 사무소가 초청되어 국내 사무소와 팀으로 참여하는 설계공모 방식이었다. 당시 ‘Fred Koetter, Susie Kim + 무영건축 + 동우건축’ 컨소시엄의 안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서울시는 세운상가 철거가 난항을 겪자 종로에 면한 현대상가만 일부 철거하고 2009년 그 자리에 초록띠공원을 조성했다. 1등작 Seoul Seun Grounds 서울 세운 그라운즈 KCAP Architects&Planners 2등작 Urban Diversity 도시의 다양성 (주)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3등작 City on the Memories 기억 위에 짓는 도시 최문규(연세대학교)
1등작: Seoul Seun Grounds
세운 지역은 낡고 쓸모없는 지역으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서울시 내 도심 산업 시설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모더니즘의 기념비인 세운상가 건물뿐만 아니라, 이 지역은 시간의 켜가 중첩되어 역사 도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세운 지역의 독특한 도시 조직, 특히 옛길은 이 지역을 재편성하는 디자인의 시작점이다. 많은 용적을 감당해야 하는 요구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대안적인 디자인 프로세스가 필요했다. 기존의 가치를 지키면서 어떻게 일정 규모를 소화하는 계획안을 만들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디자인 전략 ‘서울 그리드’의 재창조: 도시 격자는 도시 조직을 잘 연계하고 소통하도록 만드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서울 도심은 격자보다는 불규칙한 골목 구조가 얽혀 구성되어 있다. 이는 언뜻 보기에 복잡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나름 논리가 있으며, 잘 소통되도록 연결되어 있다. 격자는 도시 조직을 블록형의 명확한 구조로 만들지만, 이른바 ‘서울 그리드’는 불규칙한 골목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 골목 구조는 반 공적semi-public 공간으로 지역 커뮤니티에서 공공 공간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과거 이러한 복잡한 도시 구조는 급박한 도시 재개발로 인해 지워지기 일쑤였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골목(옛길) 구조를 개발에 방해되는 장애 요소로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특한 도시 개발을 이끌 수 있는 디자인 요소로 사용해 ‘서울 그리드’를 재창조하고자 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48호(2017년4월호)수록본 일부
2등작: Urban Diversity
우리의 디자인 목표는 공생과 지속가능성이다. 세운4구역 개발은 역사 도심인 4대문 안에서 유일한 대규모 복합 시설을 만드는 일이다. 도시의 대표적인 기능인 생산-소비-관광-주거-문화 등의 기능이 복합되어 하나의 축소된 도시를 이루게 된다. 대상지에 면한 세운상가, 같은 맥락의 도시 조직을 공유하는 광장시장, 재생된 청계천 등 주변 도시 구조에 스며들며 공생하는 단지를 구현한다. 옛길-도시 조직 디자인의 출발점은 옛길-도시 조직urban fabric이다. 옛길-도시 조직은 길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규모 건물과 그 사이의 빈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활동의 틀이다. 도시 조직은 공간적으로 친밀감을 주며, 대규모 건물과 광장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사적인 영역성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우리는 21세기 도시 생활에서, 사회적 교류를 촉진하고 삶의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시스템으로서 도시 조직을 재구성하고자 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48호(2017년4월호)수록본 일부
[이미지 스케이프] 세 개의 태양
2015년 말, 한남동에 새로운 명소가 또 하나 만들어졌습니다. 단국대학교 캠퍼스가 이전한 자리에 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다는 바로 그 아파트 단지. 아, 그런데 말씀드리려는 곳은 그 아파트가 아니고, 단지 바로 옆에 있는 미술관, 디뮤지엄D Museum입니다. 2015년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라이트 아트Light Art ’를 선보이는 개관 기념 특별전 ‘Spatial Illumination-9 Lights in 9 Rooms’가 디뮤지엄에서 개최됐습니다. 빛을 매개로 하는 설치, 조각, 영상, 사운드,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을 전시 제목처럼 아홉 개의 방에 설치한 신선한 구성. 모두 빛을 주제로 하지만 각양각색의 형태와 표현 방식을 담은 아홉 점의 작품들. ‘빛’을 색, 소리, 움직임과 같은 다양한 감각과 결합해 전달하는 경험,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새로운 경험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전시장 내에서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도록 해 주었는데, 셀카와 SNS에 익숙한 세대에게 아주 큰 환영을 받았습니다. 해시태그를 타고 꼬리를 물고 확산된 이미지가 저절로 전시를 홍보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했습니다. SNS 사진을 통해 관심이 생겨 찾아온 미술관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공유하고. 이런 반복이 해시태그 10만 건 이상이라는 큰 성과를 만든 원동력이라는 평가가 많더군요. 누적 관객 수도 26만 명을 훌쩍 넘겼다고 하니 미술 전시로는 그야말로 대박이 난 셈입니다. 관람객의 68%가 20대라는 자료도 이런 마케팅의 지향점을 알려줍니다. 바야흐로 미술관도 이제 마케팅 시대입니다. ...(중략)...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실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8호(2017년 4월호) 수록본 일부
[그들이 설계하는 법] 자연과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균형
이 꼭지의 이름 ‘그들이 설계하는 법’, 참 흥미롭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이라. 『환경과조경』의 원고 의뢰서에는 이 꼭지를 “조경가 개인의 설계 철학, 설계 방법론, 설계 과정의 에피소드 등을 설계에 관심 있는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조경가가 아니며 설계를 하고 있지도 않다. 내가 일하는 회사의 사업자등록증에서 조경이나 설계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으며, 일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나를 ‘소장’보다는 ‘대표’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보았을 때 나는 설계 행위를 하고 있는 조경가가 아니다. 그렇다면 『환경과조경』은 왜 나에게 연락해 ‘그들이 설계하는 법’의 연재를 요청했을까. 그리고 나는 왜 흔쾌히 연재를 하겠다고 답했을까. 물론 서로 시작은 ‘왠지 모르겠지만 재미있겠다!’라는 ‘느낌적 느낌’이었을 것이다. 분명 그런 직감이 작용했다. 하지만 세상과 사회는 그 직감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설명하자면, 연재를 하겠다고 답한 이유는 첫째로 내가 하는 일이 분명 내가 배우고 경험한 ‘설계’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그것이 ‘조경가’가 하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이런 나의 생각과 생각의 과정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것에 나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나와 독자 여러분이 만나는 ‘그들이 설계하는 법’에서 조경가이자 조경가가 아닌 내가 생각하는 ‘조경가’와 ‘설계’, 그리고 ‘설계하는 법’에 대해 이 야기할까 한다. ‘재미있겠다!’라는 처음 느낌처럼 글을 읽고 난 후 ‘재미있다!’라고 느끼는 분이 있으면 좋겠다. 나아가 ‘조경’과 ‘설계’라는 키워드를 매개로 서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중략)... 백종현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미국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에서 조경 설계와 도시설계를 공부했다. 다목적 조경 모듈 셀라(CELLA)를 개발하여 2014년 레드닷 디자인에 선정됐고, 한국인 최초로 캐나다 국제정원박람회(The International Garden Festival, 2013)에 초청됐다. 2016년 조경 스타트업 세계수프로젝트를 창업하여 자연과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8호(2017년 4월호) 수록본 일부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 고집스러운 디테일과 사람들
공원이나 정원 또는 건축 설계에서 조망이나 주변 경관을 마치 액자처럼 프레임frame하는 기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편적이다. 사진의 장소에서도 계단식 벤치의 양 옆에 세워진 벽이 인접한 강과 그 너머의 스카이라인을 액자처럼 틀 지은 기법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벽과, 널찍한 벤치, 강가로 이어진 계단 그리고 바닥재까지 모두 단일한 화강석을 사용해 매끈하게 마감했다. 지나치게 깔끔한 마감과 디테일은 재료의 통일만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다. 석재의 이음매를 배열한 방식에 주목해 보자. 조망 축 양 옆에 위치한 벽면은 각각의 폭이 60cm 남짓으로, 약 25mm의 틈을 두고 배치됐다. 이 틈 사이로 강 너머의 풍경이 언뜻언뜻 보인다. 바닥면과 벤치는 인접한 돌 재료끼리 딱 붙여 길이쌓기running bond 패턴으로 이음매를 배열했다. 길이쌓기 패턴을 제외하고 모든 이음매가 정확하게 정렬되어 있다. 각기 다른 너비의 벽 틈과, 바닥면에서 벤치로 이어지는 이음매가 중심을 기준으로 완벽하게 줄을 맞추어 있다. 마치 전체 매스mass를 미리 조형해 놓은 후, 칼로 두부를 자르듯이 반듯하게 재단한 듯한 디테일이다. 부지의 전체적인 공간 구성이 레이스 스트리트 부두Race Street Pier 공원(환경과조경 2017년 3월호 “까다로운 부지와 조금 ‘다른’ 재료” 참고)을 상기시킨다. 너른 잔디밭 양쪽에 정형화된 수목을 열식하고 그 끝에 수변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을 배치했는데, 레이스 스트리트 부두와 같이 활짝 열린 조망에 이르기까지 점차 공간의 폭이 좁아져 진행 방향으로의 원근감을 극대화했다. 재미있는 비교 포인트는 공간을 체험하는 높낮이를 각각 반대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레이스 스트리트 부두 공원의 경우 완만한 경사를 올라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해서 열린 조망을 감상했다면, 이 장소는 돌계단을 올라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한 후 완만한 내리막을 따라 좁아지는 통로를 통과해 다시 낮아진 지점에서 경관을 조망하는 공간 구성을 보여준다. ...(중략)... 안동혁은 뉴욕에 위치한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활동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 등록 미국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현재 회사에 8년째 근무하면서 Philadelphia Race Street Pier, 부산시민공원, London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Hong Kong Tsim Sha Tsui Waterfront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8호(2017년 4월호) 수록본 일부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윤만걸 창조사 대표
‘그만 좀 부숴라, 제발….’ 우리 도시를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신음이다. 낡은 것을 고쳐 쓰기보다는 ‘깔끔하게, 화사하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지배적 미감인 듯하다. 다행히 미술적 감성이 살아있는 극소수의 미술관과 상당수의 카페가 오히려 그것을 거스르는 낡은 미감을 보여주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러나 저 수많은 관청과 ××센터와 전국에 깔린 혁신도시를 보라. 우리가 코딱지만 한 땅뙈기를 생태◯◯으로 만들었다고 자축하는 사이, 광대한 산야와 들판과 숲과 투수층이 사라졌다. 심지어 ‘재생’을 표방하는 사업들 또한 실제 들여다보면 과거를 뭉개버리고 새로운 시멘트와 유리 덩어리 올리는 것을 성과라고 자랑하기도 한다. 건축가의 화려한 포트폴리오에도, 도시설계가의 찬란한 비전에도 때가 묻은 흔적은 없다. 조경도 마찬가지다. 역사라는 명분은 세워줘야겠기에 손톱만 한 표시는 화석처럼 남기는데,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구석에서 먼지나 먹고 있을 운명이 뻔히 보인다. 과거의 온전한 복원이야말로 가장 새로운 것이다. 물론 그것은 어렵고 골치 아프다. 비까번쩍하지도 않고 알아주지도 않는다. 노력과 수고와 과정에 비해 그 결과물은 너무도 당연하다. 시간이 만든 아름다움은 인간의 손으로 흉내 내기엔 벅차다. 그러나 우리가 눈길을 주지 않고 있던 사이, 경주의 숲에서 이 무리하지만 찬란한 망치질을 묵묵히 해온 한 석공이 있다. 천 년의 시간을 메우기 위해 어렵고도 불가능한 일을 자처한 곰 같은 사내다. 그가 만지는 재료들은 기본이 천 년이다. 대를 이어 세계문화유산인 경주 남산, 신들의 정원을 복원하고 있는 윤만걸 명장과 그의 후계자 윤동천, 윤동훈. 이제까지 슬프고 어그러진 파편 덩이만을 과거라고, 문화재라고 알던 우리에게 그가 보여주는 남산의 감동은 먹먹하다. ...(중략)...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뉴욕에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 및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에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8호(2017년 4월호) 수록본 일부
[명사들의 정원 생활] 고산 윤선도, 늙은 어부 혹은 신선으로 살기
한국 최고의 정원가 고산 윤선도는 역사상 최고의 시조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최고의 정원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를 한국 최고의 정원가라고 할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역사상 그만큼 많은 정원을 만든 이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전 생애에 걸쳐 머무는 곳마다 정원을 짓고 즐겼다. 현재 흔적이 남아 있는 곳만도 해남 삼승三勝이라 불리는 수정동ㆍ문소동ㆍ금쇄동, 해남 윤씨 종가 녹우당과 백련지, 보길도 부용동, 강진 덕정동의 추원당, 남양주 수석동의 해민료와 명월정 등 여러 곳이 있다. 유배지였던 함경도 경원과 삼수, 경북 기장과 영덕 등에도 그가 즐긴 정원 관련 지명이 있다. 둘째, 그가 만든 정원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대표 정원으로 내세울 만한 걸작이다. 그의 정원은 대체로 바위와 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자연 경승지에 있다. 고산은 자연 요소와 경치를 탁월한 안목으로 읽어내 과학적ㆍ생태적 지식과 기술은 물론 예술적 감각이 충만한 정원으로 만들었다. 셋째, 그는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원을 이용하고 즐기는 데에도 탁월한 감각과 수준을 과시했다. 아름다운 산수간에 만든 정원에서 그는 시, 음악, 무용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즐김으로써 정원이 단순히 휴식이나 완상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문화 예술을 생산하고 체험하는 장임을 실제로 보여준 셈이다. 대표 정원들 고산은 51세 때 보길도에서 처음으로 정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 출발이 순전히 자기 뜻만은 아니었다. 병자호란으로 조선이 청나라에 굴욕적으로 항복하게 되자 부끄러워 하늘을 볼 수 없어 탐라에라도 가 은거하겠다고 결심한 고산이 도중에 잠시 들렀다가 아예 정착하기로 마음먹은 곳이 보길도였다. 이후 그가 죽기 전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해 나간 보길도 부용동芙蓉洞 정원의 면모는 후손 윤위가 쓴 『보길도지』에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탁월한 풍수 안목으로 섬 중앙 계곡부를 중심으로 혈처(낙서재), 안산(동천석실), 외수구(세연정) 등의 요지에 각기 다른 성격의 정원을 조성하고는 그곳들을 오가며 즐겼다. 요처에 최소한의 인위로 정원을 만들고 섬 전체를 자신의 왕국인양 즐긴 호방한 공간 사용 전략을 잘 구사했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안 되어 2차 유배를 당하면서 보길도의 첫 정원 생활은 낙서재 등 극히 일부만 완성한 상태에서 중단되고 만다. ...(중략)... 성종상은 서울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한 이래 줄곧 조경가의 길을 걷고있다. 연구소와 설계사무소에서 기획부터 설계, 감리에 이르는 실무를두루 익힌 후 지금은 서울대학교에서 조경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93 대전세계엑스포 조경계획 및 설계, 인사동길 재설계, 용산국립중앙박물관 조경설계, 신라호텔 전정 설계 및 감리, 선유도공원 계획및 설계, 용산공원 기본구상,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마스터플랜, 천리포수목원 입구정원 설계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 풍토 속 장소와 풍경의 의미를 읽어내고 그것을 토대로 풍요롭고 건강한 삶을 위한조건으로서 조경 공간이 지닌 가능성과 효용을 실현하려 애쓰고 있다. *환경과조경348호(2017년 4월호)수록본 일부
[시네마 스케이프]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봄이다. 형형색색 꽃이 만개하는 계절. 『자전거여행』(문학동네, 2014)에서 김훈은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이렇게 묘사한다. “동백은 한 송이의 개별자로서 제각기 피어나고, 제각기 떨어진다. 동백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는다. …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버린다. … 매화는 잎이 없는 마른 가지로 꽃을 피운다. … 매화는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한 개 한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한다. … 산수유는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 목련 꽃은 냉큼 죽지 않고 한꺼번에 통째로 툭 떨어지지도 않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 보고 나면 가슴 한편이 아린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는 스쳐 지나가듯, 창문을 통해 마른 나뭇가지에 달린 꽃봉우리 비슷한 것이 보인다. 내내 차가운 바람과 눈발 날리는 바다 풍경만 보다가 그 단 한 장면에 이르면, ‘아!’ 하는 탄식이 나온다. 여기 보스턴에 사는 한 남자가 있다.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는 리 챈들러(케이시 애플렉 분)는 무표정하고 불친절한 태도로 매일 쓰레기를 정리하고 막힌 하수도를 뚫는다. 무기력해 보이기도 하고, 무언가 화를 참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평소와 다름없이 눈을 치우던 어느 날, 갑작스런 전화를 받고 ‘맨체스터 바이 더 씨’(놀랍게도 도시 이름이다)로 향한다. 형이 죽고 남겨진 조카의 후견인이 되어야 하는 상황, 그는 당황한다. 아직 고등학생인 조카, 그가 성인이 될 때까지 돌봐야 한다. “그 유명한 리 챈들러야?” 고향 사람들은 그를 보고 수군거린다. 불쑥 기억을 통해 그가 아내와 함께 세 아이를 키우던 행복한 순간들이 소환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관객은 영화 중반까지 알 수 없다. 그저 그 남자의 공허한 눈빛과 처진 어깨를 바라볼 수밖에. ...(중략)...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상처가 그리 호락호락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한편의 영화, ‘문라이트’. 어떤 선택지도 없는 벼랑에 선 아이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희곡 ‘달빛 아래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가 원작이다. 영화 초반부에 잠시 등장하지만 소년의 삶 전체를 지배하는 후안이라는 조연이 인상적이다. 영화의 주제이기도 한 그의 대사다. “네 삶을 다른 사람이 정하도록 두지 마라.” * 환경과조경 348호(2017년 4월호) 수록본 일부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 세계의 기운이 이곳으로
제주에서 일이 끝나고 하루 이틀간의 여행을 계획할 때, 한 지인은 내게 공동묘지를 산책해 보라고 권했다. 이에 옆에 있던 또 다른 지인은 몸서리를 치며 시체들이 있는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산책을 하느냐 했다. 그러나 어찌 생각해보면 내가 일상에서 디디는 모든 곳이 몇 십만 년에 걸쳐 그런 시체들을 켜켜이 품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매일같이 지르밟고 거니는 이 땅에는 온갖 이야기와 살들이 부산스러운 우리 발에 잘 다져진 채로 묻혀 있다. 이 퇴적층은 일상을 사는 우리 눈에는 비치지 않을 정도로 희미하지만, 때때로 스며 올라와 낯선 내음을 풍기거나 삽 아래 적나라하게 파헤쳐진 채로 우리 앞에 드러난다. 지금도 건물을 짓기 위해 토목 공사를 하다보면 새로운 유적이 발견되는데, 이렇게 발견되는 것들 외에도 유형으로 드러나지 않은, 그렇다고 기록에 남지도 않은 채 묻힌 사람들의 이야기와 문화의 층위는 헤아릴 수조차 없을 것이다. 좋든 싫든 이 땅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과거의 유물과 이야기들은 미래를 향하는 우리의 시선과 어떤 관계를 가질까? 그것은 새로운 것을 그리기에 이미 너무 더럽혀진 종잇장, 또는 상상조차 불허하는 숨 막히는 박제에 불과한 것일까? 실용적 관점에 입각한 것이든 미적 관심 또는 이념적 관점에 입각한 것이든,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모든 계획의 목표이거나 또는 부수적인 작용인 바. 퇴적층을 깨끗하게 쓸어내고 새하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린다면 우리의 상상력을 장애물없이 펼칠 수 있을까? 그런데 도시에서, 특히 예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역사가 축적됐고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런 곳에서, 시공간적, 사회경제적 맥락으로부터의 무중력 상태가 과연 가능하긴 한 것일까? ...(중략)... 진나래는 미술과 사회학의 겉을 핥으며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게으르게 활동하고 있다. 진실과 허구, 기억과 상상, 존재와 (비)존재 사이를 흐리고 편집과 쓰기를 통해 실재와 허상 사이 ‘이야기-네트워크-존재’를 형성하는 일을 하고자 하며, 사회와 예술, 도시와 판타지 등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기술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지점에 매료되어 엿보기를 하고 있다. 2012년 ‘일시 합의 기업 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를 공동 설립해 활동했으며, 2015년 ‘잠복자들’로 인천 동구의 공폐가 밀집 지역을 조사한 바 있다. www.jinnarae.com * 환경과조경 348호(2017년 4월호) 수록본 일부
크로싱 패럴렐(스)
지난 2016년 11월 20일부터 2017년 2월 17일까지, 아키아웃라우드arch out loud(이하 AO)는 ‘경계: DMZ 지하 대중목욕탕Borders: DMZ Underground Bath House’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다. 대상지는 북한과 남한을 가르는 비무장 지대DMZ 한가운데로, 제3땅굴 서쪽에 위치해 개성공단과도 멀지 않은 곳이다. AO는 “DMZ의 지정학적 맥락에 응답할 수 있는 지하 대중목욕탕을 창조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또한 디자인을 통해 군사적 충돌과 레저 활동 사이의 관계, 대중목욕탕이 사회적 상호 관계에 미치는 영향, 건축이 대지를 물리적으로 점유하는 방식, DMZ의 정치적 문제에 대한 건축적 형태·공간의 역할을 탐색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지난 3월 14일 공모 결과가 발표됐다. 심사에는 스탠 알랜Stan Allen(Stan Allen Architects), 마티아스델 캄포Matias del Campo(SPAN Architects), 문훈 소장(문훈발전소), 서예례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조민석 대표(매스스터디스)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11명이 참여했다. 1등 의 영예는 전진현, 송민경, 그리고 지강일의 ‘크로싱 패럴렐(스)Crossing Parallel(s)’가 안았다. 2등에는 시아오 왕Xiao Wang과 위티안 왕Yutian Wang의 ‘크로스Cross’, 김연문과 이충효의 ‘프라이머티브 필드Primitive Field’, 북필리픽Vuk Filipic과 안나 무라인카Anna Murynka의 ‘디스로프티 스카이This Lofty Sky’, 스펙터클Spectacle의 ‘워터월Water Whirl’, 저 펑Zhe Peng의 ‘하이파터누스 테르메Hypotenuse Thermae’ 등 다섯 팀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이외에도 가작 열 점과 디렉터스 초이스 한 점이 뽑혔다. 본지는 1등 수상팀의 작품 소개 글을 수록한다. _ 편집자 주 작업 방향 우리는 건축, 도시, 조경 분야의 전문가로 4년여에 걸쳐 ‘세종대로 역사문화공간 설계공모(2015, 공동 작업, 1등)’, ‘서울 어반 디자인 공모(2013, 1등 없는 2등)’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함께 작업한 결과물을 살펴보면 이 모두를 관통하는 일련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경계: DMZ 지하 대중목욕탕’ 역시 그 흐름의 연속선상에 있다. 우리는 대상지의 장소적 특징을 관찰하고, 이로부터 발견한 고유한 상황과 질서를 개념적으로 재조직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 이후 재조직한 상황과 질서를 물리적 형태로 변환하는 과정을 통해 공간을 구성했다. 프로젝트에서 요구한 프로그램은 구성된 공간의 특징에 맞추어 배치했다. 크로싱 패럴렐(스)도 위와 같은 작업 방향을 따랐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사물이나 건물이 없는 DMZ에서는 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영역화된 장소의 특징이나 질서를 관찰하기 어려웠다. 대신 남한과 북한 사이에서 반복되는 긴장‑화해 관계가 DMZ라는 거대한 물리적 환경을 유지해온 힘 또는 질서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양가적 감정의 교류를 공간적으로 드러내는 이중 나선 구조를 기반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관객과 배우라는 상반된 역할을 통해 만들어지는 연극이라는 형식을 프로젝트의 서사적 기반으로 설정한 후 생각을 발전시켜 나갔다. ...(중략)... *환경과조경348호(2017년 4월호)수록본 일부
위치·공간 정보 기술로 엿본 세운상가의 미래
세운상가 일대가 새 옷을 갈아입을 준비로 분주하다. 지난 3월 2일 서울시는 ‘다시·세운 프로젝트 창의제조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세운4구역의 사업 정상화를 선언했다. 대규모 철거 재개발 계획과 용적률 상향 문제로 오랜 기간 표류해온 세운4구역을 3D 프린터,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스타트업 기업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세운4구역을 포함해 세운 상가 주변은 171개 구역으로 분할 개발되어 산업과 주거, 문화가 복합된 메이커 시티Maker City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세운4구역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며 세운상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다양한 프로젝트와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세운상가에서 열린 ‘한 걸음 더 세운’도 이 중 하나다. 그동안의 세운상가 재생 사업 성과를 발표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축제에는, 지난해 진행된 주민공모사업과 기술협업프로젝트의 성과물을 전시하는 ‘세운쇼케이스’, 세운상가 일대를 주제별로 돌아보는 투어 프로그램 ‘세운 사파리’, 세운상가의 기술을 주제로 토론하는 ‘세운콘퍼런스’가 마련됐다. 도시재생의 기술: 미로, 회로, 여로 종묘와 세운상가를 잇는 ‘다시·세운 광장’, 건물 곳곳을 연결하는 ‘공중 보행교’, ‘플랫폼셀’ 등 침체된 세운상가 일대를 활성화할 공간이 오는 8월까지 조성될 예 정이다. 새로운 하드웨어가 마련되면 이전과는 다른 주체들이 세운상가로 유입될 것이다. 이들은 세운상가를 구성하고 있는 공간과 사물 그리고 사람들과 어떤관계를 맺게 될까? 좀 더 많은 또 다양한 사람들이 세운상가를 방문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2월 28일 세운콘퍼런스의 일환으로 열린 ‘도시재생의 기술: 미로, 회로, 여로’는 위치·공간 정보 기술을 통해 그 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48호(2017년 4월호)수록본 일부
굴취맨, 하자는 ‘줄고’ 나무 이식은 ‘빠르게’
나무 이식을 잘하는 기계가 있다. 바로 ‘굴취맨’이다. “나무 이식을 잘한다는 것”은 적은 인력을 투입해 시간 당 많은 나무를 옮겨 심는다는 뜻이지만, 이후 하자가 적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 나무를 캐서 옮기는 과정이 물건 옮기듯 단순하지 않은 이유는 살아있는 나무를 죽이지 않고 운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의 생명과 연관된 섬세한 작업을 돕는 장비 ‘굴취맨’의 작업 비결을 알아보자. 굴취맨의 나무 이식 과정 보통 나무를 이식하는 과정은 이렇다. 우선 나무 근원직경 3∼5배 크기로 땅을 파서 뿌리분을 뜬다. 그리고 분이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녹화마대나 가마니로 분을 감싼다. 이것을 새끼로 단단히 감아서 이식할 장소로 운반하고, 땅을 파서 심는다. 이 과정에서 잔뿌리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해야 옮긴 후에도 수분을 잘 공급받아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굴취맨의 작업은 이렇다. 우선 이식할 나무가 굴취맨의 중앙에 들어오도록 위치를 조정한다. 그리고 굴취맨의 특수 삽날을 하나씩 땅속에 삽입하여 분 모양으로 나무를 담아낸 뒤, 함께 들어 올리면 분뜨기가 된다. 들어 올린 나무를 가지고 이식할 장소로 이동한 뒤, 미리 굴취맨이 분 모양으로 파 놓은 구덩이에 나무를 내려놓으면 작업이 완료된다. 굴취맨의 방식이 기존 작업과 다른 점은 우선 특수 날을 이용하기 때문에 땅을 파기 쉽고, 분을 떠서 그대로 이동하기 때문에 녹화마대로 감싸거나 새끼로 감아주는 작업이 생략된다. 또한 수목지주장치가 달려 있어서 운반 시 나무를 잡아주기 때문에 나무의 손상이 적다는 점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48호(2017년 4월호)수록본 일부
[편집자의 서재] 상냥한 폭력의 시대
스물여덟 살. 그중 스물다섯 해를 한 동네에서 보냈다. 몇 번 이사를 다니긴 했지만, 걸어서 십여 분이면 오갈 수 있는 거리였다. 덕분에 동네가 변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보며 자랐다. 초등학생 시절 동네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시장 한가운데 있던 교회였다. 그런 교회의 첨탑이 중학교에 입학할 즈음 다른 건물에 가려지기 시작했다. 유명한 패스트푸드점이 사거리 모퉁이를 차지했고, 주상 복합 건물이 들어섰다. 동네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다. 중학교로 향하는 구불구불한 골목에 벽보가 붙기 시작한 때도 그 무렵이었다. 재개발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빼곡하게 들어찬 벽보가 담벼락을 채웠다. 때론 붉은 스프레이로 ‘투쟁’, ‘생존’, ‘죽어도 못 나간다’ 등 뉴스에서나 볼 법한 단어와 문장들이 적히기도 했다. 그 모습이 왠지 무서워 혼자 골목을 지날 때면 걸음을 서두르곤 했다. 골목은 주기적으로 정돈되고 다시 채워졌다. 덜 떼어진 벽보 귀퉁이가 남은 자리에 다시 벽보가 붙고 붉은 글자 위에 페인트가 덧칠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얼마 뒤 골목은 방치되기에 이르렀다. 벽보의 끄트머리가 헤져 팔락거리고 붉은 색 글자가 바래 흐릿해지자, 나는 혼자 골목 걷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그 풍경에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벽보와 골목을 메운 단어가 갖는 힘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그랬을지도 모른다. 이제 그 자리에는 모양새가 제각각인 주택 대신 반듯반듯한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 앞을 지날 때면 문득 궁금해진다. 그때 붉은 스프레이를 들고 숨죽여 골목을 누볐던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담벼락의 주인들이 벽보를 떼어 내고 페인트칠을 하는 모습을 보며 느낀 불편함은 어쩌면 정이현이 말하는 ‘상냥한 폭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로 이루어진 ‘상냥한 폭력의 시대’는 정이현 작가가 『오늘의 거짓말』(2007)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단편집의 제목이다. 2013년부터 2016년 5월까지 쓴 일곱 편의 단편을 묶은 책으로, 그는 이 책을 “피를 흘리지는 않지만 고통 속에 놓여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고통을 각각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관찰해가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스릴러나 험난한 인생사를 다룬 소설에 등장할 법한 ‘고통 속에 놓여 있는 사람들’은 의외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각종 학원 버스를 갈아타는 초등학생, 피곤이 가득한 얼굴에 미소를 띠고 손님을 맞는 아르바이트생, 날이 갈수록 오르는 식재료 값에 한숨을 쉬며 퇴근하는 직장인, 자녀가 찾아오는 걸 본 적이 없는 이웃집 할머니 등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아질 기미가 없는 삶에 지친 사람들은 서로에게 의도치 않은 폭력을 행사한다. 물리적인 폭력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의 고통을 모른 척하고 때때로 자신의 고통을 덜기 위해 다른 이의 죽음을 외면하는 등 상냥한 외피를 뒤집어쓴 폭력은 주먹보다 서늘하고 잔인하다. “예의 바른 악수를 위해 손을 잡았다 놓으면 손바닥이 칼날에 쓱 베여 있다. 상처의 모양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누구든 자신의 칼을 생각하게 된다”는 작가의 말처럼 책 속의 이야기는 나도 몰랐던 내 안의 폭력성을 발견하게 한다. 이제 열여섯 살이 된 어린 딸이 낳은 미숙아의 수술 결정을 미루며, 인큐베이터 안에서 죽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 섬뜩함을 느끼면서도 딸의 미래를 걱정하는 엄마의 심정에 일부 공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절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고개를 돌려 버리면 쉽게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만들 수 있기에 얼마나 많은 일들을 외면해 왔을까. 취재를 위해 방문한 세운상가가 어렸을 적 보았던 동네의 모습과 겹쳐 떠오른다. 재개발 논란과 몇 십 년간 계속된 상인 그리고 주민과의 갈등 끝에 거대한 주상 복합 건물은 간신히 철거를 면하게 됐다. 지난 3월 세운4구역 사업의 정상화가 발표되며 세운상가와 그 일대를 대상으로 한 각종 공모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상가의 일부는 허물어져 새롭게 태어날 것이고, 상가 곳곳에는 4차 산업혁명을 실험할 단체가 들어서는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세운상가를 검색하면 기존 상인의 입장과 의견을 포용하지 못해 불만을 사고 있다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어쩌면 도시재생이라는 명목으로 세운상가에 상냥한 폭력을 행하고 있는 건 아닐까. 세운상가가 신중한 방식으로 재생되기를 기대한다. 벽보를 무시하고 붉은 아우성을 덮어버리기보다, 모든 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느리게 나아가기를. 세운상가는 계속해서 “살아갈 것이고 천천히 소멸해 갈 것”이니까. “샥샥은 샥샥의 속도로, 나는 나의 속도로, 바위는 바위의 속도로”세운상가는 세운상가의 속도로 살아가 시대에 맞추어 천천히 소멸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CODA] 아파트
건설사에 다니는 J는 광주에서 고층 아파트를 짓는 현장에 있다. 시간되면 내려갈게 라는 공수표 날리기를 1년여. 이번에는 진짜라고, 당장 내려가 화창한 토요일 오후 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공연도 보고 광주 시내도 함께 누비자고 했다. 이번에는 J가 난색을 표한다. 샘플하우스 오픈 준비 때문에 바쁘단다. 그래, 괜찮아. 일이 먼저지. 앞으로 계속 바쁠 일만 남았다구? 그래, 다음에는 너 틈날 때 내가 딱 맞춰 날아 갈게. 그러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우린 맨날 이렇게 고달프냐. 그래서 어디냐고? 나 예술의전당. ‘르 코르뷔지에’ 전시가 곧 끝난다잖아. 근데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코르비 옹이 이렇게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거야? 전시장에 들어가려면 1시간이나 줄을 서 기다리란다. 젠장, 토요일 오후 데이트 장소가 여기밖에 없는 거니! 르 코르뷔지에 전시가 장안의 화제이긴 한 모양이다. 평소 미술과 디자인 분야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무시했던 동생이 이 전시는 꼭 봐야 한다며 강력하게 권유했으니 말이다. 요즘 주말에 스케치를 배우는 동생은 전시회에 다녀오더니 르 코르뷔지에는 대단한 사람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건축 설계를 했던 나의 부친은 어린 시절부터 우리 남매가 동네 미술 학원에서 그려온 그림들을 보시곤 일찌감치 남동생을 포기하고 나에게 꿈을 물려주려고 하셨다. 안타깝게도 나 역시 그쪽으로 큰 재능이나 열정이 없었다는 점이 부녀지간 비극의 시작이었지만. 화가로서 르 코르뷔지에를 재조명하고 있는 전시를 보니 동생이 받고 있는 취미 미술 수업에서 왜 건축가 전시를 찾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르 코르뷔지에는 처음부터 자신을 화가로 여겼다. 그는 건축가이기보다는 위대한 화가로 인정받기를 바랐다. …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을 때만, 그는 자신을 건축가로 생각했다.”(앙드레 보겐스키) “내가 건축이라는 것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내 그림이라는 운하를 통해서였습니다.”(르 코르뷔지에) 마치 한 편의 자서전처럼, 혹은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전시는 친절하게 화가이자 건축가로서 그에 대해, 또 형에게 빼앗긴 어머니의 사랑을 평생 갈구했던 아들이자, 뮤즈였던 아내 이본느를 사랑했던 한 남자로서 르코르뷔지에에 대해 이야기한다. “난 롱샹 성당에 꼭 가보고 싶어.” 동생은 그의 그림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며 롱샹 성당이 무척 감동스러웠다고 한다. “하긴, 전에는 합리적이고 미니멀한 빌라 사부아를 설계한 사람과 시적인 롱샹 성당을 설계한 사람이 동일인이라는 점이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평생 그림을 그리고 게 껍데기 따위를 모으며 형태를 연구했다고 하니, 이젠 좀 납득이 가긴 해.” 동생은 르 코르뷔지에가 아내 이본느를 위해 지었던 4평짜리 오두막 카바농Cabanon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정신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게 틀림없어.” 동생은 최소의 기능만을 담았던 단출한 카바농에서 초가삼간이나 정자를 지어 마음을 가다듬고 자연을 즐겼던 조선 선비의 모습을 떠올렸던 것일까. 여하튼 큰 감동 받은 동생이 사들인 비싼 도록을 휘휘 넘겨보았다(동생아, 패킹도 안 뜯고 책장에 꽂아둘 거면 책은 왜 사니?).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그가 영향을 미친 것이 어디 건축 양식뿐이랴. 전 세계의 천재들이 모여든다는 파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항상 동그란 안경을 쓰고 나비넥타이에 양복을 차려입으며 자신을 브랜딩했던 그의 사진을 보니(마치 스티브 잡스가 검정색 터틀넥 니트와 청바지, 운동화로 스스로를 아이콘화했던 것처럼), 여전히 많은 르 코르뷔지에의 후예들이 동그란 안경을 즐겨 쓴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그러나 가장 큰 상념을 안겨 준 것은 아파트를 창안한 혁명가로서 르 코르뷔지에였다. 어렵게 비집고 들어간 전시장에서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수백만 서민의 거주지를 해결한 공동 주택(아파트)을 창안해 집이 없는 이들의 삶을 바꾸다”란 문구였다. 지면을 녹지로 활용할 수 있게 한 필로티, 옥상 정원, 인간이 최소한의 공간에서 불편함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최적의 비율 모듈러가 적용된 마르세유 유니테다비타시옹(1952년 준공)은 세계 최초의 현대식 아파트의 모티브가 되었고,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그 결과 (정작 유럽에서 건물을 고층화해 지상을 녹지 낙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르 코르뷔지에의 도시계획이 실패했다고 평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태어난 나는 아파트 단지를 고향처럼 느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번 달 칼럼을 쓴 송준규가 과천의 아파트 단지에 느끼는 애착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오래된 아파트 단지와 그곳에서 몇 십 년을 자란 나무를 보면 편안함을 느낀다. 그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되고, 내가 다녔던 학교가 초고층 주상 복합 아파트로 둘러싸인 격변을 목도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다. 지금은 코르비 옹이 서민 주거를 해결하기 위해 창안했다는 아파트 한 채를 서울에 마련하지 못한 채 새로운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4~5년 전쯤 내가 새로 정착(?)한 동네는 망원동이다. 조용한 서민 동네이면서, (홍대나 상수동 등지에서 높은 임대료 때문에 밀려난) 개성 있는 상점이나 카페들이 군데군데 숨어있는 묘한 분위기가 좋았다. 골목길이 있고 세탁소와 철물점 그리고 전통 시장이 있는, 거리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동네다. 아파트는 장만 못했지만 이런 동네 생활이 좋다고 스스로 위안 삼았다. 그러나 망원동의 변화는 이미 내가 들어오기 전부터 예견되어 있었다. 요즘은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는 ‘망리단길 싫어요’ 서명 운동 글이 올라왔다. 최근 몇몇 TV 프로그램과 신문 등에서 망원시장 일대를 ‘망리단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과 같은 소위 핫 플레이스로 소개하면서 언론에서 붙인 이름이다. 시장 주변 골목에는 젊은 창업자들이 차린 트렌디한 음식점과 프렌차이즈 카페들이 점점 많아지고, 주말이면 맛집 탐방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서명 운동을 제안한 주민은 망원동이 주목받으며 임대료가 상승하고, 음식점과 카페가 오래된 원주민들의 근린 생활 시설을 밀어내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었다. “반짝 뜨고 지는 핫플레이스가 아니라 모두가 오래오래 살고 싶은 동네이고 싶다”는 바람에서 ‘망리단길 안부르기 운동’을 제안하고 있다. ‘좋아요’를 꾹 누르고 서명을 했지만, 과연 변화를 막을 수 있을까. 근처 합정동에 얼마 전 준공된 높다란 새 아파트를 보면서 착잡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골목길이 있는 동네의 정취 역시 오래 누릴 수 없다면, 늘 날 어린애 취급하며 걱정했던 J의 말처럼 진작 아파트 분양 정보나 열심히 찾아볼 걸 그랬나 후회도 슬며시 고개를 든다.
[PRODUCT] (주)예건 도피오 벤치 출시
(주)예건이 도피오 벤치Dopio Bench를 새롭게 선보였다. 러프한 스케치처럼 강렬한 시각적 인상을 벤치의 형상으로 구현했다. 대개 러프 스케치는 주곡선과 이를 보조하는 덧곡선으로 이루어지는데, 제품의 모든 디테일을 표현한 도면이나 사진보다 그 특징을 명료하게 전달한다. 콘셉트와 도피오의 유래 도피오Dopio는 두 잔의 에스프레소가 들어가는 커피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인데, 일반 커피에 비해 풍미가 짙고 끝 맛의 여운이 오래간다. 강렬한 인상의 드로잉처럼, 두 잔의 에스프레소가 담긴 도피오의 짙은 정체성이 벤치의 디자인 콘셉트와 일부 유사하여 도피오라 명명했다. 재질을 통한 콘셉트의 구현 펜 드로잉의 주곡선과 덧곡선의 리드미컬한 선형을 구조적 형상으로 구현한 벤치다. 알루미늄 프레임의 측면을 에지로 다듬었는데, 키네틱kinetic 요소를 적용해 펜의 날렵하고 유연한 흐름을 금속의 유체 흐름으로 시각화했다. 도피오의 매력은 전체적인 외관의 미적 요소뿐만 아니라 디테일 속에 숨어 있다. 두 선이 만나고 분리되는 유기적인 홀hole의 정교한 마감은 벤치 전체 선형의 미려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사용성과 안정성에 대한 디테일 등받이는 척추선과 유사하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103도(권장 100~110도)로 설정했다. 103도로 기울어진 등판은 이용자가 착석했을 때 편안함과 시각적인 안정감을 준다. 생산성과 가격 적정성에 대한 디테일 벤치 좌대 금속부의 돌기는 목재 좌대의 설치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기능적인 측면과 더불어 시각적인 미감을 고려했다. 대부분의 일체형 좌대 목재 교체 소모비는 크지만, 도피오의 좌대는 개별 목재를 결합해 각 목재의 심미적인 디테일을 살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설치와 교체를 개별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성 벤치와 비교해 경제성과 시공의 용이성을 확보했다. 지면 고정부의 디테일 도피오의 다리 내측에 일체화된 볼트 포켓bolt pocket을 적용해, 시공 후 눈높이에서 투박하게 보이는 볼트 체결부의 외부 노출을 최소화해 기성 벤치와 차별화했다. TEL. 031-943-6114 WEB. www.yek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