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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식물에게] 조경가, 식물을 얼마나 잘 알아야 할까
    조경이 식물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고, 조경에 식물이 필수적인 것도 아니다. 조경가가 다루는 공간이 자연을 배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 으레 자연의 한 요소로 식물을 다루게 되는 것인데, 조경가를 식물 전문가로 바라보는 시선이 종종 갑갑하다. 한편으로는, 식물을 다룬다는 점이 그래도 여러 공간 설계 분야 중 조경을 특별하게 만드는 게 사실이기에 많은 조경가가 식물을 잘 모른다는 점을 종종 불안해한다. 식물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 사람으로서 나의 식물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니 식물 지식, 식재 설계에 대한 노하우를 감히 내놓을 재간은 없어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몇 가지 식물에 대한 기억을 소소하게 적어본다. 객관적이지 못하고 개인적 선호가 드러나는 점은 양해를 구한다. 찔레 찔레는 꽤 어렸을 때부터 정확하게 이름을 알고 있던 식물이다. 원래 자연에 관심이 많아 농업대에 가고 싶었다는 아버지는 관찰력이 좋아서 (과장된 기억이겠지만) 운전하고 지나가면서도 “저기 대벌레가 숨어 있다”고 알려주었다. 먹을 것이 넉넉하지 않던 시절에는 이런 것도 먹었다고 설명하며 찔레 껍질을 벗겨 그 속살을 먹어보기도 했다. 목으로 넘길 수는 있다고 하는 게 더 맞을 정도로 맛은 없다. 어쨌든, 먹어본 기억 탓에 이 식물이 꽃이 있든 없든 찔레인 것은 늘 알아봤다. 가시가 없는 민찔레도 있다. 탐조하는 사람들에게는 각자 ‘새 관찰에 대한 열정을 불꽃처럼 일으키는 종’을 뜻하는 스파크 버드(spark bird)가 있는데, 조경하는 나에게는 이 식물이 나의 ‘스파크 버드’다. 쇠뜨기 모두가 말리겠지만 써보고 싶은 식물이다. 뱀밥이라고 불리는 생식 줄기가 올라올 때는 조금 징그럽게 생겼는데, 녹색의 영양 줄기는 질감이 부드럽고 균일해서 들판에 쫙 펼쳐져 있을 때 햇빛을 받으면 꽤 예쁘다. 어릴 때 지나다니면서 보이면 쉽게 끊어지는 게 재미있어서 뚝뚝 끊고 다녔던 풀이다. 잘 퍼져서인지 대부분 잡초 취급을 받는다. 들판이라 쇠뜨기를 심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본 적이 있는데 비웃음만 사고 심지 못했다. 이 식물을 검색해보면 어떻게 없애는지에 관한 내용만 나온다. 붉나무 이름처럼 단풍이 많이 붉다. 사실 붉나무를 한국에서 설계에 써본 적은 없지만, 뉴욕 하이라인에 있는 붉나무의 사촌 격인 대가지붉나무의 특성을 좋아해 대체목으로 생각해두고 있는 식물이다. 너무 붉어서 투명한 느낌이 날 정도로 짙은 단풍이 들기까지 노란색과 주황색을 거치기도 해서 가을 풍경을 다채롭게 해준다. 대가지붉나무만큼 색이 붉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돈되지 않은 듯 거친 야생 느낌의 식물이 필요할 때 붉나무를 활용해 볼 계획이다. 수양버들 탄천을 따라 자전거로 하천변만 달려 출근할 수 있는 운 좋은 사람이다. 출근길 구간에 수양버들 커튼이 드리우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아침 해를 받아 투명해진 수양버들 커튼 뒤 탄천에 꽂혀 있는 한 배수구 끝 돌무더기에 앉은 민물가마우지를 찍는 게 일상이 됐다. 봄에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고 해서 수양버들을 점점 쓰기 꺼리는 추세라 물가 근처가 아니면 잘 안 보인다. 하지만 도심 한가운데 엉뚱하게 있는 수양버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크기가 좀 크다면 더운 지방의 후추나무 같은 느낌도 난다. 가로수나 정원수로 쓰이는 이 나무의 다양성이 적어서인지 이런 엉뚱함이 도시 경관을 다채롭게 하는 것 같다. *환경과조경430호(2024년 2월호)수록본 일부 이해인은 조경설계사무소 HLD 소장이다. 디자인을 통한 주장과 혁신이라는 철학 아래, 공간적 문제와 도전 과제에 대한 핵심적 개입 제공을 목표로 한다.
  • [나의 식물에게] 나의 디자인 중심
    내게 식물이란 석재, 목재, 철재, 콘크리트 등과 더불어 조경 디자이너로서 활용할 수 있는 수많은 소재 중 하나다. 다른 모든 소재가 질감, 무게감, 형상 등이 매우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듯이, 식물도 마찬가지로 땅에서부터 줄기가 하나 혹은 여러 개가 뻗어 올라가고 그 가지들을 따라 수많은 녹색의 잎이 붙어 있고, 그 형상, 크기, 질감, 색상 등이 다양한 소재일 뿐이다. 포장과 시설물로서의 식재 포장 설계, 시설물 설계는 소재에 의한 분류가 아니라 공간의 구성 요소로서의 분류 체계다. 하지만 식재 설계는 소재에 의해 분류된 설계 단계다. 실시설계 도면 작성을 위한 과정과 시공성을 고려한다면 식재 설계가 분류된 방식을 이해하겠지만, 디자인 단계에서 식재 설계를 별도의 단계로 분류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유효한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잔디는 석재, 콘크리트, 벽돌 등과 함께 바닥을 표현할 수 있는 포장재가 되기도 한다. 나무 9주가 만들어내는 공간과 퍼걸러의 캐노피가 만드는 공간 모두 위요된 쉼터를 형성하듯이 나무는 때때로 퍼걸러와 견줄 수 있다. 다만 포장 및 시설물의 기능과 표현하고자 하는 분위기에 따라 어느 소재를 선정하는 것이 설계에 적합한가를 고려하게 되며, 이에 따라 콘크리트 포장과 철재 캐노피를 만들기도 하고 혹은 잔디와 나무를 심기도 한다. 따라서 식물이 조경설계의 필수는 아니라고 본다. 대학원 시절 조경가 마사 슈워츠(Martha Schwartz)의 설계 수업을 수강했는데, 그 수업의 주제가 ‘도시의 인프라스트럭처 설계를 통한 도심 재생’이었고 전제 조건은 식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굳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수업을 들으며 식물을 배제한다는 것이 과감한 시도라 모종의 의구심을 가졌지만 그 수업은 조경가로서의 관점을 결정짓게 만들어준 인생 터닝 포인트와 같은 시간이었다. 글로는 어떻게 설명해야 당시의 내 감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식물이 나의 손에서 없어지고 나니 주어진 대상지 본연의 가치와 사용자의 경험에 대해 더 많은 스터디를 하게 됐으며, 내게 조경이라는 분야가 예술이라는 분야와 더 가까워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 *환경과조경430호(2024년 2월호)수록본 일부 김태경은 고려대학교에서 생태공학을, 하버드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미국과 한국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2017년부터 얼라이브어스를 운영하고 있다. 디테일과 식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다듬어진 공간의 미감에 주목한다.
  • [나의 식물에게] 조경가와 식물, 조경가의 식물
    독특한 디자인 소재 “식물이 없는 공간도 정원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명쾌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질문의 본질은 맞고 틀림, 옳고 그름의 문제를 넘어 ‘더 좋은 정원’ 혹은 ‘더 좋은 조경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각종 도시 환경 문제와 기후위기를 겪고 있는 현 인류의 입장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공간을 만드는 조경가에게 식물은 어떤 존재일까.’ 이에 대한 답은 ‘조경가가 만드는 공간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당위성에 대한 질문을 통해 명확해진다. 인류가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로 번창하면서 만들어 낸 도시, 공원, 광장, 정원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리고 자연과 공간을 바라보는 조경가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조경가가 만드는 공간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 조경이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 고민과 더불어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조경인으로서 두 가지 중요 포인트를 담을 수 있다. 첫째 생태적으로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고, 둘째 미적으로 가치 있으며 기능적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쯤 되니 본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가능해진다. 첫째로 생태계 일부로서의 식물이고, 둘째로는 디자인 소재로서의 식물이다. 다시 말해 조경가에게 식물은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독특한 디자인 소재 중 하나다. 살아 있는 디자인 요소 식물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이며 중요한 특성은 살아 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살아 있기에 번식하고, 군락을 이루며, 병들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다른 디자인 소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개념인 생육 환경, 서식처를 디자인에 적용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겨준다. 이 개념은 자연 안에서 살아가는 식물을 관찰함으로써 오랜 세월을 거쳐 터득되어 왔다. 윌리엄 로빈슨에서부터 칼 푀르스터, 리하르트 한젠, 우르스 발저, 피트 아우돌프, 카시안 슈미트까지 자연 속에서 식물이 어떻게 살아가고 번식하며 적응하는지 관찰하고 실험하며 디자인에 적용해왔다. 식물의 개체와 군락이 스스로 번식하며 조화를 이루는 방법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생육 환경 및 서식처 특성을 파악해 그에 적합한 식물을 바르게 조합해 식재하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 속에서 조경가가 만드는 공간이 생태적으로 건강한 환경으로 거듭나는 열쇠가 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디자인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식물은 살아있기에 성장한다. 식물은 키가 자라고 부피를 늘리고 생육 영역을 넓히면서 경관을 변화시킨다. 이는 디자이너의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식물의 생장은 평면상에서 식재 위치, 간격, 밀도 등 많은 고려 사항을 만들어낸다. 입면을 생각하면 더 복잡해진다. 수종마다 유전적으로 정해진 수고와 초장, 가지치기와 적심을 통해 유지 가능한 수고와 초장, 꽃이 피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초장 등. 식물은 생존을 위한 번식 과정을 통해 계절마다 모습을 변화시킨다. 식물은 지구상에서 좀 더 오래, 넓은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새와 곤충을 유인한다. 꽃은 벌, 나비, 새가 날아들도록 하기 위해 더 크고 아름다운 형태와 색채를 만들어 낸다. 눈에 띄기 위해 꽃대를 높게 솟아올리기도 하고 꽃 개체 수를 늘려 수정 확률을 높이기도 한다. 바람에 잘 흔들리는 구조를 택해 자연 현상을 이용하고 향기를 통해 유인하기도 한다. 꽃의 형태(꽃송이의 형태), 크기, 꽃대 구조와 높이, 색, 밀도, 꽃이 피는 시기, 열매 색과 형태 등은 식재 디자인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시간이 만들어 내는 찰나의 경관은 그 시간과 장소에만 존재하는 아쉬움이 되지만 그래서 감동을 배가시킨다. 그 외에도 상록성과 낙엽성, 1년생과 다년생 등 생육 습성, 단풍과 낙엽과 같은 계절 변화(온도)에 대한 적응 등 식물 고유의 특성은 조경가의 공간을 다른 분야 디자이너의 공간과 구분하게 한다. *환경과조경430호(2024년 2월호)수록본 일부 박주현은 서울여자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더 올림 플라워와 가든 스튜디오(The Ollim Flower&Garden Studio)에서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정원을 중심으로 실내외 공간의 기획, 설계, 시공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 [나의 식물에게] 식물의 가치를 만드는 법
    직립형 느티나무를 찾아서 광화문광장 공사가 한창이었을 때 CA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CA조경)는 설계 의도 구현이라는 용역으로 공사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조용준 소장은 수목 답사에 참여하지 못할 때마다 팀원 중 한 명을 번갈아 답사를 보냈고, 나 역시 팀원으로서 서울시 공무원, 공사 감리 담당자, 식재 공사 담당자와 함께 지방 곳곳을 돌아다녔다. 2021년 12월 23일, 충청북도로 답사를 갔다. 광화문광장 설계 도서를 작성할 때에도 수목 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시공 단계에서 수목 농장을 방문한 건 처음이었고 전문가들이 나무를 선별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먼저 서울시 공무원이 도면과 자재수급현황표를 보고 오늘 선별해야 할 나무의 수종과 규격을 파악했다. 그 다음 식재 공사 담당자가 농장주에게 전화를 걸어 방문 허락을 받고 해당 농장을 찾아갔다. 농장에서 괜찮은 나무를 발견하면 둘레를 재서 규격을 확인하고 설계사에게 설계 의도에 적합한 나무인지 확인했다. 특별한 이견이 없으면 나무를 끈으로 묶어 다른 현장에 팔리지 않도록 표시를 해놓았다. 이때 전문가들이 좋은 나무를 판별하는 기준은 나무의 수형이었다. 농장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수형이 아름다운 나무를 발견하면 모두가 “이 나무 참 잘생겼다”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이 나무가 광화문광장에 식재될 만한 나무인가”라는 물음에는 조금씩 의견이 달랐다. 서울시 공무원은 공기에 차질이 없게 수급 일정을 맞출 수 있는 나무가, 공사감리 담당자는 수피에 상처가 없고 옹이가 없는 깨끗한 나무가, 식재공사 담당자는 규격에 맞는 나무가 좋은 나무라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그럼 나는 어떤 것을 기준으로 좋은 나무를 선별해야 했을까. 그 답을 2022년 2월 15일 전라북도로 답사 갔던 날 찾았다. 조용준 소장은 내게 직립형 느티나무를 찾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잎이 높은 지점에서부터 나고 수관 폭이 좁은 느티나무를 구해오는 것이 요구 사항이었다. 수목 답사에 참여했던 다른 관계자는 그런 나무는 없다며 차라리 다른 수종으로 변경하라고 말했지만, 조용준 소장은 직립형 느티나무를 본 적이 있다고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직립형 느티나무를 고집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광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해 주기 위해 느티나무여야 하고, 멀리서도 광화문이 보여야 하기 때문에 직립형이어야 한다. 직립형 느티나무는 식재 담당자의 수소문 끝에 발견됐고, 지금은 해치마당과 광화문광장을 잇는 화강석 스탠드 일대에 식재되어 있다. 좋은 나무란 무엇이며 좋은 나무를 고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광화문광장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배운 교훈은 단순하다. 수형이 아름다우면서도 설계가의 의도를 구현해낼 수 있는 나무가 좋은 나무이며, 좋은 나무를 찾기 위해서는 발품을 많이 파는 수밖에 없다. 직립형 느티나무는 없다고 말렸던 관계자의 말에 더 이상 발품을 팔지 않았다면, 광화문광장 설계 의도를 구현할 수 있는 좋은 나무를 찾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환경과조경430호(2024년 2월호)수록본 일부 김수린은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과 조경을 복수전공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 CA조경기술사사무소에 입사해 새로운 광화문광장 기본 및 실시설계, 디지코 KT 기본 및 실시설계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실무를 익혔다. 2022년 LH 작가정원으로 정원설계 활동을 시작했고, 2023년 순천만국가정원에 LH 공공정원을 조성했다.
  • 먀오징 강 Miaojing River
    중국 상하이에서 북서쪽으로 20km 떨어진 쿤산(Kunshan) 시는 오래전부터 물이 풍요로운 도시였다. 대규모의 운하로 인해 도시 전체 면적 중 물이 차지하는 면적이 8,000헥타르에 달하는데, 이는 쿤산의 주요 산업이 관개 농업에서 첨단 기술을 지닌 혁신 산업으로 전환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덕분에 혁신 산업이 차지하는 GDP 비율이 70%까지 증가했다. 쿠이레이 호수(Kuilei Lake)와 구시가지 사이에 위치한 쿤산 서부 지역은 점점 확장되고 있다. 남북으로 이어진 축은 센트럴 호수의 소매상점 센터, 산림 공원, 남부의 스포츠와 상업 센터 등 다양한 공공 공간을 연결한다. 산림 공원의 북쪽에 위치한 양청 호수 동부 생태 통로(Yangcheng Lake East Ecological Corridor)는 쿠이레이 호수와 구시가지를 이어준다. 쿤산 지역 생태 축 일부인 먀오징 강 중앙 수로(Miaojing River Central Water Corridor)는 상수도 시스템을 지니고 있어 쿤산 주민들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상수도를 대신할 새로운 배관 시스템이 마련되었고, 2016년 지방 정부는 먀오징 강의 공공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마스터플랜 공모전이 개최했고, 플랫 스튜디오의 설계안을 공모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후 플랫스튜디오와 현지 엔니지어, 생태학자로 구성된 디자인 팀을 결성했다. *환경과조경430호(2024년 2월호)수록본 일부 글 PLAT Studio Landscape Architecture PLAT Studio Design Team Liao Fred, Lan Shih-Lin, Wang Kit, Kao Maggie,Sophanut Pao, Tang Angela, Waiyasith Looknum, Qin Xiaoqing, Sui Tiger, Wang Daniel, Sun Yinuo, Li Xiangyu, Soh Iris, Ortiz Katrina, Orchard Ellen, Liu Can, Gwise Camille, Liu Roulin, Yang Vera, Wei Pan, Miao Qianhu, Prostak Daniel Ecological Consultant Great Ecology Client Kunshan City Construction Investment DevelopmentCompany Location Kunshan, China Area 600,000m2 Completion 2022 Photograph ZHIYI Photography, KCID, PLAT Studio 플랫 스튜디오(PLAT Studio)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본사를 둔연구 중점 디자인을 지향하는 도시계획, 조경설계사무소다. 조경과 도시, 연구와 디자인 프로세스를 통합하고, 디자인을 환경과 사회 체계를 구성하는 일이라 생각하며 지속가능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상지의 역사와 문화를 설계에 반영하고, 대상지가 가진 제한 요소에 대한 혁신적 접근법을 고안해 많은 사람이 찾는 장소를 조성하고자 한다. 대규모 도시 공공 공간, 지역 및 도시 공원, 캠퍼스 등 도시 스케일부터 작은 정원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 PLAT Studio
  • 벤짜끼띠 공원 Benjakitti Forest Park
    담배 공장에서 도심 공원으로 태국 방콕 시내의 중심 클롱 또이(Khlong Toei) 지역에 있는 대상지는 태국 재무부 소유의 담배 공장이었다. 1991년 12월, 지방 정부가 공장 이전을 승인하고, 빈 부지에 20만m2 규모의 워터파크와 9.8만m2(2004년 완공)의 벤짜끼띠 공원(Benjakitti Forest Park)(2016년 완공)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태국 시리낏 왕비(Queen Sirikit)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벤짜끼띠 공원 2단계 설계(2021년 6월 완공 목표)를 위한 공모전을 개최했다. 대상지는 밀도 높은 주거지로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벤짜끼띠 공원은 인근에 거주하는 약 25만 명의 주민과 수천 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공 녹지 공간으로 구상됐다. 공모에 6개 국제 디자인 팀을 초청했으며, 투런스케이프(Turenscape)+아르솜실프 커뮤니티 및 환경 건축(Arsomsilp Community and Environmental Architect) 팀의 제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대상지의 현재와 과제 차오프라야 강(Chao Phraya River) 삼각주에 위치한 방콕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로 1,05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연평균 강수량은 1,500mm 가량으로 몬순 기후에 속한다. 본래 대부분의 도시 지역이 습지였으나, 농업 관개를 위해 운하를 설치하고 지하수를 활용하며 점점 육지화가 됐다. 과도한 지하수 추출은 심각한 지반 침하 현상을 초래했고, 지구 온난화와 부적절한 도시 배수 인프라의 영향이 더해지며 홍수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방콕에는 공공 공원이 세 곳 뿐이었고, 녹지 공간은 고도로 파편화되어 활용도가 낮은 상태였다. 방콕의 복잡한 생태 환경과 문화적 맥락도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서쪽의 고속도로는 대상지와 인근 커뮤니티를 단절시켰다. 동쪽에는 인공호수, 남쪽에는 병원, 호텔, 시리낏왕비국립컨벤션센터가 있다. 북쪽 배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은 도시 유출수와 하수로 오염된 상태였다. 대상지는 단층 창고와 포장면으로 덮여 있으며, 네 개의 건물을 제외한 모든 구조가 철거되면서 대량의 건설 폐기물이 발생했다. 대상지에는 91종, 865그루의 나무가 있었다. 수목 대부분이 보행로를 따라 자라고 있었는데, 그중 무늬벤 자민고무나무의 단단한 뿌리가 포장면 안쪽을 파고 들고 있었다. 이 나무를 보존하면서도 계획에 맞는 기능 적 특징을 살리는 계획이 필요했다. 프로젝트 감독인 태국 왕립 육군이 조경 프로젝트를 관리해본 경험이 적다는 것을 고려해 가급적 시공하기 쉬운 설계를 해야 했다. 예산이 넉넉지 않아 벤짜끼띠 공원 1단계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반면교사 삼아 2단계 공원 부지의 유지·관리 비용을 줄이는 방법도 고안해야 했다. 목표 대상지와 밀집된 도시 환경에 야기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체적인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중앙 공원을 구상했다. 변화하는 몬순 기후에 대한 회복 탄력성을 갖출 수 있도록 공원이 197,500m3의 우수를 저류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덕분에 공원은 도시 하수도 시스템으로 우수를 배수하지 않고도 10년 주기 홍수를 견딜 수 있게 된다. 더불어 5등급 물을 3등급 물로 정화할 수 있는 여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숲, 풀, 습지로 구성된 생태계를 조성해 토착종과 야생 동물의 서식처를 마련했다. 문화 서비스 증진을 위해 시민들이 일상적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대규모 공공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다. 전략 1. 모듈형 다공성 스펀지 습지 습지는 홍수와 가뭄 예방, 토양과 수자원 보존, 생물 다양성 유지, 휴양과 관광 등에 기여하는 중요한 시스 템이다. ‘다공성’을 강조한 설계로 경관생태학 원칙에 입각해 회복탄력성이 있고 물과 섬이 얽힌 스펀지 습지 시스템을 구축한다. 우선 간단한 절토와 성토를 통해 수백 개의 나무 섬으 로 구성된 네 개의 호수(습지)를 조성했다. 습지는 얕은 계단식 연안을 가진 호수와 좀 더 깊은 코어 영역을 가 진 호수로 나뉜다. 기존 식생에 공사가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섬의 직경을 대상지에서 가장 많이 관찰되는 수목 캐노피인 6m, 12m, 25m를 섬의 직경 으로 설정하고, 각 섬의 중앙에 나무를 그대로 보존했다. 표준화된 공사는 단단한 점토 표면의 토양을 일련의 촉촉한 해면질 생물 서식지로 바꾸었고, 물은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을 촉진하는 매개체가 됐다. 이 호수 는 우수를 저류할 뿐 아니라 수위 변화에 따른 다채로 운 수생 서식지를 형성한다. 얕은 계단식 연안은 공원 북쪽과 서쪽 가장자리를 따라 놓인 L자형 선형 습지와 연결되는데, 이곳에서 운하의 물이 유입되어 정화되는 일일 정화 용량은 8,152m3다. 전처리된 오염수는 L자형 표층 유수 습지 와 지하 유수 습지로 유입되어 표고 차에 의해 동쪽에 서 서쪽으로, 또 북쪽에서 남쪽으로 흘러간다. 폭기(산소 공급을 통한 정화), 정수 식물 및 수중 식물에 의한 정화, 미생물 분해, 생물학적 포식 등 일련의 정화 과정을 거 쳐 물 속 오염 물질의 농도가 크게 감소하게 된다. 질소와 인 등 물속에 든 부영양화 물질은 비료로 흡수되어 습지 작물과 농작물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자급자족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몇몇 창고는 스포츠 센터와 에코 팔레트 아일랜드로 재설계해 울창한 녹색 건물로 바꾸었다. 전략 2. 적은 공사비와 유지·관리 비용을 고려한 ‘지저분한 자연’ 적은 예산과 짧은 공사 기간을 고려해 기존 고속도로를 공원 동선 시스템의 골격으로 활용하고, 기존 수목과 지하 공간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했다. 또한 구조물을 철거하면서 발생한 콘크리트 잔해를 나무 섬의 기슭과 경사면 또는 공원 포장도로에 사용하는 등 대상지의 기존 자재를 공원 설계에 활용했다. 이러한 모듈형 설계안은 굴삭기 한 대로도 쉽게 시공할 수 있고, 숙련된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그늘을 드리우는 토착 수종을 주요 수목으로 정해 나무 섬 식재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했다. 다양한 미시적 환경을 갖춘 지형에 씨앗을 뿌리고 묘목을 심어 유지· 관리가 적게 이루어지더라도 반자연적 식물 군락으로 진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공원은 장마철 동안 우수를 최대 20만m3까지 저류할 수 있어 건기에 최소한의 관개와 유지·관리만으로 토착 식물 군립이 자립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전략 3. 접근성 및 몰입형 여가 경험 개선 공원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공원과 주변 커뮤니티, 녹지 공간의 연결성이 강화되도록 나무 캐노피 사이를 관통하는 스카이워크를 놓았다. 스카이워크는 수십 년 동안 도로로 인해 단절됐던 공원을 하나로 이어줄 뿐 아니라 야생 동물에 대한 교란을 줄이고, 열대우림 속에서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주요 도로를 보존하고 재사용했는데, 도로 중앙에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를 분리하는 투수성 생물 습 지와 화단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본래 트럭 통행을 위해 설계된 넓은 도로가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규모의 길로 바뀌었다. 인공 습지에서 도시의 자 연을 몰입감 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습지 가장자리를 따라 다양한 산책로를 설계했다. 공원 중심부의 넓은 잔디밭과 원형 극장, 개조된 박물관 옆의 논, 다수의 지하 공간은 방콕 시민과 방문객의 다양한 여가 활동을 위한 무대가 된다. 성과와 반성 벤짜끼띠 공원은 매우 촉박한 일정으로 조성됐지만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 여름 방콕의 많은 지역이 홍수로 침수됐지만, 이 공원과 인근 지역은 물에 잠기지 않았다. 수질 정화 습지가 잘 작동하고 있으며, 건기까지 습지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다양한 조류와 야생 동물이 공원에 서식한다. 가장 놀라운 성과는 이 자연 재생 시스템을 갖춘 녹지가 방콕 도심 의 가장 큰 공원이 되어 매일 수만 명의 방문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벤짜끼띠 공원은 조깅, 자전거 타기, 가족 모임, 학교 입학식, 피크닉, 데이트, 웨딩 촬영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공 장소이자 태국 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듭나고 있다. 글 Turenscape Landscape Architecture Turenscape Team & Partners Arsomsilp Community and EnvironmentalArchitect of Thailand Client Finance Ministry of Bangkok, Thailand Location Khlong Toei, Bangkok, Thailand Area 52.7ha Completion 2022 Photograph Turensape & Arsomsilp Community andEnvironmental Architect, Pierrick 투런스케이프(Turenscape)는 1998년에 위쿵젠(Yu Kongjian)이 설립한조경설계사무소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500여 명이 조경설계, 건축설계, 도시설계, 환경설계,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스케일과 범주의 프로젝트에서 최신 기술과 친환경적 설계를 결합하는 혁신적이고 회복탄력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자연, 인간, 영혼의 통합은 투런스케이프의 기저를 이루는 설계 철학이다. 투(tu)는 흙, 땅 또는 대지를 런(ren)은 사람, 인간 또는 인류를 의미한다. 즉 투런(turen)은 땅과 사람, 그리고 대지와 인간 사이의 관계를 뜻한다. 설계 철학과 사명에 담긴 의미를 바탕으로 대지와 인간의 조화를 창조하고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 Turenscape
  • [어제의 대화, 오늘의 재구성] 김동훈 정원을 탐구하는 천착의 깊이
    『순수의 시대』를 쓴 이디스 워튼(Edith Wharton)이 정원에도 조예가 깊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워튼이 쓴 『이탈리아 빌라와 그 정원(Italian Villas and Their Gardens)』은 잡지사의 의뢰를 받아 수개월 동안 이탈리아 현지를 눈으로 읽고 발로 걸으며 취재해 쓴 정원 안내서다. 출간된 지 120년이 지난 지금도 이탈리아 정원뿐 아니라 서양 정원에 관한 고전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책이, 지난 2023년 11월 한국 최초로 완역됐다. 번역가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연구관 겸 공보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동훈. 두 가지 의문이 들었다. 법률가가 정원 서적을 번역했다니, 보통 정원하면 꽃이 화려한 영국 정원에 관심을 둘 법한데 비교적 단조롭게 보일 수 있는 이탈리아 정원이라니. 의문을 품고 인터뷰 장소인 헌법재판소 공보관실에 들어섰다. 책장 위 줄지어 선 토기 골동품과 벽을 빼곡히 채운 (로마의 풍경을 담은 걸로 추정되는) 사진과 태피스트리가 눈에 띄었다. 책장 한 칸은 이탈리아를 비롯해 로마에 관한 책이, 냉장고 옆면은 해외여행을 다니며 모은 게 분명한 마그넷이 빼곡했다.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면 그에 대한 역사, 예술, 문화를 깊게 탐구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정원이 궁금하다면 무작정 식물을 사 심기보다는 정원의 뿌리를 파헤치고 이해하기를 원하는 사람. 어쭙잖은 짐작이었는데 빗나가지 않았다. “프랑스식 정원의 아버지가 이탈리아 정원이고, 영국식 정원은 프랑스식 정원에 대응하며 만들어졌죠. 결국 영국식 정원을 이해하려면 프랑스식 정원을 알아야 하고, 프랑스식 정원을 알려면 이탈리아식 정원을 알아야 해요. 이를 모르는 채로 정원을 탐구하려다 보니 자꾸 멈칫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 책을 만나는 순간 그 관계가 명쾌하게 이해됐어요.” 어제는 뭐했나요? 출근해서 여러 가지 업무를 했어요. 아마 자세한 얘기는 재미없을 겁니다. 퇴근 후에는 가족들과 늦은 저녁을 같이 먹고, 아이들과 살금살금 배구-탁구 게임을 했어요. 두 가지 종류의 귤을 먹으며 맛을 비교하고, 제주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요. 헌법연구관, 공보관이라는 직업을 낯설어하는 독자가 많을 거예요. 평소에 어떤 일을 하나요. 같은 법조계에 있어도 헌법연구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일 겁니다. 헌법연구관은 헌법재판소에 사건이 들어오면 헌법적 쟁점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판결문 초안을 쓰는 일을 합니다. 재판을 하는 헌법재판관을 뒤에서 보조하는 일을 하는 것이죠. 본래 헌법 연구관인데 지금은 공보관 보직을 맡고 있습니다. 공보관은 대언론 관계 일을 합니다. 헌재 결정이 나올 때 국민에게 그 내용과 취지가 잘 알려질 수 있도록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자에게 설명하는 역할이 제일 큽니다. 그밖에도 헌재 관련 이슈가 있을 때 언론 대응을 하죠. 다른 기관에서는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을 보통 대변인이라고 부릅니다. 정원 가꾸기를 취미로 삼고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깊게 연구하는 일은 드물죠. 줄곧 법과 관련된 일만 해온 사람이 『이탈리아의 빌라와 그 정원』(글항아리, 2023)을 번역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신기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정원에 언제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요. 어렸을 때 주말마다 시골 할머니 댁에 갔어요. 냇가에서 놀고 농사일을 거들었는데, 그때부터 전원에 대한 사랑이 있었나 봐요. 결혼 후에는 꽤 큰 규모의 텃밭을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농사일만 하다가 점점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욕구가 생겨서 텃밭 한편에 정원을 꾸렸죠. 몇 년 전에는 50년도 더 된 할머니 댁을 새로 짓게 됐는데, 그곳에 집과 정원을 나름대로 설계하고 직접 만들게 됐어요. 저뿐 아니라 가족 모두의 추억이 많은 곳이라 가능하면 집의 원 형태를 유지하고 옛 나무도 살리려 했습니다. 여의치 않으면 같은 자리에 같은 수종의 나무를 심었고요. 그 과정에서 정원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꽃나무를 적당히 심으면 예쁘기야 하겠지만 나만의 특색이 있는 정원을 만들고 싶었죠. 법을 전공해 업으로 삼고 있지만 직업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일하는 틈틈이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여행도 하며 여러 취미를 즐겼는데, 그중 제게 지속적으로 즐거움을 준 게 정원이었어요. 로마대학의 방문학자 시절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로마대학은 어떤 이유로 선택하게 됐나요. 연구 주제도 궁금합니다. 어릴 적부터 그리스와 로마에 대한 사랑이 컸어요. 그리스 로마의 자유롭고 당당한 사람들의 생각과 활동이 아주 인상 깊었어요. 헌법학 박사 논문 주제가 ‘한국 헌법과 공화주의’였는데, 공화주의는 그리스와 로마에서 비롯했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가장 관심 있는 분야와 관련한 내용으로 논문 주제를 정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유학을 갈 때도 아무도 가지 않는 이탈리아를 선택했어요. 보통 법과 관련해 유학을 떠나면 미국이나 독일을 가거든요. 그 결과로 ‘이탈리아의 헌법과 헌법재판제도’라는 논문을 쓰게 됐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위대한 로마법의 후예라는 자부심이 엄청나요. 흔히 이탈리아 하면 예술, 관광, 패션의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법학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국가입니다. 이탈리아 건축과 정원은 어떤 식으로 공부했나요. 무언가를연구하러 간 곳에서 또 다른 분야를 깊숙이 탐구하는 게 대단하게 느껴져요. 어디에서 원동력을 얻나요. 특별한 방법은 없었고, 관련 책을 폭넓게 깊이 읽었습니다. 이탈리아는 건축과 정원에 관심이 많은 나라이기에 관련 자료가 아주 풍부했습니다. 길가다 마주치는 서점에 들어가도 정원을 주제로 한 책이 가득했고, 아름답고 세련되기까지 해서 보기만 해도 좋았죠. 값이 비싸더라도 예쁜 책을 소장할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커서 구매를 망설이지 않았어요. 유럽에서 아름다운 책을 많이 본 경험 때문인지 『이탈리아의 빌라와 그 정원』 번역서도 가능한 아름답게 만들어 소장 욕구를 돋우는 책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다행히 출판사의 의견도 같았고요. 정원을 좋아하니 공부도 즐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거나 직업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관심으로 공부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건축과 정원도 전체 사회의 한 부분이고 결국 사회 현상이 반영됩니다. 그래서 이탈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면 자연스럽게 건축과 정원 공부에 도움이 됐습니다. 이탈리아식 정원은 중세를 탈피해 새 시대를 연 르네상스의 정신적‧물질적 산물입니다. 르네상스에 대해 이해하면 이탈리아 르네상스 정원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죠. 그러면 정원을 볼 때 단순한 감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지적 아름다움까지 느끼게 돼요. 저는 이탈리아 정원하면, 회백색의 건물과 진초록 수벽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사실 저도 처음에 이탈리아 정원이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서양 정원의 양대 산맥이 프랑스식 정원과 영국식 정원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탈리아식 정원은 어디에 자리매김하면 되는 것인지, 또 이탈리아식과 프랑스식이 비슷해 보이는데 뭐가 다른 건지 몰랐죠. 그런데 『이탈리아의 빌라와 그 정원』의 원서를 읽으며 이탈리아 정원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죠. 말씀한 것처럼 오래된 회백색 건물에 잘 깎은 초록 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이 이탈리아 정원의 이미지예요. 그 단순한 이미지 속에 엄청난 것들이 숨어 있습니다. 책에서 이디스 워튼은 이탈리아 정원은 대리석과 물, 상록 식물이라는 간단한 세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떻게 그런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지 미스터리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받은 감동과 깨달음을 설명하며 독자들과 나누고자 했던 것이죠. 정원은 태생적으로 건축과 밀접한 연관을 맺을 수밖에 없는 존재죠. 건축 양식과 주거 방식에 따라 변화해 왔으니까요.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정원을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해요. 한국 사람도 이제 아름다움에 관심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흔히 옛날에는 먹고 살기 급급해 정원 가꿀 여유가 없었다는 말을 하잖아요. 자투리땅이 있으면 채소를 키우고 콩을 심어야지 정원을 가꿀 상황은 아니었던 겁니다. 그래서 한국에는 정원이 별로 없어요. 서민은 물론이고 형편이 넉넉한 집이나 양반집에도 정원이 별로 없었는데, 그 이유를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 이탈리아 부유층이 빌라를 지을 만큼의 부富가 우리에겐 없었어요. 둘째는 유교적 금욕주의입니다. 조선시대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왕이 창경궁 우물에서 흘러나오는 물길을 구리로 된 수로로 만들려고 하자 신하들이 반대합니다. 왕이 검소한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백성들이 사치에 빠진다는 거였죠. 즉 아름답게 꾸미고 즐기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거부감이 있었어요. 현대에 들어 많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마음 속 깊은 곳에 금욕주의가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로, 과거 조선은 도시화가 안 된 국가였으며 자연과 전원을 가까이 두고 있었기에 정원의 필요성을 덜 느낀 것 같습니다. 한국의 자연이 상당히 아름다운 편이기에 굳이 정원을 가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아요. 이런 과거와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나아갈 길이 보일 거예요. 옮긴이 해제에 썼듯이, 저는 우리 정원이 ‘한국 정원’ 또는 ‘한국식 정원’으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이 한국 땅에 만들었다고 다 한국 정원이 아닙니다. 정체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예컨대, 전원주택 마당에 까는 초록 잔디밭은 과연 우리 정원의 모습일까요? 아파트 단지에 흔히 보이는 가지런하고 둥글게 깎아 놓은 철쭉이나 회양목은 우리의 것일까요? 전통 정원에 없던 요소이니 배척하자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적어도 그런 요소의 뿌리가 무엇인지 알아야 활용할 때도 우리의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언젠가 누가 봐도 한국적이면서 누군가에게 확연히 아름다운 한국식 정원이 탄생하기를 기대합니다. 수많은 책 중 『이탈리아의 빌라와 그 정원』을 번역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나요? 유학 시절 이 책을 우연히 알게 됐어요. 다른 정원 서적에서 이 책이 종종 언급되기에 원서를 구해 읽었는데, 첫 문장을 보는 순간 바로 이거다 싶었습니다. “이탈리아 정원에는 꽃이 없다고 하면 과장이리라.” 대가만이 쓸 수 있는 첫 문장이었어요. 이탈리아 정원을 여러 곳 다니며 이상하게 느낀 점을 한방에 명쾌하게 해결해주는 문장이었습니다. 보통 유럽의 정원을 상상할 때 푸른 잔디밭이 드넓게 펼쳐지고 장미와 수선화가 만발한 장면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그런 정원은 프랑스, 영국, 독일 등 북부 유럽의 것입니다. 제가 이탈리아에서 본 정원은 달랐어요. 잔디밭도 잘 없고, 꽃도 별로 없고, 한여름엔 얼마나 덥고 건조한지 나무가 다 말라죽을 것처럼 보였거든요. 당황했어요. 처음에는 제가 못 본 무언가가 숨어있는 건가, 다른 계절에 찾아오면 다르려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보니 이탈리아 정원에는 꽃이 없고 초록으로만 구상하는 게 기본이더라고요. 처음엔 번역까지 할 작정은 아니었는데, 나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한국 독자에게도 알리면 우리 정원 문화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했죠. “우아한 문체와 절제된 감상, 그리고 공정한 평가”를 이 책의 강점으로 뽑았어요. 번역 작업이 굉장히 까다로웠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책을 꼭 번역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이기도 해요. 정원에 관한 웬만한 책은 모두 읽었지만 정원에 대한 감상과 평가를 적절한 비율로 다룬 책을 보진 못했거든요. 정원 설명서는 무미건조한 해설만 있기 마련이고, 정원 에세이에는 저자의 감상이 지나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정원을 모두 넘나들면서 통찰력을 보여주는 서술을 하는 책도 드물었고요. 반면 이 책은 우아한 문체와 격조 높은 감성을 보여줍니다. 저자만의 개인적이고 가벼운 감성이 아닌 거죠. 이탈리아에 오래 머물며 살아온 사람만이 아는 애정도 살포시 깃들어 있었고요. 20세기 초를 전후한 구미 상류층만이 쓸 수 있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그만큼 마음의 부담이 컸습니다. 원전의 격을 훼손하지 않아야 하는데 제가 그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고민했고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석도 직접 달고 직접 찍은 사진도 넣었고요. 책의 모든 주석을 직접 달려면, 건축 양식, 주거 방식, 역사, 언어학까지 전부 파헤쳐야 했을 것 같더라고요. 이디스 워튼이 대작가이자 정원 전문가이기에 책 자체가 서양 문화, 건축, 정원에 대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지식을 이미 전제로 하고 있어요. 책을 풍요롭게 읽기 위해서는 주석이 반드시 필요했죠. 사실 책에 실린 주석은 준비한 내용의 3분의 2가량에 불과합니다. 출판사와 역자 주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오래 의견을 주고받았어요. 주석을 모두 달면 책이 너무 번잡해지고 원전을 훼손하는 느낌이 들 테고, 주석을 너무 줄이면 책을 이해하기 어려워지죠. 그 타협점이 지금의 형태입니다. 한 단락, 한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며칠씩 공부해야 할 때도 있었어요. 뉴턴이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했죠. 이처럼 독자들이 홀로 공부하느라 고생하지 않고 일단 먼저 공부를 시작한 제 어깨 위에 서서 더 멀리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번역 작업을 할 때 가장 유의했던 점과 그 과정에서 느낀 매력이 있다면요. 1904년 출간되어 저작권이 오래 전에 소멸된 이 책을 왜 아무도 번역하지 않았는지 궁금했는데, 번역을 하다 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됐어요. 영어를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탈리아어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하고, 이탈리아 정원들을 직접 가보고 또 정원을 직접 가꾸어본 경험이 있어야 제대로 번역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가보지 못한 정원에 관한 내용을 번역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묘사와 서술을 대충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정확히 번역하는 건 다른 차원의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인터넷 시대이기에 구글 지도를 수없이 돌려보며 책에 묘사된 장면을 확인했지요. 역자 스스로 이해하지 못한 글은 생명력을 잃습니다. 물론 제가 원서의 깊이와 맛을 얼마나 잘 살렸는지 모르겠고 가끔 부끄럽기도 합니다. 번역을 하며 그리스 로마 고전을 줄기차게 번역해온 천병희 선생의 말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왜 그렇게 고집스럽게 번역을 하냐는 물음에 그는 번역도 창작 못지않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아무리 외국어를 잘해도 우리말로 읽는 것이 열 배는 더 효율적이라고 답했어요. 번역은 새로운 문물을 가장 쉽고 직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창구입니다. 충실한 번역이 있을 때 이를 바탕으로 고유의 문화도 꽃피울 수 있습니다. 저는 애매한 창작 논문 한 편보다 충실한 논문 번역 한 편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번역의 가치를 상당히 저평가하고 교수의 실적으로도 인정해주지 않죠. 번역을 통해 더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의 가치가 더 인정받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번역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다른 언어에요. 조경가 사이에서는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landscape architecture)’의 번역어로 ‘조경’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왔어요. 책을 보니, 김동훈님은 조경가라는 단어를 기본으로 쓰되, 경관 건축가, 경관 정원가, 정원 건축가라는 단어를 적절히 섞어 사용했더라고요. 원칙적으로는 조경, 조경가란 단어를 채택했습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번역어이기 때문이죠. 필요한 경우에는 경관 건축가, 경관 정원가, 정원 건축가라는 말을 썼고요. 조경造景이라는 말을 그대로 풀면 경관을 만든다는 것인데, 의미와 간결성 측면에서 보면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의 최선의 번역어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흔히 조경가를 단순한 정원 관리사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죠. 조경이 대지를 다루고 설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거나 조경을 대체할 더 나은 용어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쉬운 대로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오렌지나무 화분이 가득 놓인 이탈리아식 정원과 집, 빌라 카스텔로 사진을 인상 깊게 봤어요. 화분은 정원을 꾸릴 만한 땅이 없는 사람이 식물을 기르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도구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거대한 화분을 꽤 큰 규모의 땅에 열 맞춰 놓으니 그럴듯해 보이더라고요. 이탈리아 정원을 상징하는 나무가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오렌지나무나 레몬나무는 이탈리아와 지중해를 떠올리게 만들죠. 그런데 오렌지나무는 따뜻한 곳에서만 살 수 있기 때문에, 나폴리 같은 이탈리아 남부라면 모를까 피렌체 같은 중북부에서는 겨울에 노지에서 살지 못합니다. 그래서 화분에 심어 봄이 되면 밖에 내놓았다가 늦가을이 되면 다시 레몬 하우스에 넣어 월동을 하게 하죠. 노지에서 자란 오렌지나무와 화분에 심은 오렌지나무의 느낌이 참 달라요. 화분을 활용한다는 발상 자체도 훌륭하고, 열 맞춰 질서정연하게 늘어놓은 것도 이탈리아인의 절묘한 감각인 것이죠. 게다가 이탈리아 토분의 질감과 색, 모양이 오렌지나무와 아주 잘 어울리죠. 토분의 경우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었어요. 모두 조금씩 달라 변화가 보이면서도 가지런히 놓음으로써 전체적으로는 조화와 질서를 이루죠. 한 아름 크기의 큰 토분은 수십만 원이 넘습니다. 이탈리아 정원이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가 작은 소품에도 신경을 쓴다는 점이죠. 책에 소개된 정원 중 하나의 정원만 추천해야 한다면 어떤 정원을 뽑고 싶은가요. 빌라 란테(바냐이아)와 빌라 파르네세(카프라롤라)가 제일 인상 깊었어요. 로마 북쪽으로 고대 로마의 길을 따라 난 현대의 2차선 도로를 달리면 한 시간 만에 도착하는 곳인데, 빌라는 작은 마을 뒤편에 있습니다. 정원과 더불어 이탈리아의 숨은 매력인 소도시의 분위기도 잘 느낄 수 있는 곳이죠. “아 이게 이탈리아의 느낌이구나!” 하게 되는 곳입니다. 코모 호수의 빌라 발비아넬로도 좋았습니다. 코모 호수는 밀라노에서 차로 한 시간이면 가는 곳인데, 당일치기 하지 말고 꼭 2박 정도는 여유롭게 묵으며 아름다운 호수와 정원을 구경하길 바랍니다. 알프스 자락의 호수라 여름에는 아주 시원하고 쾌적한데, 아름다운 마을과 정원을 배를 타고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탈리아에 정원 문화가 발달한 만큼 관련한 법령이 있나요. 정원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법령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고, 특히 경관에 관한 여러 법령이 자세하고 체계적입니다. 더구나 이탈리아 헌법은 “국가는 경관을 보호한다”는 조항을 명시적으로 두고 있죠. 정원은 혼자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정원은 주거와 함께하기에 인근에 마을이 있기 마련이고, 정원이 아름다우려면 짝을 이루는 주변의 경관이 아름답게 보존되어야 합니다. 정원이 아름다워도 눈을 들어 멀리 봤을 때 이를 해치는 경관이 있다면 정원의 가치가 확연히 낮아집니다. 한국도 2007년 ‘경관법’을 제정했지만 큰 실효성이 없는 상태입니다. 경관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지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국제역사정원위원회가 1981년에 만든 ‘역사 정원에 관한 헌장(플로렌스 헌장)’이 있습니다. 서양 정원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 피렌체에서 만들어졌죠. 역사와 정원의 특질이 잘 보존된 정원을 ‘역사 정원’이라 부르고, 이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방법이 상세하게 쓰여 있어요. 우리도 앞으로 정원을 복원해야 한다면 꼭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영화나 소설에서 아름다운 정원을 만난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영화 ‘전망 좋은 방’(1989)에 당시의 정원을 아주 아름답게 묘사한 부분이 나옵니다. 마음 가볍게 천천히 음미하면 정말 낙원 같은 정원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또 영상미의 절정을 보여주는 영화 ‘그레이트 뷰티’(2014)에서 스치듯 나오는 정원들이 긴 잔상을 남긴 기억이 있어요. “가장 행복한 삶은 ‘낮엔 밭에서 일하고, 저녁엔 책을 읽는 삶’이라고 생각한다”는 소개 문구가 굉장히 낭만적이에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 궁금해요. 정원과 관련해 또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지는 않나요. 마키아벨리는 정계에서 강제로 은퇴당한 뒤 자신의 시골 별장에 머물렀는데, 낮에는 잡다한 일을 하고 시골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저녁이 되면 정복으로 갈아입고 책상에 앉아 옛 위인들과 마주했다고 해요. 그게 참 멋지게 느껴졌어요. 텃밭에서 가벼운 채소들은 다 키워봤고, 다음에 석류나무를 심어보고 싶어요. 어릴 적 마당 있는 집에 살았을 때 봤던 석류나무의 아름다운 꽃과 이파리, 몽글몽글 풍요롭게 맺히는 빨간 열매가 지금도 눈에 선하거든요. 더구나 석류는 페르시아에서 왔다지요. 그 옛날 페르시아에서 태어나 중국을 거쳐 한국에 자리 잡은 수목이라는 점이 참 매력적입니다. 몇 번 심어 봤는데 겨울이 지나면서 다 죽더라고요. 또 정말 꿈같은 이야기지만, 제 할아버지가 그랬듯 논에서 벼를 직접 키워보고 싶습니다. 내손으로 벼를 키워 밥을 지어먹어 보고 싶어요. 일과가 끝난 저녁에는 동서고금의 고전을 한 권 한 권 읽어나가고요. 논어, 한비자, 장자부터 아리스토텔레스, 단테까지 천천히 읽고 싶어요. 언젠가는 토스카나의 메디치 빌라에 관한 책을 쓰고 싶어요. 이미 메디치 가문에 관한 글이 많지만, 그들이 위대한 업적을 어떻게 만들어 나갔는지 알기 위해선 좀 더 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피렌체라는 도시에서의 공적, 사적 활동과 시골 별장에서의 휴식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그런 업적을 만들어낼 수 있던 게 아닌가 짐작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즈음이면 한국 정원에 대한 연구가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지 않을까요. 정립된 이론을 바탕으로 멋진 한국식 정원을 직접 만들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 [어떤 디자인 오피스] 조경설계호원 삶과 장소에 자연의 평온을 담다
    자연의 평온 2023년 12월의 어느 날 사원 개별 면담 중 한 선임 디자이너가 물었다. “설계를 잘하고 싶은데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쉬운 물음이지만 쉽게 답하지 못했다. 일은 잘하고 못하고를 판단할 수 있겠지만, 설계를 잘하고 못하고의 판단 척도는 무엇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다. 설계를 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의 디자인에 대해서 잘하고 못하고를 구분 지을 수 있을까. 목적 지향적인 단순한 가치를 오피스의 이상으로 두면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걸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에 모든 물음에 쉽게 답할 수 없었다. 대지의 선물 9년 전, 조경설계호원(HOWON)(이하 호원)은 호수(湖)와 동산(園)을 담은 자연의 평온한 공간 조성이라는 다소 진부한 이름으로 시작했다. 오랜 시간 동안 인간과 함께 한 자연 공간,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장소 사이에서 많은 영역을 차지했던 자연의 물과 녹음의 동산은 우리의 삶을 조금이나마 평온하게 하는 대지의 선물일 것이다. 호원은 이렇듯 세상의 선물과 같은 존재로 미약하나마 존재하려 한다. 한 개인의 시작에서 우리의 시작으로 변한 지는 오래됐다. 오피스의 이름은 이름일 뿐, 그냥 불리기 편한 이름이면 그뿐이다. 허울 좋은 이름 대신 그 안에 담긴 선물처럼 본질을 추구하는 집단이 되고 싶다. 잘하고 못하고를 조경설계의 잣대로 들이대는 게 불편하지만 우리는 잘하며, 잘하고자 한다. 공공의 가치를 구현하다 설계사무소의 철학은 한 개인의 산물이 될 수 없다. 다양한 사고의 흐름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집단의 대상지 해석은 그 대상이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과 장소가 가지는 정체성에서 출발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최종적으로 결과물에 대한 가치 발견과 평가로서 공공 가치에 우리의 작업이 필요했는지, 장소에 대한 해석을 잘했는지 생각해 본다.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조경이 가지는 공공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다양한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를 시도하며, 성과를 보이고 있다. 남산예장공원 2015년 호원 창립과 함께해 온 중요한 프로젝트다. 조경설계사무소로서 무한한 자긍심의 공간이기도 한 예장공원은 호원의 처음과도 같은 장소로 우리가 바라보는 공공 도시 공간에 대한 해석 방법을 잡아가는 시작이었다. 청주 충혼탑 추모공원 마스터플랜 국내 600여 개가 넘는 충혼탑의 엄숙한 추모 공간을 일상의 시민 공간으로 환원하고 추모의 기념적 공간과 도시의 상징 공간으로 장소의 가치를 재해석했다. 2023년 3월 공모에 당선됐으며 이제 설계 막바지를 바라보고 있다. 부산유엔평화공원 화합의 뜰 부산유엔평화공원 화합의 뜰은 메모리얼 공간의 정면성을 확보하며 공원의 사회적 공공 가치 구현을 위한 도시 인프라로서 기능을 수반하는 중첩의 공간으로 계획했다. 2023년 공모에 당선되어 설계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포기하지 않는 열정 우리는 모든 조경의 영역에서 활동한다. 다양한 공모에서 낙선의 쓴맛을 보고 있다. 당선안과 낙선안에 대한 해석과 가치를 논하자면 어려울 것이다. 낙선안에 우리가 부족했던 점이 보이기도 하며, 다른 사람과의 대상지 해석의 차이를 되새겨 보기도 한다. 사무실의 모든 구성원이 공모에 참여한다. 오피스 운영 차원에서 보면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는 것을 인정한다. 공모 운영에 적합한 구성원이 한 팀이 되어 진행하는 것이 보편적 방법일 수 있지만, 설계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물론 미흡한 부분으로 인한 문제가 수시로 발생한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의 조직에서 집단 지성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모든 공모에 참여한다. 현장에서 시작하는 디자인 설계는 현장의 모습을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무수히 많은 현장의 조건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협의 과정이 조성될 공간의 잠재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동주택 프로젝트에서부터 경험하기 어려운 골프 코스 경관 설계와 클럽하우스 등에서 수시로 진행되는 현장 답사를 통해 디자인과 시공의 간극을 좁히며, 조경가의 생각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임을 피부로 접하며 깨닫고 있다. DMC SK 스카이 뷰 아이파크 공동주택 조경은 조경가의 능력과 의지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킨다. 각종 규제와 많은 전문가 및 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은 디자인의 한계를 만들 수 있으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해석을 만들기도 한다. 이해 관계자를 설득하는 일련의 과정에는 어떠한 프로젝트와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자칫 편향된 설계의 방향을 보일 수 있는 설계 대상인 공동주택은 조경가를 훈련시키는 최고의 수단이자 대상이다. 덕평 H1 클럽하우스 실시설계를 참여한 클럽하우스 진입 공간의 경관 구역이다. 레저 및 여가 공간 설계는 디자이너의 눈높이를 크게 변화시키는 기회가 된다. 단정한 디자인, 세심한 디테일, 재료의 통일성, 시퀀스의 변화 등 다양한 툴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이 클라이언트 설득과 대상지 해석에 도움을 주었다. 여주 루트 52 코스 및 클럽하우스 골프 코스 경관 설계와 클럽하우스 조경설계를 진행했다. 토목 공사의 공정률이 어느 정도 진행된 대지의 모습을 보며 조경이 이 세상에 필요한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미래를 함께 바라보며 호원의 구성원은 설계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다. 프로젝트 수행에서 업무의 편중이 발생하는 것이 국내 설계사무소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공모, 계획, 실시설계, 각종 제안서, 시각화 작업 등 설계의 세부 업무에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디자인 역량을 시험해 볼 수 있고 도전과 협력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팀 조합이 자유로운 그룹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는 독특한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표 소장 외 경력 15년 이상의 수석 디자이너 4명, 경력 3년 이상의 선임 디자이너 4명, 주임 디자이너로 이뤄진 원통형 구조다. 얼핏 보면 고인물이 모여 원통형 구조가 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의도된 디자인 그룹의 조직 구성이다. 10명 이상의 국내 설계사무소 운영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과 디자인 인력과 규모의 확장성을 언제든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성했다. 탄탄한 수석 디자이너 4명의 디자인 역량과 경험치는 프로젝트의 안정적 진행과 전문 기술을 담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별 디자이너와 일대일 그룹 구성으로 발전된 도제식 설계 교육을 운영한다. 설계사무소의 객관적 디자인 역량을 수치화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으나, 의사 결정의 객관성과 미래의 가치를 함께 바라볼 수 있도록 체계적인 운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운영과 관련해 동료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를 통해 회사의 지속적인 노력에 모든 구성원 또한 함께하고 있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유연한 경계 그룹별 성과 경쟁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그룹 간 경계가 유연하게 구축되어 있어,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다. 유연한 일정 조율은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하게 되고, 팀원들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곽민호 주임 디자이너) 우리의 프로젝트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에는 구성원 모두의 고민과 노력이 들어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책임 디자이너를 정해 놓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각 프로젝트 담당자는 최상의 결과물을 위해 수시로 의논하고 대화한다. 그렇기에 너희 팀, 나의 팀이 아닌 우리의 프로젝트다. (김재욱 수석 디자이너) 전문적인 배움 프로젝트 진행이 안정적이고 전문적이라 느껴지는 까닭은 네 명의 수석 덕분이다. 사원 입장에서는 수석과 거의 일 대 일 팀 구성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덕분에 알음알음이 아니라, 제대로 배울 수밖에 없다. 옆에서 보고 듣는 간접적인 배움도 많지만, OJT 같은 직원 교육 프로그램이나 질문과 답이 오가는 시간에서 여느 사설 강의와 과외 못지않은 배움을 얻을 수 있다. (임모니카 선임 디자이너) 모두의 발전 나 자신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해 노력한다. 경력 디자이너로서 신입 디자이너가 업무 역량 및 경험의 부족으로 힘들어할 때 내가 가진 노하우를 알려줌으로써 모두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프로젝트가 이 사회에 이바지하기를 기원한다. (차윤철 수석 디자이너) 주도적인 디자이너 호원의 사람들은 평범하지만 살아있다. 디자인 그룹에서 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무한한 능력은 개개인의 역량과 잠재력에 기대어 운영될 수는 없다. 프로젝트 운영 외에 각자의 주도적 참여를 다양한 방향성을 가지고 이끌어 내고자 한다. 월간 세미나와 문화데이, 필드 트립, 리프레시 투어는 프로젝트 업무 외에 조경가의 다양한 사고와 경험을 위해 시행하고 있다. 수석 디자이너가 하는 톱다운 방식의 도제식 교육 외에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 강의와 개별 사내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수동적 태도를 지양하는 우리의 방식이다. 월간 세미나 월간 세미나를 통해 조경설계의 프로젝트 진행 외 필요한 부분을 회사 구성원 각자의 시선으로 공부하고 정리해 그룹 모두에게 강의하고 있다. 강의 후 서로 의견을 나누고 그 내용을 정리해본다. 길지 않은 이 시간이 조경이란 일을 하며 부족했던 부분이나 잘 알지 못했던 내용을 조금 더 편하게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직급 제한 없이 모두가 강사라는 이름을 달고 진행하는 세미나가 우리를 조금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게 해준다. (김승인 수석 디자이너) 서로의 발전을 위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자신의 무기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은 빛을 발하지만, 그 빛 뒤에 가려진 약점들이 더 많다. 매달 월간 세미나를 통해 본인의 장점과 약점을 공유하며 강의를 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배우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프로그램 관련 세미나에서부터 재료, 시공 디테일, 식물 소재, 더 나아가 조경 트렌드와 미래의 조경 상에 대한 세미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한자리에 모여 나누며 서로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김서하 선임 디자이너) 효율적 업무와 워라밸 네 개로 나누어진 팀은 각각 효율적인 일정 관리를 통해 합리적인 업무와 협업을 이루어 낸다. 더불어 유연근무제, 야근 사전 결제 시스템 도입은 실질적인 직원들의 워라밸 향상에 기여하며, 전반적인 직무 만족도를 높일 뿐 아니라 회사 내 탄력적이고 협력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김소라 선임 디자이너) 일과 삶을 공유하다 회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다. 일해서 돈 버는 곳. 하지만 일하고 돈만 버는 회사는 미래가 없으며 함께 바라볼 비전이 없으면 발걸음에서 점점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일하며 발전하고 놀며 삶을 공유하는 재밌고 편한 회사가 좋다. 그래서 업무 시간은 너무나도 바쁘지만 리프레시데이와 문화데이, 필드트립을 진행할 때는 열심히 놀며 배운다. 매달 행사가 있는 셈이다. 모든 행사에는 구성원들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하거나 가고 싶었던 곳에 간다. 좋은 장소를 보며 즐기며 경험한다. (홍지송 수석 디자이너) 조경설계호원(HOWON)은 사회적 공공 가치 구현을 위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모든 과정에서 도전과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상적 디자인 스튜디오를 구성하고자 조직의 체계와 운영을 중시한다. 디자인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활동을 섭렵하며 미래 지향적 디자인 오피스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밀레니얼의 도시공원 이야기] 1857년 뉴욕, 어떤 30대
    에피소드 1 1857년, 35세(각주 1) 6월, 여름으로 넘어가는 문턱에 서서: 결국 잡지사가 문을 닫는다. 온갖 분야를 다 해보는 대책 없는 아들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도 흔쾌히 지원해준 아버지께 죄송할 따름이다. 미국 사회에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겠다고 나선 출판사가 사업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실용주의에 미친 신사들(practical man) 속에서 실용성 아닌 의미를 찾는 이들의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쩔 수 있는가. 이제 다른 일을 찾아봐야지. 저번에 보니 시에서 추진하는 공원의 감독관을 찾고 있다고 하던데. 9월, 성공했다: 여름에 넣었던 감독관 지원 서류가 통과했다는 소식. 당파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공원에 집중할 수 있는 공화당의 인재임을 어필한 게 효과적이었다.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도움을 주신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분들께 감사하다. 이제야 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일까. 걱정은 중요한 일에 손을 보탠다는 흥분감에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843에이커의 땅에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견을 수렴해 뉴욕에 걸맞은 공원을 만드는 일이다. 수백의 사람들이 관리하는 일이다. 지금부터 할 일이 태산이다. 10월, 새로운 기회: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난 다우닝 씨의 동료였던 캘버트 복스(Calvert Vaux) 씨의 연락을 받았다. 공원 설계 공모에 함께 나가보지 않겠냐고 한다. 어쩌면 1851년 런던에서 마주쳤던 그 그림 같은(picturesque) 공공 공원(public park)을 미국 땅에서 실현할 기회일지 모른다. 이 부지의 전체 지형을 조사했던 빅엘(Viele) 씨가 설계한다고 들었을 때는 나도 함께할 여지가 있을까 싶었지만, 딱히 말이 없는 것을 보아하니 복스 씨와 같이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감독관으로 있으면서 느낀 게 많다. 뉴욕 시민들은 미처 모르겠지만 이 공원은 우리의 가장 큰 유산이 될 것이 분명하다. 100년, 200년 뒤 뉴욕의 가장 중요한 장소, 뉴욕 시민들의 허파이자 정신적 지주가 될 것이다. 지난 세기 프라이스가 “픽처레스크에 대한 에세이”(1794)에서 말한 ‘그림 같은’ 경관에 관한 이야기와 기록은 영국에서 시작했을지 몰라도 그 이상에 가장 근접하게 존재하는 것은 분명히 19세기 미국 땅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11월, 결국: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우리 가족의 자랑스러운 존, 내 사랑하는 동생이 끝내 영원히 눈을 감았다. 행복했던 뉴헤이븐의 나날들이여! 기억 속 젊음이 충만한 우리가 계속해서 살아가길. 1858년 4월, 드디어: 공모에 당선됐다는 소식이다. 감독관에서 책임 건축가로 승진했다. 33번째, 마지막으로 공모작을 접수했었는데, 지금 보니 다들 공원을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앞으로 계속해서 확장될 이 찬란한 대도시에 공원을 만든다는 대업을 자신의 허영을 채우기 위한 기회로 삼은 게 분명하다. 이런 허영 덩어리들이 만드는 공원이 아닌, 미국인의 영혼을 달래주는 진정한 의미의 ‘공공의 공원(public park)’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2024년으로 빨리 감기 166년 전 중앙공원, 즉 센트럴파크가 처음 생겼다. 공원이라는 개념이 처음 생겼다고 할 수는 없 겠지만, 센트럴파크가 오늘날 한국 곳곳에 널리 조성된 ‘중앙공원’이라는 녹지 유형을 안착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음을 부인하기란 쉽지 않다. 이후 연재에서도 언급하겠지만, 한국의 도시민치 고 각 시군의 중앙공원을 안 가본 사람이 있을까. 참고로 한국의 도시화율은 8할이 넘는다. (각주 2) 공원에 주목하기 위해서는 먼저 분석가의 사고적 환기가 필요하다. 중앙공원이 빠르게 도시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것처럼, 공원의 속성은 우리의 일상 배경으로 너무 쉽게 치고 들어왔다. 지난 달 글에 짧게 적었지만, 필자가 센트럴파크를 흥미로운 대상으로 인지한 것 역시 뉴욕살이 만 6년 이 지난 시점이었다. 조경을 전공하기 전이라고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대형 주제를 왜 놓치고 살았는지 과거의 나 자신에게 되묻고 싶은 심정이다. 달리 말하자면, 그만 큼 옴스테드가 치밀하게 공원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한창 공원 공사가 진행 중이던 1859년에 그 려진 지형도에서 옴스테드의 집착에 가까운 면이 쉽게 포착된다. 온갖 공을 들여 식재를 하느라 공원 조성 예산을 훌쩍 넘겨버리는 바람에 위원회와 끝없는 마찰이 있었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언제나 그곳에 있었던 것인 마냥, 한 번의 의심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마냥. 그렇다고 해서 옴스테드가 마냥 영국식 픽처레스크 정원을 미국에 옮겨오는 데 그쳤다면, 센트 럴파크 ‘공모전’에 당선될 수 없었을 것이다. 옴스테드와 복스의 설계안, ‘그린스워(Greensward)’는 어마어마한 토목 공사를 바탕으로 지어졌을 뿐 아니라 센트럴파크 공원위원회가 1857년 공모전 을 개최하며 내건 여덟 가지 필수 조건을 맞춘 결과다. 여덟 조건은 다음과 같다.(각주 3) 첫째, 공원법에 따라 정해진 약 1,500,000불의 공원 조성비에 대한 구체적 지출 계획 둘째, 59번가와 106번가 사이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며 공원을 가로지르는 4개 이상의 도로 셋째, 20~40에이커 사이 규모의 연병장과 관객들이 편히 관람할 수 있는 편의시설 넷째, 각각 3~10에이커 규모의 놀이터 3개 다섯째, 전시, 콘서트 등 행사를 열 수 있는 건물을 위한 부지 여섯째, 대규모 분소 1개소와 전망대를 위한 부지 일곱째, 2~3에이커 규모의 화훼 정원을 위한 부지와 그것에 대한 설계 여덟째, 물이 흐르는 공간을 남겨두어 겨울에 스케이트를 탈 수 있게 만들 것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온갖 ‘도로’의 얽힘이다. 21세기 현재의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도 ‘교통’ 과 ‘체증’에는 한없이 민감하지 않는가. 마차가 대규모 보급되어 속도를 즐기는 방법을 깨우치고 있었던 옴스테드의 시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숲속 산책로를 그대로 떠다 만든 듯 거미줄처 럼 얽혀 있는 램블스(Rambles)의 보행로 네트워크와 그것을 둘러싼 마차로(Carriage Road)를 보면, 센트럴파크에서 (적어도 옴스테드가 바라봤을 때)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단연코 산책과 드라이브였다. 그리고 시야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지형을 뚫고 만든 횡단로(Transverse Road)는 분명 공원 조성으로 인해 맨해튼의 동서가 나뉘는 사태를 걱정하고 있던 공원위원회의 마음에 쏙 들었을 것이다. 19세기 북미에서 옴스테드, 약간의 살 붙이기 사실 옴스테드의 ‘동화 같음’은 그의 정치사회적 사상과 태도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정말 많은 것―자기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희생도―을 희생하고 바친 사람이다. 이런 점은 그의 미국에 대한 애정과 민주주의에 대한 글에서 엿볼 수 있다. 사실 공원에 대한 수많은 글의 시작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다. 노예 제도에 대한 그의 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미의 19세기는 쳇바퀴 돌아가듯 새로운 문물과 발견이 연이어 이어지는 시기였다. 1840년 대에 텔레그램이 생겨났고, 1820년대 말부터 동부를 중심으로 시작된 철도 건설에 박차가 가해 져 1850년대에는 이미 9,000km 이상의 철로가 깔려 있었다. 철로가 깔리면서 산업이 급격히 발 전했고 남부와 북부의 갈등도 점차 커져 결국 남북전쟁(1861~1865)으로 이어졌다. 남북전쟁이 발발한 원인인 노예 제도에 대한 첨예한 대립은 옴스테드의 공원론에서 남다른 위치를 차지한다. 아직은 공원의 ‘공’ 자도 모르던 시절, 옴스테드는 남부를 여행하며 「뉴욕타임스」 에 이른바 ‘노예주(Slave States)’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그는 노예 제도에 반대했지만, 동시에 남부가 반대하는 북부의 자본주의적 이기심과 도덕적 해이를 경계하기도 했다. “이처럼 저질스럽고 물질적이고 이기적인 목표를 지닌 정치가와 (남부의 가장 훌륭한 신사조차도 여기 포 함된다) 저질스럽고 편협하며 당에 종속된 물질적인 사람들로 (북부에서 흔히 보인다) 우리의 민주주의 국가관이 대체 어떤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사람들이 될 것이란 말인가 ……. 우리에게는 어렵고 낮은 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높일 수 있도록 더욱 직접적으로 지원할 기관이 필요하다. 우리의 교육관은 확장되어야 하며 이런 비참하고 그저 평범 할 뿐인 교육 기관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포괄해야 한다. 힘들고 약한 자들을 그저 내버려 둘 수 만은 없다.”(각주 4) 옴스테드는 정부가 나서서 노예 제도를 근절시킬 것이 아니라 교육과 계몽을 통해 각 지주가 직접 노예를 해방해야 한다고 외쳤다. 즉, 개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되 올바른 해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민주주의적 이상주의자를 그대로 본뜬 것 같은 사람이 공원의 아버지라 불리는 옴스테드이니, 우리가 무의식중에 공원을 무언가 ‘좋은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에피소드 2 2024년 서울, 여기 30대 “뭐지?” 싶을 제목을 5초만 참고 넘어가 보자. 필자는 고등학교 2학년 수업 시간에 ‘나의 인생 그 래프 그리기’ 과제를 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기억이 거의 그렇듯 완전히 잊고 지냈다.몇 년전 분가를 핑계로 대대적인 짐 정리를 하다 이 그래프가 굴러 나왔다. 세상에나, 모든 것이 기억났다. 혹독한 청소년기를 보내서인지 냉소를 달고 살던 고등학생 필자는 10분 만에 뚝딱뚝딱 단순하 디 단순한 그래프를 완성했었다. (물론 혹독함은 나보다는 부모님에게 해당하는 표현일 것이다. 지면을 빌려 당시 부모 님의 고생에 고개를 숙인다) 만 18세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24세에는 취직을 하며, 35세에는 박사학위 를 받고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한다고 적었다. 70대 이후로는 ‘17세의 내가 결코 알지 못하는 단계니 적지 않겠다’라며 패기 넘치는 설명과 함께 수업 시간에 발표했었다. 자잘하게 삶의 크고 작은 목표 지점을 표시해가는 친구들을 보며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 바뀔 걸 뭘 저렇게 귀찮게 하나하나 적고 앉았을까’하고 뚱하게 앉아 시간을 때운 기억도 난다. 박사 논문을 본격적으로 쓰 기 직전 ‘발굴된’ 이 그래프는 놀랍게도 내 인생이, 적어도 지금까지는, 어이없을 정도로 일관적으 로 진행되고 있음을 잘도 보여줬다. 말 그대로 18세에는 대학을 마쳤고, 24세에는 첫 직장에 들 어갔으며, 35세에는 박사학위를 받고 말았으니 점쟁이조차 혀를 내두를 계획 중심의 인간이 여기 있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 내게 존경하는 인물을 묻는다면 주저 없이 옴스테드가 튀어 나올 테다. 그는 조경의 아버지라서? 아니다. 그가 그린 인프라를 사실상 시작했기 때문에? 절대 아니다. 그 가 지금의 내 나이, 35세에 센트럴파크의 조경가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19세기 중반에 35세라는 나이는 지금의 헛-35세와는 결이 다르다. 1850년대 북미의 평균 수명이 35.1세였는데, 영유아 사망률이 워낙 높은 시기라고 해도 결코 젊 은 나이라고만 보기 힘들다)(각주 5)박사학위를 연구 분야의 ‘자격증’이라고 부른다면, 필자는 이제야 막 자격 증을 따냈으니 앞으로 갈 길만 구만리다. 옴스테드가 35세에 비로소 ‘자격’을 획득했다는 사실은 20~30대 대부분을 연구실에서 보내며 (물론 매우 즐겁게 보냈다) 연구자 자격을 따기 위해 노력한, 그리 고 노력하고 있는 나와 내 동료들에게 약간의 편안함을 준다. 당장 내년의 커리어를 고민하는 모 든 밀레니얼에게 똑같이 다가오는 사실 아닐까. 이것이 어른을 위한 동화가 아니면 무엇일까. 다만, 독자들을 위한 옴스테드의 경고문 다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또 옴스테드가 쓴 다른 글을 읽으며 경탄을 금치 못하는 모두들, 경 계하시길. 그가 조경가이기 전에 작가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옴스테드가 직접 쓴 1차 사료를 읽고 있노라면 그 유려한 문장에서 연상되는 꿈 빛 같은 민주주의 사상에 쉽게 빠져들게 되기 마련이다. 옴스테드가 뉴욕 시민의 미래를 위해 센트럴파크를 계획했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그 속 에는 엘리트주의적 속성, 교육과 계몽을 통해 바람직한 사고를 지닌 미국의 시민을 키워야 한다는 의지, 우수한 리더십을 통해 도시에서 시민의 행동을 제어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믿음이 존재하고 있다. 엘리트주의자의 전형 같은 모습이다. 실제 센트럴파크 조성 이후 공원에서 의 수많은 ‘규정’이 만들어졌던 것이 이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랬기 때문에 이후 명상을 위한 센트럴파크가 아닌 화려하고 풀어지기 좋은 놀이공원 코니 아일랜드(Coney Island)가 훨씬 더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겠지.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옴스테드의 1차 사료가 여러 차례 등장할 예정이다. 날카롭고 뼈를 치는 비판적 사고 회로를 최대한 돌려 소개해드리니, 이 글을 읽는 분들 역시 예리하게 뒤통수를 노리 는 갈매기의 눈빛으로, 비판적으로 읽어주기를 바란다 *각주 정리 각주 1.혹시나 하는 마음에 짚고 넘어간다. 옴스테드 아카이브 내용을 바탕으로 필자가 상상력을 보탰다. 19세기 북미 신사인 옴스테드는 이렇게 경박한 말투를 쓰지 않았다. 각주 2. 국가통계포털 KOSIS “도시화율”, 2022년 9월 업데이트. kosis. kr/index/index.do. 각주 3. 센트럴파크 공원위원회, “Document No. 8, Friday, September 11, 1857”, Documents of the Board of Commissioners of the Central Park, for the Year ending April 30, 1858(1858년 4월 30일로 끝나는 회계 연도에 대한 센트럴파크 공원위원회 의 결 문서집), New York: New York City Central Park Board of Commissioners. 각주 4. Frederick Law Olmsted, “Letter to Charles Loring Brace”, in The Papers of Frederick Law Olmsted: Volume 2. Slaver y and the South, 1852~1857, Charles Capen McLaughlin and Charles E. Beveridge, eds., Baltimore: Th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1981, p.234. 괄호는 옴스테드가 적은 그대로 옮겼다. 각주 5. Human Mortality Database, 2023. www.mortality.org/ Home/Index 신명진은 뉴욕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뒤 서울대학교 대학원 생태조경학과와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친 문어발 도시 연구자다. 현재 예술, 경험, 진정성 등 손에 잡히지 않는 도시의 차원에 관심을 두고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도시경관 매거진 『ULC』의 편집진이기도 하며, 종종 갤러리와 미술관을 오가며 온갖 세상만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 @jin.everywhere
  • 수변활력거점 조성사업 제안공모 당선작 동대문구 중랑천·영등포구 안양천 수변활력거점 조성사업 제안공모
    2022년부터 서울시는 도시 곳곳에 흐르는 소하천과 실개천의 수변 공간을 새롭게 조성해 수세권을 중심으로 한 서울형 수변감성도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역의 특성을 담은 보행로, 쉼터, 놀이 공간 등 시민들에게 곳곳에 흐르는 물길을 따라 여유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2025년까지 총 30개소, 1개 자치구 당 1개소 이상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이어 2023년 10월 20일 2개 천변(안양천, 중랑천)의 수변활력거점 조성 사업 제안공모가 개최됐다. 두 차례의 심사를 거쳐 12월 1일 당선작이 발표됐다. 두 개의 당선작을 간략히 소개한다. 안양천, HLD 안양천은 한강의 제1지류로 경기도를 거쳐 영등포구 등 서울시 서남권역의 도심을 지나가는 주요 하천이다. 안양천 하류 오목교~목동교 구간은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될 만큼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생태 하천이다. 이러한 생태적 경관은 대상지까지 이어지며 수려한 풍경을 선사한다. 대상지 인근은 서부간선도로 등 하천변 기반 시설로 인해 가로막혀 있지만 다수의 주거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지하철, 육교 등을 활용한 보행 접근성이 좋아서 산책하는 지역 주민이 많다. 우수한 경관, 생태성 등 하천의 가치를 최대한 보존하고 산책하는 시민에게 자연 친화적인 휴식 공간을 마련해 수변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했다. *환경과조경430호(2024년 2월호)수록본 일부